봄날의 자전거 여행 ③영주 자전거길

마음이 소란할 때 자전거를 타 보자. 부드러운 바람이 마음을 어루만지고, 스치는 풍경에 시름을 던다. 물길 따라 산과 들의 평화로운 풍경이 이어지는 영주 자전거길은 봄에 가장 매력적이다. 낮에는 초록이 싱그럽고, 저녁 무렵에는 노을이 따듯한 분위기를 낸다.

영주는 자전거 여행하기 좋은 도시다. 영주 자전거길 4개 구간으로 주요 명소를 두루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1구간은 소백산역서 서천교까지 소백산의 활력을 얻는 길, 2구간은 소수서원과 선비촌서 서천교까지 전통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길이다. 3·4구간은 서천교와 무섬마을을 잇는다.

영주시 자전거공원

특히 3구간 중간에 자리한 영주시 자전거공원부터 4구간 무섬마을에 이르는 약 14.5㎞는 풍경이 빼어나고 길이 평이해서 초보자도 신나게 달릴 수 있다.

여행자라면 영주시 자전거공원서 출발하기를 권한다. 무섬마을까지 편도 약 1시간30분 거리지만, 곳곳에 있는 관광지와 소박한 마을을 둘러보고 아름다운 강변 풍경에 시선을 빼앗기다 보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공원을 빠져나가자 영주 시민의 힐링 공간, 서천 변으로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250m쯤 달리면 왼편 언덕에 우뚝 솟은 제민루가 보인다. 자전거를 끌고 언덕 위 구학공원에 올라보자. 조선시대 의국 제민루는 ‘백성을 구제하다’라는 뜻으로, 오늘날 보건소 같은 곳이다. 제민루의 역사는 1371년(공민왕 20년)에 시작하지만,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사라지기를 반복하다가 2007년에 다시 지었다. 그 위엄은 옛 모습 못지 않다.


제민루 앞에 삼판서고택이 자리한다.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판서 세 사람이 살았다는 집이다. 판서는 고려·조선시대 정무를 맡은 육조서 으뜸 벼슬을 일컫는다. 고택은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의 생가로도 알려졌으며, 2008년에 복원했다. 구학공원서 내려와 본격적인 라이딩을 즐긴다.

완연한 봄이면 서천 변으로 벚꽃이 흩날릴 터. 자전거길 곳곳에 나무가 우거진 덱 구간이 있어 싱그럽다. 구학공원서 약 7㎞를 달리니 문수면 적동2리 꾀꼬리마을에 닿는다. 여름새 꾀꼬리가 해마다 마을에 찾아와 어여쁜 이름이 붙었다. 마을 입구 100여년 된 아름드리 버드나무 쉼터서 잠시 머무르기 좋다. 쉼터 아래 은빛 백사장에는 맨발로 걷는 이도 종종 보인다.

꾀꼬리마을서 20여분 달리자 문수면 월호3리다. 강 건너편에 기찻길이 있어 열차와 나란히 달리는 기분이 색다르다. 월호3리서 약 1㎞ 가면 무섬마을(국가민속문화재)이 서서히 자태를 드러낸다.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와 함께 경북 3대 물돌이 마을로 꼽힌다. 반남 박씨와 선성 김씨 집성촌으로, 내성천이 삼면을 휘감아 섬처럼 보인다.

마을에 들어가는 외나무다리는 폭 30㎝로, 걸음을 뗄 때마다 스릴이 느껴진다. 자전거로 진입하려면 외나무다리 옆 수도교를 이용한다. 마을에는 전통 가옥 30여채가 있으며, 350년이 넘은 만죽재고택(경북민속문화재)이 가장 오래됐다. 아도서숙은 항일운동의 거점이었다. 마을 구석구석 자전거로 둘러보면 고즈넉한 분위기에 스며든다.

영주는 자전거길이 잘 조성됐고, 자전거 대여도 편리하다. 영주시 자전거공원에서는 신분증을 지참하면 자전거와 안전모, 자물쇠를 무료로 빌려준다. 담당자가 알맞은 자전거를 골라주고, 자전거 탐방로와 안전 수칙 등을 꼼꼼히 안내한다.

경북 3대 물돌이 마을 중 한 곳인 무섬마을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전거로 둘러보기

공원 내 공공자전거대여소는 트레일러 자전거, 어린이용·성인용 자전거, 2인용 자전거, 전기 자전거 등 120여대를 비치해 선택의 폭이 넓고,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30분이다(대여 5시까지, 명절 당일 휴무). 공원은 상시 개방하며(연중무휴), 주차장과 물품 보관함, 화장실, 카페 등 편의 시설과 어린이들이 자전거 탈 공간도 갖췄다.


영주시 자전거공원 한편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하루 1000원에 공공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공공 자전거는 무료 대여 자전거와 달리 반납 장소가 영주시 곳곳에 있다. 무섬마을에도 대여·반납 장소가 있으니 마을까지 편도로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다면 공공 자전거를 이용한다.

영주 여행서 부석사를 빼놓을 수 없다. 676년(문무왕 1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문화재가 많다. 배흘림기둥은 무량수전(국보)의 건축미를 완성한다.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겹겹이 이어진 소백산 능선이 한 폭의 수묵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소수서원(사적)은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들었다. 1542년(중종 37년) 우리나라 주자학의 시조 안향 선생을 배향하기 위해 세웠으며,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퇴계 선생의 제자를 포함해 유생 4000여명을 배출했다. 강학 영역 뒤에 제향 영역이 있는 일반적인 서원과 달리, 소수서원은 좌우로 나란한 배치가 특징이다. 선조들이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긴 취한대는 고풍스러운 정자다.

영주호용마루공원

무섬마을서 자동차로 15분쯤 가면 영주호용마루공원에 닿는다. 영주호의 탁 트인 풍광을 바라보는 포인트다. 공원의 상징인 용미교와 용두교를 건너면 수변공원이 나오고, 영주댐 건설로 폐역이 되어 이전·복원한 평은역도 만난다. 용미교와 용두교는 어두울 때 더욱 신비롭다. 금~일요일과 공휴일 해가 진 뒤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조명이 들어와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영주 자전거길(영주시 자전거공원-무섬마을)→부석사→소수서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부석사→소수서원→선비촌
-둘째 날 영주 자전거길(영주시 자전거공원-무섬마을)→영주호용마루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영주시 문화관광 https://www.yeongju.go.kr/open_content/tour/index.do
-부석사 http://www.pusoksa.org
-소수서원 https://www.yeongju.go.kr/open_content/sosuseowon/index.do

문의 전화
-영주시청 관광개발단 054)639-6601~6
-무섬마을안내소 054) 636-4700
-부석사 종합관광안내소 054)638-5833
-소수서원 안내소 054)639-5852

대중교통
-버스 서울-영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3회(07:10~20:4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영주종합터미널 정류장서 3번 버스 이용, 건강나라건너 정류장 하차, 영주시자전거공원까지 도보 약 1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s://www.kobus.co.kr, 영주종합터미널 054)631-1006, https://yeongjuterminal.modoo.at

-기차 서울역-영주역, KTX 하루 4회(09:01~18:01)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청량리역-영주역, KTX 하루 8~9회(05:38~22:0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영주역건너 정류장서 3번 버스 이용, 건강나라 정류장 하차, 영주시 자전거공원까지 도보 약 1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s://www.letskorail.com, 영주시내버스터미널 054)633-0011~3, 영주시시내버스노선안내(영주시농업기술센터) https://www.yeongju.go.kr/atec/page.do?mnu_uid=4098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톨게이트→소백산국립공원·풍기·봉화 방면 우회전→봉현교차로서 단양·영주 방면 9시 방향→봉현교차로서 안동·영주·봉화 방면 왼쪽→영일사거리서 시청·영주역 방면 우회전→선비로225번길 방면 우회전→영주시 자전거공원

숙박 정보
-만죽재고택: 문수면 무섬로234번길, 010-5293-4010, http://무섬마을.net
-서늘기문화: 영주시 창진로194번길, 010-6242-2219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풍기읍 죽령로, 054)604-1700, https://taliaresort.co.kr

식당 정보
-축산식육식당(한우구이·한우육회): 영주시 번영로173번길, 054) 631-1437
-흥부가(육회비빔밥): 영주시 대학로, 054)638-2094
-나드리(쫄면·돈가스): 영주시 중앙로, 054)633-5482, https://ww w.nadrifood.co.kr

주변 볼거리
국립산림치유원, 영주근대역사문화거리, 콩세계과학관, 여우생태관찰원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