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대한민국 뒤흔든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 전모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28 16: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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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많은 사회지도층의 '비뚤어진 자녀사랑'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태가 정관계로 확산되고 있다. 국무총리 조카며느리와 재벌가 등이 연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자녀의 허위 국적 취득은 쉬워도 너무 쉬웠다. 자녀 '국적세탁'까지 하는 마당에 대학 등록금 2~3배가 넘는 학비는 국내 유력층 인사에게 '껌값' 수준이었다. 외국인학교에 한국인이 더 많은 아이러니한 현실 앞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지난 9월24일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태를 조사 중인 인천지검 외사부(김형준 부장검사)는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위조서류를 통해 자녀를 외국 국적으로 '국적세탁'을 한 혐의를 포착, 김황식 국무총리의 조카며느리 박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유력 가문
줄줄이 소환

박씨는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셋째 딸로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며느리다. 박씨의 남편은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다.

조카며느리가 외국인학교 입학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지자 김 총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국내 한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수천만원의 돈을 주고 중남미국가인 과테말라의 가짜여권을 만들어 국적을 허위로 취득한 뒤, 관련서류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외국인학교에 제출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행사)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의 부인인 박씨의 둘째언니도 같은 수법으로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박씨 언니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동생 박씨가 언니로부터 브로커를 소개받아 가짜여권을 만든 뒤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김모 동화면세점 전무의 부인도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무는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조카이며,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의 아들이다.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전직 국회의원의 며느리도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허위로 외국 국적을 취득,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월5일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과 부모에게 입학요건에 해당하는 외국 국적 허위 취득을 도와주고 돈을 받은 브로커들을 적발하면서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을 본격 수사해왔다.

검찰은 사문서 위조·행사 등 혐의로 유학원 대표 A씨와 이민알선업체 대표 B씨를 구속하고 또 다른 이민알선업체 대표 C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 강남 유학원 등 2~3곳을 압수수색해 관련자료를 분석했다.

재벌가 정관계 부유층 학부모들 줄소환 '충격'
외국인학교에 한국인이 더 많은 아이러니한 현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10대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1인당 5000만원~1억원을 받고 자녀가 브라질·시에라리온 등 중남미와 아프리카국가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현지 여권과 시민권 증서를 만들어준 혐의를 받았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민알선업체 등을 통해 가짜여권을 만든 뒤 여권 사본만 입학서류로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킬 목적으로 A씨 등에게 서류 위조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자녀나 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내국인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브로커의 안내에 따라 중남미국가에 2~3일 단기 체류하면서 시민권 증서 위조와 여권을 발급받은 뒤 국내로 돌아와 국적을 포기하는 수법으로 부정입학 했다.

일부 학생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는데도 이들 나라의 위조여권을 구해 국적 포기 절차도 없이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A씨 등이 만든 가짜서류를 이용해 실제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 수사를 확대했고 문제가 발생한 외국인학교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부정혐의가 있는 학생들의 명단을 확보했다.

이어 가족관계 증명서를 통해 일일이 대조한 끝에 9월11일부터는 이들에게 돈을 주고 자녀의 외국 국적 취득을 의뢰한 혐의로 학부모 60여 명을 집중 소환해 조사해 왔다.

2~3일 단기체류로
하루아침에 국적포기

수사 대상 학부모들은 재벌그룹 회장과 부회장의 아들, 며느리, 투자업체 대표, 골프장 소유주, 병원장 등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브로커에게 넘겨받은 서류들을 자녀가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하는 데 사용했다.

검찰은 1차 소환대상 학부모들을 매일 1~2명씩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이모 전 부회장 아들 내외,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소속 이 모 변호사의 부인을 소환해 조사했고, D그룹 회장의 3남인 D중공업 상무와 부인 박모씨는, 부인 박씨의 몸이 아파 소환시기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L그룹 오너 일가 자녀도 곧 소환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씨의 둘째 딸과 재벌가인 또 다른 H그룹 창업주 3세의 두 아들은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 유치원에 다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그만둔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은 '외국에서 3년 거주'라는 외국인학교 입학요건에 미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씨는 "딸이 외국인학교에 지원해 다니기는 했지만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학교 측의 통보가 있어 그만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외국인학교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전씨 딸의 입학지원서류를 확보했다. 그러나 전씨와 부인인 탤런트 박상아씨가 조사대상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매일 몇 명씩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후 혐의가 확정되면 피의자로 신분을 바꿔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예정이다. 또한 검찰은 부정입학 혐의를 받고 있는 학부모들은 물론 부정입학 사실을 교육청에 통보해 해당 학생들의 입학을 취소시킬 계획이다.

검찰 조사를 받은 학부모는 대체로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내고 싶었다"며 혐의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외국인학교 입학방법을 지인 등을 통해 전해 듣고 스스로 브로커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혐의 부인
검찰 혐의입증 자신

일부 학부모들은 유학원 형태의 회사 소속의 브로커들에게 자신들도 속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부모들이 외국 국적을 허위로 취득하면서까지 자녀를 학교에 입학시킨 점을 감안할 때 브로커에게 속아 자녀를 부정입학시켰다는 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이메일과 현금거래 내역 등을 통해 혐의 입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부정입학 사실이 확인된 학생의 부모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 브로커가 외국 국적 취득을 위한 서류를 위조한 사실을 학부모가 함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사문서 위조·행사 공모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외국인 학교는 모두 51곳, 이 중 실제 운영 중인 학교는 49곳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49개 학교의 한 해 평균 학비는 1618만원. 국내 대학들의 1년 등록금 평균은 670만원으로 2.4배가 비싸다.

부정입학 정황이 드러난 덜위치칼리지서울영국학교의 경우 1년 학비는 3449만원이고 이 중 수업료는 2400만원이다. 역시 부정입학 수사선상에 오른 서울드와이트외국인학교는 유치원과 초등학생 수업료가 2290만원, 중·고등학생 수업료는 2385만원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 내 청라달튼외국인학교는 수업료 1200만원, 입학금 300만원, 스쿨버스비 240만원, 식비 80만원, 기숙사비 800만원 등 모두 2620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황식 총리 조카며느리까지 비리폭풍 휩싸여
"돈이면 뭐든 해도 괜찮다는 천박한 윤리의식"

외국인학교들은 학비가 비싼 이유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교사들의 높은 임금수준을 든다. 또한 각 외국인학교는 보통 교사 1명당 학생수가 10명 안팎이고 최신식·최첨단 강의실과 값비싼 기자재 등이 갖춰져 있는 것도 이에 한몫 한다.

이런 상황은 외국인학교를 자연스럽게 국내 부유층 인사 자녀들의 해외 조기유학 대체제로 변질시켰다. 실제로 전국 외국인학교의 한국인 학생 입학제한비율이 30%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학생보다 한국인학생이 더 많은 곳이 전체 24.5%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월2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청라달튼외국인학교의 경우 현원 106명 중 한국인 학생이 무려 89명(84%)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기 의정부 소재의 인디안헤드외국인학교 역시 현원 28명 중 31명(81.6%)이 한국인 학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외국인학교는 현원 84명 중 67명, 하이메르 국제학교는 현원 206명 중 145명, 지구촌기독외국인학교는 현원 56명 중 39명이 한국인 학생이었다.

김 의원은 "외국인학교가 일부 부유층 자녀들의 특권교육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유학 보내지 않고도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고 해외대학 입학에 유리하다 보니 토익 준비한다며 밤새워 공부할 필요 없다. 서민들에게 주는 위화감과 박탈감은 자못 크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면 뭐든 해도 괜찮다는 천박한 윤리의식과 행태는 사회기강 차원에서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된다"며 "관련 학교와 관리책임자를 엄중히 징계하고 다른 외국인 학교들도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도 김 총리 인척의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 사회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을 지적했다.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은 김 총리 조카며느리 검찰 소환 조사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월2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을 통할하고 공직자들의 표상이 돼야할 국무총리의 친인척이 연루됐다는 점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민들에게 주는
위화감과 박탈감

또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낸 김 총리의 주변마저 이러한데 과연 공직자와 부유층의 부정입학 실태는 얼마나 될지 국민은 허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외국인학교 입학 비리는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만연해있는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전했다.

정 대변인은 또 "정권교체기를 맞아 공직자들 또한 구시대와 절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직기강 확립차원에서 김 총리의 입장표명을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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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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