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이재명 플랜B

꼿꼿이 버티다 똑 부러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자중지란’에 빠진 당과 그걸 막기는커녕 더욱 부추겨버린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고민이 날로 깊어져 가고 있다. 국면 전환을 위한 ‘승부수’로 보였던 혁신위원장 인선은 오히려 이 대표의 거취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간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던 당 일각의 사퇴 요구는 이제 마냥 무시하기엔 너무 커져 버렸다.

“결과에 대해선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하는 일이다.” 지난 7일 기자들과 마주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직접 ‘무한 책임’을 언급했다. 흔히 쓰이는 정치적 수사라지만, 전후 사정을 보면 그 무게감이 사뭇 달라 보였다. 당내 빗발치는 ‘사퇴 요구’에 침묵을 지키다 처음으로 나온 관련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넘어진
혁신위

발단은 혁신위원장 인선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당 혁신위원장 자리에 내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서 “민주당 혁신기구를 맡아 이끌 책임자로 이 이사장님을 모시기로 했다”며 “새로운 혁신기구 명칭과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김근태계 인사로 분류된다. 사업가 출신으로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후원회장을 지냈고, 다른 김근태계 의원들도 후원해왔다. 이 이사장 내정은 당내 접촉면을 넓히고, 반발을 줄이려는 이 대표의 포석이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내정 직후부터 입길에 올랐다. 과거의 과격한 발언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주로 논란이 된 것은 ‘천안함 자폭’ 발언과 ‘코로나 근원지는 미국’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 2월 자신의 SNS에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낸 미패권 세력”이라는 글을 올렸다.


2020년 3월경엔 “코로나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시민언론 민들레> 기고를 통해선 “젤렌스키 정권이 친러 돈바스 지역에 수천 발을 포격하면서 이의 중지를 요구한 러시아의 경고를 무시하자 응징으로 시작된 측면이 있다”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국과 젤렌스키 정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당사자인 유럽국가들과 미국의 봉신국가군인 영연방, 그리고 일본과 한국뿐”이라는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듯한 시각을 드러냈다.

논란이 들끓자, 이 이사장은 지난 5일 오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지 불과 9시간 만이다.

이 이사장은 사의 표명문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당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혁신기구의 책임을 어렵게 맡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논란 지속이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래경 낙마 후폭풍 일파만파…책임론 대두
‘밀실 인사’ ‘사당화’ 비판 이어 사퇴 요구

이 이사장은 물러났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하필 천안함 관련 논란을 지닌 인사가 현충일 전날 임명됐다가 곧바로 사퇴한 탓이었다. 국민의힘, 정의당 등 당 바깥뿐만 아니라 당 내부서도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비명(비 이재명)계를 필두로 이번 인사에 ‘검증 실패’ ‘밀실 인사’ 등의 꼬리표를 붙이는 이들이 속출했다.


일부 최고위원은 이 이사장의 선임 배경을 전하며 의사결정 과정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내정) 전날 일요일 저녁에 비공개로 최고위원 간담회 자리가 있었다. 여기서 (이 이사장 내정 소식을) 최고위원들이 전부 다 처음 들었다”고 설명했다.

송 최고위원은 “혁신위 설치는 최고위원의 인준 사항인데 혁신위원장 임명은 최고위와 협의를 거쳐서 당 대표가 임명하는 것이고, 어쨌든 당 대표 권한”이라며 “협의를 거치는 것에서는 형식상의 큰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아무도 이 이사장이 누군지를 모르더라”고 부연했다.

진행자가 ‘이 이사장 내정에 관한 토론이 없었다는 말이냐’고 묻자, “그렇다. 그런 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있다”며 “대표나 지도부에서는 보안을 많이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조금 더 풍부하게 이 분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줬더라면 결과적으로 이런 인사 참사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비명계는 이 이사장과 이 대표의 연결성에 주목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신분으로 재판을 받던 2019년, 이 이사장이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를 추진한 이력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비명계는 ‘이재명 사당화’ ‘친명 쿠데타’ 등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번 논란을 동력 삼아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비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위원장 인선에 공론화 작업도 없고 검증도 제대로 안 된 상태가 이 대표 체제의 본질적인 결함으로 생각한다”며 “졸속, 부실 인사 참사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대표가 사퇴를 하루라도 빨리해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실 검증
추가 실언

이 대표의 ‘무한 책임’ 발언이 나온 이후인 지난 8일에는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서 “이 같은 중대한 잘못을 범했는데 대표가 그냥 말 한마디, ‘결과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겠다’ 이런 정치적 레토릭(수사)에 가까운 얘기를 했다면 정말 더 큰 화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무한책임을 질 방도는 대표직 사퇴뿐”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친명(친 이재명)계는 이 대표를 옹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민주당 김영진 정무조정실장은 같은 날 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무한 책임’ 발언 자체가 높은 차원의 성찰과 유감 표명이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실제 어제 책임이라는 발언 자체가 더 높은 차원의 성찰과 유감 표명이었다고 본다”며 “책임이라는 발언 자체가 그런 유감과 절차, 과정 속에서 잘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되새겨보고 판단이 있었지 않나 한다”고 짚었다.

그는 “사실 반성하고 유감을 표명하고, 앞으로 그런 문제에 관해 조금 더 진중하고 세밀하게 살펴보면서 하겠다는 의미들이 다 포괄적으로 담겨있는 것이다. 대표의 책임이라는 부분은 대단히 무거운 차원의 유감이라고 본다”며 이 대표를 감쌌다.

정작 이 대표는 논란 이후 며칠간 별다른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이 이사장의 과거 발언이 설화에 오른 직후 “그 점까지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파장이 커지는 과정에선 침묵을 지켰고, 사퇴 후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무한 책임’ 발언이 나온 것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구체적인 책임의 방식’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 측은 “대표로서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것”이라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 사이 민주당은 또 다른 실언으로 몸살을 앓았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이 대표를 두둔하려다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겨냥한 망언을 뱉은 것이다.

리더십
치명타

권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이 이사장의 ‘천안함 자폭’ 발언을 해명하다 최 전 함장을 향해 “무슨 낯짝”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비판 여론이 일자 “천안함 유족 및 생존 장병의 문제 제기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책임도 함께 느껴야 할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재차 입장을 냈다.

하지만 비판은 여전히 들끓었고, 결국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을 비롯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모든 분에게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 국회 장관 청문회 과정서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사과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문재인정부 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역임한 바 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원회관 사무실에 항의 방문한 전준영 천안함생존자예비역전우회장에게도 직접 사과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전 회장과 20분가량 면담하는 중 “상처를 줬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 전 함장에게도 직접 만나 사과할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 대표의 대표직 수행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던 ‘리더십 논란’에 치명타가 가해졌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표와 당 지도부는 당내 갈등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질타받았다. 일각에선 과거 친명계 일색이었던 당 지도부가 당내 갈등을 입맛에 맞게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 와중에 표결에 부쳐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를 보인 채 부결됐다.

결국 이 대표는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일부 요직에 비명계 인사들이 입성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못했다.  

다시 고개 드는 ‘본인’ 리스크
깊어지는 계파 갈등…해법은?

이후로도 이 대표는 코인 투기·돈봉투 의혹이 당을 흔들면서 쉽사리 반등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서 혁신위원회 출범은 이 대표에게 앞선 의혹을 말끔히 정리할 수 있을 ‘새 출발 복안’이었다. 이 대표는 이 이사장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해 계파 이합집산서도 우위를 점하려 했지만, 예기치 못한 논란이 터지며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문제는 이번 논란을 이 대표가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를 잘 수습하지 못한다면 당 안팎서 불거진 문제를 잘 정리하지 못했던 것보다 훨씬 큰 ‘책임론’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이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잦아들었던 이 대표의 본인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서 패배한 후보들의 불문율과 같은 ‘잠행’ 대신, 오히려 당 주도권을 장악하는 길을 택했다.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민주당 강성지지자들은 압도적 지지를 통해 이 대표 당 장악 과정을 도왔다. 지금까지는 친명계 지지자들의 응집력·행동력으로 내부 불만을 억눌러왔지만, 이번 논란서 임계점을 넘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 지도부는 혁신위원장 후임자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원내서도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후임자 선정 과정이 길어지거나 적절성 시비가 다시 일어난다면, 이 대표의 리더십 부재 논란과 사퇴 요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판국이다.

당 중진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이 대표가 빨리 사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당 안팎의 상황이 민주당이 망하는 길로만 가고 있다”며 “민주당을 향하는 정치탄압이 겹겹이 쌓여 가는 이때 잘하지는 못할망정, 실수하면 누가 박수를 치겠나. 이재명 대표는 사과하고 끊어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 대표가 (이 이사장을)즉각 사퇴시킨 것은 잘한 결정”이라면서 “이 이사장도 현명한 결단을 하셨다”고 적었다.

“사과하고 
끊어내야”

다만 박 전 원장은 친명계의 과도한 이 대표 비호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현 상황에 대해 대표께서 대국민과 당원 대상 사과를 하고 천안함 함장에 대한 비난도 사과하라 요구했다”며 “모든 것을 대표 책임으로 돌리고, 천안함 함장 발언은 혼잣말이라 변명을 하면 국민을 무시하는 언행이며 이는 당과 대표를 위하는 길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잘해도 본전인데…민주당 혁신위원장 하마평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이 혁신위원장직서 낙마하면서, 후임 인선을 두고 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추천 통로를 확대해 이달 내로 인선을 마무리 짓겠다는 구상이다.

상임위 차원서도 추천 인사를 받기로 했다.

혁신위원장 선정이 난항을 겪을수록,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이 점차 늘어나는 실정이다. 

우선 당내에선 ‘검증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현역 의원 중에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일찍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과 지역구를 기존 서울 성동갑서 험지인 서초을로 옮긴 홍익표 의원 등이 물망에 올랐다.

다만 홍 의원 본인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당의 부정부패 문제도 그렇고 최근에 여러가지 성 관련된 불미스런 일이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여성 인사가 왔으면 좋겠다”고 역제안했다.

비명계 중 강한 정치개혁 성향을 보이는 초선 이탄희 의원도 언급됐다.

김해영 전 의원 등 비명 성향 인사들도 ‘소수의견’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학계에선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후보군으로 남아있다는 후문이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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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