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치사율 53%’ 고양이 AI 정체

“길고양이 만지지 마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서울에 위치한 사설 동물보호소에서 고양이가 집단 폐사했다. 원인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알려졌다. 이번 집단 폐사한 고양이를 검사한 결과 H5N1형 AI 항원이 검출됐다. 이 바이러스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흔한 종류다. 그러나 해당 AI가 전 세계적으로 포유류에게 검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변이 바이러스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고양이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돼 집단 폐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서 고양이의 AI 확진이 보고된 사례는 2016년 이후 약 7년 만이다.

2016년 당시 고양이를 감염시킨 H7N2형 AI는 저병원성 AI이었다. 저병원성 AI는 전파력이 낮지만 고병원성 AI로 변이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캄보디아서 11세 소녀가 H5N1 고병원성 AI에 확진돼 사망했다. 당시 캄보디아 당국은 소녀가 거주하는 집에서 키우던 닭과 오리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보고, 사람 간 전염은 아닌 것으로 추정했다.

떼죽음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동물보호소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고병원성 H5N1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관악구 소재 동물보호소에서 호흡기 증상을 보인 고양이가 폐사하면서 같은 H5N1형 AI 양성 판정을 받았다.

용산구와 관악구 동물보호소에 있는 고양이는 모두 유기묘 출신이다. 양성 판정을 받은 고양이가 야생서 생활하던 중 AI 항원을 지닌 야생조류 또는 분변 등과 접촉해 전염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고양이를 통해 사람에게도 전파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전 세계적으로 H5N1형 AI가 조류서 고양이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고양이와 접촉한 대상자를 조사한 결과 아직 유증상자는 없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사람 간 전파가 이뤄질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인간과 가까운 고양이의 잇따른 AI 감염과 관련해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WHO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2021년 말부터 유럽지역은 사상 최악의 조류독감 발생에 시달렸고 미주 지역 피해도 심각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가까운 포유류서 H5N1 바이러스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는 동물과 인간에게 더 해로울 수 있는 AI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WHO 공식 발표에는 이 같은 바이러스 관련 감염자가 미국, 영국, 에콰도르, 스페인 등 여러 국가서 1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그중 4명이 중증 증상을 보였고 나머지는 경증이나 무증상 증세로 회복했다. 

집단 폐사 원인으로 확인
사람에 전파 가능성은?

앞서 실비 브라이언드 WHO 글로벌 감염 대응국장은 지난 2월 조류 인플루엔자 사망자가 나온 것과 관련해 전 세계 각국에 경계심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AI가 한 사람서 다른 사람으로 쉽게 전염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경향을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바이러스가 진화하는지 식별하기 위해서도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국내서 벌어진 고양이 집단 폐사와 관련해 AI가 포유류 동물에 잘 전파되는 특징의 변이가 발생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H5N1형 AI에 감염된 칠레 국적의 남성에게서 분리한 AI 샘플을 분석한 결과 포유류 적응의 징후를 발견했다고 알려졌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계자는 “글로벌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에 공개된 샘플을 분석한 결과 포유류에게 적응하는 데 필요한 2가지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PB2 유전자로 알려진 2가지 돌연변이는 이전 포유류 세포서 바이러스가 더 증식이 잘되도록 변이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지난 6월 폴란드서 고양이가 집단으로 AI에 걸려 집단 폐사했다. 전 세계적으로 고양이가 AI에 집단으로 확진된 첫 사례다. 이어 한국이 두 번째 사례다.

나운성 전남대 수의과학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YTN 24> 방송을 통해 “지난 폴란드 건서도 마찬가지로 포유류 안에서 더 증식이 잘되도록 AI 바이러스가 변이됐던 사실이 나타났다”며 “현재 국내서도 용산과 관악서 분리된 바이러스가 폴란드 변이주와 동시에 똑같이 발견되는지 분석 중이다. PB2 단백질의 627번과 701번에 변이가 있는지 없는지 유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나 교수는 국내서 고양이에게 발견된 AI는 인간에게 큰 중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캄보디아서 사망한 소녀는 현재 국내서 발견된 AI와 다른 H5 고병원성 바이러스”라며 “이 바이러스 자체가 아직 사람에게 중증을 크게 일으키거나 사망을 일으키는 고병원성은 아니라 크게 위협을 주는 바이러스는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현재까지 변이 수준에서 이 정도고, 포유류에게 한 번 숙주 적응성을 계속 갖게 되면 병원성이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료서 항원 검출…포유류 감염 늘어
‘청정국’ 지위 찾은 지 두 달 만에 비상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야생조류 월동지나 가금류 농장 인근이 아닌 서울 도심서 나온 AI 확진인 점을 두고 검사 횟수가 늘어나면 확진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고양이가 어떤 경로로 고병원성 AI에 걸렸는지 자세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최근 AI 확진 판정을 받은 고양이가 먹던 사료에서 H5형 AI 항원이 발견됐다. 농식품부는 지난 2일 고병원성 AI가 발생 시설서 채취한 반려동물 사료 시료 검사에서 AI 항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은 닭고기와 오리고기 등을 사용한 제품으로 멸균·살균 등을 위한 공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야생조류와의 접촉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질병관리청은 “AI 바이러스는 주로 감염된 조류 등의 분변에 오염된 물건 및 사체를 접촉한 후에 얼굴을 만졌을 때 전파될 수 있다”며 “고양이를 통한 인체감염 사례가 드문 만큼 과도한 불안보다 일상생활서 적극적인 인체감염 수칙 준수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방역당국은 고양이가 조류를 통해 감염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6월 가금농장과 야생철새 서식지 등에서 AI 표본검사를 진행한 결과 항원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 6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기준에 따라 AI 청정국 선언을 했다. 청정국 선언 요건은 최종 살처분 완료 후 28일간 추가 발생이 없고 해당 기간 바이러스 순환 증거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면 된다. 그러나 AI 청정국 지위를 회복한 지 두 달 만에 방역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고양이가 야생조류와 접촉해 고병원성 AI 확진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될 경우 청정국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다. 


진화

현행법상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가축은 살처분하도록 규정돼있다. 고병원성 AI는 제1종 법정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고양이는 반려동물이어서 안락사를 강제할 수 없다. 고양이를 살처분하게 되면 사회적 공분도 뒤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별도 시설을 마련한 뒤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반려동물을 격리 치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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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