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위장’ 베트남 원정 성매매 전말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0.16 14:37:30
  • 호수 14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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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20만원에 황제 대접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코로나 엔데믹 특수를 노린 원정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보복 여행’ 증가의 영향으로 지난 9월까지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890만명에 달한다. 이중 한국인 관광객은 250만명으로 전체의 28%를 차지해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는 법. 베트남 현지서 한국 남성을 상대로 한 성매매 업소가 적발돼 국제적 망신을 샀다.

지난 11일, 베트남 호찌민시서 한국 남성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40대 한국인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베트남 현지 언론은 호찌민 경찰이 시내의 한 식당을 급습해 한국인 업주 손모(47)씨를 체포했다고 지난 6일 보도했다. 베트남 언론은 이들과 현지인 여성 종업원 등의 얼굴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했다.

출입 관리

호찌민 경찰은 지난 3일 호찌민 팜타이브엉 거리에 있는 식당 2층서 성매매가 이뤄진 것을 현장서 적발한 뒤 이들을 체포했다. 경찰은 성매매 알선·중개 혐의로 손씨를 포함해 김모·윤모·이모·유모 씨 등 한국인 4명과 베트남 여성 종업원 4명을 같은 혐의로 함께 체포했다.

손씨 등은 “식당 수익을 늘리기 위해 종업원에게 다양한 종류의 성매매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손씨가 운영한 식당은 4층 규모로, 총 28개의 룸을 갖췄다. 베트남 여성 200여명을 고용해 대부분 한국인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 매수자들은 여권을 제시하거나 주인과 친분이 있음을 증명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성매매를 할 수 있었다.


호찌민 경찰은 같은 날 이 식당의 여성 종업원 4명이 지역 내 다른 호텔서 한국인들과 성매매를 하는 현장도 적발했다. 체포된 여성 종업원들은 손님당 300만∼500만동(17만∼28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했다. 이 업소의 최근 월 매출액은 수억원에 달했다.

2020년 영업을 시작한 이 식당의 직원은 226명이나 됐다. 또 고객 운송을 위한 차량 3대도 보유한 기업형 성매매 업소였다. 식당 밖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경비원이 3~5명 있었으며, 단속에 대비해 무전기와 경보시스템(체계) 등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손씨 등은 경찰 수사를 피하고자 베트남 손님은 거부하고 한국인만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했다.

베트남서 적발된 한국인 성매매 사건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도 호찌민서 한국인들이 접대부를 고용해 조직적으로 윤락을 알선하다가 현지 공안에 검거됐다.

당시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A씨(48) 등 한국인 3명을 성매매 알선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호찌민 시내서 30여개의 불법 노래방 시설을 포함한 식당을 운영했다. 동시에 여성 접대부 80여명을 고용해 인근 호텔과 임대 아파트서 윤락을 알선했다.

성매매 고객은 주로 외국인들이며, 대다수는 한국인으로 조사됐다. 성매매 대가로 건당 300만∼400만동(16만∼21만원)을 받아 체포 당시 총 40억동(2억1000만원)을 챙겼다. 대부분의 베트남 성매매 알선 업소는 골프와 유흥을 위해 찾은 한국인을 상대로 영업한다. 단체 여행객의 가이드 등을 통해 윤락을 알선해 돈을 버는 행태다.

코로나 특수를 노린 것만은 아니다. 베트남서 성매매 혐의로 현지 경찰에 적발된 경우는 수년 전부터 존재했다. 2019년 5월에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한 유흥주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현지인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이 주점의 실제 업주라고 지목된 한국인은 처벌을 면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하노이 인민법원은 당시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된 현지인 짱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종업원인 그는 2018년 10월에도 한국인 남성 2명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았다.

짱씨는 경찰에 출석해 “한국인 업주 B씨(45)가 지난해 1월부터 이 주점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해당 주점의 업주로 등록한 현지인 히엡(36)씨도 업주 B씨에게 명의를 빌려줬다고 진술했다. B씨는 “손님을 맞이할 준비 상황을 체크하고 돈 관리만 했을 뿐 짱씨가 성매매를 알선하는지 몰랐다”고 관련 혐의를 부인해 처벌을 면했다. 

운송까지 준비 기업형 구조
손님당 약 17만~28만원

2019년 10월 코로나 확산 직전 베트남서 성매매를 하던 한국인 남성 9명도 현지 경찰에 적발됐다. 베트남 호찌민 주재 총영사관에 따르면 2019년 10월27일 새벽 1시쯤 호찌민 시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유흥주점 2곳에 현지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이날 경찰은 접대부와 손님 명단을 확보해 호텔을 봉쇄한 뒤 9명의 한국인 남성 관광객을 성매매 혐의로 체포했다.

현지 소식통은 “성관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 한 남성(72)은 바로 풀려났지만, 나머지는 공안 유치장서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피의자들은 같은 날 오후까지 조사를 받았고, 10월31일 전원 귀국했다. 경찰은 가라오케를 관리하던 한국인 여성 2명도 체포해 조사했다.

베트남이 성매매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전히 많은 한국인이 ‘섹스 관광’을 목적으로 베트남을 찾는다. 

베트남 형법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의 경우 벌금 10만∼30만동(5500원∼1만7000원)과 경고 처분에 그친다. 다만, 포주와 성매매 알선 조직원은 6개월∼5년의 징역형에 처한다. 또 성매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외국인은 추방도 피하기 어렵다.

베트남 성매매 관련 처벌이 비교적 약하지만, 체포와 구속에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성매매를 하는 건 위험하다.

조범석 변호사(법무법인 법승)에 따르면 “베트남도 헌법상으로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고, 피혐의자에 대해 체포나 구속을 할 때 영장에 의해서 하기는 한다”면서도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점은 체포·구속 같은 신병 집행에 대해서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해석하자면, 베트남은 우리나라 경찰에 해당하는 조사기관, 검찰에 해당하는 검찰원, 그리고 법원이 ‘각자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스스로 대인적 강제조치를 취한다. 이는 법원에 의한 영장 통제가 없이, 검찰원의 비준으로 영장이 발부돼 집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각자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장기간 피의자를 구금할 수도 있다.

체포와 구속 기간도 비교적 긴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사기관에서는 최장 30일, 법원에서는 1심 최장 6개월 같은 식으로 제한이 있는 반면, 베트남 형사소송법은 조사를 위한 피의자 구속시한을 최단 2개월서 최대 20개월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재판 과정서의 구속 기간은 아예 제한이 없다. 

따라서 구속 기간이 나중에 선고형보다 긴 부당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베트남 여행 중 체포나 구속되는 상황을 맞게 되면, 이질적인 규정이나 실무 때문에 크게 당황해서 적절한 대처를 취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

한편, 최근 베트남 정부는 유흥시설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 호찌민과 하노이 등에서 성행하는 한국인 섹스 관광을 대놓고 저격했다.

2019년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는 나이트클럽과 가라오케를 규제하는 법령의 일부 변경을 제안했다. 제안에 따르면 가라오케는 잠금장치나 경보시스템이 허용되지 않는다. 운영시간도 제한키로 했으며 각종 이벤트 등은 베트남의 문화나 정서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또 가라오케와 나이트클럽이 학교, 병원, 종교시설, 유적지, 정부청사 등에서 최소 20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나라 망신


베트남 문체부는 가라오케나 나이트클럽이 주로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술을 제공하는 등 위험성이 높은 사업이기 때문에 엄격한 규제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잠금장치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성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을 없애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문체부가 마지막으로 조사한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조사관들은 2900개 이상의 유흥시설을 조사했다. 이 중 1400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75만5000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했다. 베트남 정부가 강력한 규제에 나선만큼, 한국인 관광객의 도 넘는 비위 행각을 멈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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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