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장세동 소환한 김용현 경호처장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27 11:06:24
  • 호수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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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동된 ‘심기 경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전두환정권 시절 ‘심기 경호’의 창시자인 장세동 전 청와대 경호실장과 똑 닮은 자가 있다.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은 요즘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는 뜻의 신조어)에 재미를 붙인 모양새다. 돌이켜 보면 그의 특기다. 김 처장은 2022년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일대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안까지 침투했을 때 “침범하지 않았다”며 은폐를 시도했다.

한 달 새 무려 3번째.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지난달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했다. 당시 강 의원은 “이러시면 안 됩니다. 대통령님, 국정기조를 바꾸셔야 됩니다”라고 말했다. 발언 직후, 경호원들은 곧장 강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번쩍 몸을 들어 퇴장시켰다. 당시 김 처장이 강 의원을 손으로 내려치는 모습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과도한 제압
폭발한 야당

‘과잉 의전’ 등 논란이 일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책임자인 김 처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강 의원의 행동이 “경호상 위해 행위”라고 했던 대통령실은 국회의장의 인사 조치 요구에 대해선 입장을 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 처장의 ‘강성희 진보당 의원 과잉 의전’ 논란을 ‘국회의원 폭력 제압 사태’로 규정하며, 윤 대통령의 사과와 김 처장의 경질을 요구했다.

지난달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윤석열정권의 국회의원 폭력 제압 및 거짓 해명 규탄 기자간담회’서 “윤 대통령이 (강 의원과)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상태서(경호관들이 강 의원의) 입을 막고 사지를 들고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경호처의 행위는(윤 대통령) 신변 경호가 아니라 심기 경호였다”고 주장했다.


박 부대표는 “김 처장의 경질이라든지 대통령 사과까지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사건을 정쟁 소재로 삼으며 적반하장식 행태를 보인다”고 응수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은 경호의 부실함이 문제고, 대통령의 경호는 과한 것이 문제가 되느냐”고 논평했다.

김 처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과잉 경호는 전형적인 심기 경호의 표본이다. 심기 경호는 ‘대통령의 마음이 편안해야 국정도 잘 되니 심기까지 경호해야 한다’는 뜻으로 전두환정권 시절 장세동이 만든 신조어다. 장세동이 전두환씨가 ‘산책하다 돌부리에 걸린다’며 도로 평탄화 작업을 지시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이 지나간 자리는 김 처장에 의해 입도 뻥끗할 수 없다. 지난 1일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의료개혁 관련 민생토론회서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던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입을 틀어막힌 채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갔다.

윤 대통령과 학연···충암고 1년 선배
추미애와 갈등 때 ‘술친구’로 알려져

사건 당시 김 처장 휘하의 경호처 직원들은 “행사장 주변은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상 경호구역”이라며 퇴장 조치의 근거를 밝혀왔다.

이날 토론회는 소아과 진료 예약 전쟁, 응급실서 환자가 방치되는 사례 등 공공의료체계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짚어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서 임 회장은 “택배기사도 이동하고 병원 직원들도 왔다갔다 하는데 내가 왜 나가야 하느냐고 얘기했는데 막무가내로 나가라 했다”며 “옥신각신 하다가 일방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끌어내더라”고 토로했다.


경기분당경찰서는 임 회장을 퇴거불응 혐의로 입건해 수사했다. 그는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분당경찰서로 옮겨진 후 4~5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열린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날 윤 대통령의 축사를 듣던 한 졸업생이 R&D 예산 복원에 대해 항의했다. 그러자 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강제 퇴장당했다. 이 졸업생은 녹색정의당 대전시당의 신민기 대변인으로 확인됐다.

신 대변인은 학위복을 입은 위장 경호원들에게 입을 막히고 팔다리가 들린 채로 끌려 나갔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카이스트 동문들은 대통령경호처를 경찰에 고발했다. 카이스트 동문 26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김 처장과 경호처 직원 등을 대통령경호법 위반(직권남용), 폭행, 감금 등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졸업생 주시형씨는 고발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호처 직원들은 말로 항의한 졸업생의 입을 막고 끌고 나가 체포했다”며 “경호처의 이런 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 및 과잉 행사해서 국민의 기본권, 특히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폭력행위”라고 강조했다.

학위복 입은
위장 경호원

이어 “해당 폭력행위에 직접 가담한 대통령경호처 직원은 물론 김 처장과 대통령이 이를 묵인 혹은 방조한 것은 아닌지 법에 따라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졸업생 김신엽씨는 “IMF 때도 삭감된 적이 없었다. 윤정부는 R&D 예산을 4조6000억원이나 삭감했다”며 “헌법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다른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마땅한데, 윤정부는 정반대의 길을 택하고 일방적으로 예산을 삭감했다”고 비판했다.

R&D 예산을 삭감하고 졸업생을 강제 연행한 윤정부를 규탄하는 서명에는 카이스트 구성원 수백명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김 처장이 합작한 ‘입틀막’ 정권의 기반은 학연으로 진하게 맺어졌다. 김 처장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학창시절 학도호국단장으로 유명했다. 학도호국단은 1975년 정부가 ‘학원의 총력안보체제를 구축한다’며 학생회 대신 만든 조직이었다. 현재 학생회장과 비슷한 자리다. 

김 처장은 훗날 “학교서 공부도 잘하고 의리가 있는 2학년 후배가 있다는 소문이 나 호기심에 내가 먼저 만나자고 윤 당선인을 불렀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했다고 전해진다.

김 처장이 1978년 육군사관학교(육사 38기)로 입교하면서 윤 대통령과 연락이 끊겼다. 나중에 동문회를 통해 서로의 연락처를 알게 된 두 사람은 전화로 근황을 주고받고 안부를 묻는 사이로 지냈다.


두 사람의 관계는 2020년 더욱 깊어졌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하면서다. 직무정지로 야인 생활을 하던 윤 대통령이 편하게 술 한잔하자며 김 처장을 불렀다.

“캠프를 
맡아달라”

윤 대통령 측근에 따르면 “김 처장이 사회 각 분야의 저명인사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해 줬다”고 후술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을 결심했고, 캠프에 제일 먼저 합류한 ‘1호 멤버’가 김 처장이었다.

처음엔 김 처장이 “캠프를 맡아달라”는 윤 대통령의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김 처장은 윤 대통령에게 “선거서 이기려면 충암고, 서울대 동문이지만, 검찰 출신이 아닌 사람들을 중심으로 캠프를 꾸려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창시절부터 이어진 끈끈한 인연으로 윤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22년 5월10일 김 처장을 임명했다. 동시에 청와대 이전 TF 부팀장에도 앉혔다. 취임 후 그는 대통령경호에 필요한 구역서 군·경찰 등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대통령경호처는 2022년 11월9일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을 보면 경호처장은 경호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경호구역서 경호활동을 수행하는 군·경찰 등 관계기관의 공무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 ‘경호구역서 경호활동을 수행’이라는 제한을 두지만, 경호처가 군·경을 지휘·감독하는 것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로 처음이다.

이에 경호처의 군·경 지휘권 확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호처는 “내부지침 등의 형식으로 규정돼있던 내용을 시행령으로 명확히 한 것일 뿐 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김 처장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경호 부실 우려를 불식시키고 목적을 이뤄냈고, 윤 대통령의 입틀막 정권을 완성하는 데 공을 세웠다.

대통령실 이전 공신
잇단 ‘입틀막’ 도마

대통령실 이전 후 반년 만에 북한 무인기의 침범으로 책임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2022년 5월10일 용산구 용산동3가의 국방부 청사는 대통령실로 재탄생했다. 같은 날 청와대는 국민들에게 전면 무료 개방됐다.

얼마 지나지 않은 2022년 12월26일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했다. 그 가운데 1기가 용산 대통령실 일대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안까지 침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대통령실 경호의 허점이 노출됐다.

당시 군은 “적 무인기는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가 번복했다. 이후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월5일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같은 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신들의 작전 실패와 경호 실패를 거짓말로 덮으려고 했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용현 경호처장 등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군 복무 시절에도 북한의 무인기와 악연이 있다.

2014년 3월 경기도 파주서 북한 무인기 1대가 추락했는데, 이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 중 청와대를 찍은 사진이 발견됐다. 무인기의 청와대 상공 비행을 방공 레이더망으로 포착하지 못한 데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당시 김 처장은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을 맡고 있었다. 당시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도 비판에 가세했지만, 인사 조치는 되지 않았다.

김 처장은 2022년 10월, 가까운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국방정책자문단 8인으로 활동했던 예비역 준장 조모씨를 국방부 인사기획관에 내정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이때 국방정책자문단을 이끌던 인물이 김 처장이었기 때문에 ‘김용현 사단’이라고 불렸다.

이종섭 장관은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이 사안을 추궁하자 극구 부정했다.

이후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이 장관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국방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신 후보자가 육군사관학교 후배인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의 추천으로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됐다고 들었다”며 “과거 윤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했는데도 장관 후보자로 낙점된 것은 경호처장과 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궁했다. 

북한 무인기
은폐 시도도

앞서 신 장관은 윤 대통령을 두고 “군 미필자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청문회서 기 의원이 윤 대통령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묻자, 신 장관은 “(그런)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그것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후보자(윤석열 대통령)와의 각별한 인간관계 이런 부분까지 포함하면 당연히 이 분(김용현 경호처장)이 중간에 뭔가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라는 질문엔 “호사가들이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 김 처장의 입김이 국가안보 분야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는 대목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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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