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서울경찰청장 불기소 시나리오

외부 전문가들은 책임 있다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500일이 돼간다. 고위 공무원 및 윗선에 관한 수사기관의 진상규명 의지는 증발했다. 그나마 경찰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법률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관측만 1년을 넘겼다. 결국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하면서 김 청장의 무혐의 가능성만 커졌다.

10·29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는 윗선 중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만 검찰에 송치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혐의 처분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은 김 청장을 기소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검찰청 차원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기로에서…
관측만 1년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 수사 당시 형사법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김 청장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받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특수본은 지난해 1월 행안부와 서울시, 경찰청, 서울시 자치위원회, 서울경찰청 등 5개 기관 책임자에 관한 혐의 판단을 구했다.

해경 지휘부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 세월호 참사 판례나 경찰서장이 불기소된 일본 아카시시 압사 사고 등 상급자의 과실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국내외 판례가 있으니 김 청장 등의 경우는 어떤지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한 것이다.

특수본은 행안부, 서울시, 경찰청장, 서울청장,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등 5개 기관 책임자에 대한 수사 결과 보고서 초안을 전문가들에게 송부한 뒤 의견을 받았다. 전문가 5명 중 4명은 김 청장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송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청장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수사 결과에 동의한다는 취지였다. 이들은 행안부, 서울시, 경찰청장, 서울시 자치경찰위에 대해선 불송치 내지 입건 전 조사 종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특수본 수사 결과에 동의한다고 밝힌 A 자문위원은 의견서에서 김 청장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진다’고 봤다. A 위원은 김 청장이 참사 보름 전인 10월14일부터 27일 사이 정보분석과·112치안종합상황실 등으로부터 핼러윈 데이와 관련해 보고를 받았고, 참사 당일에도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은 점에 주목했다.

A 위원은 “사상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현저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청장은 인파 관리에 효율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경찰관기동대를 배치하는 등 인명사고의 예방 및 대책을 수립·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이태원 사고 피해자나 사고 발생 장소의 상인 등의 과실이 인명사고의 공동 원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서울청장 등의 형사책임이 부정되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사고 발생 500일…윗선 책임자 처벌 ‘0명’
서부지검 전·현 수사팀 의견 충돌 이유는?

자문위원 B씨는 의견서에서 “예년의 경우 관례적으로 기동대가 투입되어 인파 관리를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만 예외적으로 기동대가 투입되지 않은 데는 모종의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면서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경찰 지휘부 혹은 외부서 기동대 투입을 막은 존재는 사고 발생에 공동정범의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김 청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청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에 회부했다. 대검찰청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직권으로 15일 김 서울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수심위를 개최한다.


김 청장이 수심위에 회부된 것을 두고 서부지검 전·현 수사팀 간 갈등이 표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9월 바뀐 서부지검 현 수사팀은 세월호 참사 사건서 해경 지휘부 전원이 무죄를 받은 점,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건 항소심서 공무원들이 무죄 혹은 감형 판결을 받은 점 등을 들어 김 청장을 불기소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다.

반면 서부지검 전 수사팀은 김 청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 사건과 관련한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의 공소장에 ‘참사 전 김 서울청장에게 인파 집중 위험성이 보고됐으며, 김 청장이 이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기재했다.

기소 의견
책임 명확

서부지검 전 수사팀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지휘부의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한 판례를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구은수 전 서울청장이 유죄를 확정받았던 게 대표적이다. 구 전 서울청장은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서 살수차 운용 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법원은 “이 사건 집회·시위의 총괄 책임자로서 사전에 경찰과 시위대에 부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했다”며 벌금 1000만원을 확정했다.

서부지검 전·현 수사팀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으나 이 총장이 직권으로 김 청장을 수심위에 넘긴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거세다. 검찰 내부서도 면죄부를 던져준 것이라는 불만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 한 관계자는 “수사 지휘부서 김 청장을 재판에 넘길 의지가 있었으면 굳이 수심위를 열 필요가 없었다”며 “여러 판례가 존재함에 따라 기소 후 무죄 가능성 등 정치적 이유와 역풍 등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지검 관계자도 “전 수사팀 관계자들이 정말 열심히 수사해왔다. 유족분들의 눈높이를 맞추려 애썼지만 대검서 김 청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반대하는 분위기였던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청장의 불기소 가능성은 적지 않다. 이태원 참사 재판서 피고인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의 입증과 인과관계에 관한 재판부의 판단이 길어지고 있다. 김 청장이 기소된다고 해도 같은 혐의를 받는 만큼 재판서 무죄를 받을 가능성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실상
면죄부?

현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진행 중인 재판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용산경찰서 관계자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 정보외사부장 등 경찰 정보라인 관련자 ▲최재원 용산구보건소장 재판 등 4가지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비롯한 용산경찰서 관계자들은 보석으로 풀려난 뒤 직위 해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핼러윈을 앞두고 10만명 인파 운집이 예측된다는 보고 및 참사 당일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를 받고도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등)를 받는다.


또 이 전 서장과 그 관계자들은 참사 현장 도착 및 경찰 구조활동 내역을 허위로 기재하도록 지시 및 기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도 받고 있다. 이 전 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무전 내용만으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어려웠다거나 허위 기재 지시 및 작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밀집 위험을 예측한 정보보고서 등을 참사 직후 폐기하려 한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 정보외사부장 등 3명 역시 혐의를 부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폐기 절차가 규정에 따른 올바른 직무수행이었다고 결백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측은 기자 브리핑서 “참사 관련 정보보고서 7건 중 4건이 삭제됐고, 핼러윈 행사 관련 정보보고서가 다수 제작됐지만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총장 직권으로 수심위 회부
김광호 무혐의 가능성 커져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박 구청장 등 관계자 4명에 대한 재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가 예측 불가능한 행사였으며 주최자가 없었기 때문에 관리 책임 또한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용산구청 실무자들도 책임을 경찰 측에 떠넘기고 있다. 서울시 인사위원회 측에선 이들에 대해 공무원직무상 의무 위반 등에 따라 징계 절차를 의논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들 공판이 동일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선고기일을 최대한 맞추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박 전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공판의 경우 이달 안으로 1심 선고를 예고한 상황이다.

서부지검 전 수사팀은 지난해 말까지 현 수사팀에 “김 청장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피력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부지검 전 수사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임재 전 서장의 혐의와 김 청장의 혐의가 비슷한 게 아니라 같다. 이 전 서장을 넘겼는데 김 청장을 못 넘길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향후 책임과 혐의 인정은 재판부가 판단할 몫이다. 정치적 이유를 왜 고려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전 서장의 재판서 검찰은 ‘핼러윈 데이를 맞아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린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고 발생까진 예상하지 못했더라도 인식 없는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해 과실범으로 기소한 것이지, 사고 발생 가능성을 알았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므로 고의범으로 기소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서부지검 전 수사팀에 따르면 김 청장은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여러 차례 전달받았다. 이 전 서장 혐의의 핵심이 되는 ‘인파가 몰릴 것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적절치 대처하지 않았다’는 논리와 일치한다.

서부지검 초기 수사팀도 김 청장의 혐의를 인정했고, ‘구속 기소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냈었다.

검찰 내부
갈등 표출?

기소를 뒷받침하는 판례가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대표적이다. 실제 검찰은 이 전 서장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해당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들(제조·판매사 대표)이 ‘위험성을 알리는 자료를 몰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몰랐으니 업무상과실치사상이지)그 자료를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 고의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문에 적시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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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득표율 49.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각각 기록했다. 넘지 못한 과반의 벽 잠정 집계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3%p 높은 79.4%였다. 이는 지난 1997년 투표율 80.7%를 기록한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대선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입 모아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0.7%p이었던 만큼 이번 역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 김문수 후보는 39.3%로 두 후보간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과반이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자 김 후보가 40%대로 진입한 반면 이 대통령은 50%를 넘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89만표인 8.27%p였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4%만 더 얻어서 55%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동안 공을 들인 TK(대구·경북)서도 약세를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서 김 후보가 67.62% 득표한 반면, 이 대통령은 23.22%에 그쳤다. 경북서도 김 후보는 66.87%, 이 대통령은 25.52%로 지난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격차가 크지 않고 보수 지역서 30%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제시된다. 40% 지지율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리는 방식이었지만, ‘찐명’으로 꼽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마당에 더는 국민의힘이 손쓸 방법이 없다. 빗나간 출구조사…TK도 20%대 ‘뚝’ 여대야소 정국 ‘동물 국회’ 재연? 이번 하반기 국회가 역대급 ‘혐오 정치’로 얼룩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취임 선서식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 메뉴를 비빔밥으로 준비했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대한민국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머뭇거릴 새도 없이 이 대통령은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함께 국정을 운영할 내각 구성도 시급하다. 당분간은 윤석열 전 정부 출신인 각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76일 만에 전원 ‘문재인의 사람들’로 불리는 국무위원과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진행했는데, 이때 통일·외교·안보 기조가 다른 박근혜정부 인사가 함께였던 만큼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새 내각 구성 전까지는 ‘윤석열의 사람들’과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내각 전부를 임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수선한 여의도 안팎 국무위원 선출을 위한 인사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이동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박장범 KBS 사장 후보까지 피 튀기는 청문회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공수교대가 이뤄진 이번 청문회서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다섯 건의 재판도 주목된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대선 정국서 불거진 아들 도박 의혹도 논란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본인의 재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꼬집으며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재판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는 지난달 1일 대법원이 1심의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만일 재판부가 예정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이때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다루는 헌법 제84조의 해석 논란도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막 내리는 용산 시대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 독재’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영빈관과 녹지원, 상춘재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은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며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산으로 가는 게 맞다. 대통령실 이전은 큰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 (수리) 기간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 후보이던 시절에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고민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해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어디 딴 데로 가기가 마땅치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혈세를 들여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을 쓰면서 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집무실 환경에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서 가진 첫 기자회견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 전원을 복귀시켜버린 모양”이라며 “곧바로 다시 원대복귀 명령을 해서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기환송 선거법, 재판부 의지에 달려 청와대 복구, 극우 반격…험난한 여정 대통령 집무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만큼 보안과 경호 등이 늘 지적 대상이 됐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100% 개방된 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보안 작업을 거친다면 올해 안에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등 제3의 장소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극우와의 싸움과 테러 위협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 옹호, 탄핵 반대 그리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중심의 극우 성향 단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동을 이어갔다. 광화문서 지지자들과 개표를 기다리던 전 목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자” “불법 선거, 부정 투표”라고 소리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의 관외 회송용 봉투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문자 그대로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해서 투표 안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선관위를 도저히 믿을 수 있겠나”라며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말했다. 현실 부정 테러 위협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망상에 불과하다.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이라고 일축하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분들께선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