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드디어 빛 발하는 이강인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7.20 10:20:57
  • 호수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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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바페·네이마르와 ‘슛∼’

[일요시사 취재2팀] 김성민 기자 =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던가.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에 입단한 이강인에 어울리는 수식어다. 2007년 그는 KBS 2TV 예능 <날아라 슛돌이>서 이목을 끌었다. 7세 이강인과 유상철 전 감독의 첫 만남도 그때 이뤄졌다. 당시 유 전 감독은 “성인을 축소해놓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의 선견지명은 틀리지 않았다. 췌장암으로 눈을 감기 직전에도 이강인을 응원했다. 유 전 감독은 2021년 유튜브를 통해 “건강하게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면 강인이 경기를 현장서 보고 싶다”고 말했으나, 마지막 메시지가 됐다.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던 이강인의 바람이 실현되는 요즘이다.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하는 과정은 이강인에게 순탄치 않았다. ‘축구 신동’ 이강인은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에 입단했다. 이후 2018~2019년 시즌 발렌시아 1군으로 데뷔했다. 그의 유럽 진출은 운이 아닌 실력으로 따냈다. 2019년 U-20 폴란드월드컵서 이강인은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구단주 피터 림은 그의 가능성을 엿봤다. 뺏기지 않으려 바이아웃을 걸고, 벤치에 묶어뒀다. 

운 아닌
실력으로

발렌시아에 10년을 바친 이강인은 만기 1년을 앞두고 방출됐다. 2021년 레알 마요르카는 그를 영입해 PSG행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렇다고 발렌시아가 이강인을 토사구팽한 건 아니었다. 그는 발렌시아를 대표하는 유망주였다. 10세에 유소년 아카데미에 들어온 유학파다.

당시 발렌시아는 그가 “아시아 축구 시장의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숱한 유망주를 떠나보낸 발렌시아는 유소년 선수를 보호했다. 10대 이강인도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메이저 클럽의 제안을 받았다. 그는 2018년 스페인 국왕컵서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렀는데, 구단 역사상 최연소 데뷔 외국인 선수로 기록됐다.

한국 역사상 최연소 유럽 1군 데뷔 선수이기도 했다.


2019년 9월, 18세 나이로 스페인 라리가 데뷔골을 터트렸다. 이어 20세 이하(U-20) 폴란드월드컵서 2골 4도움을 올리며 준우승을 견인하는가 하면, 골든볼(대회 MVP) 수상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보였다. 2019년 8월 말, 발렌시아는 이강인과 4년 재계약을 맺는다. 화려한 출발과 달리 출전 기회는 잡지 못했다. 당시 팬들은 그가 저평가되고 있다며 의아해했다. 

벤치는 물론 출전 명단서 제외되는 일이 잦았다. 2020년 시즌도 빛을 보지 못했다. 초반에는 주전으로 나섰지만, 점점 출전 시간은 줄었다. 그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기준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은 약 53분에 불과했다. 횟수로는 총 44경기 포함 총 62경기 출전에 그쳤다. 발렌시아의 기용 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뺏기지 않으려 애썼다. 바이아웃으로 8000만유로(약1058억원)를 걸었다. 바이아웃은 일정 금액을 다른 팀이 채우면 소속 구단과 합의 없이 이적할 수 있는 제도다. 사실상 ‘팔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싱가포르 출신 구단주인 피터 림이 원흉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사업가인 피터 림은 2014년 1억유로에 발렌시아를 인수 했다.

운영 초기엔 구단의 채무를 갚아준 구세주로 보였으나 얕은 축구 경영 지식은 바닥을 드러냈다.

그는 팀 전체를 물갈이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코치부터 의료진까지 갈아치웠다. 팀을 소유물로 여기는 악덕 구단주의 모습이었다. 아시안 프랜차이즈 스타에 관한 욕심으로 이강인을 붙잡았다. 발렌시아 전 감독인 보르달라스의 이어진 폭로가 더욱 충격이었다.

2011년 발렌시아 입단…저평가 벤치 신세
마요르카서 날개 펴고 파리로 간 ‘슛돌이’ 

하루아침에 피터 림은 이강인을 내보내라고 압박했다. 17세 이강인을 적극 기용하라고 지시한 것도 그였는데 마치 존중을 상실한 서커스 단장 같았다. 


10대 시절 미숙했던 이강인은 감독의 전술과 맞을 리 없었다. 당시 발렌시아의 감독이었던 마르셀리노는 지켜보자는 의미로 임대를 고려했다. 그러자 구단에서는 임대를 막아버리고 감독을 경질해버렸다. 마르셀리노 경질 후 감독이 계속 바뀌자 팀 상황은 불안정해졌다. 이에 피터 림은 팀 내 주요 자원도 헐값에 넘겨버렸다. 

팀 성적도 강등을 면치 못하자, 이강인을 언론의 방패막이로 사용했다. 결국, 정치질에 악용한 것이다. 계약 만료를 1년 앞둔 2021년 여름, 이적설이 터졌다. 라리가 선수 등록 규정도 영향을 끼쳤다. 스페인은 각 팀에 최대 3명까지만 비유럽(Non-EU)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당시 발렌시아에는 이강인을 포함해 막시 고메스(우루과이)와 오마르 알데레테(파라과이)가 있었다. 마르쿠스 안드레(브라질)까지 영입되자 이강인은 명단서 빠졌다. 활용할 수 없는 선수가 된 이강인은 방출 대상이 됐고, 재정난에 시달리던 발렌시아는 고민했다. 

돈이 없어 선수단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피터 림이 선수단에 다음 해 9월 임금을 주겠다는 약속어음을 뿌리려 하자, 분노한 선수단은 “팔아치운 이적료로 확보한 돈은 대체 어디 갔느냐”고 항의했다. 라리가 측도 급여 지급이 되지 않을 경우 강등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커스 단장 
잘못 만나…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당시 이강인의 바이아웃 금액은 1000만유로(약 138억원) 정도였다. 코로나19로 이적시장이 얼어붙어 그를 찾는 곳이 없었다. 스와이프딜 대상으로 언급됐던 울버햄튼의 라파 미르가 세비야로 향하면서 물거품 됐다.

그나마 유력한 팀은 그라나다였다. 펩 보아다 디렉터가 직접적인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에 목말랐던 이강인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공격 보강을 노린 발렌시아는 미드필더 이강인과 목적도 달랐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와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뜻을 관철했다. 결국, 마요르카에 이적료를 받지 않고 보내는 쪽으로 결정됐다.

2021년 여름 이강인과 발렌시아는 결별했다. 발렌시아는 그해 8월 말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의 미래에 행운이 있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발렌시아의 유소년 육성 정책을 향한 비난도 쏟아졌다. 스페인 현지 매체는 “잠재력을 갖춘 이강인은 21세도 되기 전에 버림받았다”며 일침을 날렸다. 또 다른 매체는 “이강인이 떠나게 되면서 발렌시아의 유소년 육성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고 비판했다.

이강인에겐 출전 경험이 필요했고 마요르카는 미드필더가 절실했다. 벤치서 좌절했던 이강인은 마요르카서 날개를 폈다. 첫 시즌, 선발과 로테이션을 오가며 30경기에 나섰다. 이어 2022~2023년 시즌은 눈부셨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을 중용했다. 마요르카의 공격 전개는 그의 발에서 시작됐다.

시즌 내내 맹활약을 펼쳤고 리그 36경기 6골 6도움을 기록했다. 라리가 한 시즌 공격포인트 10개를 돌파한 한국 출신 최초의 선수가 됐다.


환호와 함께
물오른 기량

지난 4월24일 헤타페전에서는 본인의 프로 무대 첫 멀티골을 터트렸다. 드리블 실력과 정확한 패스는 이강인의 상징이 됐다. 특히 순간적으로 전환해 공격 루트를 바꾸는 모습도 훌륭했다. 베다트 무리키와 보인 호흡은 최고였다.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무리키가 헤더로 마무리하는 패턴이다.

공격포인트도 보여주는 에이스였다. 중원과 공격을 오가는 이강인 덕에 마요르카는 강등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났다. 10년 넘게 강등권서 허덕인 마요르카도 이번 시즌은 달랐다.

2012~2013년 시즌 이후 최고 성적을 얻어 9위로 마무리했다. 이강인은 마요르카 소속으로 73경기 7골 10도움을 기록했다. 프리메라리가 주간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려 천재성을 증명했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올해의 팀’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페데리코 발베르데, 토니 크로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 선수가 올해의 팀 후보에 오른 것도 이강인이 처음이다. 세계적 찬사와 함께 러브콜이 쇄도했다.

이강인을 둘러싼 잡음은 환호와 함께 커졌다. 마요르카는 그를 이적료 없이 영입하면서도 처우는 낮았다. 연봉은 50만유로(한화 약 7억3000만원)에 그쳤다. 열정페이가 따로 없었다.


한 현지 언론은 “이강인의 연봉은 마요르카서도 10위 안에 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춘 베다트 무리키의 연봉 380만유로(약 56억원)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어 “그의 영입을 원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서도 지금 이강인보다 연봉보다 더 적게 받는 선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서 가장 적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백업 골키퍼 이보 그르비치다. 그는 이강인보다는 2배 많은 100만유로(약 15억원)를 받고 있다. 50만유로는 시즌 6골 5도움으로 맹활약한 이강인에게 턱없이 낮은 금액이었다.

‘월클’ 선수들과 어깨 나란히 
훈련 등 현지 적응 100% 완료

그가 레알 마요르카를 떠나야 할 이유는 명확했다. 그럼에도 이강인은 최선을 다했다. 그가 활약한 올 시즌엔 스페인 라리가 9위까지 올라섰다. 

그는 PSG로 이적하기 직전까지 마요르카와 대립했다. 바이아웃이 또 문제였다. 마요르카는 이적료로 2000만유로를 책정해 묶어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적극적으로 이강인을 원했다. 현지 매체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세계서 가장 유망한 선수 중 한 명(이강인)과 계약하기 위해 기꺼이 노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적을 막아선 마요르카에 화가 난 이강인은 SNS를 끊으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9일 이강인은 미련 없이 PSG로 이적하면서 세계 최고 구단 중 한 곳에서 뛰는 명예와 함께 상당한 부를 얻게 됐다. 셀 온 조항 덕에 이적료 일부도 챙겼다. 셀 온 조항이란 선수의 이적료 일부를 선수 본인 또는 전 구단이 받도록 한다는 조항이다.

2021년 8월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에 합류하면서 셀 온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이에 따라 이적료 20%를 요구했다. 현지 매체가 추산하는 이강인의 PSG 이적료는 2200만유로(약 311억원)다. 0원으로 데려온 이강인이 2200만유로를 마요르카에 안겨준 것이다. 조항에 따라 이적료의 20%(약 63억원)를 자기 몫으로 받는다. 

셀 온 조항이란 선수가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때, 발생한 이적료의 일부를 선수 본인 또는 전 구단이 받도록 하는 것이다. 연봉도 올랐다. 이강인은 PSG서 400만유로(약 57억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앞서 이강인이 마요르카서 받던 연봉(50만유로)과 비교하면 무려 8배나 급등한 셈이다.

마요르카는 SNS를 통해 한글로 “강인 선수, 고마워요! 건승을 빌어요! 마요르카는 항상 강인을 반길 거예요”라고 공지했다. 지난 8일, PSG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PSG는 “22세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강인은 PSG에 입단한 첫 한국 선수가 됐다”고 밝혔다. 

등번호 19번을 받은 이강인은 2028년까지 PSG서 뛴다. 공식 입단 발표가 나오자 이강인 유니폼은 동이 났다. 파리 시내 PSG 공식 스토어 2곳 모두 품절이 됐다. PSG로 간 이강인의 플레이는 국내서 볼 수 있다. 이번 달 일본 투어를 떠나는 PSG는 내달 1일 인터밀란(이탈리아)전을, 이틀 뒤인 3일엔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서 K리그 전북 현대와 친선전이 예정돼있다. 

스승 유상철
또 다시 인연

한편, PSG는 2부 리그로 강등되지 않은 파리를 대표하는 클럽이다. 창단 초기부터 파리 시내에 ‘파르크 데 프랭스’를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이 경기장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유상철이 벨기에전서 동점골을 터뜨린 장소기도 하다. 조별리그 최종전에 나선 한국은 유상철의 골로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유 전 감독과 각별한 이강인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 12일 PSG서 첫 훈련에 나선 이강인의 모습도 전해졌다. 네이마르와 나란히 있는 모습은 국격마저 상승시켰다. 이제야말로 라리가서 저평가됐던 그의 진가를 발휘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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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