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㉟역사는 흐르고 기억은 맴돈다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6.08 08:47:55
  • 호수 14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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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더구나 하이에나 같은 측근 모리배들이 마구 사리사욕을 채우는 바람에 일반 국민들은 상대적이고 정신 심리적인 불안감과 빈곤감에 시달려야 했다. 

영혼 또한 물질 만능주의 풍조로 지옥의 나락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삼강오륜을 중시하던 사람들이 금수보다 더 야비하게 변해 살인과 도둑질과 협잡과 불륜을 밥 먹듯 저지르기 시작한 것도 그의 독재 시대부터였다. 

화무십일홍

특히 엽색행각과 성범죄는 섹스 동물 왕국이라는 미국과 일본의 남녀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성행해갔다.


매일 밤 비밀궁에서 예쁜 여인들을 간택해 애욕 파티를 벌인다는 ‘위대한 조국 건설의 영도자 박 대통령 각하’를 누가 욕하면 추종자들은 영웅호색을 들먹이며 따라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영웅이니까 호색해도 괜찮다는 건지, 호색하면 영웅이 된다는 얘긴지 혼돈스러울 지경이었다.

심지어 그 심오한 문제를 놓고 술자리에서 친한 친구끼리 토론하다가 너무 격렬해진 나머지 살인 사건이 벌어진 일도 있었다. 

하지만 진리는 평등하다. 화무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백수의 왕인 호랑이나 사자도 지나치게 교미에 골몰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다리가 후들거리지 않던가.

그런데도 측근들은 함구무언 지켜보기만 했다.

영웅이라 영원하리라 생각했던 걸까, 혹은 스러져 가는 태양을 붙잡은들 어쩌랴 싶어 차라리 자기 이익 챙기기에 골몰했던 걸까?

만일 그가 진정한 영웅이자 정치가로서 독선과 아집에 빠지지 않고 평범한 화무십일홍의 진리를 체득해 공연 무대를 다른 젊은 영웅에게 넘겼다면, 개인적으로 그런 비극을 당하지 않고 한국 사회 또한 한결 생동감이 넘치지 않았을까? 


역사는 흘러가고 우리의 기억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맴돈다. 물음만 남긴 채. 이제 그만 본론으로 돌아가자. 

여대통령은 아버지 대통령을 본받아 한일협정처럼 위안부 협상을 일본이 놀랄 만큼 흔연스레 받아들인 것일까.

혹은 아버지의 혼령에 빙의된 채 제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저지른 일인가?

하기야 어차피 그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어 국회의원이 될 수 없었을 테고, 아버지의 후광이 비춰 주지 않았다면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어려웠으리라. 

화려찬란했던 취임식 단상에서 미소 지을 때와 달리 여대통령에 관한 기대는 점점 떨어졌다.

열혈적 지지자인 태극기 부대 당원들은 여전히 ‘여왕폐하 만세!’를 외쳐댔지만, 일반 국민들 중 진보파뿐만 아니라 온건한 중도파 인사들도 서서히 실망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마 그런 무렵에 이른바 ‘통일대박론’이 터져나온 성싶다.

통일이 된다면 한반도가 곧 천국으로 변할 듯이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그게 그 자신의 생각인지, 아버지 대통령의 혼귀에 빙의되어 내지르는 소린지 혼란스럽고 아리송했다.

독재 박 대통령, 기울어가는 국운
박 대통령, 아버지 후광 끝에 실망

혹은 만천하에 결단력을 보여 주고 싶었던 걸까?

그는 통일의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전문가들마저 별 효과가 없다고 분석하는 사드를 얼렁뚱땅 서둘러 배치할 뿐만 아니라, 남북한 교류의 실체이자 큰 상징이기도 했던 개성공단마저 꽃 피어 열매 맺기 전 단칼에 싹둑 잘라 버렸던 것이다. 


식당과 하숙집 여기저기에선 전에 없이 많은 토론 혹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예전에 개성공단을 만들 때 뜰 앞에다 기념으로 초목 한 그루 정도는 심었겠지. 그걸 통일 나무라고 불러 보자구. 제대로 자라서 꽃을 피우면 얼마나 유니크하고 아름다울지 한번 상상해 봐. 그리고 그 향기는 아마 한반도를 넘어 온 세계에 퍼져나가 사랑과 생명의 메시지를 은은히 전했을 거야. 그런데 그 새싹을 싹둑 잘라 버렸으니….” 

“꽃나무가 아니라 독초나 가시나무일 수도 있잖아. 설령 통일이란 게 되더라도 혼란과 고통을 피할 수 없을 테니 미리 잘라 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야.” 

“여보시우들, 꽃이니 가시니 극단적으로 어떤 일면만 강조하기보다 객관적이고 중도적인 시야로 현실을 바로 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유? 괜히 싸워 봤자 피비린내만 나니께 말씀이유. 각자 너무 주관적이거나 이기적으로 깝치지 말구 세월의 흐름에 맡기는 것도 그닥 나쁘지 않을 듯한데….” 

“아, 물론 천지 자연의 흐름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역할을 제외할 순 없죠. 특히 현실적으로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문제는 사람이 풀어야 하지 않을까요? 삼팔선 철조망은 백년이 흘러도 저절로 없어지진 않을 테니 인간의 손과 마음으로 제거해야겠죠.” 

“백년까지 갈 것도 없이 이삼십년이면 자연과 사람이 합작혀서 사그라뜨려 걷어내 버릴 물건인께 너무 걱정하덜 말어유.” 


“아니, 뭔 그런 씨나락 까먹는 소릴 하세요? 오히려 철조망을 해마다 신식으로 개비해서 북한 독종 놈들이 영영 못 쳐내려오게 해야죠. 오히려 철벽을 쌓았으면 좋겠구먼 그래.” 

“허허 참….” 

“북한 놈들이라 해도, 지배층이 문제지, 일반 인민들은 다 우리 국민들과 같은 사람이잖아요. 제 얼굴에 침 밷는 짓은 하지 맙시다.” 

“흥, 일반인이라 해도 공산당 괴물 놈들에게 세뇌당해 인간성 없는 일개 동물처럼 돼 버렸는걸 뭐.” 

서둘러서?

“하하, 대한민국 사람들은 미국식 자본주의에 세뇌됐을 뿐만 아니라 그들보다 더 오염돼 로봇이나 짐승 뺨치게 인간성이 변질돼 버렸다는 건 세상이 다 알건만…. 지나가던 강아지가 웃겠네.” 

“흥, 웃으려면 웃으라지. 아무튼 자유 속에서 살고 있는 걸 고맙게 여겨야지 뭔 개 지껄이는 소리야.” 

“아니, 뭐라구? 개 썅!” 

“통일을 꼭 해야 할까요?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이 좋다는 사람도 많고, 또 설령 통일이 된다고 해도 골치 아픈 일이 많을 텐데… 과연 서둘러서 하려고 애쓸 필요가 있을지 궁금해요.”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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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