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현실판 ‘더 글로리’ 표예림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4.24 10:09:11
  • 호수 14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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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폭 생존자입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나는 기억이 안 난다. 그때는 나도 어렸다. 철없을 때였지 않냐.” 표예림씨에게 초·중·고 12년간 학교폭력을 가한 가해자의 말이다. 철이 없으면 때려도 되는 걸까? 가해자는 끝까지 표씨에게 “모른다”고만 할 뿐 사과하지 않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역)은 고등학생 때 학교폭력을 가한 가해자 네 명에게 복수를 계획하고, 그 복수는 결국 성공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도 힘들다.

학창 시절
전체가…

학교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은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를 알리는 일이다. 이 일의 주인공인 표예림씨 역시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올해 28세인 표씨는 스스로를 ‘학교폭력 생존자’라고 지칭한다. 

그는 처음 SNS에 자신이 당한 학교폭력 고발 영상을 올리며 자신의 신상공개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뭘까? “대체 왜 나를 괴롭혔어?”라는 질문에 대한 학교폭력 가해자의 대답과 현재 학교폭력 피해를 받고 있거나 고소를 준비하는 사람을 위해 법 개정을 하고 싶어서다.

공부하거나 친구랑 노는 데 정신없어야 하는 학창 시절. 하지만 표씨는 달랐다. 가해자들을 피해 어디로 도망갈지,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도망칠 수 있을지 고민하기 바빴다. 


이는 표씨가 지난달 10일 ‘12년간 당한 학교폭력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국회 국민동의청원서에 상세히 올라와 있다. 표씨가 올린 국민동의청원서는 지난 19일 오전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위원회 회부 기준 동의 수 100%를 달성한 뒤 종료됐다.

표씨는 경상남도의 한 지역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현재 그는 학창 시절에 겪은 학교폭력 후유증으로 ▲대인관계 어려움 ▲불안 장애 ▲불면증 ▲우울증으로 정신과에서 1년 넘게 치료 중이다.

25세에는 담낭절제술을 받았고, 26세엔 맹장 절제술, 27세엔 대낭용종 제거술 등의 수술을 받았다. 또 지금까지도 원인 불명의 복통을 앓고 있다.

그가 용기를 낸 것도 드라마 <더 글로리> 덕분이다. 표씨는 “나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 위해 청원을 신청했다. 학교폭력은 소아 성폭행과 같이 2차 가해가 두려워 스스로 말하기 어렵다. 또 피해를 당한 만큼 치유되는 데 시간이 걸려 즉각 신고도 힘들다. 난 12년 동안 학교폭력에 노출됐지만, 법이 정한 공소시효는 최대 10년”이라고 전했다.

표씨는 국민동의청원서에 학교폭력 신고의 어려움과 문제를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학교폭력을 당했는지도 밝혔다.

12년 학교폭력 피해 사실 알려
공소시효 늘리기 위한 목소리

표씨가 당한 괴롭힘은 ▲집단 따돌림 ▲폭행 ▲특수폭행 ▲상해 ▲특수상해 ▲모욕 ▲갈취 등이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표씨가 다녔던 초등학교 학급은 전원이 55명이었는데, 이 중 표씨가 지목한 가해자는 무려 30명에 달했다.


중학교 시절인 2009년부터 2012년 전원 96명 중 가해자는 47명, 여자고등학교를 다녔던 2012년부터 2015년에 학급 전원 84명 중 가해자가 43명이라고 지목했다. 이 중 직접적인 학교폭력 가해자는 17명이다. 나머지는 간접적인 가해자로 분류된다.

학교폭력을 당할 때 표씨는 ‘누가 이걸 해결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해 학생들에게 “나를 왜 괴롭히냐”고 물으면 “내성적이라서”라고 답했다. 괴롭히는 데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담임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말해도 도움받지 못했다. 오히려 “너가 친구들하고 잘 못 어울리기 때문”이라는 반응만 돌아왔다. 

표씨는 국민동의청원서를 올리는 것 외에도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학교폭력의 공소시효 폐지를 건의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13분46초 분량의 영상에는 표씨가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 A씨와의 통화 녹취록이 담겼다.

“당한 것 
다 기억”

A씨는 “궁금한 건 물을 수 있지 않냐. 모든 방관자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고 진술자 모두의 익명성을 보장하겠다. 만약 어길 시 어떠한 민형사적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의 내용을 읊었다. 이어 “이걸 안 지키면 네가 법적 책임을 받는 게 맞냐”고 물었다.

이에 표씨는 “아직 그 진술서를 적은 친구들은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 없다. 내 부모님이나 애인한테도 얘기 안 했다. 나는 익명성을 보장한 것이다. 피해를 보지 않았는데 내가 왜 그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답했다.

A씨는 계속 “안타까워서 그렇다. 너가 어떠한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져도 괜찮은 거지?” “진술서의 익명성을 보장 못한 것 맞지?” 등의 질문으로 회유했다. 

이어 “너가 자꾸 다른 애들한테 연락한 것도 다 알고 있다. 드라마(<더 글로리>) 보고 선을 넘는다는 말이 너무 많다. 진짜로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고 했다. 표씨가 마지막으로 “그때 왜 때렸느냐”고 묻자, A씨는 “나도 모른다”고 말을 흐렸다.

표씨는 녹취 파일 재생이 종료된 후 “어떤가. 이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모습이라고 생각되나”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할 수 있는 건 청원밖에 없다. 세상이 바뀌어야 저 아이들이 진심으로 내게 미안하다고 얘기할 것이다. 부디 귀찮다고 넘기지 마시고 3분만 시간 내서 의견을 내달라”고 말했다.

표씨 동기들은 표씨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말에 힘을 실어줬다. MBC <실화탐사대>에 표씨 동기가 익명으로 출연해 “화장실에서 가해자들이 예림이의 머리채를 잡고 변기통에 머리를 집어넣는 장면을 봤다. 예림이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자 더 괴롭혔다. 단순히 친구끼리 치는 장난이 아닌 ‘폭력’이었다”고 증언했다.


본격적인 폭로 역시 표씨 동창생의 역할이었다. 유튜브 채널 ‘표예림동창생’에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합니다’라는 영상이 올라왔다.

여전히 
잘살아

이 영상에는 1명의 피해자와 4명의 가해자가 등장한다. 유튜버는 “예림이는 아직도 고통받으며 사는데 가해자는 잘 살고 있다. 나는 더 이상 예림이의 아픔을 무시할 수 없어 익명의 힘을 빌려 가해자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려 한다”고 밝혔다.

먼저 가해자의 졸업사진이 공개됐다.

유튜버는 “이들은 예림이 어깨를 일부러 부딪치며 넘어뜨리고 옷에 더러운 냄새가 뱄다고 욕설과 폭행을 했다. 이들은 예림이를 폭행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처벌 없이 잘 있다”며 “왕따를 주도했던 남○○은 현재 육군 군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친구, 동료와 놀러 다니며 행복하게 사는 중”이라고 폭로했다.

이어 “임○○ 역시 남자친구와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 가해자 최○○은 이름을 개명해 새 삶을 살고 있다. 장○○은 현재 미용사로 근무 중이다. 12년 동안 한 사람을 괴롭힌 가해자는 여전히 잘살고 있다”며 영상이 끝난다. 


2분6초 분량인 짧은 영상의 조회수가 544만회(4월20일 기준)다. 영상을 올린 지 6일 만에 만든 기록이다. 댓글 반응도 뜨거웠다. “나는 외국인이다. 첫 소식을 BBC news서 읽었다. 예림씨 너무 고생했다” “동창생님 용기에 감사드린다. 나 또한 학교폭력 피해자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당했다. 가해자는 나한테 왕따를 시켰고 명예훼손 및 패륜적 농담까지 들었다”는 댓글이 남겨졌다.

이 중에는 가해자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계속 지켜볼 거라는 댓글 반응도 있었다. 

가해자 신상이 밝혀지자,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한 명이 근무하던 A 헤어숍서 가해자가 해고됐다. 표씨의 가해자라고 알려진 이들의 신상이 공개되자 프랜차이즈인 A 헤어숍이 빠르게 조치한 것이다.

해당 헤어숍은 누리꾼들로부터 별점 테러를 받으면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지난 19일 가해자의 직장으로 알려진 A 헤어숍에 따르면, 헤어숍은 지난 18일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을 계약해지 조치했다.

가해자 실명·사진 공개 파문
“친구도, 담임도 모두 방관자”

A 헤어숍은 입장문을 통해 “사건을 인지하고 확인된 즉시 이번 학교폭력 가해자로 명명된 직원을 계약해지 조치했다. 추후 본사 차원에서 브랜드 이미지 손실에 대한 별도의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매장은 해당 직원으로 피해 보고 있는 다른 직원들과 매장에 대해 법적 자문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연코 학교폭력 사실을 알았다면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력서와 자격증으로 면접을 보고 직원을 채용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가해자를 깊게 살펴보지 못한 점 후회하고 죄송하다”면서도 “하지만 무분별한 악플과 매장에 장난전화는 자제 부탁드린다. 우리는 학교폭력을 당한 뒤 감내한 피해자 표예림씨를 적극 지지한다. 앞으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적극 지지할 것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여전히 가해자는 뻔뻔하다. 지난 19일 가해자 중 한 명이 표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표씨는 먼저 가해자의 연락을 받기 전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로 “너는 내게 할 말이 없니”라고 묻자, 가해자는 “미안하다”고 간단하게 답했다.

이어 표씨는 가해자에게 핸드폰 번호를 알려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으려 했다. 유튜브에 공개된 통화 녹음 내용에서 가해자는 “솔직히 네게 했던 짓이 다 기억은 안 나지만 조금 심했던 건 기억한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표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너를 포함해서 그 애들이 한 대씩 때린 그 한 대 때문에 난 아직까지 힘들다. 고통을 받았다”며 “난 세세하게 기억한다. 방과후 수업부터 중학교 3학년때까지. 너가 사람이니”라고 물었다. 

가해자는 “기억이 안 난다. 그때는 나도 어렸다. 철없을 때였지 않냐”며 발뺌했다. 그러자 표씨는 “철없고 어리고 미안하다 말하면 그렇게 행동해도 되나? 뺨치고, 머리치고, 다리 때리고 그렇게 해도 돼느냐?”고 묻자, 가해자는 “다리는 때린 적 없다”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가해자가 표씨에게 보인 태도는 사과가 아니다. 신상이 공개되도 가해자는 표씨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

사과는?
"모른다”

지난 19일 표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 청원은 이제 국회 위원회에 회부될 것이며, 이후 모든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정말 저는 스스로도 너무 운이 좋고 세상엔 착한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느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국민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 한다. 다시 한번 제 목소리를 들어 주시고 같이 연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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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