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통계> ‘가족갈등 불씨’ 추석 스트레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28 15: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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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치는 여자…누워 있는 남자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대표적인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두에게 행복한 날임에 틀림없지만 각종 걱정에 주부들은 추석이 달갑지만은 않다. 차례 비용, 음식 준비와 집안일, 그리고 고향까지 오고 가는 교통 체증 걱정까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제 웃음 넘치는 명절은 없는 것일까.

1년 중 가장 ‘복스러운 날’ 추석. 떨어져 있던 가족과 일가친척은 물론 고향의 죽마고우들과도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뿐 아니라, 풍성한 수확의 계절답게 맛있는 음식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날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장 힘든 날이 추석이다. 주차장이나 다름없는 고향 가는 길은 힘이 들고, 주부들은 가사 노동량의 증가로 안 아프던 몸까지 병이 나곤 하는 날이 바로 추석이다. 특히 주부들이 겪는 ‘가사 노동’ 스트레스는 ‘경제적 부담’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주부의 명절은 ‘눈물’

모바일 리서치 ‘오픈서베이’가 20∼40대 기혼여성 302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사 노동(30.1%)’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사 일 분담 여부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53.4%가 ‘모든 가사를 여성들이 도맡아 한다’고 답했다. 이 중 62%는 ‘며느리만 일한다’고 말했다. ‘배우자가 일부 도와주긴 하지만 대부분 여성들이 도맡아 한다’는 응답은 34.8%였다. 반면 ‘남녀 구분 없이 똑같이 일한다’는 응답은 9.6%에 불과했다.


주부 김모(38)씨는 “신랑은 명절도 안 쉬고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이라 번번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혼자 시댁에 내려가는데 벌써부터 스트레스”라며 “며느리를 배려해주는 집안이라면 모르겠지만, 굳이 임신했을 때 까지도 하루 종일 음식 장만이며 그 많은 설거지까지 다 시키는 시댁. 기독교 집안이라 제사도 안지내면서 명절때마다 일시키려고 오라고 하는 건지, 친정도 못가게 되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43·여)씨도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시댁 자체가 어렵고 부담스럽다”며 “8∼10시간에 걸쳐 가는 것도 힘들고, 가서 있는 것도 힘들고 내 집도 아니니 맘 편히 자지도 못하고, 힘들게 내려가도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데다가 늦게까지 술판을 벌여서 술상을 보는 것도 일이다”고 털어놨다.

추석 연휴 동안 남편이 도와줬으면 하는 가사는 ‘무거운 짐 나르기’가 47.7%로 가장 많았다. 설거지는 47%, 아이 돌보기 39.1%, 장보기 27.8%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는 아이 돌보기(48.5%), 30대는 설거지(48.1%), 40대는 무거운 짐 나르기(54.7%)였다.

여자만 일한다” 주부들 가사 노동 스트레스
눈치 없이 누워서 TV만 보는 남편, 얄미워∼

남편이 가장 얄미울 때는 ‘눈치 없이 시댁에만 오래 있으려고 할 때’가 33.4%로 가장 많았다. ‘내가 고생하는 걸 당연하다 생각할 때’는 24.2%로 뒤를 이었다. ‘나는 힘들게 상 차리고 있는데 혼자 밥 먹을 때’ (15.6%), ‘친정에 가서 어색해 할 때’ (8.9%) 순이었다.

직장인 이모(39·여)씨는 “추석 때 집에 내려가면 TV만 보는 남편, 입을 앙다물고 시어머니가 시키는 것만 눈치 보면서 하고 있는 나와는 대조적인 모습에 정말 화가난다”며 “시댁에 가면 아들이라고 가만히 있고, 친정에 가서는 사위라고 먹기만 하는데, 명절 때마다 되풀이되는 분노와 좌절에 지쳐버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주부들은 명절 시 여자의 노동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 결혼정보회사가 기혼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 78%가 ‘여전히 과중하다’라고 답했으며 ‘이 정도면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본다’라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과거 어머니 세대에 비하면 가사 노동의 양이 많이 줄어든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스트레스를 호소할 정도로 부담이 크다는데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남성들의 생각은 달랐다. 같은 질문에 남성은 절반이 넘는 54%가 ‘이 정도면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본다’고 답했으며 ‘여전히 과중하다’는 답변은 그 보다 적은 46%에 머물렀다. 

‘명절 시 바람직한 양쪽집안의 방문 방식은?’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각각 66%, 53%가 ‘남자 쪽 집 먼저 방문하고 여자 쪽 집 방문’이라고 답해 아직까지는 남성의 집안 방문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명절 마다 번갈아 한군데씩 방문’이 남녀 각각 26%, 34%, ‘여자 쪽 집 먼저 방문하고 남자 쪽 집 방문’이 각각 8%와 13%를 기록했다. 

노은규 가연 회원상담부 부장은 “결혼한 여성에게 명절은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반면 남성은 이에 대해 별로 심각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명절문화가 유독 여성의 희생을 많이 요구해왔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시대가 많이 변한 만큼 남녀가 서로 노력해서 변화시키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명절 가사노동을 ‘돕는다’의 개념이 아니라 ‘함께 한다’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젠 ‘함께해야’

세월이 지나면서 추석명절을 보내는 우리의 모습은 많이 변했다. 추석을 기다리던 설렘,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마음이 넉넉했던 예전과 달리 최근엔 ‘명절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그 의미가 달라졌다.

대안은 음식 분담, 설거지하는 남편들 등에서 이뤄지는 ‘가족의 화합’뿐이다. 그것이 짜증스러운 교통체증을 뚫고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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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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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