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이재명 플랜B

꼿꼿이 버티다 똑 부러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자중지란’에 빠진 당과 그걸 막기는커녕 더욱 부추겨버린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고민이 날로 깊어져 가고 있다. 국면 전환을 위한 ‘승부수’로 보였던 혁신위원장 인선은 오히려 이 대표의 거취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간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던 당 일각의 사퇴 요구는 이제 마냥 무시하기엔 너무 커져 버렸다.

“결과에 대해선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하는 일이다.” 지난 7일 기자들과 마주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직접 ‘무한 책임’을 언급했다. 흔히 쓰이는 정치적 수사라지만, 전후 사정을 보면 그 무게감이 사뭇 달라 보였다. 당내 빗발치는 ‘사퇴 요구’에 침묵을 지키다 처음으로 나온 관련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넘어진
혁신위

발단은 혁신위원장 인선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당 혁신위원장 자리에 내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서 “민주당 혁신기구를 맡아 이끌 책임자로 이 이사장님을 모시기로 했다”며 “새로운 혁신기구 명칭과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김근태계 인사로 분류된다. 사업가 출신으로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후원회장을 지냈고, 다른 김근태계 의원들도 후원해왔다. 이 이사장 내정은 당내 접촉면을 넓히고, 반발을 줄이려는 이 대표의 포석이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내정 직후부터 입길에 올랐다. 과거의 과격한 발언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주로 논란이 된 것은 ‘천안함 자폭’ 발언과 ‘코로나 근원지는 미국’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 2월 자신의 SNS에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낸 미패권 세력”이라는 글을 올렸다.


2020년 3월경엔 “코로나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시민언론 민들레> 기고를 통해선 “젤렌스키 정권이 친러 돈바스 지역에 수천 발을 포격하면서 이의 중지를 요구한 러시아의 경고를 무시하자 응징으로 시작된 측면이 있다”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국과 젤렌스키 정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당사자인 유럽국가들과 미국의 봉신국가군인 영연방, 그리고 일본과 한국뿐”이라는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듯한 시각을 드러냈다.

논란이 들끓자, 이 이사장은 지난 5일 오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지 불과 9시간 만이다.

이 이사장은 사의 표명문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당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혁신기구의 책임을 어렵게 맡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논란 지속이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래경 낙마 후폭풍 일파만파…책임론 대두
‘밀실 인사’ ‘사당화’ 비판 이어 사퇴 요구

이 이사장은 물러났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하필 천안함 관련 논란을 지닌 인사가 현충일 전날 임명됐다가 곧바로 사퇴한 탓이었다. 국민의힘, 정의당 등 당 바깥뿐만 아니라 당 내부서도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비명(비 이재명)계를 필두로 이번 인사에 ‘검증 실패’ ‘밀실 인사’ 등의 꼬리표를 붙이는 이들이 속출했다.


일부 최고위원은 이 이사장의 선임 배경을 전하며 의사결정 과정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내정) 전날 일요일 저녁에 비공개로 최고위원 간담회 자리가 있었다. 여기서 (이 이사장 내정 소식을) 최고위원들이 전부 다 처음 들었다”고 설명했다.

송 최고위원은 “혁신위 설치는 최고위원의 인준 사항인데 혁신위원장 임명은 최고위와 협의를 거쳐서 당 대표가 임명하는 것이고, 어쨌든 당 대표 권한”이라며 “협의를 거치는 것에서는 형식상의 큰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아무도 이 이사장이 누군지를 모르더라”고 부연했다.

진행자가 ‘이 이사장 내정에 관한 토론이 없었다는 말이냐’고 묻자, “그렇다. 그런 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있다”며 “대표나 지도부에서는 보안을 많이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조금 더 풍부하게 이 분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줬더라면 결과적으로 이런 인사 참사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비명계는 이 이사장과 이 대표의 연결성에 주목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신분으로 재판을 받던 2019년, 이 이사장이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를 추진한 이력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비명계는 ‘이재명 사당화’ ‘친명 쿠데타’ 등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번 논란을 동력 삼아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비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위원장 인선에 공론화 작업도 없고 검증도 제대로 안 된 상태가 이 대표 체제의 본질적인 결함으로 생각한다”며 “졸속, 부실 인사 참사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대표가 사퇴를 하루라도 빨리해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실 검증
추가 실언

이 대표의 ‘무한 책임’ 발언이 나온 이후인 지난 8일에는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서 “이 같은 중대한 잘못을 범했는데 대표가 그냥 말 한마디, ‘결과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겠다’ 이런 정치적 레토릭(수사)에 가까운 얘기를 했다면 정말 더 큰 화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무한책임을 질 방도는 대표직 사퇴뿐”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친명(친 이재명)계는 이 대표를 옹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민주당 김영진 정무조정실장은 같은 날 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무한 책임’ 발언 자체가 높은 차원의 성찰과 유감 표명이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실제 어제 책임이라는 발언 자체가 더 높은 차원의 성찰과 유감 표명이었다고 본다”며 “책임이라는 발언 자체가 그런 유감과 절차, 과정 속에서 잘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되새겨보고 판단이 있었지 않나 한다”고 짚었다.

그는 “사실 반성하고 유감을 표명하고, 앞으로 그런 문제에 관해 조금 더 진중하고 세밀하게 살펴보면서 하겠다는 의미들이 다 포괄적으로 담겨있는 것이다. 대표의 책임이라는 부분은 대단히 무거운 차원의 유감이라고 본다”며 이 대표를 감쌌다.

정작 이 대표는 논란 이후 며칠간 별다른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이 이사장의 과거 발언이 설화에 오른 직후 “그 점까지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파장이 커지는 과정에선 침묵을 지켰고, 사퇴 후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무한 책임’ 발언이 나온 것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구체적인 책임의 방식’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 측은 “대표로서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것”이라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 사이 민주당은 또 다른 실언으로 몸살을 앓았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이 대표를 두둔하려다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겨냥한 망언을 뱉은 것이다.

리더십
치명타

권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이 이사장의 ‘천안함 자폭’ 발언을 해명하다 최 전 함장을 향해 “무슨 낯짝”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비판 여론이 일자 “천안함 유족 및 생존 장병의 문제 제기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책임도 함께 느껴야 할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재차 입장을 냈다.

하지만 비판은 여전히 들끓었고, 결국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을 비롯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모든 분에게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 국회 장관 청문회 과정서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사과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문재인정부 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역임한 바 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원회관 사무실에 항의 방문한 전준영 천안함생존자예비역전우회장에게도 직접 사과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전 회장과 20분가량 면담하는 중 “상처를 줬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 전 함장에게도 직접 만나 사과할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 대표의 대표직 수행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던 ‘리더십 논란’에 치명타가 가해졌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표와 당 지도부는 당내 갈등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질타받았다. 일각에선 과거 친명계 일색이었던 당 지도부가 당내 갈등을 입맛에 맞게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 와중에 표결에 부쳐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를 보인 채 부결됐다.

결국 이 대표는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일부 요직에 비명계 인사들이 입성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못했다.  

다시 고개 드는 ‘본인’ 리스크
깊어지는 계파 갈등…해법은?

이후로도 이 대표는 코인 투기·돈봉투 의혹이 당을 흔들면서 쉽사리 반등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서 혁신위원회 출범은 이 대표에게 앞선 의혹을 말끔히 정리할 수 있을 ‘새 출발 복안’이었다. 이 대표는 이 이사장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해 계파 이합집산서도 우위를 점하려 했지만, 예기치 못한 논란이 터지며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문제는 이번 논란을 이 대표가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를 잘 수습하지 못한다면 당 안팎서 불거진 문제를 잘 정리하지 못했던 것보다 훨씬 큰 ‘책임론’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이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잦아들었던 이 대표의 본인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서 패배한 후보들의 불문율과 같은 ‘잠행’ 대신, 오히려 당 주도권을 장악하는 길을 택했다.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민주당 강성지지자들은 압도적 지지를 통해 이 대표 당 장악 과정을 도왔다. 지금까지는 친명계 지지자들의 응집력·행동력으로 내부 불만을 억눌러왔지만, 이번 논란서 임계점을 넘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 지도부는 혁신위원장 후임자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원내서도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후임자 선정 과정이 길어지거나 적절성 시비가 다시 일어난다면, 이 대표의 리더십 부재 논란과 사퇴 요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판국이다.

당 중진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이 대표가 빨리 사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당 안팎의 상황이 민주당이 망하는 길로만 가고 있다”며 “민주당을 향하는 정치탄압이 겹겹이 쌓여 가는 이때 잘하지는 못할망정, 실수하면 누가 박수를 치겠나. 이재명 대표는 사과하고 끊어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 대표가 (이 이사장을)즉각 사퇴시킨 것은 잘한 결정”이라면서 “이 이사장도 현명한 결단을 하셨다”고 적었다.

“사과하고 
끊어내야”

다만 박 전 원장은 친명계의 과도한 이 대표 비호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현 상황에 대해 대표께서 대국민과 당원 대상 사과를 하고 천안함 함장에 대한 비난도 사과하라 요구했다”며 “모든 것을 대표 책임으로 돌리고, 천안함 함장 발언은 혼잣말이라 변명을 하면 국민을 무시하는 언행이며 이는 당과 대표를 위하는 길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잘해도 본전인데…민주당 혁신위원장 하마평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이 혁신위원장직서 낙마하면서, 후임 인선을 두고 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추천 통로를 확대해 이달 내로 인선을 마무리 짓겠다는 구상이다.

상임위 차원서도 추천 인사를 받기로 했다.

혁신위원장 선정이 난항을 겪을수록,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이 점차 늘어나는 실정이다. 

우선 당내에선 ‘검증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현역 의원 중에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일찍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과 지역구를 기존 서울 성동갑서 험지인 서초을로 옮긴 홍익표 의원 등이 물망에 올랐다.

다만 홍 의원 본인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당의 부정부패 문제도 그렇고 최근에 여러가지 성 관련된 불미스런 일이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여성 인사가 왔으면 좋겠다”고 역제안했다.

비명계 중 강한 정치개혁 성향을 보이는 초선 이탄희 의원도 언급됐다.

김해영 전 의원 등 비명 성향 인사들도 ‘소수의견’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학계에선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후보군으로 남아있다는 후문이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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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