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용산구 소재 라흰갤러리서 신혜림 작가의 개인전 ‘시간의 비가 내린다’를 개최했다. 신혜림의 공예 작업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이서 형성되는 복합적인 관계와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삶의 물결 위로 싣는 바람직한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신혜림 작가는 이번 개인전 ‘시간의 비가 내린다’서 공예의 근본적인 요건을 층별로 구획된 전시 공간에 하나씩 풀어냈다. 공예의 맥락과 전통 안에서 신혜림의 작업이 ‘삶과 정신의 거울’로서 어떻게 의미를 찾아가는지 모색했다.
물의 순환
‘시간의 비가 내린다’는 전시 주제는 신혜림의 작업세계를 관통하는 개념이다. 신혜림의 공예서 시간의 흐름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바로 하루하루를 축적한 ‘반복’이다. 지하 전시장에 설치된 정방형의 평면 작업은 반복성이 어떻게 시간성으로 직결되는지 잘 보여준다.
신혜림은 이 작업을 ‘벽을 위한 사물’로 명명했다. 이 같은 작업은 금속에 실을 덧대어 선을 이룰 때까지 감고 이 선을 쌓기를 다시 수십번 반복해 완성된 집적의 소산이다. 작업을 구성하는 모든 가닥은 곧 작가가 오랜 시간 집약한 시간이 된다.
전시 공간 1층에서는 그림으로 만든 브로치 장신구를 ‘몸을 위한 사물’로 선보인다. 신혜림의 브로치는 작가가 비를 주제로 직접 그린 그림의 캔버스 천을 돌돌 감고 압축한 후에 금속의 틀 안으로 모아 평평한 형태로 가공한 결과물이다.
그의 브로치는 장신구의 본질에 맞게 신체를 보완한다. 그러면서도 브로치가 가슴 부위에서 떼어져 나와 벽이라는 다른 맥락에 부착돼도 관람이라는 또 다른 기능을 지니도록 장신구가 가진 쓰임의 가치를 새롭게 책정하고 있다.
하루를 축적한 반복
모든 이의 공통분모
신혜림은 몸을 위한 사물서 공예의 쓰임을 연장하고자 했다. 공간 내에서 공예품이 갖는 소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취지다. 신혜림의 노력은 전시 공간 2층의 ‘구석을 위한 사물’서 구체화됐다.
금속 특히 은으로 제작된 작은 오브제와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선형의 작업을 실내의 빈 여백에 대담하게 얹었다. 무료하고 공허했던 공간이 공예품으로 인해 의미를 갖도록 한 것이다. 구석의 경계에 무심하게 놓인 이 작업은 때로는 증폭하는 형상이 돼 사물의 내적인 목소리를 내부에 온전히 채우거나, 면과 면 사이에 간결한 선이 파고들게 만들어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세우고 있다.
신혜림은 전시 공간의 마지막층서 초기작에 시도했던 ‘보여주는 이야기’ 작업을 새롭게 이어간다. 쌀알과 숟가락, 실 등 사회 통념 기준으로 여성의 일상에 깊이 침전해 있는 대상을 이용해 만든 장신구와 평면, 내러티브 오브제다.
작가는 생활을 둘러싼 소소한 사물을 이용해 그 자신이 투영된 삶과 관계의 단상, 내면의 목소리를 꾸밈없이 담아냈다. 이 작업은 전시의 모든 결과물이 시간의 비라는 주제로 어떻게 순환하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실타래
라흰갤러리 관계자는 “비가 내리고 증발하는 일이 반복돼 물방울이 순환하듯 신혜림은 그의 삶과 작업도 그렇게 실타래처럼 이어져 왔음을 드러내고 있다”며 “시간의 비에 관한 이야기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삶의 공통분모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공예품을 통해 생의 형식을 헤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달 13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신혜림은?]
▲학력
국민대학교 대학원 금속공예학과 졸업(2004)
국민대학교 공예미술학과 졸업(1995)
▲개인전
‘선적’ 갤러리이즈(2021)
‘태양과 달, 사람을 잇다’ 갤러리일상(2017)
‘갤러리아원 초대전’ 갤러리아원(2016)
‘갤러리다미 초대전’ 갤러리다미(2016)
‘호옥희 갤러리 초대전’ 호옥희갤러리(2015)
‘갤러리 소연 윈도우 초대전’ 갤러리소연(2015)
‘Mind Map Revisited’ 갤러리 HL초대전(2010)
‘Mind Map’ 가나아트스페이스(2009)
‘갤러리가인로 초대전’ 꼴라파스타전시장(2005)
‘보여주는 이야기’ 크라프트하우스 초대전(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