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 - 억울한 사람들> 아동학대 당한 3세 아이

다 보이는데 무죄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는 ‘일요신문고’ 지면을 통해 억울한 사람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지난 18일 어린이집의 ‘의료적 방임’으로 만 2세 나이에 영구치가 손상될 상황에 처한 아이의 아버지가 <일요시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사진 찍어줄 때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저립니다.” 아이가 웃을 때마다 망가진 앞니가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제 3세가 된 권모군의 앞니는 잔뜩 상해 있다. 지난해 4월 어린이집에서 당한 사고로 유치가 망가졌다. 의사 소견으로는 영구치가 손상됐을 가능성도 있다.

아이 우는데…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담임교사 A씨가 매트를 잡아당기면서 그 위에 있던 권군이 넘어졌다. 권군은 넘어지면서 A씨가 정리하고 있던 교구장에 입 부분을 세게 부딪쳤다. 문제는 A씨의 다음 행동이다. A씨는 자지러지게 우는 권군을 들어 옆으로 옮겨놓고 다시 교구장을 정리했다.

상처를 살피거나 아이를 달래는 등의 후속조치는 없었다. 

권군의 어머니가 어린이집의 연락을 받은 건 사고가 일어난 지 1시간30분가량이 지나서였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당시 통화 내용에 따르면 A씨는 권군이 뛰어다니다가 매트에 미끄러져 교구장 쪽으로 넘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빨로 잇몸을 이렇게 콱 깨물었어요. 그래 가지고 상처가 났단 말이지요”라고 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A씨의 말에 권군의 부모는 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담임교사가 놀랐을까 봐 “선생님도 너무 미안해하시지 마시고”라며 달랬다. 하지만 권군이 귀가한 이후로 상황이 바뀌었다. 옷에는 진한 피가 묻어 있었고 권군의 입술은 찢어지고 치아는 새카맣게 변색된 상태였다. 

어린이집은 사고가 일어난 날 알림장에 권군의 상태에 대해 ‘양호’ 기분은 ‘매우 좋음’이라고 기재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일요시사>를 찾아온 권군의 아버지는 귀가한 아이의 상태가 거의 ‘넋이 나간’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얼굴은 창백해진 채로 잔뜩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권씨는 바로 어린이집을 찾아 CCTV 영상을 확인했다. 권군이 넘어져 다치는 장면을 확인한 권씨는 담임교사와 원장 교사의 ‘뻔뻔한’ 태도에 분노했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넘어져 교구장에 세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모습이 CCTV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매트 잡아당겨 넘어지면서 부딪혀
유치 망가졌고 영구치 손상 가능성

권씨는 “다친 아이를 돌보는 게 아니라 바닥에 떨어진 피를 먼저 닦더라. 그 모습을 보고 한 아이의 아빠로서, 한 사람으로서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권군은 사고가 일어난 뒤 약 5시간이 흐른 뒤에야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사고 당일 찾은 치과에서는 권군의 영구치 손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면 권군은 어린 나이에 임플란트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권씨가 더 마음 아파하는 부분은 아이에게 남은 트라우마다. 다친 당시의 기억으로 권군은 현재 밥을 거의 먹지 못한다. 보통 3세가 되면 어른이 먹는 것과 동일하게 일반 음식을 섭취한다. 하지만 권군은 여전히 이유식을 먹는다. 

사고가 난 직후에는 어린이집과 비슷한 환경에 가면 불안해하기도 했다. 권군의 어머니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아이가 아플 때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수면제를 처방받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중이다. ‘어린이집에서 사고 직후 바로 연락을 해줬다면’ ‘연락을 받았을 때 바로 아이를 보러 달려갔더라면’ 하는 후회를 거듭하는 것이다.


어린이집 담임교사와 원장 교사의 태도는 권군의 가족을 더욱 힘들게 했다. 담임교사와 원장 교사는 한 차례 사과를 한 뒤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권씨는 “사고 이후 담임교사와 원장 교사가 찾아와 사과한 적 있다. 하지만 그 사과조차 고소를 취하해달라는 의미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권씨는 사고가 난 이후 어린이집 관계자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권씨는 “아이에게 영구적인 손상이 남을 수 있다는 병원 소견을 듣고 명백하게 증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고소를 진행하게 됐다. 어린이집의 사고 후 대처를 보고 그냥 넘어가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해당 어린이집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인 서대문구청의 솜방망이 처분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대문구는 권군에게 일어난 사고에 대해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의료적 방임’으로 판단했다. 의료적 방임은 ‘아동에게 필요한 의료적 처치 및 개입을 하지 않은 행위’를 뜻한다.

사고가 일어난 즉시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았고 구청장에게 사고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이와 관련해 해당 어린이집이 받은 처분은 과태료 100만원과 시정명령에 불과했다. 권씨를 더욱 분노하게 만든 부분은 업무상 과실치상,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담임교사 A씨가 법정서 ‘무죄’를 주장한다는 점이다. 권씨에 따르면 A씨는 1차 공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법정서 모든 혐의 부인
“진정성 있는 사과 필요”

A씨의 태도에 권씨는 다시 한번 ‘치밀하고 집요해지기로’ 결심했다. 아이와 가족, 피해자는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무죄를 주장하는 모습에 뻔뻔함을 느꼈다고 했다. 권씨는 “뻔뻔한 사람이 뻔뻔하게 나오면 피해자로서 얼마나 더 치밀해져야 하고 얼마나 더 집요해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이 일을 상기시키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우리 가족 같은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나름의 ‘매뉴얼’을 남기고 싶은 생각 때문”이라며 “평생 살면서 송사에 휘말려 본 일이 없어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몰랐는데, 아동학대의 경우 국선 변호사님이 자동으로 지정되는 등 좋은 제도가 많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무료로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에 대한 서대문구청의 처분을 두고도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애초에 법에 명시된 처분 정도가 약한 부분이 오히려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불과 1년 사이에 권씨는 아동학대와 관련해 이른바 ‘전문가’가 돼있었다. 일까지 쉬면서 매달린 결과였다.

아동학대 케이스 중 권군과 같은 사례는 드문 편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고가 나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대부분 어린이집의 대응이기 때문.

권씨는 “어린이집에서 자잘한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났을 때 바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고 부모에게 바로 연락을 하지 않는 건 분명한 아동학대다. 방임 역시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와 마찬가지로 아동학대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선생은 웃어


“저도 이런 일을 겪어보니까 진정성 있는 사과라는 게 정말 필요하더라고요. 담임교사나 원장 교사가 진정성을 담아 사과했다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겁니다. 왜 자꾸 일을 어렵게 만드는지 사실 이해가 잘 안 됩니다. 그들의 행동이 피해자한테 굉장한 2차 가해라는 점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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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