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이재명 플랜B

꼿꼿이 버티다 똑 부러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자중지란’에 빠진 당과 그걸 막기는커녕 더욱 부추겨버린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고민이 날로 깊어져 가고 있다. 국면 전환을 위한 ‘승부수’로 보였던 혁신위원장 인선은 오히려 이 대표의 거취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간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던 당 일각의 사퇴 요구는 이제 마냥 무시하기엔 너무 커져 버렸다.

“결과에 대해선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하는 일이다.” 지난 7일 기자들과 마주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직접 ‘무한 책임’을 언급했다. 흔히 쓰이는 정치적 수사라지만, 전후 사정을 보면 그 무게감이 사뭇 달라 보였다. 당내 빗발치는 ‘사퇴 요구’에 침묵을 지키다 처음으로 나온 관련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넘어진
혁신위

발단은 혁신위원장 인선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당 혁신위원장 자리에 내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서 “민주당 혁신기구를 맡아 이끌 책임자로 이 이사장님을 모시기로 했다”며 “새로운 혁신기구 명칭과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김근태계 인사로 분류된다. 사업가 출신으로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후원회장을 지냈고, 다른 김근태계 의원들도 후원해왔다. 이 이사장 내정은 당내 접촉면을 넓히고, 반발을 줄이려는 이 대표의 포석이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내정 직후부터 입길에 올랐다. 과거의 과격한 발언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주로 논란이 된 것은 ‘천안함 자폭’ 발언과 ‘코로나 근원지는 미국’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 2월 자신의 SNS에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낸 미패권 세력”이라는 글을 올렸다.


2020년 3월경엔 “코로나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시민언론 민들레> 기고를 통해선 “젤렌스키 정권이 친러 돈바스 지역에 수천 발을 포격하면서 이의 중지를 요구한 러시아의 경고를 무시하자 응징으로 시작된 측면이 있다”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국과 젤렌스키 정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당사자인 유럽국가들과 미국의 봉신국가군인 영연방, 그리고 일본과 한국뿐”이라는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듯한 시각을 드러냈다.

논란이 들끓자, 이 이사장은 지난 5일 오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지 불과 9시간 만이다.

이 이사장은 사의 표명문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당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혁신기구의 책임을 어렵게 맡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논란 지속이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래경 낙마 후폭풍 일파만파…책임론 대두
‘밀실 인사’ ‘사당화’ 비판 이어 사퇴 요구

이 이사장은 물러났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하필 천안함 관련 논란을 지닌 인사가 현충일 전날 임명됐다가 곧바로 사퇴한 탓이었다. 국민의힘, 정의당 등 당 바깥뿐만 아니라 당 내부서도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비명(비 이재명)계를 필두로 이번 인사에 ‘검증 실패’ ‘밀실 인사’ 등의 꼬리표를 붙이는 이들이 속출했다.


일부 최고위원은 이 이사장의 선임 배경을 전하며 의사결정 과정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내정) 전날 일요일 저녁에 비공개로 최고위원 간담회 자리가 있었다. 여기서 (이 이사장 내정 소식을) 최고위원들이 전부 다 처음 들었다”고 설명했다.

송 최고위원은 “혁신위 설치는 최고위원의 인준 사항인데 혁신위원장 임명은 최고위와 협의를 거쳐서 당 대표가 임명하는 것이고, 어쨌든 당 대표 권한”이라며 “협의를 거치는 것에서는 형식상의 큰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아무도 이 이사장이 누군지를 모르더라”고 부연했다.

진행자가 ‘이 이사장 내정에 관한 토론이 없었다는 말이냐’고 묻자, “그렇다. 그런 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있다”며 “대표나 지도부에서는 보안을 많이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조금 더 풍부하게 이 분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줬더라면 결과적으로 이런 인사 참사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비명계는 이 이사장과 이 대표의 연결성에 주목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신분으로 재판을 받던 2019년, 이 이사장이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를 추진한 이력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비명계는 ‘이재명 사당화’ ‘친명 쿠데타’ 등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번 논란을 동력 삼아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비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위원장 인선에 공론화 작업도 없고 검증도 제대로 안 된 상태가 이 대표 체제의 본질적인 결함으로 생각한다”며 “졸속, 부실 인사 참사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대표가 사퇴를 하루라도 빨리해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실 검증
추가 실언

이 대표의 ‘무한 책임’ 발언이 나온 이후인 지난 8일에는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서 “이 같은 중대한 잘못을 범했는데 대표가 그냥 말 한마디, ‘결과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겠다’ 이런 정치적 레토릭(수사)에 가까운 얘기를 했다면 정말 더 큰 화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무한책임을 질 방도는 대표직 사퇴뿐”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친명(친 이재명)계는 이 대표를 옹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민주당 김영진 정무조정실장은 같은 날 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무한 책임’ 발언 자체가 높은 차원의 성찰과 유감 표명이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실제 어제 책임이라는 발언 자체가 더 높은 차원의 성찰과 유감 표명이었다고 본다”며 “책임이라는 발언 자체가 그런 유감과 절차, 과정 속에서 잘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되새겨보고 판단이 있었지 않나 한다”고 짚었다.

그는 “사실 반성하고 유감을 표명하고, 앞으로 그런 문제에 관해 조금 더 진중하고 세밀하게 살펴보면서 하겠다는 의미들이 다 포괄적으로 담겨있는 것이다. 대표의 책임이라는 부분은 대단히 무거운 차원의 유감이라고 본다”며 이 대표를 감쌌다.

정작 이 대표는 논란 이후 며칠간 별다른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이 이사장의 과거 발언이 설화에 오른 직후 “그 점까지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파장이 커지는 과정에선 침묵을 지켰고, 사퇴 후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무한 책임’ 발언이 나온 것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구체적인 책임의 방식’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 측은 “대표로서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것”이라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 사이 민주당은 또 다른 실언으로 몸살을 앓았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이 대표를 두둔하려다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겨냥한 망언을 뱉은 것이다.

리더십
치명타

권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이 이사장의 ‘천안함 자폭’ 발언을 해명하다 최 전 함장을 향해 “무슨 낯짝”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비판 여론이 일자 “천안함 유족 및 생존 장병의 문제 제기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책임도 함께 느껴야 할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재차 입장을 냈다.

하지만 비판은 여전히 들끓었고, 결국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을 비롯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모든 분에게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 국회 장관 청문회 과정서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사과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문재인정부 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역임한 바 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원회관 사무실에 항의 방문한 전준영 천안함생존자예비역전우회장에게도 직접 사과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전 회장과 20분가량 면담하는 중 “상처를 줬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 전 함장에게도 직접 만나 사과할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 대표의 대표직 수행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던 ‘리더십 논란’에 치명타가 가해졌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표와 당 지도부는 당내 갈등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질타받았다. 일각에선 과거 친명계 일색이었던 당 지도부가 당내 갈등을 입맛에 맞게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 와중에 표결에 부쳐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를 보인 채 부결됐다.

결국 이 대표는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일부 요직에 비명계 인사들이 입성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못했다.  

다시 고개 드는 ‘본인’ 리스크
깊어지는 계파 갈등…해법은?

이후로도 이 대표는 코인 투기·돈봉투 의혹이 당을 흔들면서 쉽사리 반등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서 혁신위원회 출범은 이 대표에게 앞선 의혹을 말끔히 정리할 수 있을 ‘새 출발 복안’이었다. 이 대표는 이 이사장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해 계파 이합집산서도 우위를 점하려 했지만, 예기치 못한 논란이 터지며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문제는 이번 논란을 이 대표가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를 잘 수습하지 못한다면 당 안팎서 불거진 문제를 잘 정리하지 못했던 것보다 훨씬 큰 ‘책임론’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이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잦아들었던 이 대표의 본인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서 패배한 후보들의 불문율과 같은 ‘잠행’ 대신, 오히려 당 주도권을 장악하는 길을 택했다.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민주당 강성지지자들은 압도적 지지를 통해 이 대표 당 장악 과정을 도왔다. 지금까지는 친명계 지지자들의 응집력·행동력으로 내부 불만을 억눌러왔지만, 이번 논란서 임계점을 넘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 지도부는 혁신위원장 후임자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원내서도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후임자 선정 과정이 길어지거나 적절성 시비가 다시 일어난다면, 이 대표의 리더십 부재 논란과 사퇴 요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판국이다.

당 중진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이 대표가 빨리 사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당 안팎의 상황이 민주당이 망하는 길로만 가고 있다”며 “민주당을 향하는 정치탄압이 겹겹이 쌓여 가는 이때 잘하지는 못할망정, 실수하면 누가 박수를 치겠나. 이재명 대표는 사과하고 끊어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 대표가 (이 이사장을)즉각 사퇴시킨 것은 잘한 결정”이라면서 “이 이사장도 현명한 결단을 하셨다”고 적었다.

“사과하고 
끊어내야”

다만 박 전 원장은 친명계의 과도한 이 대표 비호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현 상황에 대해 대표께서 대국민과 당원 대상 사과를 하고 천안함 함장에 대한 비난도 사과하라 요구했다”며 “모든 것을 대표 책임으로 돌리고, 천안함 함장 발언은 혼잣말이라 변명을 하면 국민을 무시하는 언행이며 이는 당과 대표를 위하는 길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잘해도 본전인데…민주당 혁신위원장 하마평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이 혁신위원장직서 낙마하면서, 후임 인선을 두고 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추천 통로를 확대해 이달 내로 인선을 마무리 짓겠다는 구상이다.

상임위 차원서도 추천 인사를 받기로 했다.

혁신위원장 선정이 난항을 겪을수록,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이 점차 늘어나는 실정이다. 

우선 당내에선 ‘검증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현역 의원 중에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일찍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과 지역구를 기존 서울 성동갑서 험지인 서초을로 옮긴 홍익표 의원 등이 물망에 올랐다.

다만 홍 의원 본인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당의 부정부패 문제도 그렇고 최근에 여러가지 성 관련된 불미스런 일이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여성 인사가 왔으면 좋겠다”고 역제안했다.

비명계 중 강한 정치개혁 성향을 보이는 초선 이탄희 의원도 언급됐다.

김해영 전 의원 등 비명 성향 인사들도 ‘소수의견’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학계에선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후보군으로 남아있다는 후문이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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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