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첫 승 고지우·황유민

여자 골프 이끌 특급 신예

2년 차 고지우와 신인 황유민이 여자 골프 투어에서 생애 첫 승을 달성했다. 고지우는 남다른 버디 사냥 능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고, 황유민은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신인 우승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투어 2년 차’ 고지우(20)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4타 차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데뷔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고지우는 지난달 2일 강원 평창의 버치힐GC(파72)에서 열린 맥콜·모나 용평 오픈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쳤다.

경쟁력 입증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를 적어낸 고지우는 공동 2위 안선주와 이제영(이상 11언더파)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 1억4400만원을 획득한 그는 상금 순위를 29위에서 12위(2억9845만원)로 끌어 올렸다. 제주 출신 고지우는 지난해 K LPGA 투어에 데뷔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6월 롯데 오픈에서 4위에 올랐고, 이어진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도 5위를 기록하는 등 ‘톱10’에 여섯 차례 진입했을 뿐, 우승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다만 무기 하나는 확실했다.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를 앞세운 버디 사냥 능력이다. 여기에 한 번 흐름을 타면 쉴 새 없이 버디를 몰아쳐 버디 폭격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336개의 버디를 잡아내 유해란(22)과 함께 최다 버디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홀당 평균 버디는 2위(3.77개)였다. 지난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로 7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두른 끝에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다.

준우승 이후 8개 대회에서 네 차례나 컷 오프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부진에 빠지기도 했지만 지난주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6위에 올라 반등에 성공한 고지우는 이번 대회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첫날 공동 17위로 출발한 뒤 둘째 날은 선두 송가은을 4타 차(6위)로 추격했는데, 이날은 데일리 베스트인 7언더파를 몰아쳤다. 1번 홀(파4)부터 약 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고지우는 3번(파5)과 4번 홀(파4) 연속 버디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5번 홀(파4)에서 2m 안쪽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이날 첫 보기를 범하기도 했으나 8번 홀(파5) 버디로 만회했다.


고, ‘맥콜·모나용평 오픈’ 역전승
44번째 출전 만에 마수걸이 승리

공동 선두인 송가은과 이제영을 1타 차로 추격하던 고지우는 10번 홀에서 이글을 터뜨려 단숨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에는 신들린 퍼트 감이 빛났다. 13번 홀(파4)에서 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15번 홀(파4)에서는 10m 버디 퍼트를 떨궈 추격자들의 의지를 꺾었다. 남은 3개 홀을 파 세이브를 하며 3타 차 우승을 확정 지었다.

고지우는 “첫 우승을 역전승으로 장식해 정말 기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며 “목표는 미국 무대에 진출해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KLPGA 투어에 데뷔해 신인상 부문 2위를 차지한 고지우는 신인으로 버디 336개를 잡아내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만큼 지난해 고지우의 경기 스타일이 공격적이었다는 뜻이다. 

이제영과 안선주는 이날 2타와 3타를 줄여 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를 기록해 공동 2위를 차지하며 대회를 마쳤다. 1위로 출발한 송가은은 1타를 잃어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해 4위로 마쳐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임진희는 이날 버디만 5개를 낚아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를 기록해 공동 8위를 차지하며 대회를 마쳤다.

KLPGA 투어 ‘특급 신인’ 황유민(20)이 마침내 우승 물꼬를 텄다. 황유민은 지난달 9일 경기도 포천시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 브렝땅·에떼 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일 연장 승부 끝에 ‘신인 동기’ 김민별(19)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루키 삼총사’ 중 가장 작은 신장(163㎝)에도 불구하고 호쾌한 샷으로 팬덤을 형성한 황유민은 올 시즌 15번째 대회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아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를 기록한 황유민은 김민별과 공동 선두로 라운드를 마쳤다. 18번 홀에서 치른 첫 번째 연장에서 황유민은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대회 최종일 티오프를 앞두고 쏟아진 폭우로 4시간40분간 대기하다 오후 1시30분에서야 경기가 시작됐다. 4번 홀(파3) 6m 버디로 처음 선두 자리를 꿰찬 황유민은 8번 홀(파3) 14m 장거리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 9번 홀(파4) 3m 버디로 기세를 올렸다.


황, ‘MBN여자 오픈’ 정상 등극
호쾌한 장타 앞세운 신인 돌풍

하지만 13번 홀까지 침묵하는 사이 한진선에게 선두를 뺏겼다. 14번 홀까지 6타를 줄인 한진선에 2타 차까지 뒤졌던 황유민은 14, 15번 홀 연속 버디로 따라잡고 18번 홀(파4) 버디로 1타 차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황유민은 14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막판 5개 홀에서 버디 4개를 뽑아낸 김민별의 추격을 완벽하게 따돌리지는 못했다. 김민별은 18번 홀에서 황유민의 버디를 버디로 응수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지만, 연장전에서 또 한 번 버디를 때린 황유민의 상승세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챔피언 퍼트를 컵에 집어넣고는 환하게 웃은 황유민은 올해 KLPGA 투어 두 번째 ‘신인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첫 번째 신인 우승자인 방신실의 우승에 자극받은 황유민은 자신의 힘으로 끝내 신인왕 레이스 최상단에 올라섰다. 황유민은 지난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박민지(25)와 우승 경쟁을 펼치며 눈도장을 받았다. 작은 체구인데도 과감한 샷으로 핀을 공략하는 모습에 ‘돌격대장’이라는 별칭을 받았다.

물꼬 텄다

세밀함 없이 강하게만 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DB그룹 한국여자오픈 9위, 맥콜·모나 용평오픈 8위 등 꾸준히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우승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알렸다. 그리고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고 ‘작은 돌격대장의 탄생’을 알렸다. 우승상금 1억8000만원을 받아 상금순위는 14위로 26계단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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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