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안보수사단의 한계

국정원 노하우? 수십년 걸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대북 수사 업무의 지형이 바뀐 게 크다. 경찰은 안보 우려를 잠재우려 ‘안보수사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몸집을 키움과 동시에 수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 노하우’를 습득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 안보수사단이 기존 인력의 3배로 증원된다. 이들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첩보를 바탕으로 국내 주 간첩 수사를 진행한다. 해외 정보활동만 담당하게 된 국정원이 안보수사단의 파트너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사실상 전문적 대북 수사 경험이 전무한 경찰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상실로 인한 공백을 메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머드급
인력 증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산하의 안보수사단은 안보수사심의관(경무관)이 단장을 맡는다. 142명 규모, 4개의 수사대로 구성된다. 안보수사단장 아래 안보수사1과와 안보수사2과가 편성되고, 한 개 과에 각각 2개 수사대가 들어가는 식이다.

기존에도 국수본 산하에 50여명의 안보수사대가 있었지만 안보수사단 신설로 조직이 3배 가까이 커지게 됐다.

경찰은 인력 증원을 위해 일선 경찰서의 안보 경찰 정원 82명을 안보수사단으로 이관했다. 또 경험과 역량을 겸비한 안보 수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9월 ‘안보 수사 인력풀 선발’을 진행해 298명을 뽑았고, 다음달 15일까지 366명을 추가로 선발할 계획이다.

전국 18개 시도청은 소속 안보 수사 인력 191명을 증원했다. 서울청의 경우 기존 5개이던 안보수사대를 6개로 늘렸고, 조직 규모도 190명서 280명 규모로 키웠다. 앞으로 안보 수사는 시도청 중심의 광역 수사 체계로 개편하고 일선 경찰서는 탈북민 신변 보호, 안보 상황 관리, 첩보수집 등에 집중하게 됐다.

이 같은 경찰의 개편은 2020년 말 문재인정부가 국정원법을 개정해 3년 유예기간을 두고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서 경찰로 넘기면서 시작됐다. ‘정보 및 보안 업무 기획·조정 규정 개정안(대통령령)’에 따라, 국정원의 안보 수사 조정권은 대폭 축소된다.

검경 등 수사기관이 정보사범에 대한 신병처리 및 공소보류 의견을 제시할 때 의무적으로 국정원장의 ‘조정’을 받도록 한 규정을 국정원장의 ‘의견을 청취’하는 권고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정부는 ‘대공수사에서 국정원을 전면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일부 조정을 추진했다. 국정원이 수십년간 쌓아온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망) 등 해외 정보 네트워크를 사장하지 않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의 안보 수사 역량은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있다. 지난 4월 수도권에 거주하는 탈북민 A씨(44) 부부가 갑작스럽게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사례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경찰이 내민 압수수색 검증영장에는 A씨 부부가 국내 탈북민들의 의뢰로 북한에 있는 그들의 가족에게 돈을 전달한 행위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실속 없는 몸집 키우기
습득만…안보 구멍 우려

A씨 부부가 ‘재북 가족을 볼모로 탈북민을 상대로 송금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거나, 북의 가족에게 돈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반국가단체(북한) 기관원과 공모하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대공 용의점을 시사했다.

경찰은 최근 탈북민들로부터 주로 송금받은 A씨 아내를 기소 의견(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 부부는 “지금까지 탈북민을 상대로 가족 송금을 주선해주면서 문제가 불거진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처럼 탈북민 B씨도 지난달 경찰로부터 대북 송금 문제로 수사 대상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B씨는 2020년부터 2021년에 걸쳐 약 6개월간 자신의 위안화 계좌를 이용해 다른 탈북민의 송금을 도와준 적이 있는데, 이게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탈북민 대북 송금의 구조는 탈북민이 국내 브로커에게 원화계좌로 송금한 이후 국내 브로커가 중국 브로커에게 돈을 전달하게 돼있다. 중국 브로커는 이 돈을 위안화로 북측 브로커에 전달해 북한 내 가족에 전달하는 순이다.

엄밀히 말하면 외국환거래은행을 통한 정식 환전과 외환 송금이 아닌, ‘환치기’ 방식이다. 하지만 탈북민들은 중국 측 브로커가 탈북민의 돈을 북한에 전달한 내용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아 합법적 송금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특히 경찰이 탈북단체들에 관한 수사를 하더라도 대공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간 정부는 탈북민의 가족 대상 송금은 인도적 차원서 묵인해왔다. 경찰의 대공수사권 이관 정당성을 채우기 위한 ‘실적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 지하조직
경험이 없다

경찰의 안보 수사력 우려가 지속되면서 정부는 국정원 소관 법령인 ‘안보침해 범죄 및 활동 등에 관한 대응업무규정’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해당 시행령은 대공수사권 이전 뒤 유관기관과의 업무협력 방식 등을 규정한다.

구체적으로 국정원은 ▲국가안보에 반하는 행위자에 대한 정보수집 및 추적 ▲안보위해자에 대한 행정·사법 절차 지원 활동 ▲경찰·검찰 등 안보침해 범죄를 다루는 유관기관의 수사에 국정원 직원 참여 ▲국가안보 침해 활동을 저지하는 과정서 습득한 유류물이나 임의로 제출받은 물품 등을 보관할 수 있게 됐다.

국정원의 협력이 뒷받침된다고 해도 경찰이 단기간 내에 충분한 대공수사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 우려를 표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첩보수집과 깊이 있는 분석평가를 통해 정보를 생산해내는 능력 등은 단기간에 갖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그간 북한의 대남공작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온 국가 핵심 기능이 저하됨에 따라 일정 수준 안보공백 발생은 불가피하다”며 “경찰과 내수사 협업 및 직무 교육을 실시했고, 현재 ‘대공 합동수사단’을 운영하며 대공 수사기법을 경찰에 전수 중”이라며 “국가정보원법서 위임받은 직무 범위에 따라 유관기관과 직무교육 및 협업체계 구축, 합동수사 기구 참여를 통한 정보지원 등 국가 대공 역량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보기관 출신 한 전문가는 “경찰 실적의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단기간에 검거가 가능한 국보법 제7조(찬양, 고무 등) 위반 사범이 대부분”이라며 “직파간첩이나 북한 연계 지하조직, 고첩망 사건과 같은 중요사건은 대부분 국정원서 처리해왔다. 이는 통계가 말해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이 5년에 걸친 내사 끝에 직파간첩을 체포한 것이 일례다. C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 후 2019년 7월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
처음부터?

정보당국에 따르면 C씨는 2011년 당시 북한서 중국으로 이동해 중국인 한족 D씨 명의로 된 여권을 위조, 한국으로 잠입했다고 한다. 정보당국은 C씨를 내사한 경위에 대해 수사기법이나 정보원 노출 등을 우려해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만 국정원이 5년간 내사를 거쳐 북한서 서울로 보낸 직파간첩의 혐의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증거를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사를 기반으로 정보당국이 2016년 7월 안양의 한 공사장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C씨를 체포했다. 당시 C씨는 서울에 거처를 두고 있었지만 일정한 직업이 없이 일용직 등을 전전하며 생계유지를 위해 일터를 옮겨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C씨가 암암리에 남한 정세나 인물에 대한 정보수집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했을 것으로 의심했지만, C씨는 국정원과 경찰의 합동 신문서 간첩활동 유무를 묻는 질문에 대체로 부인했다.

C씨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우선 남한에 정착한 다음 한국인 여자와 결혼해서 기반이 안정되면 그때 지령을 내릴 테니 일단 기다리고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신분에 위협을 느끼거나 발각됐을 경우에 대비한 지령은 사전에 전달받았다고 한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C씨가 일종의 암호로 과천 서울대공원 앞에서 신문지를 들고 있으면 자신의 신변상태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며 “그러면 한국에 있는 다른 요원들이 C씨와 접선해 귀국을 돕기로 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정보당국은 C씨를 검거하면서 “국내에 있는 직파간첩이 5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수본, 100명 넘게 늘려 우려 해소
“인력과 기술·수사기법은 다른 문제”

경찰은 안보수사단 인력 증원 이전에 내부적으로 아직 대공수사 역량이 미흡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대공수사 관련 3개 과제가 모두 ‘다소 미흡’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탈북민 보호 강화’와 ‘안보수사 활동 강화’는 다소 미흡, ‘안보 정보수집’은 미흡 평가를 받았다.

보고서는 각 과제를 ‘매우 우수’부터 ‘부진’까지 7개 등급으로 평가했는데, 대공수사 관련 과제는 모두 5~6등급에 머물렀다.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기 위한 준비 작업들이었다. 통일부와 협업해 탈북민 안전지원팀을 신설하거나, 안보수사 경력·전문성을 검증받은 수사관을 선발하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 등이 구체적으로 국민에게 미치는 기대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월 작성됐다. 수사권 이관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임에도 대공수사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9월20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서도 국정원과 경찰로부터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와 관련한 준비 상황을 보고받았으나 준비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추가 보고를 받기로 하기도 했다.

국수본 출신 한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올 초에 작성된 것으로 지금과 수사 역량이 비슷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면서도 “노력해야 하는 측면이 많지만 국정원과 합동수사단 및 교육·협력 과정을 통해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은 사이버 안보와 관련해서도 대응 중이다. 지난달 14일 국정원은 “중국 업체가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웹사이트 38개를 개설해 기사 형식 콘텐츠를 국내에 무단 유포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나라한
자체 평가

이달 국정원은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 ‘사이버안보·인프라보호청(CISA)’과 사이버 안보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자금원으로 알려진 가상자산 탈취와 사이버 해킹 저지를 위한 실무그룹 설치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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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