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암표와의 전쟁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공연기획사나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직접 암표에 대응하는 상황서 이들에 대한 법적 제재와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롭게 개정된 공연법도 ‘매크로’만을 규제하고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다양한 암표 거래에 대응하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대한민국 곳곳이 암표로 신음하고 있다. 가요계와 공연계뿐만 아니라 KTX 등 운송수단과 관광상품, 심지어는 숙박업소나 음식점 예약까지도 암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부터 공연법은 제정되지만 근본적인 암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호텔과 식당도…

최근 인기가수들의 공연이나 유명 스포츠 경기 같은 경우 ‘피 튀기는 티켓팅’, 이른바 ‘피켓팅’으로 불린다. 치열한 피켓팅 뒤에는 매크로(자동 입력 프로그램)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티켓을 구매한 뒤 되파는 암표가 기승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체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중음악 공연 암표 신고는 2020년 359건에서 2년 만에 4224건으로 훌쩍 뛰었다.

이에 공연 주최사는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구매자를 자체 모니터링하거나 현장서 엄격하게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는 등 암표 거래를 막으려는 조처를 하고 있지만 암표 거래 행위를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다.


일부 엔터테인먼트사도 ‘암행어사’ ‘법적 대응’ 등 다양한 대처에 나섰지만, 암표 매매를 밝혀내기 위해선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불법 거래를 모두 근절하는 것 역시 제도적 한계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가수 장범준 측은 소극장 공연의 암표 문제가 심각해지자 공연을 추첨제로 바꿨지만, 추첨 티켓마저도 50만원을 추가해 60만원에 판매하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했다.

암표는 공연이나 대회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크리스마스나 새해 등 사람들이 몰리는 날에는 호텔 숙박권, 식당 이용권 등도 온라인서 웃돈을 주고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각종 양도 게시글이 올라왔다. 지역 기반인 당근마켓의 한 이용자는 ‘25일 크리스마스 파라다이스 코너 스위트룸 씨메르+원더박스+사우나’라는 제목의 판매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25~26일 크리스마스에 코너 스위트룸을 양도한다”며 88만원을 제시했다. 해당 객실 이용료는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30만원대부터 시작해 5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훈아? 임영웅? 피 튀기는 ‘피켓팅’
인기 있는 콘서트·스포츠 광속 매진

네이버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는 크리스마스이브 청담동 고급 스시 오마카세 레스토랑서 식사할 수 있는 저녁 룸 자리를 양도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식당 저녁 가격이 인당 22만원인데 해당 예약권을 받기 위해서는 양도비 명목의 10만원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새해 해맞이를 위한 야간산행이 허가된 지난달 1일에는 한라산 탐방 예약권도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라오기도 했다.

통상 암표상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티켓을 구입하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직접 이를 판매하게 하거나 아이디를 옮겨주는 등의 수법을 활용해 돈을 번다. 이렇게 모은 티켓 가격은 장당 20만원~15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그러나 암표 거래에 관한 법적 규제는 그저 경범죄 처벌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웃돈을 받고 티켓을 되팔아도 통상의 처벌 수위는 벌금 20만원이 고작이다.

지난 12일에는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콘서트, 프로야구 입장권 등을 예매해 티켓 예매 사이트 업체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명에게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대구지법 제5형사단독(부장판사 정진우)은 “정보 저장매체들을 이미징해 전체 파일을 보관하며 범죄 혐의와 관련 있는 전자정보에 대해 포괄적인 압축파일만을 기재한 전자정보 상세목록을 기재해 교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증거가 없다면 설령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무죄의 이유를 설명했다.

현행 경범죄 처벌법 제3조 2항에 따르면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암표를 판매한 사람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온라인서 판매되는 경기·공연 티켓, 식사권, 호텔 숙박권은 모두 경범죄 처벌법 대상에 포함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해당 법안이 50년 전에 만들어진 탓이다.

여전히 “처벌 수위 낮다” 지적
새 공연법도 ‘매크로’만 규정

물론 새로 개정되는 공연법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공연법에는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판매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매크로를 이용하지 않는 암표상이나 중고 거래나 리셀 사이트를 이용한 되팔이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암표 거래 규제와 관련한 행정안전위원회 토론은 현재까지 단 한 차례 이뤄졌다.


지난해 9월 19일 행정안전소위 제1차 회의서 행안위 전문위원은 “20만원 이하 벌금 등 처벌보단 다른 법률을 통해 엄격하게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현장 적발이 불가능한 온라인 거래 특성상 통신자료제공 요청 등 강제수사 필요성이 많은 점 또한 ‘경미한 범죄’를 대상으로 하는 경범죄 처벌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도 봤다.

당시 소위에 참석한 조지호 경찰청 차장도 “온라인상에서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뤄지는 암표 거래 행위를 경범죄 처벌법으로 가볍게 처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소위는 정부와 전문위원 모두 ‘온라인상 암표 매매는 경범이라기엔 중한 범죄’라는 의견을 내자 개정안들을 추가 심사하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도 온라인 암표 거래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이 상임위에 계류돼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법적 제재 수단과 처벌 수위가 낮은 점이 암표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법이 아직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되팔이꾼 때문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법을 개정하고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희 법무법인 신원 변호사는 “다양한 암표 거래 행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처벌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며 “또 건전한 공연문화를 만들기 위해 암표를 소비하지 않는 인식변화를 위한 노력도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제도적 한계

최수진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 사무관은 “불법적으로 티켓 매매수익을 얻는 행위에 대해 현장 의견을 수렴한 결과 암표 거래에 대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경범죄처벌법은 오래됐고 공연법 개정에도 여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지한 만큼 공론화를 거쳐 입법, 정책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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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