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진짜 월드스타 싸이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28 16: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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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품고 금의환향…이젠 말타고 세계로 '쭉쭉'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싸이가 내한했다." 한국가수 임에도 내한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그 정도로 '컸다'는 얘기다. 연일 '도배'다 싶을 정도로 싸이의 소식이 넘쳐나고 있다. 이대로라면 빌보드 차트 1위도 그리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가 싸이의 3주간 미국 활동과 예상되는 행보를 집중 조명해 봤다.

지난 9월4일 싸이(본명 박재상)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불과 50여 일 만에 한국 콘텐츠 중 처음으로 조회수 1억 건을 넘어섰다. 한국가수로는 최초이며, 최단기간 최고누적 조회수로는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말을 타고 경쾌하게 달리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강남스타일의 코믹안무는 각종 패러디물로 제작돼 계속 쏟아졌고 전 세계 내로라하는 스타들까지 이 춤을 따라 추는 등 전 세계가 ‘말춤’ 열풍에 휩싸였다.

한국가수 최초
유튜브 1억 돌파

미국 음악전문지 <롤링 스톤>은 9월5일자 인터넷판을 통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금주의 승자'로 선정했다. <롤링 스톤>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게재하며 유튜브에서 1억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사실을 전했다.

그 무렵 싸이는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소속된 아일랜드 데프잼 레코딩스와 계약을 맺었다. 아일랜드 데프잼 레코딩스는 저스틴 비버 뿐만 아니라 본조비, 머라이어 캐리, 니요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소속돼 있다. 이로써 싸이는 미국 전역에 자체 배급망을 갖추고 현지 주류 음악 시장에 막강한 홍보 네트워크를 갖춘 회사를 세계 진출의 발판으로 갖게 됐다.


3주간의 싸이 미국 활동은 6일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2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 시상식에서 시작됐다. 사회자 케빈 하트와 함께 말춤을 추며 무대에 등장한 싸이는 하트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조회수 1억 건을 돌파했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한국어로 "너무 행복하다. 이 무대에서 한번쯤은 한국말로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죽이지"라고 말했다.

자신의 트위터에 "강남스타일에 중독됐다"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던 케이트페리는 이날 시상식에서 싸이에게 기습 뽀뽀를 하기도 했다. 여러 매체들이 스테이플스센터를 찾은 싸이를 취재했고 싸이는 능숙하게 춤추는 노하우를 설명했다.

9월10일에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진행자 라이언 시크레스트 KIIS FM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라이언은 이날 싸이를 '한국의 래퍼이자 강남스타일로 유튜브 센세이션을 일으킨 스타'라고 소개하며 싸이의 음악적 배경 및 활동 계획 등을 전했다.

'강남스타일' 3주간 활동 미주 전역 매료
각국 모시기 경쟁 "몸 열 개라도 모자라"

싸이는 강남스타일 노래에 담긴 춤 뿐 아니라 노랫말의 의미를 설명함과 동시에 자신이 쌍둥이 아빠이자 한국에서의 인기, K팝 열풍에 대해 소개했다. 싸이는 이날 라이언으로부터 콘서트 초대를 받기도 했다. 라이언은 자신이 호스트인 '아이허트' 페스티벌을 언급하며 공연에 나와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싸이는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 매니저는 스쿠터 브라운이 아니라 당신이다"라며 유쾌하게 화답했다.

9월11일에는 NBC TV <엘렌쇼>에 출연,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아메리칸 아이돌의 독설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 등과 신나는 무대를 연출했다.

엘렌쇼는 브래드 피트를 비롯해 비욘세와 마돈나, 저스틴 비버, 어셔,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미국 최고의 톱스타들이 등장한 미국 지상파 NBC의 간판 토크쇼 프로그램이다. 미국에서의 인기는 지난해 종영한 <오프라 윈프리 쇼>에 견준다.


기세를 이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9월12일 밤 미국 아이튠즈 종합차트에서 8위를 차지했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13일 오전에는 7위에 올랐다. 미국 진출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차트 18위에 랭크되며 최고 성적을 냈는데 불과 5일 만에 그 기록을 갱신했다. 한국인 사상 처음 '톱 10'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미국 팝스타와
신나는 무대 연출

아이튠즈 종합차트는 미국 팝 유료 음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다. 이를 감안하면 경이로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저스틴 비버와 알리샤 키스보다 높은 순위였다.

빌보드 메인차트에도 진입했다. 싸이 강남스타일은 9월14일 발표된 미국 빌보드의 메인 차트인 '빌보드 핫100'에서 64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랭킹 차트인 '빌보드'의 메인 차트는 싱글차트에 해당하는 '빌보드 핫100'과 앨범차트인 '빌보드200' 두 가지를 꼽는다.

이로써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한국가수 중 최고 높은 순위를 기록하게 됐다. 싸이에 앞서 원더걸스가 2009년 10월 '노바디'의 영어버전으로 76위를 기록한 바 있다.

같은 날 싸이는 미국 심장부인 뉴욕 맨해튼을 사로잡았다. 뉴욕 맨해튼 록펠러 광장에서 라이브로 전역에 생중계된 NBC <투데이쇼>에 출연해 강남스타일을 열창했다.

식전 간단한 인터뷰를 마친 뒤 싸이는 무대에 올라 시작부터 특유의 퍼포먼스 기질로 무대를 사로잡았다. 이날 광장에 모인 1000여 명의 미국인과 한국인들로 보이는 동양인들은 한국말로 '사나이' '오빤 강남스타일' 등을 따라 외치며 싸이의 노래에 동참했다. 노래가 끝난 뒤 싸이는 사바나 구드리, 앨 로커 등 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즉석에서 말춤을 알려주기도 했다.

꿈 같은 빌보드 1위 '눈앞'
잠시 국내 활동 후 다시 출국

싸이의 광폭 행보는 그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9월15일 밤 11시 30분에 방영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이하 SNL)에 깜짝 게스트로 출연한 것. SNL은 미국에서 30년 넘게 사랑 받고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톱스타들이 매회 쇼 진행자 겸 주인공으로 나선다. 최근 국내 방송사인 tvN에서 <SNL 코리아>를 제작해 방송하고 있어 더욱 친숙한 프로그램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미국 유명 코미디언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유재석, 노홍철로 변신해 말춤과 저질 댄스를 보여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는 실제 싸이가 나와 능숙한 말춤과 표정 연기를 선보여 환호를 받았다.

9월18일에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조회수 2억뷰를 기록했다. 1억뷰를 돌파 한지 15일 만에 거둔 쾌거다. 이틀 뒤인 9월20일에는 빌보드 핫100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미국 MLB 경기장도 점령했다.


미국 LA에 위치한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와의 경기 중 일부 영상이 유투브에 올라왔다. 이 영상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장내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왔다.

MLB 경기장까지
점령한 강남스타일

노래가 나오자 지인들과 함께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한 싸이의 모습이 전광판에 비춰졌고 싸이는 즉석에서 말춤을 선보여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구장을 찾은 5만여 명의 관중도 노래에 맞춰 말춤을 추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강남스타일의 글로벌한 인기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당초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도 전광판에 함께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경기 시간 탓에 노래만 흘러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싸이는 지난 9월21일 밤에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아레나에서 열린 '아이하트라디오 뮤직페스티벌 2012' 첫날 공연에 출연해 강남스타일을 열창하기도 했다. 이날 무대에는 리한나, 노 다웃, 본조비, 어셔, 에어로스미스, 린킨파크, 핑크, 테일러 스위프트 등 미국의 유명가수들이 공연을 펼쳤고 싸이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9월24일에는 유튜브 조회수 2억5000만을 넘기고 클릭수 250만 건을 돌파하며 저스틴 비버가 갖고 있던 최고 기록을 100만 건 이상 뛰어넘었다. 영국의 오피셜 차트 컴퍼니에서 영국 차트 싱글 부문 3위에 올랐고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30여 개 국가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미국 일정을 소화하던 싸이는 9월5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라마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엔 200여 명의 국내 취재진을 비롯해 70여 명의 외신 기자들까지 몰려들어 싸이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국민들 용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싸이는 "이미 가수로서의 꿈을 이룬 것 같다"며 "지금 여기서 멈춰버려도 한이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미국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소감을 밝혔다.

싸이는 "바람이 있다면 외국 팬들에게 '한국에서 온 이상한 애'가 아닌 한국 가수들이 정말 잘 노는구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특히 싸이는 이 같은 성공이 국민들의 성원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했다. 싸이는 "지난 12년 동안 가수를 접을 뻔한 일도 있었고 국민들이 저를 받아들이시지 않을 뻔한 적도 있었다"며 "만약 국민들의 용서가 없었다면 강남스타일도 못 내고 오늘의 기회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싸이는 "외모뿐 아니라 나의 정신과 사상 모든 것이 동양인이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한국 가수로 승부를 보고 있다"며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응원으로 느끼려고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빌보드 1위를 한다면 어떤 공약을 내세울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싸이는 "만약 1위를 한다면 장소가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많은 시민분들이 관람할 수 있는 곳에 무대를 설치하고 상의 탈의 후 강남스타일 공연을 하겠다"는 깜짝 공약을 전하기도 했다. 싸이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2억7000만뷰를 돌파했다.

싸이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국내 스케줄 소화에 나섰다. 먼저 인기리에 방송 중인 Mnet <슈퍼스타 K4>의 생방송 경연을 앞두고 있다. 싸이는 <슈퍼스타 K4>에서 냉철한 쓴소리와 아낌없는 칭찬을 오가는 심사로 이승철과 차별화에 성공해 전임자 윤종신의 빈자리를 잘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무대에서의 '글로벌 경험'까지 더해져 참가자들에게 값진 조언을 건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슈퍼스타 K4> 제작진도 싸이의 스케줄에 차질이 없도록 힘을 모아 줄 계획이다.

열띤 취재열기
진정한 국제스타

오는 6∼7일에는 부산국제영화제 '롯데의 밤' 행사에 출연하고 11일엔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제93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에도 참석한다. 광고 촬영 일정도 넘친다. 이미 10여 개가 예정돼 있다. 싸이는 보름에 걸쳐 국내 일정을 소화한 뒤 10월 중순에는 다시 미국을 방문, 11월에는 독일에서 열리는 MTV 유럽 뮤직비디오 어워즈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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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