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은 장제원 존재감

다시 켜지는 ‘용산 스피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밀착해 의중을 잘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세에 지지 않고 늘 맞불을 놓는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이야기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국민의힘에 유리한 이슈를 가지고 전면 배치됐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득과 실이 함께 존재한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장 의원의 임기는 내년 5월 말까지다. 그는 “윤석열정부 국정과제 맨 앞에 있는 과학기술 분야 발전과 과학기술 강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적 책무를 바로 세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첨예한 대치
다시 컴백

현재 과방위에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사안들이 쌓여 있다. 장 의원이 전면에 나서 야권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그 덕에 다시금 실세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로 뛰어들면서 지근거리서 보좌했으며 윤 대통령의 당선을 이끌었던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현재 국민의힘 의원)과의 단일화를 이끌어 완벽히 당내 실세로 자리 잡는 듯했다.

그러나 이른바 친윤(친 윤석열) 세력과 함께 당을 장악하는 과정서 분란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선 당시에도 여러 논란이 오르내리자 백의종군하겠다며 한발 빠졌던 그였다. 이런 탓에 장 의원이 전면에 나서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팽배했다. 


그런 장 의원이 윤 대통령의 스피커로서 다시 돌아왔다. 전당대회 룰 변경을 두고서 잡음이 커지고 분란이 생기자 당심이 곧 민심이라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그는 “우리 당이 잘되길 바라는 분들이 우리 당을 가장 헌신적으로 이끄는 당 대표를 뽑는데 뭐가 문제냐”고 주장했다. 장 의원의 발언대로 이번 전당대회는 100% 투표로 결정됐고, 민심이 강했던 주자들이 순위서 밀리거나 줄줄이 출마가 불발됐었다. 

그동안 장 의원은 물밑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지원해왔다. 특히 전대 당시에는 김장 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통해 김 대표를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장 의원의 일방적 밀어주기는 결국 김 대표를 당 대표직에 앉히는 데 성공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김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된 뒤, 장 의원이 사무총장직을 맡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당내에선 일찌감치 분란의 씨앗이 발생할 조짐을 보였다. 그가 내년 총선 공천에 개입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장 의원은 개인 정치는 없다고 선언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던 그의 행보는 늘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6월에도 당내 갈등 원인의 한 명으로 지목됐는데 특히 이준석 전 대표와 큰 갈등을 겪었다. 이로 인해 대통령 ‘임기 초 레임덕’ 현상까지 발생했었다. 당시 지도부의 내홍으로 난파선이 돼 결국 침몰해 버렸다. 장 의원은 당시에도 2선으로 후퇴한 바 있다.

일선 후퇴·전면 배치 연속적 반복
당내 막대한 힘 과시…이번에도?


이후 표면적으로는 모임을 주도하고 나서지 않았다. 자신이 전면에 노출될수록 국민의힘에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걸 인지했던 듯 한동안 잠잠했다. 당내서 직접적으로 나서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던 셈이다. 그동안 당내 실세로 불렸던 그가 전대 후 거의 모습을 감추다시피 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의힘에선 도대체 실세가 누구냐는 말이 나돌았다. 실제로 김 대표를 제외하고 당내서 중심을 잡아줄만한 지도부의 모습은 딱이 보이지 않는다. 

또 최고위원들은 각종 설화들로 인해 김 대표에게 신뢰를 잃은 모양새다.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5인회’가 실세라는 말들이 자주 거론된다. 최고위와의 소통보다 최근 실세로 떠오른다는 다섯 인물들과 자주 소통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구체적으로 5인회가 어느 인사들로 구성돼있는지 지목되진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거의 매일 회동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오르내린다. 이들과 매일 대내외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 방법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던 중 장 의원이 과방위원장을 맡게 돼 김 대표에게 힘을 싣게 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당내에선 또 한 번 전운이 감지된다. 

앞서 본격적으로 장 의원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시점은 국민의힘 의원의 모임으로 불리는 국민공감 재출범 직후였다. 

장 의원은 당장이라도 용산의 스피커 노릇을 하겠다는 태세다. 현재 과방위 주요 현안으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의 면직 이슈, 공영방송 개혁, 포털사이트 뉴스 배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을 담당하는 소관 상임위다.

커지는
목소리

윤 대통령은 장 의원의 선출 직후 2시간 만에 한 전 위원장을 면직 처리한 바 있다. 한 전 위원장은 현재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서 점수 조작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민주당은 한 전 위원장의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고, 면직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한 전 위원장을 적극적으로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서 정부여당이 방송 장악을 위해 사전준비 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장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만큼 앞으로 여야 간 치열한 싸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여당의 목소리보다는 용산의 목소리를 더욱 많이 반영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전 위원장 면직으로 차기 방통위원장에는 현재 대외협력특보를 맡고 있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이 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의혹을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가 열린다고 해도 야당의 송곳 검증을 뚫기 어려워 윤 대통령이 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해버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과정서 장 의원이 원조 윤핵관으로서의 중재자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서 행정안전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그는 강력한 모습을 보였던 바 있다.

야당 의원들과 거친 설전을 벌이는 등 회의 진행 등 위원장의 권한을 행사했다. 그는 박찬진 전 중앙선관위원회 사무총장을 향해 “허락 없이 이석했다”며 고성을 지르고, 민주당서 탈당한 무소속 민형배 의원에게도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기대와 우려
동전의 양면

또 중앙선관위원회의 특혜 채용 의혹을 지속적으로 걸고 넘어졌다. 결국 해당 논란은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고 박찬진 사무총장 및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사퇴를 이끌어냈다. 여당과 대통령실의 바람대로 선관위 견제의 핵심 역할을 실행했던 셈이다. 

장 의원은 본래도 싸움을 피하지 않는 파이터 기질이 강한 편으로 야당과 설전을 벌일 때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인물 중 한 명이다. 과거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청문회 때도 강하게 나가며 주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과방위 전체회의를 진행하면서도 야당에 일절 ‘양보’하지 않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실책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나 전혀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장 의원의 과방위원장 선출은 국민의힘으로선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용산의 의견을 전달함과 동시에 다방면으로 민주당을 옥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전대 돈봉투 의혹, 김남국 코인 사태에도 이렇다 할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공격적인 메시지를 냈지만 정치적 반사효과가 크지 않았다. 

민주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논란과 관련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런 탓에 한동안 올랐던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 지지율은 다시 하락 국면을 맞았으며 국민의힘도 지지율이 빠졌다. 최근 과방위서도 오염수 문제는 가장 뜨거운 주제다.


민주당은 지난 8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서 윤준병 의원이 “1만100크렐 방사성 세슘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위험의 징표”라며 “도쿄전력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5일 후쿠시마 제1원전 항만서 포획한 우럭서 1만8000베크렐의 방사선 세슘을 검출했다”며 “넓은 바다서 희석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야 공세 막을 때 장점으로 작용
몸집 커지면 오히려 악영향 지적도

반면 국민의힘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우리 바다에 올 일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렇듯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로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자연스레 장 위원장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장 의원의 등판은 분명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조직을 지키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존재한다. 장 의원의 행보에 대해 비윤(비 윤석열)계가 다시 반격 태세를 갖출 수 있는 까닭이다. 

장 의원은 당내서도 적이 많은 편으로 등판만 하면 비윤계의 주요 타깃이 돼왔다. 앞으로도 꾸준히 공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미 윤 대통령 당선 직후 가장 먼저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낙점됐고, 윤정부 초기 내각 구성에도 힘을 발휘했던 바 있다. 

당내 영향력도 상당했다. 말 그대로 ‘용산 스피커’ 그 자체였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주호영 의원도 공개 비판을 당했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질 불가론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 

앞으로도 장 의원의 말이 곧 용산의 의중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등판이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다시 김 대표의 존재감이 줄어들 수 있다. 지금도 김 대표를 따라다니는 게 ‘바지 대표’라는 꼬리표다. 그 역시 장 의원과 호흡을 맞춰 민주당을 공격할 때 자신만의 존재감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독이냐 
약이냐

당내 이슈를 혼자 독식할 경우, 지도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힘을 실어주는 것뿐이다. 그러나 자칫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장 의원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통령실 마음에는 들겠지만, 좋지 않은 여론 탓에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번 물러났던 장 의원이 앞으로 용산 지키기에만 나선다면 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알 수 없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장 의원의 전면 배치가 국민의힘에게는 좋을 수 있다”며 “과도하게 용산을 지키는 모습만 보이면 오히려 국민의힘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또 다른 윤핵관 권성동 근황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잠잠하다.

앞서 전당대회 당시 권 의원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고, 세까지 과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의원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선 상황에서도 두 인물은 한 차례 갈등설이 불거졌다.

급히 수습에 나서서 갈등을 진화했지만 이번에는 서로 다른 상임위 이동을 두고서 이상기류가 포착된 게 아니냐는 것.

권 의원은 행안위로 자리를 옮겼다.

통상적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지만 ‘형제’로 불리다가 갈등과 화해를 반복해온 탓에 나오는 소리다.

한편 권 의원은 최근 공개적인 활동을 자제한 채 현안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 중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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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여론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힘을 실어주면서다. 하지만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동시에 여론도 뒤집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4년 4월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해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당시 어도어 소속 가수는 아이돌 뉴진스가 유일했기에 분쟁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졌다. 상처 입은 톱 아이돌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 이른바 ‘민-하 대전’이 2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민 전 대표가 전면에서 하이브와 이른바 ‘맞다이’를 벌였지만 이후 뉴진스가 직접 판에 뛰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동시에 빌리프랩 등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어도어의 전 직원,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등이 전선에 합류했다. 민-하 대전에서 여론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처음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은 민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민 전 대표는 ‘선’, 하이브는 ‘악’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뉴진스는 2024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민-하 대전이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다. 뉴진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연말마다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성이 높다. 그런 가수가 소속사와 정면 대결을 선택하자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진스가 소송 대신 구두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방식이 합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 ‘소속사 간 다툼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갈등의 무대는 정치권으로까지 넓어졌다. 하이브와 뉴진스, 민 전 대표 간의 갈등 양상을 비롯해 연예인의 노동자성까지 화두로 떠올랐다. 뉴진스 상대 전속계약 유지 인정 해인 혜린 하니 복귀 다니엘 해지 일각에서는 뉴진스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국감 때로 보기도 한다. 연예계 갈등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 전 대표와 뉴진스에 대해 여론은 나름 호의적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에서 여성 BJ와 만났다는 내용의 사생활 이슈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NS나 기자회견 등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이른바 여론전을 위해 올랐던 무대가 법정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등이 연루된 소송은 10여개에 이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풋옵션 계약,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직원 간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표절 논쟁에서 시작된 민 전 대표와 빌리프랩 간의 손해배상 소송,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의 손해배상 소송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론과 법원 판결의 괴리다. 특히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론까지 뒤집을 정도로 ‘원사이드’ 판결로 이어졌다. 뉴진스 측이 제시한 전속계약 해지 이유를 법원은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도어의 전속계약 유효 소송에 법원이 연이어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뉴진스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뉴진스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어도어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뉴진스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도 이 시기다. 독자 활동이 완벽하게 막혔고 활동을 위해서는 어도어에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가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론도 뒤바뀌어 실제 뉴진스는 복귀했다. 멤버 5명 모두가 함께 어도어로 돌아가는 ‘완전체’ 복귀는 아니었기에 각종 설이 흘러나왔다. 연예계에서는 판결을 기점으로 멤버들 사이가 갈라진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발생할 손해배상, 위약벌 등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해 11월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했다. 어도어는 두 멤버의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세 멤버(하니, 다니엘, 민지)와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하니 복귀, 다니엘 계약 해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민지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어도어는 완전체를 깨더라도 다니엘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다니엘 등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어도어가 다니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431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다니엘에게 청구된 소송 액수는 331억원으로 이중 300억원은 위약벌, 31억원은 활동 중단과 광고 촬영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이다. 그외 100억원은 민 전 대표와 다니엘의 모친에게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알려졌다. 다니엘은 지난 12일 어도어로부터의 피소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9분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다니엘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 간 연쇄 반응 뉴진스와의 소송전에서 압승을 거둔 어도어는 이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뉴진스가 이미지 훼손, 금전적 손해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특히 다니엘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그간의 사정이 드러나면 여론 자체가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도 보인다. 한때 ‘뉴진스의 엄마’로 불렸던 민 전 대표도 코너에 몰렸다. 최근 민 전 대표가 증인으로 나섰던 돌고래유괴단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것도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돌고래유괴단은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홍보 영상 ‘주차장에서 생긴 일’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는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과 그 대표인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 감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어도어 측은 “돌고래유괴단 측을 상대로 낸 소송액 11억원 중 법인의 계약 위반 10억원이 인정됐고, 명예훼손으로 별도로 제기한 1억원은 기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곡 ‘디토’ ‘OMG’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24년 8월 ETA 뮤직비디오를 ‘디렉터스컷(감독판)’으로 제작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일이다. 어도어는 “당시 광고주로부터 해당 영상에 대한 컴플레인을 접수했다”며 “뉴진스 관련 영상 소유권은 어도어에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으므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돌고래유괴단 10억원 배상 판결 주주 간 계약 해지&풋옵션 쟁점 그러자 돌고래유괴단은 ETA 감독판은 물론 자신들이 운영하던 비공식 뉴진스 팬덤 유튜브 채널인 ‘반희수’에 게시돼있던 뉴진스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어도어는 ETA 감독판 영상에 대한 게시 중단을 요청했을 뿐 뉴진스 관련 모든 영상 삭제는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감독판 영상을 별도로 게시하는 것에 대한 구두 협의가 있었으며 어도어 측 주장에 “바보 같고 어이없다”고 말한 바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번 판결이 민 전 대표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민 전 대표는 현재 하이브와 주주 간 계약 및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벌인 전속계약 관련 소송 등도 판결이 나왔을 당시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재판에 끼칠 영향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 재판을 열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주주 간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이사진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한 게 골자다. 이날 하이브는 데뷔도 하지 않은 뉴진스를 위해 어도어에 21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민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민 전 대표가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하이브에 타격을 주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고의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를 탈취할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고 투자자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2월이면 결론 난다 법적 흐름은 민 전 대표에게 단연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소송이 민-하 대전에서 파생된 만큼 각각 재판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이 향후 어도어가 다니엘과 그 모친, 민 전 대표에게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의 선고기일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