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68)눈치 보느라 주도권 잃다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02.05 08:00:00
  • 호수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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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북핵. 핵무기. 그것은 현실적인 시점으로 보든 역사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든 아무튼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위중한 문제임은 틀림없다. 

우리의 제1원칙은 이것을 가지고 요즘처럼 무슨 이익집단들의 이권 쟁탈 혹은 태산명동에 서일필 같은 장난질 짓거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아무 줏대도 없이 미국과 북한의 일거일동에 너무 우왕좌왕 놀아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막가파식 장난

북한 권력층은 핵을 가지고 겉으로는 도박꾼들처럼 막가파식 장난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마치 악마를 응징하는 정의와 자유의 사도인 양 행세한다.


그럼 남한은? 한 마디로 말해 아무런 줏대 없이 미국과 북한의 눈치나 보며 부화뇌동, 우왕좌왕, 좌충우돌한다고 밖에 칭찬할 게 없다. 

우리는 그들의 속내를 꿰뚫어 봐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면까지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추악함마저도. 추악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개인이든 단체든 국가든 속에 지니고 있으니까. 다만 그 추악을 사실 그대로 바라보고, 없다고 억지 부리거나 자기 멋대로 왜곡하지 말고, 그 추악스런 기운에 휘말려 꼭두각시 노릇을 하지 않을 만큼 성숙해져야 하리라.

우리가 상식적으로 처신하지 못한다면 미국 안에 존재하는 상식적인 사람들의 지지마저 받지 못한 채 몰상식하고 추악스런 자들의 놀이갯감이 될 뿐이다. 

아마 북한 내에도 양심적이고 세뇌당하지 않은(세뇌를 이겨낸) 진실한 사람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마귀왕들의 어릿광대처럼 굴면 그들은 차라리 궁핍할지언정 북조선이 더 좋다고 강변하며 남한 사람들을 비웃을지 모른다.

이젠 더 이상 누구의 탓을 할 필요가 없다. 미국도 북조선도 우리의 미숙한 조상도 탓하지 말고, 바로 우리들 자신이 올바른 정신을 두뇌 속에 장착하곤 미래 세계를 향해 론칭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바 있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한국 사람들은 대개 미국을 아름답고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라고 믿고 있으나 미국인 자신은 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역사를 한번 훑어보면 알리라.


그들은 힘이야말로 최고 최대의 덕목임을 믿는 사람들이며, 실제로 전쟁을 통하여 성장 발전한 결과 세계를 제패한 국가의 주인공으로서 맘껏 자만심을 즐기고 있는 무서운 존재다.

그네들 스스로 무력 제일국을 영원히 추구하는 판인데 우리가 ‘미국’이라 자꾸 부르면 겉으론 어떨지 몰라도 속으론 아마 가소로워할 것이다.

미국과 사실상 가장 친밀한 일본마저 그냥 쌀을 많이 생산한다는 의미로 미국[米國]이라 부르는데 우리 대한민국은 왜 ‘아름다운 나라 미국’이라고 계속 세뇌된 바보처럼 뇌까리는가.

이젠 명실상부한 이름으로 바꾸든지 또는 그들 자신이 붙인 아메리카로 불러 주는 게 옳지 않을까?(복잡하게 그럴 것 없이 우리들의 마음 자세를 바꾸는 게 훨씬 효율적이겠으나 언제 그런 날이 오랴!) 

북조선의 내면도 겉보기와 달리 복잡하리라. 그들의 호언장담은 사실상 자신감이라기보다 속에 깃든 불안감과 겁 때문인지도 모른다.

쑥대밭된 국토…북 인민 3분의 1 학살 주장
핵으로 국력 좌지우지…미 찬양가 부르는 남

공포스러운 전쟁의 기억! 국토가 쑥대밭으로 변하고 인민이 3분의 1 이상 사상 당한 미군의 무차별 폭격!

그 무자비하고 잔혹한 인간 이하의 만행들, 마치 무슨 게임인 양 히히거리며 벌인 간음과 학살 장면은 생생한 지옥도로서 깊이 각인돼 트라우마성 증오감과 광증 발작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닐까 싶다.(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 내의 일부 정신분석학자들도 수긍하는 모양이다.)

특히 지도부 인사들은 거의 미치광이 수준의 과민반응으로 잔뜩 긴장해 핵무기에 올인하는 듯하지 않은가? 
하숙생들끼리 핵문제를 놓고 토론 벌이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헥, 핵, 핵! 정말 진저리치고 짜증나는군. 아무리 동족이라지만 핵 가지고 지랄칠 땐 모기나 파리보다 더 얄미운 해충처럼 느껴진다니까. 파리채로 탁 때려 죽여 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참 골칫거리야. 제재를 더욱 강화해서 아예 불그죽죽한 피를 말려 버렸으면 속시원하겠어. 쌍것들!”

“그 흉물이라는 핵도 남북 통일이 되면 우리 것으로 변할 텐데 무슨 걱정이여? 그러면 우리도 주변 강대국들이 넘볼 수 없는 나라가 된다구. 통일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핵무기로 대신 받는 셈 치면 되지 않겠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일이지 뭘 그래.”

“세상 모르는 흰소릴 지껄이는군. 북괴 놈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자식들이야, 응? 핵무기를 앞세워 위협한다면 우린 허새비 꼴로 말짱 꽝이야! 놈들의 속셈도 모르면서 그런 헛소린 집어치라구.”


“두 사람 너무 흥분하지 말구 밥이나 먹어. 내가 볼 땐 모두 다 문제가 있어. 북한이 무모한 짓을 벌이는 건 분명 꼴불견이야. 인민 대중은 굶어 죽는 판에 권력층의 자기 보존을 위해 핵 하나에 혈안이 돼 올인하니 말야. 우수한 과학자들을 투입해 방사능의 제물로 삼는 짓은 지탄돼야 해.”

“그렇지, 금수의 탈을 쓴 악귀들!”

“하지만 미국도 그다지 선량한 존재는 아니야. 핵이 그토록 나쁘다면 자기들부터 없애 버려야지. 당장 그러긴 어렵더라도 핵 보유국들끼리 진심 어린 협상을 벌여 차츰 줄여 나가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잖아. 그러면 북한을 제재할 명분이 서고, 북한 놈들 또한 자의반 타의반으로 핵을 포기할 테지.”

“그놈들 꼴통 짓거리 수법을 몰라? 아마 더 땡깡을 부릴걸.”

“만일 그러는데도 지랄치면 극심한 제재를 가해 아예 말라 죽어 버리도록 하더라도 박수치겠어. 제정신이라면 그러지 않을 거야. 그땐 정말 광견 취급을 전세계인으로부터 받을 테니까.”

꼬이는 핵문제


“지금도 광견 같은걸. 그냥 놔두면 한반도를 불바다보다 더 무서운 핵 방사능 지옥으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를 미친개들이야. 얼마 전에 어떤 녀석이 술에 잔뜩 취해 서울역 앞 광장에서 고래고래 소릴지르더라구. 투박스런 북한 사투리로. 무슨 구호 같기도 하고 군가처럼 들리기도 하더군. 징글맞은 새끼들!”

“우리도 술 취하면 그러기도 하잖아.”

“하지만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들더라니까.”

사내는 반주를 한잔 들이켜고 나서 구호인지 군가인지 모를 노래를 불렀다. 장군님은 명사수, 우린 명중탄! 격동 상태 순간에 병사는 산다. 멸적의 방아쇠 당기신다면 단방에 아성을 박살내리라. 라랄 랄랄라….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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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