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대한민국 뒤흔든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 전모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28 16:00:41
  • 댓글 0개

돈만 많은 사회지도층의 '비뚤어진 자녀사랑'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태가 정관계로 확산되고 있다. 국무총리 조카며느리와 재벌가 등이 연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자녀의 허위 국적 취득은 쉬워도 너무 쉬웠다. 자녀 '국적세탁'까지 하는 마당에 대학 등록금 2~3배가 넘는 학비는 국내 유력층 인사에게 '껌값' 수준이었다. 외국인학교에 한국인이 더 많은 아이러니한 현실 앞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지난 9월24일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태를 조사 중인 인천지검 외사부(김형준 부장검사)는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위조서류를 통해 자녀를 외국 국적으로 '국적세탁'을 한 혐의를 포착, 김황식 국무총리의 조카며느리 박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유력 가문
줄줄이 소환

박씨는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셋째 딸로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며느리다. 박씨의 남편은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다.

조카며느리가 외국인학교 입학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지자 김 총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국내 한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수천만원의 돈을 주고 중남미국가인 과테말라의 가짜여권을 만들어 국적을 허위로 취득한 뒤, 관련서류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외국인학교에 제출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행사)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의 부인인 박씨의 둘째언니도 같은 수법으로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박씨 언니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동생 박씨가 언니로부터 브로커를 소개받아 가짜여권을 만든 뒤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김모 동화면세점 전무의 부인도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무는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조카이며,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의 아들이다.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전직 국회의원의 며느리도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허위로 외국 국적을 취득,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월5일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과 부모에게 입학요건에 해당하는 외국 국적 허위 취득을 도와주고 돈을 받은 브로커들을 적발하면서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을 본격 수사해왔다.

검찰은 사문서 위조·행사 등 혐의로 유학원 대표 A씨와 이민알선업체 대표 B씨를 구속하고 또 다른 이민알선업체 대표 C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 강남 유학원 등 2~3곳을 압수수색해 관련자료를 분석했다.

재벌가 정관계 부유층 학부모들 줄소환 '충격'
외국인학교에 한국인이 더 많은 아이러니한 현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10대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1인당 5000만원~1억원을 받고 자녀가 브라질·시에라리온 등 중남미와 아프리카국가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현지 여권과 시민권 증서를 만들어준 혐의를 받았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민알선업체 등을 통해 가짜여권을 만든 뒤 여권 사본만 입학서류로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킬 목적으로 A씨 등에게 서류 위조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자녀나 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내국인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브로커의 안내에 따라 중남미국가에 2~3일 단기 체류하면서 시민권 증서 위조와 여권을 발급받은 뒤 국내로 돌아와 국적을 포기하는 수법으로 부정입학 했다.

일부 학생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는데도 이들 나라의 위조여권을 구해 국적 포기 절차도 없이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A씨 등이 만든 가짜서류를 이용해 실제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 수사를 확대했고 문제가 발생한 외국인학교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부정혐의가 있는 학생들의 명단을 확보했다.

이어 가족관계 증명서를 통해 일일이 대조한 끝에 9월11일부터는 이들에게 돈을 주고 자녀의 외국 국적 취득을 의뢰한 혐의로 학부모 60여 명을 집중 소환해 조사해 왔다.

2~3일 단기체류로
하루아침에 국적포기

수사 대상 학부모들은 재벌그룹 회장과 부회장의 아들, 며느리, 투자업체 대표, 골프장 소유주, 병원장 등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브로커에게 넘겨받은 서류들을 자녀가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하는 데 사용했다.

검찰은 1차 소환대상 학부모들을 매일 1~2명씩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이모 전 부회장 아들 내외,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소속 이 모 변호사의 부인을 소환해 조사했고, D그룹 회장의 3남인 D중공업 상무와 부인 박모씨는, 부인 박씨의 몸이 아파 소환시기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L그룹 오너 일가 자녀도 곧 소환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씨의 둘째 딸과 재벌가인 또 다른 H그룹 창업주 3세의 두 아들은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 유치원에 다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그만둔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은 '외국에서 3년 거주'라는 외국인학교 입학요건에 미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씨는 "딸이 외국인학교에 지원해 다니기는 했지만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학교 측의 통보가 있어 그만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외국인학교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전씨 딸의 입학지원서류를 확보했다. 그러나 전씨와 부인인 탤런트 박상아씨가 조사대상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매일 몇 명씩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후 혐의가 확정되면 피의자로 신분을 바꿔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예정이다. 또한 검찰은 부정입학 혐의를 받고 있는 학부모들은 물론 부정입학 사실을 교육청에 통보해 해당 학생들의 입학을 취소시킬 계획이다.


검찰 조사를 받은 학부모는 대체로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내고 싶었다"며 혐의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외국인학교 입학방법을 지인 등을 통해 전해 듣고 스스로 브로커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혐의 부인
검찰 혐의입증 자신

일부 학부모들은 유학원 형태의 회사 소속의 브로커들에게 자신들도 속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부모들이 외국 국적을 허위로 취득하면서까지 자녀를 학교에 입학시킨 점을 감안할 때 브로커에게 속아 자녀를 부정입학시켰다는 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이메일과 현금거래 내역 등을 통해 혐의 입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부정입학 사실이 확인된 학생의 부모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 브로커가 외국 국적 취득을 위한 서류를 위조한 사실을 학부모가 함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사문서 위조·행사 공모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외국인 학교는 모두 51곳, 이 중 실제 운영 중인 학교는 49곳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49개 학교의 한 해 평균 학비는 1618만원. 국내 대학들의 1년 등록금 평균은 670만원으로 2.4배가 비싸다.


부정입학 정황이 드러난 덜위치칼리지서울영국학교의 경우 1년 학비는 3449만원이고 이 중 수업료는 2400만원이다. 역시 부정입학 수사선상에 오른 서울드와이트외국인학교는 유치원과 초등학생 수업료가 2290만원, 중·고등학생 수업료는 2385만원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 내 청라달튼외국인학교는 수업료 1200만원, 입학금 300만원, 스쿨버스비 240만원, 식비 80만원, 기숙사비 800만원 등 모두 2620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황식 총리 조카며느리까지 비리폭풍 휩싸여
"돈이면 뭐든 해도 괜찮다는 천박한 윤리의식"

외국인학교들은 학비가 비싼 이유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교사들의 높은 임금수준을 든다. 또한 각 외국인학교는 보통 교사 1명당 학생수가 10명 안팎이고 최신식·최첨단 강의실과 값비싼 기자재 등이 갖춰져 있는 것도 이에 한몫 한다.

이런 상황은 외국인학교를 자연스럽게 국내 부유층 인사 자녀들의 해외 조기유학 대체제로 변질시켰다. 실제로 전국 외국인학교의 한국인 학생 입학제한비율이 30%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학생보다 한국인학생이 더 많은 곳이 전체 24.5%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월2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청라달튼외국인학교의 경우 현원 106명 중 한국인 학생이 무려 89명(84%)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기 의정부 소재의 인디안헤드외국인학교 역시 현원 28명 중 31명(81.6%)이 한국인 학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외국인학교는 현원 84명 중 67명, 하이메르 국제학교는 현원 206명 중 145명, 지구촌기독외국인학교는 현원 56명 중 39명이 한국인 학생이었다.

김 의원은 "외국인학교가 일부 부유층 자녀들의 특권교육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유학 보내지 않고도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고 해외대학 입학에 유리하다 보니 토익 준비한다며 밤새워 공부할 필요 없다. 서민들에게 주는 위화감과 박탈감은 자못 크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면 뭐든 해도 괜찮다는 천박한 윤리의식과 행태는 사회기강 차원에서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된다"며 "관련 학교와 관리책임자를 엄중히 징계하고 다른 외국인 학교들도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도 김 총리 인척의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 사회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을 지적했다.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은 김 총리 조카며느리 검찰 소환 조사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월2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을 통할하고 공직자들의 표상이 돼야할 국무총리의 친인척이 연루됐다는 점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민들에게 주는
위화감과 박탈감

또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낸 김 총리의 주변마저 이러한데 과연 공직자와 부유층의 부정입학 실태는 얼마나 될지 국민은 허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외국인학교 입학 비리는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만연해있는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전했다.

정 대변인은 또 "정권교체기를 맞아 공직자들 또한 구시대와 절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직기강 확립차원에서 김 총리의 입장표명을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