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끈적한 욕망} 변태적 성도착증 대해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0.09 12: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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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집착’시체와 섹스욕…생리혈에 쾌감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몰카족에서부터 바바리맨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사람들. 우리는 흔히 그들을 성도착증 환자 혹은 변태라고 말한다. 최근 만연한 성범죄와 맞물려 이러한 성도착증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성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성 도착증은 무엇이고, 그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섬섬옥수(纖纖玉手), 가냘프고 고운 여자의 손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여성 손에만 성(性)적인 욕구를 나타내는 증세가 있던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성범죄자 아닌데
그럼 혹시 나도?

지난 7월20일 오전 4시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자취방에서 혼자 자고 있던 여대생 A(19)씨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서서히 정신을 차린 A씨는 자신의 손을 살며시 쓰다듬고 있는 침입자를 발견하고는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고함 소리에 놀란 침입자는 불이나케 도망쳤다.

며칠 뒤 새벽, 인근 가정집에 또 이 추행범이 침입했다.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간 남성은 자고 있는 주부 B(63)씨의 옆에 가만히 앉아 손을 만지기 시작했다. 다른 곳은 만지지 않았다.

잠에서 깬 B씨는 놀라 “사람 살려”라고 소리쳤고, 남성은 바로 도주했다. 이렇게 두 달 동안 서대문·은평구 일대에서 비슷한 내용의 경찰 신고가 6건 쏟아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에 찍힌 범인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여 범인을 붙잡았다.

범인은 마포구의 한 치킨집 종업원 이모(27)씨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의 나이나 외모는 상관없이 밤만 되면 여자 손을 만지고 싶은 욕구를 주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장소도 가정집부터 마사지 업소까지 다양했다. 피해자들은 “손 이외에 다른 곳을 만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이런 성도착 증세가 시작된 것은 중학교 시절부터라고 했다. ‘포크댄스’ 등 단체로 춤을 출 때 잡은 여학생의 손이 야릇하게 느껴지며 집착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서대문경찰서는 이씨를 주거침입과 강제추행 혐의로 지난달 27일 구속했다.

소아성애·자기색정·사체강간 등 사례 다양
단순 호기심 넘어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흔히들 변태라고 부르는 성도착증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타인의 성행위나 벗은 몸을 몰래 훔쳐보는 행위에만 집착하게 되는 관음증에서부터 낯선 사람에게 성기를 노출시키거나 노출 시켰다는 상상을 하면서 흥분을 느끼는 노출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 사춘기 이전의 소아를 대상으로 하여 성적 공상이나 성행위를 하고 싶은 욕구가 나타나는 경우(소아애호증), 이미 사망하였거나 죽어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성적 쾌감을 얻는 경우(시체애호증), 굴욕을 당하거나 매질을 당하거나 묶이는 등 고통을 당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경우(성적 피하증), 이성의 옷으로 바꿔 입음으로 성적 흥분을 하는  경우(복장 도착적 물품 음란증) 등이 이에 포함된다.

‘여자 손’애호증
놀란 모습에 쾌감

성도착증 환자의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30대 독신 남성인 소아신경정신과 의사 C씨는 여섯 살부터 열두 살까지의 이웃 남자아이들을 애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웃사람들은 C씨가 아이들을 특별히 잘 보살피고 도와준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의 체포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조사과정에서 C씨는 “여자들과는 어른이건 아이건 거의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시인하며 “자위를 할 때마다 6살에서 12살 나이 범위의 소년들에 대한 상상을 하곤 했으며, 한 해에 두 번 정도 그 나이의 아이들과 사랑에 빠지는 자신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첫 번째 성경험이 여름캠프를 떠난 6살 때다. 15살인 캠프 보조자가 코스 동안에 수차례 그에게 구강성교를 하게 했는데 그 경험이 항상 남아있었다”며 “자신역시 어린 아이들에게 해를 끼친다고는 믿지 않으며, 오히려 만족스러운 감정을 서로 나눌 뿐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서울에선 여자 옷을 입은 채 자신의 침대에서 사망한 40대 남성이 발견됐다. 그의 입에는 여성용 스카프가 잔뜩 들어 있었다. 또 목에는 개목걸이와 스카프 등으로 조른 자국이 선명했다. 무릎과 두 발도 스카프로 묶여 있었고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었다.

남성의 가족들은 타살이라 주장했지만 국과수는 그의 죽음을 자살도 타살도 아닌 ‘사고사’로 결론지었다. 스스로 목을 맸지만 자살이 아닌 해괴한 죽음을 법의학계 용어로는 ‘자기색정사’라고 한다. 성적 쾌감을 느끼기 위해 끈이나 비닐봉지, 심지어 전기장치 등을 이용해 스스로 뭔가를 하다 사고로 죽는 것을 지칭한다.

법의학계에 따르면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감소하는 순간 몸에는 가벼운 두통과 함께 현기증 또는 꿈을 꾸는 것과 같은 들뜬 기분이 나타나는데 일부 사람들은 이런 미묘한 변화에서 행복감이나 성적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에선 한 고교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져 있는 60대 여성을 성폭행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D(19)군은 18일 오전 3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 60대 여성이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성폭행했다.

이후 D군은 태연히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시신상태가 이상한 점을 발견해 집중 추궁하자 범행을 자백했다. 당시 D군은 경찰에서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운동하러 나왔다가 시체를 발견한 뒤 성욕을 느껴 잘못을 저질렀다.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등 범행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얼마 전 국내의 한 인터넷 게시판엔 ‘내 알몸 좀 평가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올린 남성은 자신의 애인 사진이라며 몇 장의 선정적인 사진을 공개하며 평가를 부탁했다.

그는 자신의 애인 사진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면서 쾌감을 얻는다고 썼다. 특히 성적인 욕구를 표현하는 네티즌들의 욕설에 가까운 글을 보면 오히려 성적인 쾌감까지 든다는 말을 남겨 충격을 주기도 했다.

좁쌀만한 충동
덩어리로 커져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성애와 성적 취향을 갖고 있다. 때문에 색다른 호기심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가끔 음란물을 통해 관음 성향을 충족한다든지, 다소 야한 옷을 입고 쏟아지는 시선을 즐기는 노출을 한다고 해서 변태라고 보긴 어렵다.

일반적인 성애의 범주를 넘어서 타인에게 혐오와 피해를 주고 성충동을 조절하기 힘들 경우, 성도착증이라는 정신질환에 해당한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거나 또는 인간 이외의 대상에서 성적 환상을 느끼고 성적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평소 뚜렷한 증상없어 예방 힘들어
“다양한 방법 원칙에 맞게 적용해야”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도착증은 치료가 어려운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성도착증은 일반적인 정신질환과 달리 평소에 뚜렷한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본인이 자각하지 않으면 문제를 일으키기 전까진 주변인이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미리 치료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대부분의 성적 도착증이 사춘기 시절 이후 발병하게 되므로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성의학 전문가 역시 “성도착은 폭력처럼 단계별로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올바른 방지 대책은 다양한 방법들을 원칙에 맞춰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성범죄 발생 시 강력한 처벌에 따른 강제적 억제력, 성도착적 음란물에 대한 규제, 성을 소중히 여기는 올바른 성교육, 비뚤어진 성충동과 성취향에 대한 교정, 취약한 인간관계와 정서적 안정을 위한 심리치료, 건강한 성으로의 복귀를 위한 재활 성치료, 성충동을 조절하는 각종 약물치료 등 사안에 따라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자의 잠재의식에 좁쌀만한 성도착적 충동이 통제 불가의 암 덩어리로 커지는 불행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약 같은 중독
당신도 위험하다

그들만의 은밀한 쾌락 성 도착증. 그것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줌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는 평생 죄의식 속에서 움츠리게 만드는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정상적인 이성 관계에서 멀어지고 자꾸 한 가지에 집착하거나, 그 내용이 변태적으로 치닫거나, 술만 먹으면 변태적 성욕이 커지거나, 행동화하고 싶은 충동이 꿈틀댄다면 당신도 성도착자, 또는 성범죄의 잠재적 인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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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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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