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 - 억울한 사람들> 아동학대 당한 3세 아이

다 보이는데 무죄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는 ‘일요신문고’ 지면을 통해 억울한 사람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지난 18일 어린이집의 ‘의료적 방임’으로 만 2세 나이에 영구치가 손상될 상황에 처한 아이의 아버지가 <일요시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사진 찍어줄 때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저립니다.” 아이가 웃을 때마다 망가진 앞니가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제 3세가 된 권모군의 앞니는 잔뜩 상해 있다. 지난해 4월 어린이집에서 당한 사고로 유치가 망가졌다. 의사 소견으로는 영구치가 손상됐을 가능성도 있다.

아이 우는데…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담임교사 A씨가 매트를 잡아당기면서 그 위에 있던 권군이 넘어졌다. 권군은 넘어지면서 A씨가 정리하고 있던 교구장에 입 부분을 세게 부딪쳤다. 문제는 A씨의 다음 행동이다. A씨는 자지러지게 우는 권군을 들어 옆으로 옮겨놓고 다시 교구장을 정리했다.

상처를 살피거나 아이를 달래는 등의 후속조치는 없었다. 

권군의 어머니가 어린이집의 연락을 받은 건 사고가 일어난 지 1시간30분가량이 지나서였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당시 통화 내용에 따르면 A씨는 권군이 뛰어다니다가 매트에 미끄러져 교구장 쪽으로 넘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빨로 잇몸을 이렇게 콱 깨물었어요. 그래 가지고 상처가 났단 말이지요”라고 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A씨의 말에 권군의 부모는 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담임교사가 놀랐을까 봐 “선생님도 너무 미안해하시지 마시고”라며 달랬다. 하지만 권군이 귀가한 이후로 상황이 바뀌었다. 옷에는 진한 피가 묻어 있었고 권군의 입술은 찢어지고 치아는 새카맣게 변색된 상태였다. 

어린이집은 사고가 일어난 날 알림장에 권군의 상태에 대해 ‘양호’ 기분은 ‘매우 좋음’이라고 기재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일요시사>를 찾아온 권군의 아버지는 귀가한 아이의 상태가 거의 ‘넋이 나간’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얼굴은 창백해진 채로 잔뜩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권씨는 바로 어린이집을 찾아 CCTV 영상을 확인했다. 권군이 넘어져 다치는 장면을 확인한 권씨는 담임교사와 원장 교사의 ‘뻔뻔한’ 태도에 분노했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넘어져 교구장에 세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모습이 CCTV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매트 잡아당겨 넘어지면서 부딪혀
유치 망가졌고 영구치 손상 가능성

권씨는 “다친 아이를 돌보는 게 아니라 바닥에 떨어진 피를 먼저 닦더라. 그 모습을 보고 한 아이의 아빠로서, 한 사람으로서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권군은 사고가 일어난 뒤 약 5시간이 흐른 뒤에야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사고 당일 찾은 치과에서는 권군의 영구치 손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면 권군은 어린 나이에 임플란트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권씨가 더 마음 아파하는 부분은 아이에게 남은 트라우마다. 다친 당시의 기억으로 권군은 현재 밥을 거의 먹지 못한다. 보통 3세가 되면 어른이 먹는 것과 동일하게 일반 음식을 섭취한다. 하지만 권군은 여전히 이유식을 먹는다. 

사고가 난 직후에는 어린이집과 비슷한 환경에 가면 불안해하기도 했다. 권군의 어머니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아이가 아플 때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수면제를 처방받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중이다. ‘어린이집에서 사고 직후 바로 연락을 해줬다면’ ‘연락을 받았을 때 바로 아이를 보러 달려갔더라면’ 하는 후회를 거듭하는 것이다.


어린이집 담임교사와 원장 교사의 태도는 권군의 가족을 더욱 힘들게 했다. 담임교사와 원장 교사는 한 차례 사과를 한 뒤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권씨는 “사고 이후 담임교사와 원장 교사가 찾아와 사과한 적 있다. 하지만 그 사과조차 고소를 취하해달라는 의미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권씨는 사고가 난 이후 어린이집 관계자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권씨는 “아이에게 영구적인 손상이 남을 수 있다는 병원 소견을 듣고 명백하게 증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고소를 진행하게 됐다. 어린이집의 사고 후 대처를 보고 그냥 넘어가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해당 어린이집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인 서대문구청의 솜방망이 처분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대문구는 권군에게 일어난 사고에 대해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의료적 방임’으로 판단했다. 의료적 방임은 ‘아동에게 필요한 의료적 처치 및 개입을 하지 않은 행위’를 뜻한다.

사고가 일어난 즉시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았고 구청장에게 사고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이와 관련해 해당 어린이집이 받은 처분은 과태료 100만원과 시정명령에 불과했다. 권씨를 더욱 분노하게 만든 부분은 업무상 과실치상,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담임교사 A씨가 법정서 ‘무죄’를 주장한다는 점이다. 권씨에 따르면 A씨는 1차 공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법정서 모든 혐의 부인
“진정성 있는 사과 필요”

A씨의 태도에 권씨는 다시 한번 ‘치밀하고 집요해지기로’ 결심했다. 아이와 가족, 피해자는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무죄를 주장하는 모습에 뻔뻔함을 느꼈다고 했다. 권씨는 “뻔뻔한 사람이 뻔뻔하게 나오면 피해자로서 얼마나 더 치밀해져야 하고 얼마나 더 집요해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이 일을 상기시키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우리 가족 같은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나름의 ‘매뉴얼’을 남기고 싶은 생각 때문”이라며 “평생 살면서 송사에 휘말려 본 일이 없어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몰랐는데, 아동학대의 경우 국선 변호사님이 자동으로 지정되는 등 좋은 제도가 많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무료로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에 대한 서대문구청의 처분을 두고도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애초에 법에 명시된 처분 정도가 약한 부분이 오히려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불과 1년 사이에 권씨는 아동학대와 관련해 이른바 ‘전문가’가 돼있었다. 일까지 쉬면서 매달린 결과였다.

아동학대 케이스 중 권군과 같은 사례는 드문 편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고가 나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대부분 어린이집의 대응이기 때문.

권씨는 “어린이집에서 자잘한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났을 때 바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고 부모에게 바로 연락을 하지 않는 건 분명한 아동학대다. 방임 역시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와 마찬가지로 아동학대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선생은 웃어


“저도 이런 일을 겪어보니까 진정성 있는 사과라는 게 정말 필요하더라고요. 담임교사나 원장 교사가 진정성을 담아 사과했다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겁니다. 왜 자꾸 일을 어렵게 만드는지 사실 이해가 잘 안 됩니다. 그들의 행동이 피해자한테 굉장한 2차 가해라는 점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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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