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맘카페 댓글로 폐업 위기 유치원 사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9.04 11:47:59
  • 호수 1443호
  • 댓글 2개

사이비 교주가 운영하는 유치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 7월30일, SBS는 서울 강남의 유명 영어유치원(이하 영어유치원) 대표 A씨가 특정 학부모 3명이 볼 수 있도록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을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저승사자 남성의 얼굴, ‘너희 애 많이 컸더라. 학교 마치고 어디 가는 길일까?’ 등의 사진과 글귀다. A씨는 이 일로 영어유치원 대표직을 사직했다. A씨는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 <일요시사>는 부적절한 멀티프로필을 작성해 강남 영어유치원 대표직을 사직한 A씨를 만났다. 딱 봐도 기력이 없는 얼굴이었다. 

A씨는 <일요시사>에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원을 운영했던 사람이 부적절한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을 작성한 것에 부끄럽고 괴롭다”며 “멀티프로필을 작성할 때 나는 정신과 약을 복용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멀티프로필은 나의 절규였다”고 말했다.

멀티프로필
뭐길래…

이어 “남편이 변호사인 학부모의 갑질과 맘카페의 마녀사냥으로 운영하던 영어유치원이 수년간 질타를 받았다. 나는 맘카페서 말도 안 되는 모욕과 공격을 겪어 공황장애, 대인공포증, 불면증, 자살 충동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A씨의 진단서에는 ‘2021년 1월부터 지속된 특정인들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감, 불안감, 자살 사고, 분노 등의 우울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신의학적 치료를 하고 있다.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나, 스트레스 요인이 지속되는 한 치료 효과에 있어 한계가 있다’고 기록돼있다.


극단적 선택 후 찾았던 응급실 기록에는 ‘상기 환자는 2년 전 사업과 관련해 인터넷서 마녀사냥을 당한 이후 현재 소송 중이며 그 이후 시작된 우울, 불안, 자살 사고로 약제 처방받아왔다’며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고 있다. 2개월 전 우울, 자살사고가 더욱 악화됐으며 약제를 복용해도 증상 호전이 없었고 내원 이틀 전 주말, 죽고 싶은 마음에 차도로 뛰어드는 일이 있었다. 우울, 자살사고가 지속돼 본원 응급실 내원, 본과 진료를 의뢰했다’고 나와 있다.

해당 보도 이후 유치원은 지역 맘카페에 원색적인 비난을 받았다.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를 향해 ▲인간 쓰레기가 운영하는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아이들이 그 원의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것도 싫다 ▲해당 원은 사이비 교주가 운영한다 등의 글이 줄을 이었다.

물론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A씨와 영어유치원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소송이 여러 번 진행됐고, 법원은 맘카페 게시물에 관해 “각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미 퍼진 소문은 사라질 리 만무했다.

영어유치원은 원생이 가득 차고 대기가 60번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이 사건을 겪고 난 이후에는 원생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 제1분기의 매출이 기존 매출에 비해 43.9%가량 증가했으나, 게시물이 올라온 뒤인 2021년 제1분기에는 약 32.2% 하락했다. 

당장의 수익도 문제지만, 나빠진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었다. 게다가 유치원서 사명감을 갖고 수업했던 강사들이 아동 폭력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 일은 강남·서초 지역 맘카페와 영어유치원 정보 카페서 시작됐다. 해당 영어유치원은 수업하는 동안 CCTV를 학부모에게 휴대전화로 보내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다친 원생 ‘보험’ 문제로 시작
학부모 “내 남편은 변호사다”


그러던 어느 날 영어유치원의 한 학부모가 수업 중 자신의 아이(5세)가 발표하고 싶어서 손을 들어도 담임이 다른 아이를 먼저 시킨다며 정서 학대를 한다고 지적했다. 담임 교사는 학부모에게 정서 학대를 한 적 없다고 여러 번 반박하자, 학부모는 “젊은 교사가 이런 일을 혼자 하진 않았을 거다. 학원 운영자가 담임 교사에게 아이를 정서적 학대하라고 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 남편이 변호사다. 맘카페에 지금 있었던 일을 모두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영어유치원 원장이 촌지를 준 아이에게는 잘하고 촌지를 안 준 아이에게는 잘해주지 않는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결국 영어유치원 대표와 담임교사가 유치원에 학부모를 모아놓고 간담회를 진행했다. 원장은 “촌지를 받거나 차별을 지시한 적 없다. 아이를 정서 학대하라고 한 적도 없다”며 CCTV까지 오픈했다. 

이날 자리에는 학부모와 남편인 변호사도 있었고, 학부모들은 영어유치원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후 해당 학부모의 자녀는 유치원을 퇴소했다.

여기까지가 A씨가 밝힌 사건의 시작이다. 그리고 2021년부터 영어유치원 정보 카페에는 알 수 없는 댓글과 게시물이 올라왔다. 내용은 영어유치원을 다닐 때 아이가 수업 중에 얼굴을 다쳤고, 아이를 피부과에 데려갔지만, 얼굴에 흉터가 남았는데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문제는 영어유치원은 수업시간에 일어난 일(사고)임에도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고 안부만 물었다. 아이 얼굴에 평생 남을 흉터가 생겼는데 내가 알아서 치료해야 한다니, 나는 해당 영어유치원의 태도가 책임감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며 “(유치원이)내게 대처가 미흡했다고 사과를 했으면 글을 내렸을 텐데,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내 댓글을 신고하고 삭제했다”고 적혀있다.

게시물에는 특정 유치원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댓글은 폭발적이었다. 영어유치원을 알아보던 학부모들은 “피해야 하는 영어유치원인 것 같다. 어딘지 알 수 있냐”는 질문이 쇄도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쪽지 보내서 알려준다. 나도 진작에 알고 피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속상하다”는 답변이 달렸다.

영어유치원은 메리츠화재의 에듀파트너 종합보험에 가입돼있었고, A씨는 DB손해보험사의 학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있었다.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었던 A씨는 카페 채팅을 통해 “상해보험에 가입돼있다. 만약 보험처리가 되지 않은 경우 3년 내에는 언제든지 처리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카페에는 계속 글이 올라왔고, 영어유치원은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공지를 올렸다.

갑질과 
마녀사냥

해당 글 작성자는 “영어유치원이 공지사항으로 내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아이는 언제든지 다칠 수 있고, 나는 유치원에 어떻게 다치게 할 수 있냐고 따져 물은 적 없다. 그저 대처에 관해 이야기 했을 뿐”이라며 “나는 유치원을 비난하고자 올린 글이 아니다. 나도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올리기 조심스럽지만, 불특정 다수의 학부모에게 전달된 나에 대한 잘못된 이야기를 바로잡고 싶다”고 밝혔다.

이 글에는 “해당 원이 어디냐” “정보 꼭 알려달라” “듣도 보도 못한 대처” “변호사 대동하고 언론에 대응하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반면 당시 담임교사였던 B씨는 영어유치원이 다친 영‧유아의 병원비와 치료비에 관해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B씨는 “음악 수업시간에 핸드벨을 손에 쥐고 흔들다가 아이가 흔든 핸드벨이 왼쪽 눈두덩이에 부딪혔다. 눈썹 아래서 피가 났고 바로 원장과 교수부장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원장이 학부모에게 연락했고 근처 피부과서 진료받았는데 대학병원에 가서 꿰매야 한다고 드레싱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상황에 관해서는 “치료가 끝나고 학부모에게 전화했더니 아이를 그냥 하원 셔틀에 태워 보내라고 했다”며 “어느 기관이든 크고 작은 사고 발생 시 모든 치료가 끝난 후 보험처리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영어유치원서 병원비와 치료비에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는 2019년 8월26일부터 7개월 동안 원장, 당시 교수부장, 담임교사가 사랑으로 돌봤다. 그런데 아이의 학부모가 맘카페에 사실과 다른 글을 올려 모두에게 힘든 상황을 초래했다”고 증언했다. 

게시물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영어유치원이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거나 ▲식사에 중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했고 ▲영어유치원 게시글이 공익목적이라는 것에 대한 탄원서를 모았으며 ▲아동학대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자신의 아이가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는 “아이가 3세 때 영어유치원 선생님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도깨비 전화(교육용 앱으로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캐릭터가 전화를 해서 유아의 나쁜 버릇을 고쳐줌)를 사용했다”며 “이건 공포심 유발을 하는 협박이다. 또 밥을 잘 먹는 아이에게만 비타민을 줬다. 이런 일을 겪은 애가 최소 3명이나 있다”고 분개했다.


신고자는 맘카페 회원으로, 영어유치원이 아동학대를 했다는 글을 보고 신고했다. 자세한 내용은 ‘영어유치원 내에서 피해 아동의 머리를 때리거나, 도깨비 전화를 이용해 아동을 놀라게 하는 방법으로 폭행을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얼굴의 흉터
그날 진실은?

경찰이 피해 아동의 학부모를 찾아갔지만, 학부모는 맘카페에 올린 글과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

해당 학부모는 “도깨비 전화가 학대인지 모르겠다. 이미 학원을 그만뒀다. 그때 일이 언제 있었는지도 사실 잘 모른다. 경찰에 나가서 진술하고 싶지 않다. 아들이 3세인데 진술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당시 일을 기억하면서 진술하라고 하면 아들한테 나쁜 영향을 끼칠 것 같아 더 이상 사건 진행을 원하지 않는다. 확실하지도 않은데 굳이 가야 하나? 그냥 알아서 종결해라”고 진술했다.

피해 아동의 진술 및 사건 진행을 거부한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어제 너무 감정이 앞서나가고 흥분해서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을 했는데 손찌검은 확실치 않다”고 피해 사실도 불명확하게 해, 영어유치원이 아동학대를 한 범죄 혐의를 인정할 수 없었다.

영어유치원은 맘카페에 글을 제일 많이 올리는 한 회원에게 명예훼손행위금지 소송을 걸었다. 해당 회원이 맘카페에 올린 글은 각 4600회, 7100회, 1만4000회, 6300회, 6800회, 7900회, 9400회로 조회수가 총 5만6000회를 상회했다. 

각 글에 달린 댓글은 각 43건, 200건, 623건, 151건, 179건, 222건, 339건으로 댓글 수만 총 1756건에 이르는 등 파급력이 컸다. 

법원은 게시물을 올린 학부모에게 “맘카페에 영어유치원이 특정되거나 유추될 수 있는 내용의 게시물 및 댓글을 작성하거나 쪽지, 카페 채팅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 채권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판결과 함께 벌금을 내렸다.

<일요시사>는 해당 소송을 진행한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영어유치원은 이 변호사가 게시물을 올린 학부모의 남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일요시사>는 ▲학부모가 맘카페에 악플을 남긴 이유 ▲영어유치원 대표가 악플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것을 아는지 여부 ▲변호사가 영어유치원 관련 악플을 남긴 학부모의 남편이 맞는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등을 질문했다.

댓글로 원색적인 비난 쇄도
원생 줄더니 결국 폐업 위기

변호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영어유치원이 잘 알고 해당 지역 학부모들이 잘 알고 있다. 수년 동안 학원을 운영하면서 자신에 관한 비판이 있으면, 법적인 조치를 하겠다며 학부모들의 입을 막아왔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번에도 영어유치원이 학부모에게 학원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법적 조치를 운운해 협박했기 때문에 학부모가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 조사 결과 영어유치원에 관한 학부모의 문제 제기는 근거가 있고 공익적인 목적이 있다고 판단됐다. 그리고 이 학부모 외에도 영어유치원에는 여러 학부모, 직원들과도 불화가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며 “영어유치원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고소당한 사람은 여러명이다. 현재 퇴사한 원어민 강사 측이 학원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이에 대해서도 학원이 고소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당 변호사는 불기소 결정서 등 세 개의 자료를 보내왔다. 학부모가 영어유치원을 대상으로 온라인에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을 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학부모가 영어유치원 전 대표 A씨에게 접근 금지 가처분신청서다.

법원은 A씨에게 “A씨는 전화,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상태 메시지를 통한 메시지 전달 등의 방법으로 학부모의 평온한 생활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해당 사안은 A씨가 멀티프로필을 만든 것으로 시작됐으며, 법원은 A씨가 멀티프로필을 이용해 학부모의 생활을 방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 번째는 현재 소송 중인 자료로 여기엔 “학부모가 작성한 글이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허위 인식을 갖고 작성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작성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 영어유치원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범의가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불법행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데 영어유치원이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을 계속해 학부모 가족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다”는 것이었다.

위에서 말한 방법은 ▲고소 ▲주거침입 ▲학부모 협박 ▲멀티프로필 생성 ▲아동학대다. 

정신과 치료
누가 거짓말?

A씨와 영어유치원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A씨는 “나는 멀티프로필 일로 대표직서도 물러났고, 나 때문에 영어유치원 직원들이 고통받는 것이 너무 힘들다. 학부모를 고소한 것은 명예훼손 때문이며, 무작위로 고소하지도 않았다”며 ”주거침입과 학부모 협박도 한 적 없고 변호사가 말하는 원어민 강사 문제는 해당 사건과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멀티프로필 기사가 SBS에 뜨자 학부모는 맘카페에 또 글을 올렸다. 나는 지금 영어유치원 대표도 아니다. 그런데 맘카페에는 원장의 프로필이라고 해서 전 대표가 아닌 현재 원장과 선생님이 욕을 먹고 있다. 사람들은 학부모 남편이 변호사라고 그 사람 말을 다 믿는다. 변호사다. 이미 학부모 게시글 가처분 결과에 벌금이 아니라 상대편이 변호사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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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