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한동훈 출마설 불붙인 진은정

스타 장관 안주인 떴다 ‘흑장미? 백장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언론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배우자의 공식 봉사활동을 보도하며 한 장관의 총선 출마설에 불을 붙였다. 출마설에 대해 한 장관은 아직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처가가 연루된 논란도 재점화하며 언론의 띄워주기가 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부인 진은정 변호사가 첫 공개 행보에 나섰다. 언론은 너도나도 진 변호사에 대해 보도하기 바빴다. 총선을 앞둔 만큼 한 장관의 총선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진 변호사는 1975년생으로 한 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이후 컬럼비아 대학교 로스쿨 법학 석사를 이수한 뒤 KPMG FSI, Ernst&Young, PricewaterhouseCoopers 등 국내외 회계법인서 일하다가 2006년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캠퍼스 커플
엘리트 코스

이후 국내 순위 5위인 ‘법무법인 바른’서 근무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결국 로펌계의 삼성이라 불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서 2009년부터 현재까지 근무 중이다.

현재 진 변호사는 인사와 노무, 제약·의료기기·식품·화장품·환경 관련 분야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환경 분야의 경우 외국계 기업이 국내 진출 시 필수로 보는 분야기도 하다.


진 변호사는 한 장관과 서울대 법대 캠퍼스 커플로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진 변호사의 부친은 진형구 전 대전고검 검사장이며 한 법무법인의 고문변호사를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생 진동균도 부장 검사 출신이다.

진 변호사는 1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서 열린 ‘2023 사랑의 선물’ 제작 행사에 참석했다. 그가 공개 활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5월 한 장관이 취임한 이후 1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부인 김희경씨, 김영호 통일부 장관 부인 남미경씨 등 장·차관 배우자, 금융기관장·공공기관장 배우자, 15개국 주한 외교대사 배우자 등 70여명이 참여했다. 진 변호사는 이 중 유독 주목을 받았다. 

수십여곳의 언론사들이 진 변호사 관련 기사와 사진을 보도하자 더불어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한 장관 측이 언론을 부르거나 사진을 뿌린 것 아니냐”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진 변호사가 주목받으며 한 장관이 여당 후보로 총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진 변호사의 행보는 한 장관의 정치참여를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16일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국무위원 배우자들이 봉사활동하는 건 늘 있던 일이라 하더라도 왜 모든 언론이 주목해서 진 변호사의 사진을 찍어서 냈을까”라며 “진 변호사도 예상한 듯 준비한 모습으로 보인다. 사진을 보면 어느 정도 공적인 활동을 예상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적십자 행사 참석…장관 취임 후 첫 포착
서울대 법대 동문…김앤장 미국 변호사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지금 보라. 김건희 여사가(등장한 후) 얼마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냐”면서 “그런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그런 후각이 발달해 한 장관 부인을 보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도 수위 높게 질타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대체 언제부터 언론서 이름도 모르는 장관 부인의 봉사활동까지 챙겼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너무 노골적이다. ‘궂은 일 솔선수범’ ‘빈 상자를 치우는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 등 제목부터 사진까지 아예 대놓고 ‘아부성 기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찾아보니 다른 언론사들의 기사도 대부분 비슷하다”며 “함께 봉사하고 있는 많은 사람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한 사람’으로 표현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진들을 보니까 윤석열 대통령까지 아웃포커싱으로 날려버린 김건희 여사의 사진이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해 한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일부 민주당 측 인사들이 방송과 SNS 등에서 ‘한동훈 장관 측에서 언론을 부르거나 사진을 뿌린 것’이라는 근거 없는 추측을 마구 유포하고 있다”며 “언론서 자발적으로 보도한 것일 뿐 사진을 제공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진 변호사에 대한 주목으로 한 장관의 처가에 관한 논란도 재점화됐다. 진 전 검사장은 조폐공사 파업 유도에 연루된 바 있다. 그는 1999년 대전고검장으로 발령난 시점에 기자들과 폭탄주를 마시는 과정서 조폐공사 파업 유도 발언을 했다. 이 같은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구속됐고 대전고검장직서 면직됐다.

법원서 진 전 검사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에 관해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진 전 검사장은 2007년에 각종 주가조작 개입 의혹에도 연루됐다. 재벌 테마주 ‘뉴월코프’ ‘아이에스하이텍’ ‘보타 바이오’ 주가조작에 연루된 것이다. 주가 조작범 조모씨는 재벌 3세와 4세들이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이다. 조씨는 뉴월코프를 비밀리에 인수한 다음 재벌 3세인 박중원씨를 끌어들였다. 

논란, 의혹…
처가 리스크

박씨는 2007년 3월 뉴월코프라는 회사를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 뉴월코프는 쿠웨이트의 친환경 오일 슬러지 사업에 투자한다는 공시를 띄웠다. 그는 이 사업에 100억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인터뷰까지 했다.  하지만 모두 거짓이었다. 조씨는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팔아치우고 회삿돈을 횡령했다.

조씨는 비슷한 시기 다른 회사에도 손을 댔다. 그는 뉴월코프의 자금으로 아이에스하이텍을 인수했다. 이후 노신영 전 국무총리 아들 노동수씨, 현대그룹 3세인 정일선씨를 이용해 같은 수법으로 주가를 올렸다. 이번에도 회삿돈을 횡령했다.

조씨는 보타 바이오서 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가 세 회사에서 횡령한 돈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재판 당시 조씨는 자신이 횡령한 돈을 모두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 전 검사장을 자신이 횡령한 돈 중 3억을 사용한 사람으로 지목했지만 법원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 전 검사장이 사건에 연루된 이유는 보타 바이오가 주가조작으로 주가가 급등할 당시 그가 사외이사로 등재돼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이 보타 바이오에 관한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기 직전 그는 사외이사직서 물러나 법적 책임을 면했다. 

진 전 검사장의 아들인 진동균 검사도 조씨의 판결문에 등장한다. 그는 조씨가 아이에스하이텍에 대한 주가조작 당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진동균 전 검사의 나이는 30세, 사법고시에 합격하기 3년 전이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란 기존 주주나 일반 투자자가 아니라 회사가 지정한 특정인들에게만 주식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즉 아는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투자 기회다. 조씨와 진 전 검사장 가족은 특별한 관계인 것처럼 보인다.

전략적 
움직임?

이를 증명하듯 조씨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돼있던 2년 반 동안 280회나 검사실에 출정나갔다. 출정은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재소자를 조사하기 위해 검사실로 부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통상적으로 출정은 기소 전 검찰이 추가 조사를 위해 이용된다. 하지만 조씨의 경우 1심 기소 이후에도 출정을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진동균 전 검사는 또 다른 범죄에 연루됐다. 지난 2015년 서울 남부지검 재직 시절, 만취한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사직서를 냈다. 검찰은 징계나 수사도 하지 않은 채 그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진 전 검사는 이후 CJ 상무로 재취업했다.

2018년 검찰 미투 운동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2018년 검찰 성추행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대검 측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뒤 그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진 전 검사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증거인멸이나 도망 우려는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심은 진 전 검사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에 2년간 취업제한도 명했다.

재판부는 “검사였던 진씨가 같은 검찰청에 근무하는 피해자들을 강제추행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피해자는 이번 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상처를 입었고, 진씨는 2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진정한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진 전 검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한 장관의 내년 4월 총선 출마 시나리오가 최근 들어 부쩍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정치권 안팎서 출마설이 꾸준하게 거론돼온 가운데, 연말 개각 논의와 맞물려 국민의힘 내에서도 ‘한동훈 총선 역할론’이 공공연하게 언급되면서 등판론이 힘을 받고 있다.

최근 한 장관은 지역 행보에 나섰다. 지난 17일 대구를 방문한 데 이어 21일에는 대전을 방문했다. 24일에는 울산도 방문했다. 

대구서 한 장관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를 시작으로 한 장관이 가는 곳마다 시민들이 운집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 장관은 운집된 시민에게 둘러싸여 계획된 일정이 지연돼 결국 돌아오는 서울행 기차표까지 취소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첫 공개 행보 많은 관심
“김건희와 다를 게 뭐냐”

시민들로부터 꽃다발과 편지 등의 선물도 받고 사인과 사진촬영 등의 요청이 쏟아지기도 했다. 대전서도 한 장관에 대한 팬덤 현상은 마찬가지였다. ‘스타 장관’인 한 장관의 출마설이 지속되는 이유다.

한 장관의 현장 행보에 야권은 총선 출마 행보로 봤다.

한 장관은 지난 22일 “저는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지방 현장 방문도 같은 취지”라며 “일각에서는 정치 행보니 이런 얘기를 하는데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인구정책과 대한민국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범죄 피해 지원정책 같은 건 총선과 관계없는 법무부 장관의 주요 임무”라고 총선 출마설을 일축했다.

그는 ‘문제의 해결 및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측면서 총선 출마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 입장에서는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 장관이 수도권 또는 험지에 출마할 경우 보수층과 여성·청년층 사이의 폭넓은 인지도와 지지를 토대로 당 내외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역대 대통령 또는 대권후보들이 거쳐간 서울 종로나 박빙 지역인 용산, 마포 출마로 수도권 선거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한 장관에게 비례대표 당선권을 주고 공동선거대책위원장등을 맡겨 총선을 지휘하게 한다는 경우의 수도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 정치 신인인 한 장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위험이 크다.

비례대표 당선의 경우 국회 입성 이후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한 장관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어 한 장관이 고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장관의 결단 시기는 연말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하는 12월 말을 기준으로 김기현 대표가 총선 대책에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다. 

한 장관의 총선 출마가 사실화하는 것처럼 보이자 민주당은 “‘훈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 대표와 혁신위원장이 훈비어천가를 부르며 한동훈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의 위상은 어디다 버리고 용산의 하청 정당을 자임하고 있나. 정녕 국민의힘은 ‘검찰 본당’의 출현을 위한 불쏘시개가 될 작정이냐”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당이 저를 띄우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 같다”고 받아쳤다.

민주당과 정면충돌을 피하지 않았던 한 장관의 출마로 여야의 총선 대결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심하던 윤석열 대통령도 여권의 이 같은 간청과 설득을 수용해 한 장관의 총선 출마에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에서도 한 장관의 존재감은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19~20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장관의 출마가 ‘여당의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42%로 집계됐다.

“민주당이 
더 띄운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74%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고, 민주당 지지층은 64%가 여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p)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1명에게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란 조사에서 한 장관은 13%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21%)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4%,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3%,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2% 등 주요 여권 인사 4명을 합한 수치와 같다. 

한 장관이 앞서 자녀 입시비리 문제를 뚫고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만큼 이번에도 처가 리스크를 짊어지고 총선서 활약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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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