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부위원장 뒷돈 피소 내막

“유력 정치인과 친해” 4000만원 진실공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인과 맺는 관계는 특수한 만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한 번 잘못 얽혀버리면 관련된 모두가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의 한 지역서 정치인과 당원이 돈 문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과연 진실이 뭘까?

정치인이 또 다른 정치인과 친분을 과시하면 그 자체로 신뢰가 생긴다. 유력 정치인과의 관계를 과시하면 더욱 그렇다. 평범한 더불어민주당 당원인 A씨도 똑같이 믿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시장 선거에 출마할 정도의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A씨는 빚까지 짊어지면서 돈을 써가며 요구사항을 들어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고소를 당한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연서
악연으로

민주당 당원인 A씨에 따르면 B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을 처음 만난 것은 2019년이다.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의 소개로 B 부위원장을 소개받았다. 소개받은 정치인은 지역서 야무지고, 똑똑한 이미지로 당원들 사이서 평가가 좋았다. 

B 부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중앙당 부대변인 출신의 정치인으로 2014년엔 단체장 선거서 포항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포항 지역의 첫 야당 여성 후보로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으로도 출마했고, 현재는 민주당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A씨는 평범한 식품 소스 사업을 하던 중 2019년경 B 부위원장과 인연이 생겼다. 처음 만난 B 부위원장은 영락 없이 정치를 하려는 사람으로 보였다. A씨는 “항상 피켓을 들고 누군가를 위해, 이 나라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어 그의 여러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다”고 말했다. 


그랬던 A씨는 최근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을 찾아 B 위원장에 대해 사기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소장에는 A씨가 운영하는 가게에 어느 날 B 부위원장 자주 동행하는 C씨와 함께 찾아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B 부위원장은 “이번에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에 출마하는데 반드시 위원장이 된다”며 “만들고 있는 소스류를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 공급하도록 해주겠다. 자신이 농수산부 장관 민주당 유력 의원, 도지사 등과 막역한 사이”라고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듯 접근해왔다. 

식품 소스류를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민주당과 관련 있는 전국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한 것.

의원들에게 부탁해 국가지원금 20억원을 받아 식품 제조 공장을 지을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에 A씨는 혹할 수밖에 없었다. B 부위원장의 말을 믿고 4억원의 돈을 마련해 380평가량의 땅을 매입해 공장 설립을 준비했다. 

정면 대치되는 고소장 속 인물들 진술
A씨 “그들이 먼저 찾아와 돈 달라 해”

이후 A씨는 용지를 매입한 뒤 설립자금이 필요해 “약속한 대로 공장설립 지원금 20억원을 지원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공장 사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B 부위원장이 “개인 명의로 지원은 할 수 없고 법인을 설립해 법인 명의로 부지 이전 시 돈을 받을 수 있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사정이 급해진 A씨는 B 부위원장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영어조합법인을 설립하고 같은 해 법인 명의로 A씨 부지를 이전등기하고 상황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후 상황은 점차 악화돼갔다. 부지 이전등기 이후 경제진흥원에 대출을 알아봐주겠다고 말을 바꾸었으나 대출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결국 A씨는 영어조합법인을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공장 관련 지원금을 받으려면 3년간 재무제표가 있어야 하고, 3년 이상 동종업계에 종사한 경력 등 5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조건이 되지 않아 대출받기 힘든 구조였던 셈이다. 현재 A씨는 빚만 6억원~7억원이다. 

A씨에 따르면 이후에도 B 부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지속적으로 선거 출마 공탁금, 정치인들과의 식사를 위한 경비 마련, 선거운동 비용, 생활비 등 명목 등으로 돈을 요구해왔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B 부위원장이 C씨의 계좌를 통해 해당 명목으로 빌려 간 돈만 12회에 걸쳐 4000만원이 넘는다. <일요시사>가 A씨 측으로부터 입수한 거래 내역서에도 실제 C씨에게 4000만원가량 돈이 송금된 이력이 남아 있다.

“사업에 도움”
12회에 걸쳐?

2020년 5월4일부터 같은 해 11월11일까지 적게는 몇 만원부터 크게는 500만원까지 이체됐다. A씨의 말처럼 민주당의 중진 정치인도 몇몇 만났다. 직접 준비해간 회도 함께 제공했다.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A씨는 “B 부위원장이 빌려놓고 자기 이름으로 빌리지 않아 자신은 안 빌렸다며 C씨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원들과 조금은 친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친한지는 모르겠다.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다는 걸 과시하려고 해왔다”고 말했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A씨는 피고소인들이 했던 말과 행동이 전부 거짓이라고 깨달았다. 당시에는 정치인으로써 지지했기 때문에 지원했지만 이제라도 돈을 돌려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C씨의 계좌로 입금된 돈이 1년 넘었으니 되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의 주장에 따르면 B 부위원장은 “돈이 없다. 지진 피해금 받을 돈이 있는데 돈이 나오면 갚겠다”며 감감 무소식 중이다. 

시간이 지나도 돈을 갚지 않자, B 부위원장과 C씨를 고소했는데 이후로 B 부위원장은 연락이 닿질 않았다. ‘돈을 반드시 돌려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A씨는 지난해 7월, 민주당 경북도당 사무실에 사정을 이야기했다.

이후 500만원이 송금됐고,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A씨의 이야기대로라면 B 부위원장이 자신의 활동을 위해 평범한 사업을 하는 일반 당원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았기 때문에 사기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일요시사>는 돈을 입금받은 C씨에게도 상황을 물었다. 그는 자신의 계좌에 돈이 입금된 점은 시인했으나 B 부위원장이 관련돼있다는 점에 대해선 강력 부인했다. C씨는 “계좌에 돈이 들어온 것은 맞다”면서도 “B 부위원장은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오히려 A씨가 공장 부지를 샀다고 먼저 땅을 보여줬다”고 반박했다. 


식품회사를 운영 중이던 C씨 주장에 따르면 오히려 A씨가 “도와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C씨는 패스 업 기준의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여러 곳을 둘러보고, 전문가를 찾아다녔다. 설계 도면 역시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HACCP) 기준에 맞는 설계 방식을 알아내 경제진흥원서도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충족시키려 노력했다. 

지속적으로
돈 요구?

그는 A씨의 고소에 대해 꼬집기도 했다. A씨가 B 부위원장을 상당히 지지하는 인물로 기억하고 있는 데다 오히려 늘 도우려고 했다는 것이다. C씨는 “A씨가 오히려 B 부위원장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B 부위원장이 경북도당위원장에 나가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하니 자신이 빌려주겠다며 나서서 말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미용실도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미용실 임대 보증금 2000만원을 갖고 있는데, 미용실이 나가면 돈이 준비되니 자신이 빌려주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C씨에 따르면 이후 A씨는 차용증도 요구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자신이 “차용증을 써야 하지 않겠냐”고 해 차용증을 작성했다고 단호히 말했다. 또 앞서 500만원도 빌렸던 이력이 있어 해당 비용까지 2500만원을 한꺼번에 적어 차용증을 썼다고 주장했다. 

당시 작성했던 차용증의 변제기간은 1년으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노력도 했다. 노력을 기울였으나 자신 역시 상황이 어려워져 갚지 못했다고도 했다. 어느 덧 돈을 못 갚은 지 만 3년째인데, 변제 시기보다 2년이 지났다. 


다만 그는 실제 A씨가 갚아야 한다고 주장한 액수와 다르다는 입장이다. 즉, 4000만원을 빌린 적이 없고, 차용증에 명시된 2000만원만 갚으면 된다는 것이다. 앞서 500만원은 이미 갚았기 때문이다. 

A씨가 C씨에게 입금했다는 돈 역시 단순히 빌린 게 아니라 공장을 위해 자신이 활동하며 받은 활동비라고 했다. 당시 C씨는 “그냥은 못 다닌다. 기름값, 공장과 관련된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을 만나 자문을 구하고, 인사 등을 한 경비”라고 못 박았다. 한마디로 빌린 게 아니라 시장조사를 위해 받았던 돈이라는 셈이다. 

B 부위원장 “당사자 아니고 내용 몰라”
C씨 “사실 아냐, 오히려 먼저 주려 해”

그는 “A씨가 먼저 ‘경비로 얼마를 주면 되겠느냐’고 물었고 최소 150만원이 필요하다는 말에 200만원씩 몇 달을 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A씨와 C씨가 차용증을 작성한 것은 2500만원과 관련된 부분이다. 경비 명목으로 통장에 지급한 부분을 증거로 제시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간 작성해온 파일과 창업 및 사업계획서를 증거로 내밀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파일에는 법인 소개와 건축시설 개요가 기록돼있다. 사업계획서 역시 위치, 목적, 기대 효과 등 꽤 구체적이었다. 총 10페이지로 이뤄져있으며 자금 조달 계획, 세부 투자 계획 등도 함께 명시돼있다. 

C씨는 오히려 A씨가 실수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출 70%를 받으려면 자기자본 30%가 필요했던 상황으로 자본 지출을 많이 갖추긴 했었다. 업장 자산이 있어야 하고 수산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A씨의 실수 지점은 100만원으로도 법인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적은 금액으로 법인을 만드는 바람에 출자 자산이 없어졌다는 주장이다. 

당시 서류만 넣으면 대출 집행이 이뤄진다고 안내받았는데, 결국 증명이 안 돼 자산가치로 편입할 수 없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C씨는 A씨가 일방적인 주장만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갚았던 500만원 역시 “경북도당 사람도 아닌데 경북도당에 제소하니 갚았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국회의원들과의 만남 역시 자신들은 강요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소개시켜주긴 했지만 오히려 A씨가 만나게 해달라고 지속적으료 요청했기 때문에 만났을 뿐이라는 것. 그는 “경비를 마련하라는 지시도 없었고, 오히려 고급 어종 회를 썰어 박스에 넣어서 왔다”고 말했다. 

차용증 작성
진짜? 가짜?

이처럼 A씨와 C씨의 주장은 정면으로 대치되는 상황이다. A씨는 요구에 의해, C씨는 자발적이라는 게 쟁점이다. 

B 부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4000만원이라는 금액에 관해선 잘 모른다.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 C씨와 관련된 일”이라며 “조사가 아직 안 끝났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결론적으로 나는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좌관 성추행’ 박완주 의원, 노래방서 무슨 일이…

보좌관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노래방서 피해자에 신체접촉을 하는 등 추행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의원은 2021년 12월9일 보좌관 A씨, 비서 B씨와 함께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음식점서 저녁식사를 한 뒤 노래주점으로 이동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경 박 의원은 노래주점서 B씨를 잠시 나가도록 하고 피해자 A씨와 단둘이 대화하다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놀란 A씨는 박 의원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강하게 거부했지만 박 의원은 여러 차례 성적인 발언을 하며 성관계를 요구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후 박 의원은 A씨가 회식을 마친 후 귀가하려 하자 함께 차에 타라며 강권했고, A씨는 마지 못해 박 의원이 거주하는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까지 함께 이동했다.

차에서 먼저 내린 박 의원은 A씨의 손목을 붙잡으며 “올라가서 한 잔 더 하자”고 말했고, A씨가 거절하자 또다시 강제로 신체를 접촉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A씨는 지난해 4월22일 민주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A씨의 신고 사실을 인지한 박 의원은 A씨를 면직시키기 위해 제3자를 동원해 위조된 사직서를 국회 사무처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어 A씨는 지난해 5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직권남용,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박 의원을 고소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12일 의원 총회를 열고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박 의원을 제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4일 박 의원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의원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9일 열린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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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