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학교 선수만’ 아이스하키 국대 선발 의혹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4.10 13:05:51
  • 호수 14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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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맘대로…규정 어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청소년 학생 운동선수는 자신의 모든 시간을 운동에 전념한다. 졸업 때부터는 대학 진학과 실업팀으로 나뉘는데, 아이스하키는 국내 실업팀이 한군데뿐이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은 아이스하키 명문 대학 진학에 목숨을 건다. 이때 필수 코스가 U18 국제대회 진출인데, 선수 선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학부모는 단체로 대한아이스하키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아이스하키는 빙상 위에서 스틱을 가지고 고무로 만든 원판인 퍽을 골대에 넣는 경기다. 1970~1980년대에는 ‘빙구’라고 불렀다. 현재도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사이의 정기전인 연고전에서는 빙구라고 부른다.

아이스하키 국내 팀은 숫자가 적다. IMF 외환위기 이후 팀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위기를 겪었고, 대학팀들 위주로 리그가 진행되면서 축소됐다. 애당초 대학팀 자체도 많지 않았다. 아이스하키부가 있는 팀은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한양대학교 ▲경희대학교 ▲광운대학교까지 총 5개교다.

대학 입시
대회 진출

고교 아이스하키부는 모두 서울에 있다. 총 5개교로 ▲경기고등학교 ▲경복고등학교 ▲경성고등학교 ▲중동고등학교 ▲광성고등학교 등이다. 중학교는 올해 광성중 아이스하키부가 해체되면서 경희중, 중동중 등 총 6개교가 됐다. 

아이스하키 선수 지망생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아이스하키센터에서 수업을 듣고 같은 학교로 진학한다. 이런 상황이니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전반적인 아이스하키 실력을 파악하고 있다.


청소년 아이스하키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명문대 진학이다. 이를 위해서 입시 요강에 해당하는 대회를 진출하고, 이를 위한 합숙 훈련은 기본이다. 지난해 KUSF 대학 아이스하키 U-리그 팀 기록을 보면, 연세대학교가 1순위로 7승1패를 기록했다. 그 뒤로 고려대학교 5승3패, 광운대학교가 0승이다.

이뿐 아니라 역대 경기를 통틀어 연세대학교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학부모와 학생은 연세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훈련에 전념한다. 그러나 문제는 연세대학교 특기자 인재 운동 전형으로 입학하려면 특정 대회를 나간 이력이 있어야 한다.

바로 ‘국제대회 U18’이다. 연세대학교 입학처는 아이스하키 운동 전형 지원자에게 ‘대한체육회서 발급하지 않는 국제대회(U18) 경기 실적 및 수상내역 자료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공식 홈페이지서 직접 출력해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연세대학교에 아이스하키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하려면 선행돼야 하는 일이 U18에 출전하는 것이다. 해당 대회 기록은 상관없다.

여기서 말하는 U18은 18세 이하 선수들로 이뤄진 유소년 국제경기대회를 말하며, 운동 경기별로 개최되는 대회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슬로베니아 블레드서 2023 IIHF U18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명문대 진학 필수 코스 ‘U18’
감독 고교 학생이 50%나 선발

국내 청소년 선수가 U18에 선발되기 위해선 대한아이스하키협회서 개최하는 U18 대표 선발 트라이아웃(선수 선발 테스트이자 입단 테스트)에 참여해 선발돼야 한다. 올해 경기 방식은 3피리어드, 20분씩 주어졌다.


트라이아웃 일정은 지난달 6일 선발 내용을 공지했고, 지원 자격은 대한민국 남성으로, 2005년 1월1일부터 2006년 12월31일 출생한 자다. 여기서 선정되면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트라이아웃은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있었다. U18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 23명의 명단은 지난달 21일 발표와 동시에, 학부모들이 트라이아웃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선수 선발 과정에 객관성이 빠졌다는 것이다.

실제 트라이아웃 결과에는 한 고등학교 학생이 50%나 포함돼있었고, 해당 고교 감독이 감독으로 선임돼있었다.

이런 문제 외 학부모들이 지적하는 U18 트라이아웃의 문제점이 있다. 여기서도 가장 큰 문제는 선수 선발을 하는 감독 선임 건이다. 기본적으로 청소년 국가대표 감독 선발은 대한체육협회 규정을 따른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 제4조(국가대표 지도자 및 트레이너의 선발 절차)에는 ‘회원종목단체 경기력향상위원회는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일정 등 세부사항을 정해 국가대표 후보자 평가일 1개월 이전에 공고하며, 국가대표 지도자 후보자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심의해 이사회에 추천한다’며 ‘회원종목단체 이사회는 추천받은 후보자 중 국가대표 지도자를 선발해 체육회 승인을 받아 확정한다. 단, 긴급한 사유가 있는 경우 체육회와 사전협의 후 공고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이번 감독 선발은 이 같은 과정이 모두 사라졌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지난달 17일 공고문을 올려 ‘2023 U18 남자 국가대표 감독 선임 결과’를 발표했다. 1개월 전 있어야 하는 공고도, 이사회 추천 및 체육회 승인 과정 자체도 사라진 것이다. 

주먹구구
선발 과정

감독 선발 외 문제도 있다. U18 감독은 선수 선발 권한이 있다. 그리고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U18 감독, 골리 코치, 국가대표 감독, 경기력향상위원이 선발위원으로 트라이아웃 채점을 했다. 이런 과정에 감독이나 코치는 현직 고등학교 교사이거나, 개인레슨 학생이 있으면 위법이다.

이는 경기력향상위원회 규정 제11조에도 적시돼있다. 규정에는 ‘위원은 본인 또는 본인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뚜렷한 사유가 있는 경우 위원회의 심의·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대표 선발에 있어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올해 U18 감독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고, U18에 선발된 학생 중 50%가 해당 감독이 재임 중인 학교의 학생 선수다.

코치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대표 감독 역시 재직하기 전 학생 선수를 레슨한 경력이 있다. 그 학생이 이번 U18에 선발된 선수에도 포함된다.

또 국가대표 선수라고 하더라도 미성년자다. 어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지도자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아이스하키인의 품위를 손상한 사람을 제외한다. 학생 선수를 외국에서 통솔하는 데 지도자의 도덕성은 필수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사항도 제외됐다. U18 코치 중 한 명은 지난해 한 중학교 아이스하키부 골리 코치로 재직했는데 ▲근무하는 학교 학생에게 보수를 받고 개인지도를 진행하고 ▲학교 정규 연습 시간에 음주 상태로 학생 지도한 사유로 사직한 경력이 있다.

위 사항만 해도 이번 U18 선수 선발에 문제점으로 지적되기 충분하지만, 문제점은 트라이아웃에도 계속된다.

아이스하키는 종목 특성상 실력이 갑자기 성장하는 경우가 없고, 복합적인 기술 점수가 요구되기 때문에 선수 선발이 까다롭다. 그래서 요구되는 것이 선수의 대회 전체 포인트다. 트라이아웃 당일 점수와 대회 전체 포인트 점수를 합산해서 선수 선발의 객관성을 높인다.

이번에도? 
매년 구설수

하지만 이번 트라이아웃 결과에는 전체 포인트 점수가 합산되지 않았다. 우선 선발 시험 자체는 블라인드였다. 그러나 선발된 선수 중 골리(골키퍼)는 지난해 풀타임 대회에 참가해 성적이 좋은 선수나, 2021년에 베스트골리상을 받은 학생이 선발되지 않고 탈락했다. 반대로 합격한 골리는 U18 코치에게 개인레슨을 받은 선수다.

트라이아웃 경기 중 부상을 입은 학생도 선발됐다. 한 선수는 트라이아웃 첫 경기에서 무릎에 부상을 입어 그 이후 경기를 참가만 했다. 이런 경우 선수의 실력이 월등해도 U18에서 기량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U18 선수 선발에 제외되는 게 맞지만 선발됐고, 대회 포인트 점수가 낮은 선수가 높은 선수를 제치고 출전한 케이스도 있다.


다만 고려하는 점은 있다. U18은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주고, 학생 선수는 1살 차이로 실력 차이가 확연하게 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U18 선수는 대부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선발된다. 2021년과 지난해 선발된 학생 선수는 대부분 고등학교 3학년생이었다.

반면 이번 선수 선발은 달랐다. 총 7명의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지난해 트라이아웃 점수 결과가 높았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이유로 선수 선발이 안 된 학생이 이번에도 출전을 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학부모들은 트라이아웃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 트라이아웃이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을 제외하곤 모두 공개로 선발전이 진행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른 모든 종목 경기 트라이아웃은 관중들의 참여도 가능했다.

학부모들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2023 남자 U18 아이스하키 트라이아웃 경기 영상 및 채점 기록지를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학부모 “객관적으로 봐도 선발 과정 주관적”
협회 “경기력 향상 위원회가 규정대로 선발”

이에 대해 학부모 A씨는 분개했다. A씨는 “협회는 감독 선발 규정도 어기고 트라이아웃때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함께 10년간 운동한 아이들이다.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다 안다”며 “그런데 이번에 잘하는 애는 대거 떨어지고 못하는 애들이 붙었다. 특히 아들 친구 중 한 명은 ‘이미 붙을 거 알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하면 아이스하키는 돈 많은 집 아이가 부정으로 쉽게 대학에 가는 통로가 될 것이다. 어차피 대회에 나가면 우승하지 못하니 돈 받고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아이스협회 입장은 다르다. 규정대로 선수를 뽑았다는 것이다.

대한아이스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선수 선발에 관여하지 않는다. 선수 선발은 경기력향상위원회가 한다. 그곳에서 절차대로 한 것이다. U18은 입시에 영향이 크다 보니, 매년 말이 많다”며 “좋은 방법을 모색 중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본 것이다. U18 선수는 국가대표 선수가 아니라 대한체육회가 아닌 대한아이스하키 협회 규정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협회 관계자는 의견이 달랐다. 선수 선발 과정에 문제점이 있는지는 확인해봐야 하는 것이지만, U18 선수 선발의 객관성이 떨어졌고 U18 선수는 청소년 국가대표가 맞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감독 선임은 공고를 내서 한다. 이 자리가 5명인데, 채점위원 중에서 개인레슨을 한 코치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지침을 어긴 것”이라며 “또 공고를 안 하면 마음대로 뽑을 수 있는 것 아니냐. 과정 자체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스하키 선수 선발은 체격, 체력, 구력, 경기 시간, 스케이트 실력, 슈팅 등 다양하게 채점해야 한다. 이걸 지키지 않은 것은 대한체육회 규정을 어긴 것”이라며 “그러나 대한아이스하키협회 내규를 따지면서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러면 학생들이 희생당한 격이다. 원래는 테스트 자체를 다양하게 한다. 고교 감독을 U18 감독으로 선임할 계획이었으면 더욱 다양한 테스트를 했어야 맞다”고 말했다.

떨어진
객관성

아이스하키 학교 관계자 역시 문제에 동의했다. 학교 관계자는 “골리로 떨어진 학생은 객관적으로 비교가 불가능한 학생이다. 그만큼 실력이 좋았다. 그런데 작년 16개 경기를 다 뛴 애들이 떨어지고 출전하지 않은 세 명이 뽑혔다. 여태까지 이런 식으로 U18 감독과 선수를 선발한 적은 없다. 문제가 있다고 해도 1~2명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 뽑힌 선수 5명은 명확히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요시사>는 대한아이스하키협회를 통해 경기력향상위원회 입장을 요청했으나, 연락이 오지 않았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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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