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여행 ①청주 상당산성

호서 지방을 지켜준 귀중한 요새

6월1일은 의병의날이고, 6일은 현충일이다. 10일은 6·10민주항쟁기념일이며, 25일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이다. 유달리 뭔가를 지키고 얻고자 한 날이 많은 6월, 어떤 주제로 여행을 떠나면 좋을까? 자연스럽게 ‘산성’이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할이 산이라 산성 여행을 떠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시중에 산성 여행을 다루는 책이 여러 권 있고, 인터넷 검색으로도 산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얻기 쉽다.

산성은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산 정상부에 쌓은 성을 말한다. 그중 충북 청주 상당산성(사적)은 조선 시대 군사적 요충지로,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호서 지방을 지켜준 소중한 보루이자 요새다. 성 이름은 백제 시대 청주목을 이르던 상당현(上黨縣)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확한 축성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김유신의 셋째 아들 김원정이 쌓았다는 기록(<삼국사기>)과 궁예가 쌓았다는 기록(<상당산성고금사적기>), 임진왜란 때 충청도병마절도사로 온 원균이 쌓았다는 기록(<선조실록>)이 있다. 당초 토성이던 것으로 짐작되나, 1716년(숙종 42년) 석성으로 다시 쌓기 시작해 영조 때 지금 모습이 완성됐다.

군사적 요충지

초여름의 싱그러운 햇살 아래 상당산성을 한 바퀴 가뿐히 걸어보자. ‘산성 일주 코스’는 상당산 능선 성곽을 따라 걷는 동안 성문 3개와 암문 2개, 치성과 수구 3곳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길이 약 4㎞, 1시간~1시간30분 걸린다. 저수지에서 출발해 남문을 지나 서남암문과 서문, 동북암문, 동문, 동장대를 거쳐 다시 저수지로 내려온다. 산성 내부에 상당산성한옥마을과 식당가가 있어 일정 전후로 식사하기도 좋다.

상당산성은 전형적인 포곡식 석축 산성이다. 포곡식이란 계곡을 끼고 산줄기를 따라 정상부까지 성벽을 높게 쌓는 방식을 말한다. 물과 더불어 산성 내 지형을 넓게 확보해 오랫동안 적에게 항거할 수 있다. 저수지 옆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이 보인다.


포곡식 산성답게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가쁜 호흡을 조절하며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오른다. 이내 첫 번째 관문인 남문에 도착한다. 남문은 상당산성의 정문 격이다. 4~5m 아래 상당산성자연마당이 펼쳐진다.

남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남암문이 숨어 있다. 암문은 비상구 역할을 하는 샛문이다. 유사시 사람과 가축, 양식 등이 통과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하며,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만든다. 적에게 알려지면 급히 폐쇄할 수 있도록 암문 안쪽에는 항상 돌과 흙이 쌓여 있다. 상당산성에는 서남암문과 동북암문이 있다.

수백 년 전 은밀한 암문은 이제 청주 시민이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 자연으로 드나드는 천국의 열린 문이 됐다.

상당산성 일주의 백미는 정상부에 해당하는 남문-서문 성곽이 아닐까? 이 구간을 걷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청주와 청원 일대 모습이 장관이다. 상당산성이 과거 이 지역에서 어떤 무게와 의미를 차지하는지 저절로 알 수 있다. 서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변해가는 풍광을 바라보는 것도 성곽을 걷는 커다란 재미다. 우암산, 좌구산 등 이 일대 산야와 미호평야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상당산성 성곽은 한남금북정맥에 속한다.

남문과 서남암문을 지난 뒤 한참을 걸어 서문에 이른다. 서문은 지형이 호랑이가 뛰기 위해 움츠리는 모습이라고 해서 ‘미호문(弭虎門)’이라고도 불렸다. 허물어져 오랜 시간 방치된 것을 1978년 복원했으나, 지반침하로 다시 무너져 2015년 해체해서 보수·복원했다. 그런 까닭에 서문은 외형이 제법 깔끔하다. 사각형 석축 출입문 위에 북방식 우진각지붕 문루를 올리고, 바깥쪽 성벽을 높이 쌓아 방어에 유리하다.

가파른 오르막이 특징인 
포곡식 석축 산성 상당산성

동북암문과 동문을 지나면 동장대가 나타난다. 상당산성 동쪽에서 서장대와 마주 보며 군사를 지휘하고 군대를 조련하던 곳으로, 1992년 복원해 옛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동장대에서 내려오면 처음 출발한 저수지를 만나고, 상당산성 일주가 끝난다.


홀로 혹은 친구나 연인, 가족과 행복하게 오르내리는 길. 이번 주말에는 역사와 자연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상당산성을 걸어보면 어떨까? 상당산성관리소에 상주하는 문화관광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면 산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상당산성 여행 전후로 상당구에 자리한 명소도 함께 둘러보자. 명암유원지는 청주에서 가장 큰 저수지를 품은 휴식처다. 1.5㎞ 남짓한 타원형 수변은 남녀노소 누구나 걷고 달리기 좋아, 아침저녁으로 이곳을 찾는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명암저수지에서 오리보트를 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유원지 인근에 다양한 식당가가 있어 특별한 하루를 만끽하기 좋다. 쾌적한 휴식 공간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최근 저수지 준설 공사, 낡은 목교 정비, 무장애 탐방로 신설 작업을 거쳤다.

우암산 자락의 수암골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 판잣집을 짓고 살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시대의 상처가 남긴 고난과 가난의 흔적으로 한때 남루했으나, 2007년 공공 미술 프로젝트 벽화 작업을 진행해 청주의 감성 여행 1번지로 거듭났다.

현재 40여 가구가 거주해 규모는 작지만, 골목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정겨운 자취가 오래 발길을 붙잡는다. 근래 허영만 화백과 방송인 류시원, 신현준, 우지원 등이 벽화 보수 작업에 동참해 수암골벽화마을에 활기를 더한다.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재인〉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국립청주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은 청주가 고대부터 얼마나 중요한 입지를 차지한 땅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문화유산의 산실이다. 1987년 10월 개관한 박물관은 건축가 고 김수근이 설계했다. 4개 공간으로 구성된 상설전시실에서는 청주를 비롯해 충북 지역의 유물 2300여 점을 선사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나눠 전시한다. 통일신라 3개 범종 가운데 하나인 청주 운천동 출토 동종(보물), 국내 최대 종류와 수량을 자랑하는 청주 사뇌사 금속공예품 등 충북에서 발견된 금속 문화재 등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청주 상당산성→명암유원지→수암골벽화마을→국립청주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청주 상당산성→명암유원지→국립청주박물관
-둘째 날: 청주랜드→청주중앙공원→수암골벽화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청주시 문화관광 www.cheongju.go.kr/ktour/index.do
-국립청주박물관 http://cheongju.museum.go.kr

문의 전화
-청주시청 관광정책과 043)201-2043
-상당산성관리소 043)201-0202
-명암유원지 043)201-4422
-명암보트장 043)221-8103
-수암골벽화마을(청주시청 관광정책과 관광마케팅팀) 043)201-1793
-국립청주박물관 043)229-6300

대중교통
[버스] 서울-청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0~35분 간격(05: 50~24:00)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30~80분 간격(07:05~22:0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20~60분 간격(06:50~21:00)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청주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500번·502번·511번 버스 등 이용, 청주체육관이나 지하상가 정류장에서 862-2번 버스 환승, 산성남문 정류장 하차, 상당산성까지 도보 약 260m. 청주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05번·105-1번·311번·833번 버스 이용, 청주체육관이나 사직사거리 정류장에서 862-2번 버스 환승, 산성남문 정류장 하차, 상당산성까지 도보 약 26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txbus.t-money.co.kr 청주고속버스터미널(임시) 043)238-8880 청주시외버스터미널 1688-4321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평택제천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서청주 IC→상당사거리→산성제1터널→산성제2터널→상당산성

숙박 정보
-가영당: 청원구 오창읍 미래지로, 043)233-9966, www.gayoungdang.com
-초정행궁: 청원구 내수읍 초정약수로, 043) 270-7332, https://crs.cjsisul.or.kr/com/facPortal.do

식당 정보
-상당집(두부전골·두부두루치기·청국장): 상당구 성내로118번길, 043)252-3291
-장수장(장수도리탕·닭백숙·오리백숙·오리탕): 상당구 성내로118번길, 043)253-9292
-효순이네칼국수(칼국수·콩국수·만두): 상당구 산성로, 043)293-4221

주변 볼거리
청남대, 문암생태공원, 오창호수공원, 청주고인쇄박물관, 옥화자연휴양림, 청주 흥덕사지, 초정행궁, 대청댐전망대, 대청호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