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버려지는 아이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19 14:05:46
  • 호수 1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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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없고 산타도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애인지.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성탄절 캐롤의 일부다. 아이들은 성탄절만 되면 설레는 마음으로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린다.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성탄절에 선물이 아닌 비극을 맞는다.

산타클로스는 성탄절이 되면 아이들이 머리맡에 둔 양말 속에 선물을 준다. 미신이나 속설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이 성탄절을 기다리는 이유는 선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도 아이들이 잠들면 양말 속에 몰래 선물을 넣어줘 동심을 지킨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성탄절에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산타클로스가 아닌 비극을 맞이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성탄절도 산타클로스도 알지 못할뿐더러, 알더라도 행복한 날이 될 수가 없었다.

선물 아닌 
비극 맞아

성탄절에도 방치돼 결국 영양실조로 사망한 아기가 있다. 아기 엄마는 남편이 가출한 뒤 홀로 아들을 키운 20대 여성이다. 처음부터 아기를 방치했던 것은 아니다. 엄마가 아이를 방치한 것은 남자친구를 사귀면서부터다.

잦은 외박 등으로 60차례(544시간)나 혼자 방치된 아기는 고작 2살의 나이에 탈수와 영양결핍 증세로 숨졌다. 결국 엄마는 아동학대살해와 상습아동유기·방임의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


엄마는 2021년 5월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잦은 부부싸움 끝에 남편이 이듬해 1월, 집을 나가면서 당시 생후 9개월인 아들을 혼자 키웠다. 처음에 그는 낮이나 새벽에 1시간 정도 잠깐 아들을 집에 혼자 두고 동네 PC방에 다녀오는 정도의 외출만 했다.

그러나 이런 시간도 잠시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들을 두고 혼자 외출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처음 외박할 때에는 오후 10시 무렵 PC방에 갔다가 다음날 오전 6시가 넘어서야 귀가했다.

PC방 방문 횟수도 한 달에 1~2차례서 5차례, 8차례로 점차 늘었다. 그때마다 이제 갓돌이 지난 아기는 집에 혼자 남겨졌다. 다른 가족에게 아들을 부탁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상습 외출·외박으로 이어졌다. 아들을 집에 혼자 남겨둔 채 남자친구와 강원도 속초 여행을 갔다가 18시간 뒤인 다음날 오전에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

닷새 뒤에도 27시간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외박 후 집에 2시간쯤 머물다 다시 나가 또 외박한 날도 있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다른 가족이나 친구에게 아들을 부탁하지 않았다.

아기는 성탄절 날에도 오후 8시부터 17시간 넘게 혼자 집에 방치됐다. 새해 첫날에도 엄마가 남자친구와 서울 보신각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2살 아기는 집에 혼자 남겨졌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1월부터 1년간 아기가 집에 혼자 방치된 횟수는 60차례로 이를 모두 합치면 544시간이었다.


오랜 시간 방치된 아기는 분유나 이유식을 먹지 못해 영양결핍으로 성장도 느렸다.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영유아 건강검진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2살 아기 544시간 방치한 비정한 엄마
학대 후 사망하자 성탄절 암매장하기도

엄마는 계속해서 아들만 둔 채 남자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갔다가 사흘 뒤 새벽에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 당시 아기는 혼자서 음식을 챙겨 먹을 수 없는 생후 20개월이었다. 옆에는 김을 싼 밥 한 공기만 있었고, 결국 탈수와 영양결핍 증세로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장시간 음식물이 공급되지 않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부검 결과를 내놨다.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아기 엄마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아기 엄마는 경찰 조사에서 “지인이 일을 도와 달라고 해서 나갔다. 술을 마시게 돼 귀가하지 못했는데 아이가 숨질 줄 몰랐다”고 진술했으며, 구속 기소된 이후 한 번도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았다.

친모가 4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성탄절 이브날 암매장한 경우도 있었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인 친모 한씨는 자신의 딸을 상습 구타하고 물고문 등의 가혹행위 끝에 숨지게 했다.

한씨는 부부싸움과 가정의 불행이 딸의 탓이라는 편집증에 사로잡혀 딸을 학대했다. 계부도 의붓딸을 미워했지만 한씨의 학대에 놀랄 정도였다.

한씨는 딸이 있는 사실을 숨긴 채 한 남성(계부)과 만나 동거했다. 한씨는 계부의 아이를 가졌고 그해 보육원에 있던 친딸을 데려왔다. 부모의 보살핌은 없었지만 보육원서 잘 지내던 한씨의 친딸은 그때부터 한씨에게 미움을 받기 시작했고 나중엔 원수 대접을 받았다.

한씨는 딸이 집에 온 뒤 계부와의 갈등과 불화가 잦아져 불행해졌다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친딸을 점점 더 구박했고 가혹행위 정도도 심해졌다. 

그로 인해 한씨 친딸은 집에 온 지 한 달여 만에 숨졌고, 사망 직전에는 타박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경찰은 이 사실을 진료기록를 통해 확인했다.

계부는 “아내가 아이를 자꾸 미워했다. 꼭 베란다서 벌을 세우고 밥을 굶기거나 구타하곤 했다”고 진술했다. 이 부분에 대해 한씨도 자신이 남긴 메모에 비슷한 내용을 적어놨다.

탈수와
영양결핍


한씨는 친딸이 숨진 뒤 ‘아이가 죽고 난 뒤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는 메모까지 남겼다. 한씨는 딸이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며 욕조에 아이의 머리를 3~4차례 담그는 등 가혹행위 끝에 숨지게 했다.

계부는 한씨가 딸이 숨진 사실에 대해 ‘알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하자 친딸을 베란다에 나흘간 방치했다가 성탄절 이브날 경기도 진천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한 초등학생 형제는 계모의 상습 학대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성탄절 이브에 집을 나가기도 했다. 검찰은 계모와 이를 묵인·동조한 친부를 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최나영)는 지난 5일, 아동복지법 위반(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계모 A씨와 친부 B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경기도 주거지서 초등학생 형제 C·D군을 쇠자 등으로 때리고 “밥 먹을 자격이 없다”며 밥을 먹지 못하게 하는 등 23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신체·정서학대 및 방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첫째인 C군이 생일 선물로 꽃바구니를 사오자 “어린애가 돈을 함부로 쓴다”며 쇠자로 손바닥을 수회 때리는가 하면, 술에 취해 D군을 침대에 눕히고 코피가 나도록 얼굴을 때리는 등 상습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9차례에 걸쳐 A씨의 범행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함께 자녀들을 때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성탄절 이브인 지난해 12월24일 “더는 키우기 힘들다”며 C·D군을 집에서 쫓아내기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쫓겨난 형제는 친척에게 연락했고, 친척이 112에 신고하면서 계모와 친부의 학대 사실이 드러났다. 형제가 다니던 학교 교사도 형제들이 다른 학생보다 급식을 많이 먹는 모습, 몸에 멍이 들어 등교하는 모습 등을 발견해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형제는 친척이 보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로부터 A·B씨를 송치받은 검찰은 이들의 범행이 심각하다 판단해 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인 아동을 학대한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피해 아동들에 대해 경제적, 심리적 지원을 하는 등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끔찍한
고문도

성탄절에 초등학생을 불러내 성폭행한 20대가 항소심서 감형을 받기도 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 황승태)는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치상 혐의로 기소된 E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강원도의 한 스키장 인근서 스키 강사였던 E씨는 성탄절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불러낸 뒤 무인 모텔로 데려가 성매매를 권유해 이를 거부하자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E씨는 “한 달에 나와 3번만 놀아주면 100만원을 주겠다”고 협박한 것도 모자라 ‘조건 만남에 수락한다’는 내용을 여학생으로부터 녹음하려고 했으나, 여학생이 이를 모두 거부하자 강제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E씨는 경찰 수사 당시엔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 과정서 인정했다. 스키 대여점서 아르바이트 중인 중·고등학생 남학생들에게 “여자를 소개해달라”고 했고, 휴대전화 사진을 본 뒤 여학생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남학생들은 지목된 여학생이 초등학생이라며 만류했지만 E씨는 “상관없다”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출석한 여학생은 “크리스마스 당일 집에 있는데 아는 중학생 오빠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스키 강사 E씨가 ‘파티를 하는데 데리러 오겠다’고 말하고 30분 뒤 차를 끌고 집으로 왔다”고 진술했다.

이어 “스키 강사 차를 탔는데 동네 중고생 오빠 2명이 있었다. 잠시 뒤 이들은 함께 가지 않고 내렸고, E씨는 편의점서 맥주와 담배를 산 뒤 무인 모텔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여학생에 따르면, 당시 그는 무인 모텔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고, 올라가 보니 방이 있었다. E씨가 맥주를 마시라고 권하면서 조건만남(성매매)을 하지 않겠냐고 물었고 ‘싫다. 집에 보내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반항하면 때린다”는 협박과 폭력이 이어졌다.

성인 남성 집서 얹혀사는 가출 청소년
“왜 집 나왔는지부터 물어봐야 한다”

1심 재판부는 “크리스마스에 외롭다는 이유로 12세의 어린 피해자를 협박해 강간하고, 피해자에게 성을 팔도록 권유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 가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으며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형량이 가볍다는 이유로, E씨는 형량이 무겁고 사실 오인이 있다며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 결심공판서 E씨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고, 검찰은 E씨에게 원심에 2년을 추가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성탄절에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가출한 경우도 있다. 서울서 지내는 가출 청소년 F군은 연말이 달갑지 않았다. 애초에 가출한 것도 성탄절 전이었는데, 친구와 신나게 놀고 싶은 마음에 계속 가출로 이어지고 있다.

가출 친구들 중에는 그와 같은 사연이 다수였다. F군은 “놀고 싶어서 가출했다가 집에 못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성추행을 당하는 경우도 많고”고 했다.

F군을 포함한 아이들은 아지트를 만들어 쉬거나, 친구 집에서 부모가 돌아오기 전까지 쉬는 경우도 있다. 친구들 중 몇 명은 성을 팔아 잠 잘 곳을 마련하기도 했다. 치킨이나 피자 같은 배달 음식점이 가출 청소년 사이에선 아지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점 사장은 배달 주문이 많자 배달원을 늘려야 했고,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미성년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출 청소년들은 실제로 음식점 사장에게 “잘 곳이 없을 때 가게서 자도 되냐” “가끔 친구를 데려와도 되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특히 갈 곳 없는 연말에는 성인 남성 집에 여러 명이 얹혀살기도 한다. 남녀 청소년 3~4명이 머무는 대가로 여성 청소년은 집주인과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목(미성년 여성이 남성에게 성매매하겠다며 속이고, 다른 무리가 현장을 급습해 협박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을 뜻하는 은어)을 무서워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얹혀살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길에서 
보낸다

연말을 길에서 보내는 가출 청소년은 공통점이 있다. 재혼 가정이거나 여러 사정으로 친척집에 얹혀살고 있다는 점이다. 한 청소년은 “새엄마는 온갖 스트레스를 나한테 푼다. 그 사이서 어물쩍거리는 아버지도 싫다. 그래서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로 친척집에 산다는 한 청소년은 “이모부도, 사촌도, 아무도 잘못한 사람은 없다. 그런데 내가 있으면 모두 불편해진다. 친구와 있는 게 더 편하고, 그건 아마 친척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출 청소년 쉼터 관계자는 “가출 청소년들은 무조건 집으로 돌려보내면 안 된다. 우선 접촉을 늘리는 게 우선이고 ‘왜 집을 나왔는지’부터 궁금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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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