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새 생명 주고 떠난 천사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26 15:02:27
  • 호수 14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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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갔지만 숨쉬고 있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39명. 올 한 해 동안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의 숫자다. 한 사람이 장기기증을 해서 최소 3명의 사람을 살렸다고 하면, 올 한 해 장기기증으로 인해 새 생명을 얻은 사람은 100명이 넘는다.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을 장기기증으로 선택한 가족은 “어디서든 살아있길 바란다”는 마음이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장기이식 대기자는 5만명인 반면, 뇌사 장기 기능자는 405명에 불과했다. 장기이식 대기자는 매년 약 2000명씩 늘고 있는데 기증자는 해마다 줄어드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장기이식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증자가 없어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고도 설명된다. 장기이식이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장기이식에 대한 국민의 인식개선 때문이다. 

해마다 
줄어들어

국내 장기조직 기증 희망등록률은 2021년 4.5%로 미국은 15배인 60%에 달한다. 뇌사 장기기증 제도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0월3일 국립 장기조직 혈액관리원에 따르면 한국의 장기이식 대기자는 2019년 4만253명, 2020년 4만3182명, 2021년 4만5843명, 지난해 4만9765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반면 뇌사 기증자 장기이식 수는 2019년 450명, 2020년 478명, 2021년 442명, 지난해 405명이었다. 지난 9월 기준 뇌사 판정 장기 기증자는 380여명으로 집계돼 연말까지 합산하면 지난해보다 다소 증가했지만, 이식 대기자 수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충분한 숫자는 아니다.


국제장기기증이식등록기구(IRODaT)에 따르면 한국 인구 100만명 당 장기기증자 수(pmp)는 ▲2020년 9.22명 ▲2021년 8.56명 ▲지난해 7.88명 등으로 집계됐다.

한국과 달리 해외 뇌사 장기 기증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뇌사 장기 기증자 pmp는 ▲2019년 36.88명 ▲2020년 38.03명 ▲2021년 41.6명 ▲지난해 44.5명으로 2~3명 꼴로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에 비하면 지난해 8명이 늘었다.

스페인, 프랑스, 영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스페인 인구 100만명 당 기증자 수는 46.03명으로 2년 전보다 9명 정도 늘었다(2021년 40.8명, 2020년 37.97명).

프랑스도 지난해 24.70명으로 2년 전(23.15명)보다 1명 늘었으며 영국은 지난해 21.08명으로 역시나 3명이 늘어난 수치였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 기증자가 100만명 당 7.88명으로 미국의 17%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년 전과 비교하면 1.3명 감소했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것은 장기조직 기증 희망등록률이다. 장기조직 기증 희망등록은 뇌사 상태 또는 사망 이후에 장기 및 인체조직을 기증하겠다고 본인의 의사를 밝히는 행위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희망등록률은 4.5%로 기록됐다. 장기기증 선진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60%에 달하는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장기기증에 대해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라는 인식 변화가 생겨야 한다. 희망등록을 했다고 무조건 기증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으로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적인 기술은 이미 높아져 있지만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더 개선되지 않아 등록률이 낮고, 사회적 논의가 정체된 상태다. 희망등록률이 저조해지면 법적 기준이나 제도도 마련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천사는 언제나 존재한다. 지난 21일 기준, 올 한 해 장기기증을 하고 천사가 된 사람은 39명이었다. 이들의 연령, 성별, 직업은 다양하지만 많은 생명을 살렸다는 것과 선한 결정을 내린 가족이 옆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기기증 대기자 5만명
지난해 기증자는 405명뿐

올해 첫 번째 장기 기증자는 송세윤(6)군이다. 지난해 12월28일 제주대학교병원서 송군이 뇌사장기 기증으로 심장, 폐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짧지만 아름다운 생을 마감했다. 송군은 태어나자마자 장티푸스 질환으로 수술했다. 그렇다고 건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수술 후 여느 아이와 다르지 않게 건강하게 자랐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1일 송군은 갑작스럽게 구토와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심장마비가 와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회복이 어려운 뇌사 상태였다. 가족은 갑자기 쓰러진 아이를 그대로 떠나보낼 수 없어 어디선가라도 살아 숨쉬길 바라는 마음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제주서 태어난 송군은 밝고 활동적이며, 자기보다 어린아이들을 돌보며 항상 양보하는 성격으로 돈까스와 짜장면을 좋아하는 착한 아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또 자동차를 좋아해 아픈 자동차를 고쳐주는 정비사를 꿈꿨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군의 어머니 송승아씨는 “세상 엄마 중에 저처럼 아이가 아파서 힘들어하는 엄마들도 있을 텐데, 세윤이의 몸 일부가 어디선가 살아서 숨을 쉬고 기증받은 아이와 그 가족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아들을 떠나보내며 “세윤아. 엄마야. 이제 엄마 걱정하지 말고, 하늘나라에서는 다른 아이들처럼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살아. 매일 사탕, 초콜릿 먹지 말라고 잔소리만 한 것 같아서 미안해. 세윤아. 엄마가 사랑해. 늘 엄마가 생각할게”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지난 4월14일에는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던 A(11)군이 장기기증을 통해 3명의 생명을 살렸다. A군은 간장과 신장(좌‧우)을 3명에게 기증했다. 경남 창원서 외아들로 태어난 A군은 24주 만에 출생해 100일을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었다.

태어날 때 힘든 고생을 한 소중한 아이라 가족 모두 사랑으로 키웠고, 친구에게 먼저 다가갈 줄 아는 친절하고 다정한 아이였다고 한다.  A군은 지난 4월3일, 등교를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시내버스에 치여 쓰러진 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39명…
선한 결정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놀라고 두려웠을 A군이 사고 순간, 바로 떠나지 않고 기다려준 것은 주변에 사랑을 주고 가려고 한 것으로 생각하고 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11년의 세월을 열심히 살아온 아들이 짧게라도 세상에 발자취를 남기길 원했다.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길 아이도 원했을 것 같다고 전했다.

A군의 어머니는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엄마가 끝까지 지켜준다고 했는데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다음 생에는 네가 원하는 최고의 몸으로 태어나서 이번 생애에 못다 이룬 꿈을 꼭 이루길 엄마가 기도할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내 아들.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어린이집 교사였던 김미경(43)씨는 어린이날을 일주일 남짓 남겨두고 뇌사 상태에 빠져 3명에게 장기를 기증해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김씨는 지난 4월26일 중앙대병원서 심장, 간장, 신장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숨졌다. 김씨는 지난 4월15일 자택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김씨가 하루라도 더 살아 숨쉬길 바라며 안타까워했지만, 김씨 몸의 일부라도 이 세상에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경기도 광명서 1남1녀 중 첫째로 태어난 김씨는 활발하고 남의 어려운 일을 보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착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어린이집 교사로 20년 넘게 근무하는 동안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가족들에게는 어린이집 교사 일을 하면서도 바쁜 남동생 내외를 위해 어린 조카 2명을 돌보고, 바쁜 부모님을 도와 집안일까지 도맡아 하는 든든한 딸이었다.

김씨의 어머니 김순임씨는 “엄마가 우리 딸 고생만 시킨 것 같아서 미안하고, 늘 가슴속에 품고 살게. 천국에 가 있으면 따라갈 테니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며 눈물을 훔쳤다.

30대 아빠인 김민규(38)씨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뇌사 상태가 돼 4명의 생명을 살린 후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지난 4월7일 이대 서울병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신장(좌·우), 폐를 기증했다. 평소 건강했던 김씨가 뇌출혈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 3월28일이었다. 두통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비보를 듣게 됐다.

“그곳에선 
아프지 마”

바로 병원서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점점 악화됐고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남은 가족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8살배기 어린 딸에게 아빠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마음이 아팠던 가족은 딸이 아빠를 ‘아픈 사람들을 살리고 하늘나라에 간 멋지고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김씨는 밝고 활발한 성격이었고 딸과 잘 놀아주던 자상한 아빠였다. 주위에선 ‘딸바보’라고 불렸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지나가지 못하고 돕고 베푸는 사람이었다고 유족은 전했다.

김씨의 아내 정민정씨는 떠난 남편이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항상 웃으면서 지내길 기원한다. 딸 지아에게는 아빠의 심장이 누군가의 몸에서 살아 숨 쉬고 있으니 지아와 언제나 함께 있는 거라고 이야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학생도 뇌사 장기기증을 했다. 지난 6월27일 서울 아산병원서 이주용(24)씨가 뇌사장기기증을 통해 6명의 생명을 살리고 별이 돼 떠났다. 이씨는 4학년 1학기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가족과 식사 후 방으로 들어가던 중 쓰러졌다.

이를 발견한 동생이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이씨의 가족은 이씨가 다시는 깨어날 수 없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젊고 건강한 이들이 어디선가라도 살아 숨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이씨는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 췌장, 안구(좌·우)를 기증해 6명의 생명을 살렸다.

가족들은 이씨가 쓰러진 날, 몇 차례나 위기가 있었는데 기증하는 순간까지 견뎌준 것이 존경스럽고 고마운 일이라고 감사해했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대로 떠나갔다면 견디지 못했을 텐데 이별의 준비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어디선가 살아 숨쉰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게 하느님이 지켜준 것 같았다고도 했다. 

이씨의 외할머니가 오랜 기간 신장 투석을 받고 있어서, 병마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기증받은 사람과 가족이 행복하길”
“사랑과 생명이 잘 전달될 수 있길”

서울서 2남 중 첫째로 태어난 이씨는 밝고 재밌는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해 인기가 많았던 데다, 집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어울리며 함께하는 것을 좋아해 가족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씨는 다방면에 재주가 많았는데 활자 중독일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했고, 조깅과 자전거를 즐겨하며 꾸준한 운동을 해왔다. 또, 구리시 구립시립청소년 교향악단과 고려대 관악부서 플루트를 연주하며 음악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이씨의 어머니는 “주용아, 정말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 매일 아침 주용이의 방을 보면 아직 잠들어 있을 거 같고, 함께 있는 것 같아. 엄마가 못 지켜준 거 미안하고, 떠나는 순간은 네가 원하는 대로 된 거라고 생각해”라며 “우리 주용이 너무 사랑하는 거 알지? 주용이가 엄마 우는 거 싫어하는지 아는데, 조금만 울 테니 이해해 줘. 사랑해 주용아”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씨의 기증 과정을 담당한 조아름 코디네이터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주용님이 깊은 사랑을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사랑이 새 삶을 살게 되는 수혜자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며, 숭고한 생명나눔이 잘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일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준비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진 5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떠나기도 했다.

지난달 1일 뇌사 상태였던 박세진(59)씨가 단국대병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

박씨는 지난 10월27일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준비하던 중 쓰러졌다. 뇌출혈로 인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박씨가 다시 일어날 수 있길 기도했지만, 의료진으로부터 적극적인 치료와 수술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족들은 평소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던 박씨가 삶의 끝에서 좋은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박씨의 신체 일부분이라도 누군가의 몸 속에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큰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천안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박씨는 쾌활했고, 어려운 시절을 지내와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보면 늘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박씨의 배우자 김영도씨에 따르면 박씨는 한국전력서 환경미화 근로자로 17년간 일을 하면서 어디 한 번 놀러 가지도 못했다. 또 10년 전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89세가 되도록 모시면서 힘들다는 불평 한 번 없었던 자상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남의 일?
나의 일!

김씨는 “나 만나서 고생만 한 것 같아 미안하다. 다음에 더 좋은 세상서 호강시켜 줄 테니, 그때까지 하늘서 잘 지내고 있어 달라. 사랑한다”고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올 한 해 숭고한 생명나눔을 실천해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면서 “주신 사랑과 생명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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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노 차준영’에 1조 물린 DL이앤씨···손배 소송전 전말

‘에테르노 차준영’에 1조 물린 DL이앤씨···손배 소송전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DL이앤씨가 시행사 시티원 차준영 회장과 다툼 중인 1조원대 공사비 정산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2월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보도에서 소송전의 내막을 설명했다. 이에 관해 차 회장은 “허위 보도”라며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항소심 재판을 최초로 언급한 <이데일리> 보도와 판결문 등을 종합하면, 통일동산 공사비 소송의 규모와 구조 자체는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차준영 시티원 회장은 통일동산 사업의 손실 구조를 발생시키고 떠난 뒤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으로 변신했다. 넥스플랜은 한 채에 200억~40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사다. 18년째 흉물 방치 서울고등법원은 2026년 2월5일 선고한 항소심에서 DL이앤씨가 제기한 공사 대금 등 청구 사건과 관련해 시티원 측 항소를 기각했다. 1심 인용액 약 5184억원을 유지하면서 추가 청구액 약 45억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금 기준 약 5229억원 규모의 채권이 인정된 것으로 나타난다. 판결문에는 기성 공사 대금, 연대보증에 대한 구상금, 대여금 채권이 각각 구체적으로 산정돼있다. 일부 채권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7%의 지연이율이 적용되는 구조도 확인됐다. 지연손해금까지 합산할 경우, 시티원과 차 회장의 최종 부담액이 총 1조원에 이를 수 있다. 일부 채권의 이자 기산일이 2009~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데다 지연손해금까지 적용하면 실제 지급 총액은 1조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DL이앤씨는 시티원과 공사비 4125억원, 공사 기간 28개월 조건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파주 통일동산 관광숙박시설 사업에 착수했다.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경기 파주시 탄현면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울렛’ 인근에 지하 3층~지상 15층 규모 관광숙박시설(1265실)을 새로 짓는 사업이다. DL이앤씨는 2006년 12월 시티원과 도급계약을 맺고 이듬해 11월 착공에 나섰다. 2008년 9월 사전청약을 실시했으나, 청약률이 9%(118실)에 그쳤다. 사전 청약자들은 잇따라 해약에 나섰고 시티원은 본 계약에 나서지 않았다. DL이앤씨는 결국 공정률 33% 수준이던 2008년 12월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 12년 만인 지난 2020년 8월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한 기성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 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 등 총 573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와 공사비 소송 패소 최종 부담액 1조500억원 추산 차 회장은 도급계약상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 내 공사를 완료해야 하지만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DL이앤씨가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의 5%)과 미래 분양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 등 총 5327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반소했다. DL이앤씨는 “시티원이 도급 계약상 의무인 콘도 분양을 사실상 포기해 공사 대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돼 이에 불가피하게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차 회장은 “분양률이나 공사비 지급 여부와 무관하게 DL이앤씨에게 기간 내 공사를 완료할 책임 준공 의무가 있다”고 맞선 것이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까지 투입한 기성 공사비와 연대보증에 따른 대위 변제금, 대여금 등을 합산해 소송을 제기했다. 시티원 및 차 회장 측은 책임 준공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반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사 대금을 지급받기 어려운 현저한 사유가 발생해 불가피하게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판단해 반소를 기각했다. DL이앤씨 측은 현재 차 회장 통장과 부동산에 대해 압류 조치를 취해둔 상태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강제집행 절차를 통한 채권 회수에 적극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 12년 만인 지난 2020년 8월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차 회장은 통장 등이 압류되자, 친형인 차대영 명의 계좌를 빌려 에테르노 압구정의 분양 계약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분양금이 넥스플랜으로 이체된 사실도 거래 내역서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차 회장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로드맵은 내용증명을 통해 “본인(차 회장)은 해당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며, 5184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 사실이 없고, 계좌 압류나 자금 유용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문에는 거액의 채권 인용 사실이 명시돼있고, 차 회장이 사건 당사자로서 소송에 참여한 구조가 확인된다. 상상 초월 손배 액수 <일요시사>는 앞선 보도에서 통일동산 사업 1심 판결 규모와 함께, 차 회장의 또 다른 사업지인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 과정에서 제기된 자금 흐름의 수상한 점을 다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시티원과 차 회장의 현재 회사인 넥스플랜은 최근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티원의 2024년 말 기준 부채 총계는 약 6289억원으로 자산(약 1359억원)을 약 4930억원 초과했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4930억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은 전무한 채 판관비와 이자비용 등 비용만 쌓이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판결 확정 및 강제집행 절차가 진행될 경우, 사업과 재무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DL이앤씨 측이 채권 보전을 위해 압류 조치를 취한 만큼, 실제 집행 단계에서 어떤 자산이 대상이 될지도 향후 관전 포인트다. 차 회장이 현재 운영 중인 넥스플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넥스플랜의 2024년 말 기준 부채 총계는 약 5432억원으로 자산(약 5244억원)을 약 188억원 초과했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188억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당기순손실은 약 214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분양·용역 합산 약 669억원을 기록했지만 판관비가 전년(약 131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약 399억원에 달했다. 이자비용도 약 261억원에 이르러 영업손실 약 111억원을 포함한 세전 손실 약 214억원이 발생하는 구조다. 넥스플랜은 현대건설과 손잡고 가수 아이유 등 유명인들이 분양받은 강남 초고가 하이엔드 주거 단지 ‘에테르노 청담’을 완판한 데 이어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29세대 규모의 ‘에테르노 압구정(총분양 예정가액 6860억원)’을 개발 중인 시행사다.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시티원과 관련 계열사의 재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에테르노 분양 자금이 신탁 구조 안에서 적정하게 관리됐는지도 쟁점이다. 부실한 재무 판관비만 ↑ 통일동산은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임진각, 출판단지와 인접한 관광 요지로 주목을 받았다. 2004년 조성된 통일동산 지구의 핵심 숙박시설로 기대를 모았지만, 장기간 방치되면서 관광특구의 경쟁력 약화와 도시 이미지 훼손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동안 시는 ‘부동산투자이민제 지구’ 지정, 국토교통부 방치건축물 정비 선도사업 공모 추진 등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시티원 측은 전면 철거 후 아파트 단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DL이앤씨와 공사비 정산 갈등으로 인해 흉물로 남겨졌다. 현재는 지구단위계획 변경 가능성까지 거론되나 특혜 논란 우려도 적지 않다. DL이앤씨는 채권 확보를 위해 관련 자산 압류 조치를 취한 상태로, 판결 확정 시 강제집행에 나설 방침으로 전해졌다. 다만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시티원의 재무 여력이 취약해 실제 채권 회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지역사회에서는 “더 이상 흉물 방치를 용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자유로를 따라 오두산통일전망대, 임진각 방향으로 진행하다 보면 앙상한 공사 현장이 도드라지는 등 통일동산 미관을 해치고 있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채무 정리 이후 사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관광숙박시설 원안 복원, 주거·복합개발 전환, 공공 주도 방식이나 자력 재개 등 여러 방안이 가능하지만 결국 사업 주체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창호 파주시 의원은 “2009년 4월 공사가 중단된 후 장기간 방치돼 지역의 흉물로 남아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며 “10년 이상 방치되니 짓다가 중단된 건물들이 시커멓게 변해 점점 더 흉물스러워졌다”고 밝혔다. 차가원-MC몽 불륜설 제보 배우 데리고 카지노 동행 탄현면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공사가 중단된 콘도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많이 보았다”며 “공사 중단 건축물로 인한 도시 미관 저해, 덩달은 주변 지역 쇠퇴화가 이어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DL이앤씨가 시행사 시티원과의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지만 시티원 측은 항소심 패소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티원(회장 차준영)은 2월24일 DL이앤씨가 낸 파주 통일동산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한편, 차 회장은 영화배우 김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 회장이 워커힐 카지노 VVIP의 자격을 갖출 수 있었냐는 것이다. 차 회장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 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 회장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또 자신의 친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눠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MC몽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재차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 회장이다. 제보에 따르면 “차 회장이 MC몽의 해외 원정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압구정 모 샤브샤브 식당에서 식사를 접대했다”고 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이 관계자와 나눈 카카오 톡 대화에서 “차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VVIP라 가능? 간 큰 회장님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또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