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63)모리배들의 권력적 횡포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01.02 08:00:00
  • 호수 1460호
  • 댓글 0개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그러고 보니 한 며칠 못 들어본 것 같네요. 대체 뭔 일이죠?”

“혹시 문화 예술인 블랙리스트라고 모르세요?”

“알긴 알죠. 그럼 혹시…?”

“아마 거기 찍힌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허 참….”


나는 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자기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요즘 같은 대명천지에 검은 살생부를 만들어 예술가들의 창조성을 얽어 맨다는 건 상식 이하의 폭거였다.

변질된 통일

그런 아이디어를 누가 제안하고 누가 허가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난 그 무렵부터 우리 여대통령이 살짝 미치지 않았는지 의심했었다. 

아마 애초엔 수하의 똘마니들이 권력적 횡포로 벌인 짓이었겠으나, 문화 예술인들이 차가운 거리로 나서서 부르르 떨며 부당성을 외치는데도 일언반구 없는 채 계속 밀어붙였다는 건 그녀의 의도가 투영된 ‘정책’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아버지 박통으로부터 배운 방법이었는지 모른다.

고古 박통 또한 1960~70년대 독재 시절에 자기 입맛을 거스르는 문화 예술인들은 억누르고 투옥했으며 심지어 죽이기까지 했다. 그에 비하면 가볍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 당시 수많은 대중 가수와 민중 가수들이 불온스런 노래를 부른다는 죄목으로 이른바 대마초 사건에 얽어 매여 연예계로부터 퇴출당했었다.

금지곡 혹은 불온 가수라는 빨간 딱지가 붙는 순간 예술 활동을 할 수가 없는 비극 시대였다.


“혹시 노래 가사 때문인가?”

술잔을 손에 든 가수가 독백처럼 말했다.

“글쎄, 그럴까요?”

나는 속으로 가사를 가만히 되새겨 보았다.

“통일이나 분단을 대박 또는 쪽박으로 표현해서….” 

가수는 유리잔을 꽉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대통령께서 대박이라고 공언했는데 쪽박이라 노래한다고 삐졌을까?”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럴지도 몰라요. 정말 어이가 없어서….”

그는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또 술을 마셨다.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가사를 쓸 때 불찰이 좀 있었는지 몰라도, 난 그냥 사실대로 썼을 뿐이에요. 통일이 대박이 될지 쪽박이 될지, 분단 상태가 쪽박인지 대박인지 누구도 확실히 모르니까요. 그래서 국민들도 속으로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있고 말예요. 노래를 듣기도 하고 부르기도 하면서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뿐인데….” 

“맞아요. 작곡가 선생님도 가사가 재미있다면서 흔쾌히 착수하신 거예요. 쉽게 곡을 주시는 분이 아닌데….” 


“자, 속풀이 술이나 한잔 쭉 마십시다. 오랫동안 꿈꾸어 온 일이라 저보다 훨씬 마음이 쓰리고 답답하시겠지만 여기서 포기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분명 있을 거예요. 가왕 조용필 씨도 옛날 박통 시절에 억울하게 대마초 가수로 낙인 찍혀 방황의 위기를 맞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슬기롭게 노력해 한 차원 높은 새로운 노래의 세계를 열었다잖아요.” 

“그동안 밑바닥을 실컷 기어 본 것도 이럴 땐 좀 도움이 되는 것도 같네요. 그래도 이 소주 한 잔에 섞인 얘기가 없었다면 꽤 씁쓸했을 거예요.” 

정권 비판 문화예술인들 ‘빨간 딱지’
뒷거래 이득으로 욕망 추구한 권력자

우리는 건배를 하곤 깊어 가는 밤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인생담을 나누었다. 

여대통령은 날이 갈수록 어딘지 모르게 점점 더 이상스러운 낌새를 보이고 있었다. 그 실상이 뭔지는 흑막 속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아직 잘 알 수가 없었다.

일반 국민들의 가슴속에 의혹이 싹튼 이유는, 정치를 잘 하지 못해서라기보다 그녀의 모습이 상상 외로 변해 갔기 때문이었다.


불과 얼마 전의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보여 줬던 미숙하나마 일면 강직스러워 보인 기색은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채 생동적인 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인형처럼, 그녀 자신의 본래 정체성이 희미해져 가는 듯싶었다. 

얼굴도 언행도 왠지 모르게 바뀌어 국민들은 차츰 의아스러워했다. 비판자와 중도적인 국민들뿐만 아니라 열혈 지지자들마저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문고리 3인방이니 특수 종교인이니 자매 친구 멘토니 뭐니 하며 나날이 의혹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졌건만 정신차려 국정을 바로잡을 만한 소위 ‘우주적 초능력’은 발휘하지 못했다.

통일 대박이란 캐치프레이즈도 누군가 흑막 뒤에서 지시해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지금 여기서 대한민국 최초의 여대통령을 욕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을 부추겨 정치판으로 끌고 나온 자들, 아버지 박통의 후광에 눈이 먼 채 투표로 딸을 대통령으로 뽑아 준 유권자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는지도 모른다.

북한의 3대 부자간 세습을 가장 비난하고 욕하던 사람들이 아마 박통 부녀에게 가장 많은 표를 주었을 듯싶은데, 뭔가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혹은 다른 까닭이 있었는지 궁금한 노릇이다. 

그 무렵엔 웬일인지 통일 대박론도 슬그머니 꼬리를 감춰 버렸다. 국정은 난장판이었고 나라의 앞날은 오리무중 상태였다. 집안 단속하기도 어려운 판국이라 통일 운운하기는 먼 세상 얘기일 터였다.

어차피 애초 통일은 그들의 노리개가 아님이 드러났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통일이란 권력자 모리배들의 뒷거래 이득이 아니라 우리 민중의 몫이다.

통일을 통해 뭔가 고차원의 이익을 얻으려 한다면(즉 가진 자들만의 욕망 추구), 설사 결합되더라도 반목으로 인한 쟁투가 심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이미 너무나 많이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담백한 심정으로 흐르고 흘러 두물머리 세물머리에서 합쳐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강물처럼 남북의 민중들이 바로 통일 주역이 되어야 한다.

자기네들이 물(국민) 위에 떠 가는 배라고 비유하는 정치꾼들의 자만을 뒤집어엎고 우리 스스로 물꼬를 터 만나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민중의 가슴엔 통일 염원이 늘 한강과 대동강처럼 흐르건만, 제 잘난 위정자들은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거기에 철조망을 치고 있다.

국민의 몫

피 흘리는 반쪽짜리 가슴이(더 나아가 반쪽짜리 머리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남북 코리아(그리고 민중들)의 현실이다.

반쪽 가슴과 머리로 참 대단한 기적 같은 업적을 이루어왔지만 문제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건 정체된 위험한 앙금처럼 우리의 내부에 쌓여 있다. 

통일은 그런 식이 아니라 좀 더디고 어려울지언정 삿된 길보다 정도를 택해야 한다. 어둠보다는 밝음 속에서, 억지보다는 자연스럽게, 무력 정복보다는 화해 협력을 통해 가시밭길을 한 걸음씩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