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버려지는 아이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19 14:05:46
  • 호수 1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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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없고 산타도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애인지.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성탄절 캐롤의 일부다. 아이들은 성탄절만 되면 설레는 마음으로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린다.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성탄절에 선물이 아닌 비극을 맞는다.

산타클로스는 성탄절이 되면 아이들이 머리맡에 둔 양말 속에 선물을 준다. 미신이나 속설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이 성탄절을 기다리는 이유는 선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도 아이들이 잠들면 양말 속에 몰래 선물을 넣어줘 동심을 지킨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성탄절에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산타클로스가 아닌 비극을 맞이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성탄절도 산타클로스도 알지 못할뿐더러, 알더라도 행복한 날이 될 수가 없었다.

선물 아닌 
비극 맞아

성탄절에도 방치돼 결국 영양실조로 사망한 아기가 있다. 아기 엄마는 남편이 가출한 뒤 홀로 아들을 키운 20대 여성이다. 처음부터 아기를 방치했던 것은 아니다. 엄마가 아이를 방치한 것은 남자친구를 사귀면서부터다.

잦은 외박 등으로 60차례(544시간)나 혼자 방치된 아기는 고작 2살의 나이에 탈수와 영양결핍 증세로 숨졌다. 결국 엄마는 아동학대살해와 상습아동유기·방임의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


엄마는 2021년 5월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잦은 부부싸움 끝에 남편이 이듬해 1월, 집을 나가면서 당시 생후 9개월인 아들을 혼자 키웠다. 처음에 그는 낮이나 새벽에 1시간 정도 잠깐 아들을 집에 혼자 두고 동네 PC방에 다녀오는 정도의 외출만 했다.

그러나 이런 시간도 잠시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들을 두고 혼자 외출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처음 외박할 때에는 오후 10시 무렵 PC방에 갔다가 다음날 오전 6시가 넘어서야 귀가했다.

PC방 방문 횟수도 한 달에 1~2차례서 5차례, 8차례로 점차 늘었다. 그때마다 이제 갓돌이 지난 아기는 집에 혼자 남겨졌다. 다른 가족에게 아들을 부탁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상습 외출·외박으로 이어졌다. 아들을 집에 혼자 남겨둔 채 남자친구와 강원도 속초 여행을 갔다가 18시간 뒤인 다음날 오전에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

닷새 뒤에도 27시간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외박 후 집에 2시간쯤 머물다 다시 나가 또 외박한 날도 있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다른 가족이나 친구에게 아들을 부탁하지 않았다.

아기는 성탄절 날에도 오후 8시부터 17시간 넘게 혼자 집에 방치됐다. 새해 첫날에도 엄마가 남자친구와 서울 보신각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2살 아기는 집에 혼자 남겨졌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1월부터 1년간 아기가 집에 혼자 방치된 횟수는 60차례로 이를 모두 합치면 544시간이었다.


오랜 시간 방치된 아기는 분유나 이유식을 먹지 못해 영양결핍으로 성장도 느렸다.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영유아 건강검진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2살 아기 544시간 방치한 비정한 엄마
학대 후 사망하자 성탄절 암매장하기도

엄마는 계속해서 아들만 둔 채 남자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갔다가 사흘 뒤 새벽에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 당시 아기는 혼자서 음식을 챙겨 먹을 수 없는 생후 20개월이었다. 옆에는 김을 싼 밥 한 공기만 있었고, 결국 탈수와 영양결핍 증세로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장시간 음식물이 공급되지 않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부검 결과를 내놨다.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아기 엄마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아기 엄마는 경찰 조사에서 “지인이 일을 도와 달라고 해서 나갔다. 술을 마시게 돼 귀가하지 못했는데 아이가 숨질 줄 몰랐다”고 진술했으며, 구속 기소된 이후 한 번도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았다.

친모가 4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성탄절 이브날 암매장한 경우도 있었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인 친모 한씨는 자신의 딸을 상습 구타하고 물고문 등의 가혹행위 끝에 숨지게 했다.

한씨는 부부싸움과 가정의 불행이 딸의 탓이라는 편집증에 사로잡혀 딸을 학대했다. 계부도 의붓딸을 미워했지만 한씨의 학대에 놀랄 정도였다.

한씨는 딸이 있는 사실을 숨긴 채 한 남성(계부)과 만나 동거했다. 한씨는 계부의 아이를 가졌고 그해 보육원에 있던 친딸을 데려왔다. 부모의 보살핌은 없었지만 보육원서 잘 지내던 한씨의 친딸은 그때부터 한씨에게 미움을 받기 시작했고 나중엔 원수 대접을 받았다.

한씨는 딸이 집에 온 뒤 계부와의 갈등과 불화가 잦아져 불행해졌다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친딸을 점점 더 구박했고 가혹행위 정도도 심해졌다. 

그로 인해 한씨 친딸은 집에 온 지 한 달여 만에 숨졌고, 사망 직전에는 타박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경찰은 이 사실을 진료기록를 통해 확인했다.

계부는 “아내가 아이를 자꾸 미워했다. 꼭 베란다서 벌을 세우고 밥을 굶기거나 구타하곤 했다”고 진술했다. 이 부분에 대해 한씨도 자신이 남긴 메모에 비슷한 내용을 적어놨다.

탈수와
영양결핍


한씨는 친딸이 숨진 뒤 ‘아이가 죽고 난 뒤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는 메모까지 남겼다. 한씨는 딸이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며 욕조에 아이의 머리를 3~4차례 담그는 등 가혹행위 끝에 숨지게 했다.

계부는 한씨가 딸이 숨진 사실에 대해 ‘알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하자 친딸을 베란다에 나흘간 방치했다가 성탄절 이브날 경기도 진천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한 초등학생 형제는 계모의 상습 학대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성탄절 이브에 집을 나가기도 했다. 검찰은 계모와 이를 묵인·동조한 친부를 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최나영)는 지난 5일, 아동복지법 위반(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계모 A씨와 친부 B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경기도 주거지서 초등학생 형제 C·D군을 쇠자 등으로 때리고 “밥 먹을 자격이 없다”며 밥을 먹지 못하게 하는 등 23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신체·정서학대 및 방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첫째인 C군이 생일 선물로 꽃바구니를 사오자 “어린애가 돈을 함부로 쓴다”며 쇠자로 손바닥을 수회 때리는가 하면, 술에 취해 D군을 침대에 눕히고 코피가 나도록 얼굴을 때리는 등 상습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9차례에 걸쳐 A씨의 범행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함께 자녀들을 때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성탄절 이브인 지난해 12월24일 “더는 키우기 힘들다”며 C·D군을 집에서 쫓아내기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쫓겨난 형제는 친척에게 연락했고, 친척이 112에 신고하면서 계모와 친부의 학대 사실이 드러났다. 형제가 다니던 학교 교사도 형제들이 다른 학생보다 급식을 많이 먹는 모습, 몸에 멍이 들어 등교하는 모습 등을 발견해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형제는 친척이 보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로부터 A·B씨를 송치받은 검찰은 이들의 범행이 심각하다 판단해 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인 아동을 학대한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피해 아동들에 대해 경제적, 심리적 지원을 하는 등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끔찍한
고문도

성탄절에 초등학생을 불러내 성폭행한 20대가 항소심서 감형을 받기도 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 황승태)는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치상 혐의로 기소된 E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강원도의 한 스키장 인근서 스키 강사였던 E씨는 성탄절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불러낸 뒤 무인 모텔로 데려가 성매매를 권유해 이를 거부하자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E씨는 “한 달에 나와 3번만 놀아주면 100만원을 주겠다”고 협박한 것도 모자라 ‘조건 만남에 수락한다’는 내용을 여학생으로부터 녹음하려고 했으나, 여학생이 이를 모두 거부하자 강제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E씨는 경찰 수사 당시엔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 과정서 인정했다. 스키 대여점서 아르바이트 중인 중·고등학생 남학생들에게 “여자를 소개해달라”고 했고, 휴대전화 사진을 본 뒤 여학생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남학생들은 지목된 여학생이 초등학생이라며 만류했지만 E씨는 “상관없다”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출석한 여학생은 “크리스마스 당일 집에 있는데 아는 중학생 오빠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스키 강사 E씨가 ‘파티를 하는데 데리러 오겠다’고 말하고 30분 뒤 차를 끌고 집으로 왔다”고 진술했다.

이어 “스키 강사 차를 탔는데 동네 중고생 오빠 2명이 있었다. 잠시 뒤 이들은 함께 가지 않고 내렸고, E씨는 편의점서 맥주와 담배를 산 뒤 무인 모텔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여학생에 따르면, 당시 그는 무인 모텔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고, 올라가 보니 방이 있었다. E씨가 맥주를 마시라고 권하면서 조건만남(성매매)을 하지 않겠냐고 물었고 ‘싫다. 집에 보내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반항하면 때린다”는 협박과 폭력이 이어졌다.

성인 남성 집서 얹혀사는 가출 청소년
“왜 집 나왔는지부터 물어봐야 한다”

1심 재판부는 “크리스마스에 외롭다는 이유로 12세의 어린 피해자를 협박해 강간하고, 피해자에게 성을 팔도록 권유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 가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으며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형량이 가볍다는 이유로, E씨는 형량이 무겁고 사실 오인이 있다며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 결심공판서 E씨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고, 검찰은 E씨에게 원심에 2년을 추가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성탄절에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가출한 경우도 있다. 서울서 지내는 가출 청소년 F군은 연말이 달갑지 않았다. 애초에 가출한 것도 성탄절 전이었는데, 친구와 신나게 놀고 싶은 마음에 계속 가출로 이어지고 있다.

가출 친구들 중에는 그와 같은 사연이 다수였다. F군은 “놀고 싶어서 가출했다가 집에 못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성추행을 당하는 경우도 많고”고 했다.

F군을 포함한 아이들은 아지트를 만들어 쉬거나, 친구 집에서 부모가 돌아오기 전까지 쉬는 경우도 있다. 친구들 중 몇 명은 성을 팔아 잠 잘 곳을 마련하기도 했다. 치킨이나 피자 같은 배달 음식점이 가출 청소년 사이에선 아지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점 사장은 배달 주문이 많자 배달원을 늘려야 했고,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미성년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출 청소년들은 실제로 음식점 사장에게 “잘 곳이 없을 때 가게서 자도 되냐” “가끔 친구를 데려와도 되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특히 갈 곳 없는 연말에는 성인 남성 집에 여러 명이 얹혀살기도 한다. 남녀 청소년 3~4명이 머무는 대가로 여성 청소년은 집주인과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목(미성년 여성이 남성에게 성매매하겠다며 속이고, 다른 무리가 현장을 급습해 협박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을 뜻하는 은어)을 무서워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얹혀살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길에서 
보낸다

연말을 길에서 보내는 가출 청소년은 공통점이 있다. 재혼 가정이거나 여러 사정으로 친척집에 얹혀살고 있다는 점이다. 한 청소년은 “새엄마는 온갖 스트레스를 나한테 푼다. 그 사이서 어물쩍거리는 아버지도 싫다. 그래서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로 친척집에 산다는 한 청소년은 “이모부도, 사촌도, 아무도 잘못한 사람은 없다. 그런데 내가 있으면 모두 불편해진다. 친구와 있는 게 더 편하고, 그건 아마 친척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출 청소년 쉼터 관계자는 “가출 청소년들은 무조건 집으로 돌려보내면 안 된다. 우선 접촉을 늘리는 게 우선이고 ‘왜 집을 나왔는지’부터 궁금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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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