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놓인 정신질환자의 민낯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21 13:25:09
  • 호수 1441호
  • 댓글 0개

형 살고 치료 없이 바로 출소하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범죄를 저지른 후 스스로를 ‘조현병 환자’라고 말하는 범죄자들이 많다. 이런 일이 지속되다 보니 ‘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실상 조현병 환자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제대로 치료될 수 있도록 복지를 탄탄하게 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묻지마 범죄 또는 무동기 범죄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저지르는 범죄를 말한다. 칼부림 사건 등에 따른 묻지마 살인이나 상해 범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한국은 묻지마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안전한 나라’라는 타이틀이 흔들리고 있다. 

늘어나는
묻지마 범죄

묻지마 범죄 피의자들은 범행 후 자신이 조현병에 걸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그에 맞춰 언론들은 피의자들과 관련한 보도를 쏟아낸다. 특히 피의자의 정신질환을 언급하는 기사들이 많다. 지난 11일, 대전 소재의 한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를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건조물 침입)로 구속된 20대 A(28)씨도 마찬가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일 오전 9시24분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 B(49)씨의 얼굴과 가슴, 팔 부위 등을 흉기로 7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학교 정문을 통과해 교내로 들어온 A씨는 2층 교무실로 올라가 B씨를 찾았고, B씨가 수업 중이란 말을 듣고 복도서 기다리고 있다가 B씨를 발견하고 교무실 안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범행 직후 달아난 A씨는 3시간여 만에 거주지 인근서 긴급 체포됐다.


그는 피해 교사 말고도 다른 교사와 동급생들을 가해자로 지목해 경찰이 조사를 벌였는데, 이들은 A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경찰은 A씨가 2021년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고, 평소 망상 증세를 보였다는 어머니 진술을 확보해 망상에 따른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A씨는 조현병과 우울증 진단을 받고 지난해까지 치료받다가 의사로부터 입원 치료를 권유받았지만 입원도, 치료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내가 원해서 치료받지 않았다”는 의미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의 피의자 최원종(22)은 “나를 감시하는 스토커 조직이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질렀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 자신의 범행 자체는 후회하지만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지 않았다.

치료감호 청구 기각 증가
치료소 정신과전문의 부족

최원종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를 진단받았지만 최근 3년간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다가 망상에 빠져 범행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찰은 최씨의 진술 및 휴대전화 등 디지털증거 분석(포렌식) 결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을 모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나를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리려고 범행했다”는 검거 당시의 진술을 유지했다. 또 커뮤니티에 흉기를 든 사진 등 게시물을 올린 적 있고, 이것 역시 스토킹 집단이 커뮤니티를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또 서현역을 범행 장소로 삼은 이유에 관해서는 자기 집 주변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어서 스토킹 집단 소속인 이들이 다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서현역서 디저트 먹는다”는 글도 스토킹 집단이 찾아올 것이라는 이유에서 작성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조현병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한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는 “이웃에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일방적으로 반말하고 욕을 하는데 너무 스트레스받는다. 고통스러워서 경찰, 주민센터, 변호사 상담까지 받아봤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다. 가족들도 이미 포기했다고 한다”며 “조현병 환자가 직접적인 상해를 가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고 한다. 정말 누구 한 명 죽어야 해결되는 거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해당 글에는 “강제입원 말고는 답이 없는데 그것도 위협을 받아야 가능하다” “이웃 환우는 안타깝지만 경찰이 강제라도 병원 입원을 시켰으면 좋겠다. 이러다 정상적인 사람까지 정신병 걸린다” “흉기를 들고 난동 부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 “이사 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등의 답변이 달렸다.

통제 불능
어쩌나…

조현병 환자는 위험하니 알아서 피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결국 주변의 조현병 환자들 때문에 일반인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는 왜 통제 불능 상태가 된 것일까?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간한 ‘국가정신건강 현황보고서 2021’을 보면 2021년 기준 중증 정신질환자는 65만1813명이며, 이 중 조현병 진단 환자는 18만2901명, 분열형 및 망상 장애 환자까지 포함하면 23만554명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현병 환자나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형벌에만 집중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정신질환 범죄자의 치료 및 사회 복귀를 위한 치료감호 청구와 인용률이 동시에 크게 떨어진다.

법조계는 날로 짙어지는 엄벌주의 위주의 형사정책 경향과 함께 치료감호소의 만성적인 인력·예산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으며, 치료감호 제도 정상화를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확대 및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한 바 있다.

치료감호법 제2조에는 치료감호 대상자로 ▲형법 제10조1항에 따라 벌하지 않거나 조 2항에 따라 형을 감경할 수 있는 심신장애인으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 ▲마약·향정신성의약품, 그 밖에 남용되거나 해독을 끼칠 우려가 있는 물질이나 알코올을 식음·섭취·흡입·흡연 또는 주입받은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 ▲소아성기호증, 성적가학증 등 특정 성적 성벽이 있는 정신성적 장애인으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성폭력 범죄를 지은 자 등이 있다.

손 놓은
재범 위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피고인은 재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선 치료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데, 법원이 치료감호 청구를 기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검찰의 치료감호 청구가 줄어드는 건 2009년부터다. 2022 검찰연감에 따르면, 검찰의 치료감호 청구 수는 2009년 350건이었지만, 2013년 254건, 2019년 184건, 2021년 78건 등을 기록해 크게 줄었다.

법원이 1심서 치료감호 청구를 인용하는 비율도 줄고 있다. 사법연감 등에 따르면, 1심서 치료감호 청구 인용률은 2014년 82.9%(223건)에 달했지만 2020년에는 68.3%(114건)로 절반가량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치료감호 청구·인용이 줄어든 원인으로 정신질환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 강화 기조와 함께 치료감호소의 만성적인 인력·예산 부족 등을 꼽았다. 하지만 정신질환 범죄자는 2018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들의 재범률은 65.4%를 기록했다.

반면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의 정신과 전문의 충원율은 절반 수준에 불과해, 전문의의 진료 부담이 늘고 있다. 국립법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충원율은 53.3%밖에 안 돼 정원 15명 중 8명만 일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관리체계의 허점이 드러나 조현병이나 망상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 8명 중 7명이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에도 입원치료할 수 있도록 국가의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정신의료기관서 치료받은 조현병과 망상장애 환자 중 지역사회서 제공하는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이용하는 환자의 비율은 0.13으로, 8명 중 약 1명만 지역사회가 제공하는 정신건강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 죽으면 조현병 형 삶은…”
“비자의 입원 더 용이해져야”

조울증으로 알려진 양극성 장애 환자 등록률은 0.05로 20명 중 1명밖에 안 됐고, 주요 우울 장애 환자의 등록률은 그보다 더 낮은 0.01로 100명 중 1명꼴이다. 특히, 조현병과 망상장애 환자가 지역사회서 관리받는 비율은 ▲2018년 0.14 ▲2019년 0.14 ▲2020년 0.13 ▲2021년 0.13으로 소폭 감소했다.


정부는 지역사회 내 정신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전국 260개소에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운영하는 등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지만 홍보 부족과 환자에게 강제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어서 대상자의 동의를 통해서만 제공된다. 

다만, 자·타해의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는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센터가 입원 개입 등 긴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정신질환 환자와 가족 역시 일상이 힘들다. 조현병 환자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더라도 보호자가 옆에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B씨는 결혼했고, 그의 형은 오랜 기간 조현병을 앓고 있다. 형은 치료를 꾸준히 받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혼자 할 수 있지만, B씨가 형의 실질적인 보호자다. B씨는 규칙적인 시간에 형에게 전화해야 하고, 매주 두 번은 방문해 보살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은 병원에 동행해 형의 주치의와 상담한다.

B씨가 없으면 B씨의 형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집 앞에 좋은 공원과 산책길이 있지만 한낮에도 커튼을 두껍게 쳐놓고 지낸다. 믿고 의지하는 것은 B씨 뿐이고, 그가 방문하면 형은 어린아이가 떼를 쓰듯 감정을 드러낸다. 

불안한 일이 있거나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형은 B씨에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화한다. B씨가 가족과 함께 있거나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고려되지 않는다. 새벽에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택시를 타고 B씨가 있는 곳으로 찾아온 적도 있다.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하거나 욕을 하기도 하고, 전자 도어록을 믿지 못해 문에 자물쇠를 달아두기도 한다. 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생수를 직접 골라 마신다. B씨는 평생 형을 보살피면서 살아야 한다. 결국 형이 이만큼 살 수 있는 것은 B씨 덕분이지만, 그만큼 그의 삶은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명백한 허점
결국 답은?

B씨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형을 꾸준히 보살폈다. 그래서 지금 이만큼이라도 스스로 생활할 수 있게 됐고,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그만큼 내 가정을 보살피지 못한 죄책감이 있다. 나중에 늙으면 형을 보살피기 힘들고, 내가 형보다 먼저 죽으면 형이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한 의료 관계자는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지자체장이 보호와 진단을 신청할 수 있는 ‘행정입원’도 법에 규정돼있지만, 소송 우려 등으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비자의(非自意) 입원이 더 용이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