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서 대장 단지로

반포 자이, 강남 타워팰리스,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성수 트리마제… 각 지역을 대표하는 단지들이 미분양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다가 지금은 ‘대장 아파트’로 다시 우뚝 섰다.

래미안퍼스티지, 아크로리버파크 등과 함께 서초구 반포 대장주로 꼽히는 ‘반포동 반포자이(3410가구)’는 2008년 분양 당시 일반분양 599가구 중 40%에 달하는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며 미분양으로 골치 아팠던 곳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분양가도 전용 84㎡ 기준 11억원대로 높은 수준이었다.

GS건설은 계약금 납부 이후 잔금 납부일을 최대 6개월 연장해주고, 잔금을 미리 내면 그만큼 분양가를 깎아줬다. 미국 교민들까지 설득하기 위해 현지서 사업설명회를 진행, 항공권과 무료 숙박 체험 등 각종 혜택을 홍보했다. 그럼에도 미분양을 털어내기 힘들어 조합이 잔여분 159가구를 국내 사모펀드에 넘기기도 했다. 

비실비실
다시 우뚝

반포자이는 2022년 최고가 39억원을 찍은 이후 최근에도 31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반포자이와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반포 래미안퍼스티지(2444가구)’도 미분양에 시달렸는데, 이곳도 지난 1월20일 36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분양가 대비 세 배 넘게 가격이 뛰었다. 

2000년 분양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초기 분양률이 20~30%에 그쳐 삼성물산 고위 임원들이 미분양 물량을 할당받기도 했다.


2010년 분양을 시작해 절반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은 서초구 방배 ‘롯데캐슬아르떼’는 계약자가 분양가 절반만 납부하면 3년간 살 수 있고, 잔금은 건설사가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입주 2년6개월~3년 사이에는 위약금 없이 환매해 주는 ‘리스크 프리’ 계약제를 실시하며 미분양 털어내기에 안간힘을 썼던 바 있다.

유명 연예인, 자산가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유명해진 ‘성수 하이엔드 3대장’ 단지들도 심각한 미분양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 갤러리아포레’는 2008년 분양 당시 3.3㎡당 4300만원의 높은 분양가로 분양한 지 4년이 지나도록 분양 물량의 20%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축구선수 손흥민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두산건설의 ‘성수 트리마제’도 2014년 3월 분양을 시작, 사실상 청약률 ‘0’을 기록하고, 2년이 지나도록 전체 분양 물량 422가구 중 266가구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했던 과거가 있다. 

DL이앤씨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건설사 오너 일가가 직접 청약에 나서 화제가 됐던 곳이다. 2008년 최초 분양 당시 ‘뚝섬 한숲 e편한세상’이란 이름으로 나왔는데, 분양가는 3.3㎡당 3856만~4594만원 선이었다. 특별공급과 1〜3순위 접수서 196가구에 29명만 청약해 전체 물량의 85%인 167가구는 미분양으로 남았다.

미분양 털어내기 안간힘
지금은 없어서 못 산다

이준용 당시 대림산업 명예회장(DL 명예회장)과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DL 회장), 이 명예회장의 조카인 이해서씨 등이 청약을 신청하는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저조한 분양률에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9년 만인 2017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분양을 재개, 3.3㎡당 평균 분양가 4750만원대에 청약경쟁률 2.89대1을 기록했다. 

현재 마포구 대장 단지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도 2012년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이 0.42대 1에 불과, 2014년 입주 직전까지 미분양에 시달렸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 7억원대였지만 당시 기준으로 애매한 입지와 고 분양가 등이 미분양 요인으로 꼽혔다. 이곳도 미분양을 털기 위해 분양가 할인과 중도금 무이자, 확장비 무료 등 혜택을 제공했다. 


서울 강북권 대장주 아파트로 불리는 ‘경희궁자이’도 미분양이 지속됐던 단지다. 2014년 11월 1085가구 일반분양에 경쟁률 3.5대1을 보였지만 당첨 후 계약 포기자가 속출하며 미분양이 쌓였다. 현재 전용 84㎡ 기준 시세 19억5000만원(1월18일)으로 분양가(7억8500만원)의 3배 가까이 올랐다.

현재 동대문구 대장주로 불리는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분양으로 남아 계약금 5%, 중도금 20%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료 등 혜택을 제공했다. 

최근 사례로는 둔촌주공 재건축이 대표적이다. 2022년 12월 분양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분양 당시 899가구의 미분양이 나왔지만, 작년 1월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무순위청약 때 완판됐다. 현재 전용 84㎡ 기준 입주권 시세는 분양가 대비 5억원 이상 오른 19억원대로 형성돼있다. 일반분양가는 84㎡ 기준 12억3600만~13억2000만원 선이었다.

저조한 
분양률

최근 미분양 주택에 대한 시장의 외면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토부의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5만7925가구) 대비 7.9%(4564가구) 증가한 6만2489가구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 이후 10개월 만에 다시 증가했다.

수도권은 1만31가구로 전월(6998가구)보다 43.3%(3033가구) 급증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전월 대비 3.7% 늘어난 1만857가구로 지난해 8월(9392가구)부터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분양 단지라고 외면하기보다는 입지, 규모 등을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 극심한 미분양을 겪었으나 대장 단지가 된 곳들의 공통점은 대단지로 조성되고 양호한 입지라는 점이다. 반포자이, 트리마제, 래미안대치팰리스 등은 입지는 좋은데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분양해 미분양이 났던 곳들로, 입지가 좋다면 미분양 단지도 향후 5년, 10년 뒤에 ‘로또’로 변할 수 있어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요즘은 수요자들의 학습효과로 인해 가격이 떨어져도 입지가 양호한 지역은 다른 곳보다 경쟁률이 훨씬 치열하다. 반면 지방과 수도권 사각지대는 미래가치 상승이 어렵다고 보이며, 서울이라도 입지가 떨어지거나 나홀로 단지인 경우는 피해야 한다.

대단지에 교통 및 교육환경이 양호한 경우 침체기에 미분양이 날 수 있지만 시장이 활성화되면 이런 곳들부터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대비 
2〜3배 점프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역을 대표하는 대장 아파트들도 알고 보면 한때 미분양인 시절이 있었다”며 “인근에 교통과 교육 여건 등이 개선되는 지역에 단지의 경우 향후에도 수요층이 탄탄해 투자 가치를 노려볼만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목할만한 경기 남부권 미분양 단지들.


▲트리우스 광명= 경기도 광명시 광명뉴타운 2구역 ‘트리우스 광명’이 ‘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로 거듭난다. 고분양가 논란을 딛고 잔여 세대가 분양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명제2R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은 지난 2일, 경기도광명교육지원청으로부터 광명1초등학교 신설 관련 일조 기준 만족 결과를 수신했다. 지난해 7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교육환경보호원의 사전 컨설팅을 받은 결과다.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도 추진된다. 조합은 “최근 조합서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 및 운영의 찬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고 대부분 찬성했다”며 “입주 기간에 맞춰 국공립 어린이집이 설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광명시 광명1동 12-2번지 일원 광명 2R 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들어선다. 지하 3층~지상 35층, 26개 동, 전용면적 36~102㎡ 총 3344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올해 12월 입주를 앞둔 후분양 단지로 빠른 입주가 가능하다. 

발코니 확장을 비롯해 다양한 옵션들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단지별로 다양한 콘셉트의 휴식 공간과 테마 공간을 조성해 입주민들이 다채로운 공간서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단지 내 조경 공간에는 파노라마 석가산, 티하우스(복층형), 특화 물놀이터, 특화 테마놀이터, 헬스트랙을 비롯해 시니어 가든, 커뮤니티 가든, 생태 연못과 외곽 산책로 등 자연 친화적인 공간들이 조성된다.

분양가 할인, 중도금 무이자, 확장비 무료… 
위약금 없이 환매해 주는 ‘리스크 프리’도


여기에 일반적인 타단지 계약금 10~20%에 비해 5%의 혜택을 제공해 수분양자의 초기자금 마련 부담을 덜었다. 또 인근 타 단지 중도금 대출 금리(1월 기준)가 4.9%~5.5%에 달하는 것과 달리 4.1~4.2%대 대출 금리로 중도금 대출금리 부담도 덜 수 있다.

▲영통역자이 프라시엘= 영통·망포 생활권에 위치한 ‘영통역자이 프라시엘’ 아파트가 미분양 잔여 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GS건설이 시공하는 단지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 일원에 들어선다. 지하 3층~지상 최고 23층, 총 472가구 규모다. 전용면적은 ▲84㎡A 201가구, 84㎡B 109가구, 84㎡C 107가구, 84㎡D 35가구, 100㎡ 20가구로 구성된다. 

2026년 하반기 입주 예정이며, 전매제한은 6개월이다. 남향 위주 4베이 판상형 구조로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다. 피트니스클럽, 골프연습장, 필라테스 등 입주민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시설도 갖춰진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 수원 프리미엄 아울렛 등이 가깝다. 수원 영통 중심상업지구가 도보 거리에 있다. 청명산, 생태공원, 반달공원, 기흥 호수공원, 수원어린이교통공원, 살구골공원이 인근에 위치한다. 실내체육시설과 수영장을 갖춘 망포복합체육센터가 개발 계획 중이다.

도보 거리에 서천초가 위치하고, 서천중, 서천고, 영일초, 영일중, 태장중, 태장고, 영덕고, 경희대 국제캠퍼스, 반달어린이도서관 등이 가깝다. 영통·망포 학원가도 인접해 있어 교육여건이 우수하다.

분양 관계자는 “최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으나, 용인은 다양한 개발 호재와 우수한 교통여건으로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빠르게 소진 중”이라고 전했다.

▲지제역 반도체밸리 쌍용 더 플래티넘= 쌍용건설은 평택시 ‘지제역 반도체밸리 쌍용 더 플래티넘’ 아파트의 잔여 세대를 분양 중이다. 지제역 반도체밸리 공동 1블록에 들어서는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9층, 12개동, 총 1340가구다. 전용면적 84㎡, 113㎡로 구성된다. 

지상에 차가 없는 공원형 단지로 조성된다. 잔디마당, 유아놀이터, 어린이놀이터 등 다양한 조경시설이 들어선다. 4레인 실내수영장과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카페, 스터디룸, 어린이집, 경로당, 돌봄센터, 맘스테이션 등이 갖춰진다. 

아파트 주변에 초등학교와 유치원 부지가 예정돼있다. 단지 내에 종로엠스쿨을 유치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2년간 무상 제공한다. 반경 1㎞ 내에 홈플러스와 아이파크 등 쇼핑시설이 들어서며, 아주대병원이 개원 예정이다.

평택 지제역과 서정리역이 인근에 위치한다. 경기대로를 이용해 서울 및 수도권으로 이동이 용이하고, 수원역으로 직결되는 KTX가 올해 개통 예정이다. 특히 ‘GTX 신설·연장’ 계획 확정으로 GTX-A, C 노선이 연장되면, GTX-A와 C 연장 노선이 교차하는 평택 지제역서 서울까지 20분대 이동이 가능해진다. 

잔여 세대
선착순으로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4억원대로 모델하우스서 선착순 동·호수 지정 계약을 진행 중이다. 계약금 10% 1, 2차 분납제를 적용하며, 계약 시 500만원만 있으면 체결이 가능하다. 청약통장은 필요 없으며,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로, 1차 중도금 납입 전 전매가 가능하다. 2차 계약금 자납 시 연 7.3%의 이자금액을 지급하며, 사업 주체 지정 금융기관서 신용대출로 납부 시 이자 전액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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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