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집회 후···갈라진 교권,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9.11 10:21:57
  • 호수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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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교사 색출해 매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이초 사건의 진상규명과 교권 회복을 위해 열린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가 당분간 멈출 것으로 보인다. 교권에서는 “교육부와 국회의 법안 처리 과정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교사 간 갈등도 조성됐다.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초가을의 교정은 추모에 동참한 교사를 향한 냉기 서린 시선이 존재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은 지난 7월22일부터 매 주말 서울 도심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사망한 교사의 49재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집회 현장은 무더위 속에도 검정색 차림의 교사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무너진 교권을 바로잡고 ‘숨 좀 쉬자’는 마음으로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했다. 징계 처분을 걱정하는 초조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붕괴와 분열

지난 4일 교실 밖을 나서기 위해 교사들은 병가를 써야 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석하는 교사를 막기 위해 일부 교장과 교감은 진땀을 뺐다. 앞서 교육부가 집회에 참여하는 이유로 연가·병가를 내는 교사나 임시휴업을 결정한 교장은 최대 파면·해임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소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부 경고에 난처한 교장 선생님을 생각하니 차마 나갈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교사가 연가를 쓴다는 데 징계를 내린다는 교육부의 행동은 서이초 교사 추모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한 탄압 행위다. 이는 학교와 교사를 이간질한 것과 다름없다. 교육부의 강압적인 태도가 교권 분열을 부추긴 꼴이다.

일각에선 집회를 한 주 쉬자는 분위기도 나온다. 49재 집회 주최 측은 “집회를 통해 여전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어떤 방식을 택할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선 “반복되는 집회는 여러모로 부담이 많이 된다. 집회를 이끄는 교사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며 “시위의 지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형태에 관한 의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일부 교직원은 집회에 참석한 교사를 폄훼하기도 했다. 인디스쿨 게시글에 따르면 집회 참석차 병가를 낸 교사를 향해 일부 학교에선 ‘병가열사’ ‘병가범’이라고 폄훼했다. 병가 낸 교사를 범죄자로 비꼬는 말이다.

‘공교육 멈춤의 날’ 후유증
“없어도 학교 잘 돌아간다”

이어 집회에 참석한 교사가 출근했던 교사에게 “어제 고생하셨다”고 인사하자, “다 지나간다. 학교는 어떻게든 돌아가게 돼있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집회 당시에는 “병가 낸 교사들 없어도 학교 잘 돌아간다”는 내용의 게시글도 올라왔다가 곧바로 삭제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악어의 눈물’을 흘린 뒤 ‘공교육 멈춤의 날’ 관련 징계를 철회했다. 이 장관은 지난 4일, 서이초 강당서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해 추도사에서 “선생님의 부재로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겪고 계실 유가족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추모제 당일 밤, 이 장관은 징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이 부총리는 당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법적으로 따져봐야 될 상황은 있겠지만 오늘(4일) 크게 봐서 추모는 교권을 회복하자는 한마음”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고인에 대한 순수한 추모의 마음과 교권 회복에 대한 대다수 선생님의 마음을 잘 알게 됐다”며 “각자의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연가·병가를 사용한 것은 다른 선택을 생각할 수 없는 절박한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징계 철회 이유를 밝혔다.


학교마다 ‘병가범’ 폄훼
추모제 가면 때려잡겠다?

누군가 죽지 않았다면, 교육부 장관이 교사들과 대면할 일이 있었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 장관이 서이초 추모식서 눈물 흘리기 전부터 징계를 철회할 수밖에 없는 비통한 참사가 일어났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에도 3명의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양천구 신목초 중견 교사가, 지난 1일과 3일에는 각각 전북 군산시와 경기 용인시의 교사가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교육부가 징계 철회를 발표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교사들에게 ‘소명자료’를 받으라는 취지의 공문서를 각 학교에 보낸 것으로 지난 6일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오전 10시쯤 교육청 소속 학교에 ‘9·4 가칭 「공교육 멈춤의 날」 관련 학사운영 및 교원복무 처리 안내’라는 이름의 공문서를 내려보냈다. 도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9월4일 교원복무 처리 방안을 안내드린다”며 “교원의 복무 승인 시 관련 소명자료 등을 확인해 처리하기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사 부재 등에 따른 합반수업, 단축 수업, 단순 돌봄 등의 경우는 단위학교별 교육 과정 변경 운영 계획 수립 및 내부결재를 통해 부족한 수업시수만큼 확보해 학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본래 증빙자료가 없어도 되는 연가 등에 소명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9·4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도 한 초교 교사 측은 “연간 6일 이하 병가는 증빙자료 필요 없이 승인할 수 있고, 7일 이상의 경우 진단서를 첨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고성 공문과 관련해 교원단체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은 지난 7일 오전 성명서를 통해 “지난 4일 복무에 대한 별도의 소명자료 요구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 이후 사실상 달라진 건 없다.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 법안 처리 움직임은 제자리다. 앞서 1일부터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가 시행됐지만 많은 교사들은 “학교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수업 방해 학생의 분리 조치도 실현 가능성이 미비하다. 교육부 고시는 구체적인 분리 장소, 학습지원 방안 등 세부 지침을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서이초 사건 후 자발적으로 구성된 ‘현장교사 정책 태스크포스(TF)’는 300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어떤 수준의 교권침해일 때 학생을 즉시 분리할 수 있는지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총성 없는 계엄령

현재까지 정서적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아이 앞에서 교사가 ‘정당한’ 교육적 조치였다는 것을 증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아를 훈육하지 않고, 방임하는 것도 아동학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아동학대법은 교사의 기준서 교육적 조치는 무엇인지 해석하지 않고, 아동이 학대라고 인식하는 기준에 매몰돼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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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