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친노·친문 들쑤신 야인 이인규 전 중수부장 노림수

14년 만에…정치적 입김 들어갔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3주기를 약 두 달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리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을 검찰이 아닌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이 전 부장은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폭로에 나선 것이라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행보를 정치적 맥락과 연결 짓는다.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의 폭로 후폭풍이 거세다. 이 전 부장은 이달 공개한 자신의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서 당시 노 전 대통령과 가족의 수뢰 혐의를 자세히 언급했다. 이 전 부장은 대검찰청 중수부장 재직 당시, 해당 혐의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가족 비리
사실이었다”

이 전 부장은 책에서 “권양숙 여사가 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피아제 남녀 시계 세트 2개(시가 2억550만원)를 받은 사실은 다툼이 없고, 재임 중이었던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전달됐음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6월29일 권 여사가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해 청와대서 정상문 당시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에게 100만달러, 그해 9월22일 추가로 40만달러를 받은 사실도 인정된다”면서 자금 용처는 아들 노건호씨의 미국 주택 구입이라고 지목했다.

2008년 2월22일 건호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박 회장에게 500만달러를 받고 사업명목으로 사용한 것 역시 “다툼이 없다”고 적었다.


정 전 비서관이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횡령한 사건은 “노 전 대통령이 공모한 범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정 전 비서관 본인이 ‘단독 범행’이라고 밝힌 것과는 반대되는 주장이다. 

이 전 부장 설명에 따르면 당시 검찰은 이 같은 혐의로 노 전 대통령을 기소해 유죄를 받아낼 충분한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 그런데 기소 전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사건이 ‘공소권 없음’ 처리됐다는 것이다.

또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 책임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문 전 대통령이 제대로 변호사 업무를 수행했다면,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큰 심리적 압박에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란 취지의 발언이었다.

노 전 대통령 검찰 수사 진두지휘
서거 13주기 앞두고 회고록 출간

그러면서 이 전 부장은 문 전 대통령이 발언을 뒤집고 검찰을 악마화해 대통령이 됐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해 “노무현의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만들어 대통령이 됐다”고 적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서 비롯된 검찰의 ‘가해자’ 프레임을 희석할 의도로 풀이된다. 이 전 부장은 지난 19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책은 고소도 각오하고 사실을 밝히기 위해 쓴 것”이라며 “인터넷상에 떠도는 각종 허위 사실과 억측을 바로잡으려 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이 전 부장의 발언에선 검찰 조직에 대한 각별한 인식과 자신의 검사 생활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인다.


이 전 부장은 1958년 1월22일 경기도 용인 출생으로 경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14기를 수료했다. 

이 전 부장은 1985년부터 검사의 길을 걸었다. 초임지는 서울지방검찰청이었다. 그가 처음 두각을 드러낸 시기는 1990년 칠성파 두목 이강환 사건을 수사할 때였다. 당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수사 유공 표창을 받았다.

그 뒤에는 ‘특수통’으로서 검찰 요직을 두루 지냈다. 수사 역량 역시 인정받았다. 이 전 부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 등을 거쳐 1992년 미국 코넬대학교 로스쿨(LLM 과정)에서 유학했다. 워싱턴 주미 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근무하던 1998년 6월에는 한미 범죄인인도조약 체결에 기여했다.

귀국한 후에는 법무부 검찰국 검찰4과장, 검찰2과장을 역임했다. 이때 2000년 12월 한미 SOFA 형사재판권 분야 개정 협상, 2001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입법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거 떠민
수사 총책

최고 요직 중 하나로 꼽히는 검찰1과장 재임 이후에는 서울지검 형사9부장과 초대 금융조사부장을 지냈다. 금융조사부장 당시 SK 분식회계 사건 등 기업 수사에서 성과를 보이며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중앙수사부 불법 대선자금 수사 기업수사팀장 시절에는 대기업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사실을 밝혀내 주목받았다.

노무현정부 때도 계속 승승장구했다. 2006년 서울지검 3차장검사로서 황우석 가짜줄기세포사건과 윤상림·김홍수 법조비리사건 등을 수사했다. 그는 당시 수사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12월 노 전 대통령에게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듬해 2007년 검사장으로 승진한 이 전 부장은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거쳐 2009년 1월 중앙수사부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약 반년간 ‘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수사했다. 회고록에 담긴 내용 중 대부분이 이 사건과 이에 얽힌 노 전 대통령에 관한 내용이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직후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을 떠났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과 주변인들의 구체적인 진술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회고록에 “노 전 대통령이 중수부장실 면담에서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고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라 당황해 ‘수사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말만 했다”고 적었다. 

이 전 부장 주장에 따르면 당시 면담에는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해 홍만표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과 변호인인 문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 등 5명이 참석했다.

또 검찰 조사 당시 박 전 회장이 “시계 전달 후인 2007년 봄, 노 전 대통령 부부와 청와대 만찬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이 마치 시계를 찬 것처럼 왼손을 들고 ‘박 회장! 시계가 번쩍거리고 광채가 난다. 좋은 시계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 노 전 대통령은 검찰조사에서 똑같은 시계 사진을 보고 ‘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고 진술했고, 동석한 문 전 대통령 역시 ‘시계가 이렇게 생겼군요’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논두렁 시계
과연 진실은?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책 속에 등장했던 전해철 의원은 책에 대해 “무도한 거짓 주장을 좌시할 수 없다”며 “이인규 검사는 당시 거만하고 교만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재단은 “고인과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라며 “책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사실관계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재단은 이 전 부장 회고록 발간 뒤 입장문을 내고 ‘피아제 시계 의혹’을 해명했다. 재단은 입장문에서 “박 전 회장이 회갑 선물로 친척에게 맡겼고, 친척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야 시계 존재를 알고 폐기했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부부의 노건호씨 주택자금 수뢰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재단은 “권 여사가 타향살이하는 자녀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해달라고 정상문 전 비서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100만달러를 빌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노 전 대통령은 몰랐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장은 재단과 민주당 측의 날 선 반응과 관련해 “저는 그분들이 그런 말씀을 할 수는 있다고 이해한다”며 “나라고 이런 걸 왜 쓰고 싶었겠는가. 조용히 살면 제일 좋다”며 “그렇지만 역사와 국민 앞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누군가는 얘기를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털어놨다.


그는 “제가 거짓말한 것이라면 법정에서 수사 기록을 공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검사가 작성한 것도 안 믿는다면 뭘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전 부장은 중수부 수사 당시 기록해둔 보고용 메모를 참조해 회고록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구보존된 기록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며 “책으로 성에 안 차면 수사 기록을 공개하는 길밖에 없다”고 전했다. 

“혐의 사실, 입증 가능했다” 주장
노재단·민주당 “2차 가해” 반발

이 전 부장은 수사 이후 와전된 일화가 있다며 이를 바로잡으려 했다. 그는 “조사 시 우병우 과장의 (노 전 대통령을 향한)호칭은 일관되게 ‘대통령님’이었고 예우를 다했다”며 “인터넷에 우 과장이 ‘당신은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라는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출처 불명의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팀에는 이 전 부장 외에도 우병우, 홍만표 등의 검사가 속해 있었다. 이 중 우병우 전 중수1과장은 훗날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으나, 탄핵 정국 중 제기된 여러 의혹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이때 우 과장의 노 전 대통령 수사 이력이 다시 회자되면서 이 같은 일화가 퍼졌다.

이 전 부장은 “문 전 대통령도 그런 발언이 없었다고 확인했는데 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지난해 2월 라디오서 또 같은 내용의 허위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온라인상에서 ‘대검에 도착하는 노 전 대통령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 검사들’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 은 “거짓 사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언제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소환 당일 사진은 확실히 아니다”며 “왜 거짓 사진을 유포해 검찰을 악마화하는지 그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논두렁 시계’ 보도 논란에 대해 “검찰이 허위 사실로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프레임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논두렁 시계’ 보도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논두렁에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 마치 금품을 받지 않은 근거인 양 교묘하게 논리를 조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보도의 발원지로 국정원을 지목했다. 당시 국정원의 수장은 원세훈 원장이었다. 하지만 원 전 원장 역시 국정원 개입설을 전면 부인하면서, 진실이 끝내 밝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뒤늦은 결단
숨은 의도는?

정가에선 이 전 부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정치 입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반 민주당적 발언과 과거 행보, 특수통 검사 출신의 이력 등이 현 정권과 여러모로 부합한다는 것이다. 다만 당사자는 일단 선을 긋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20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책을 출간했다고 하는데 분명히 말씀드린다. 정치할 생각이 없다”며 “공직도 다시 맡을 생각이 없으며 제의가 온다고 하더라도 거절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더 글로리’ 박연진 같다” 이인규 폭로에 발끈한 유시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20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북스>에 출연해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이 공개한 회고록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 전 이사장은 “비평해야 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책은 아니다”라면서도 “형식은 회고록이지만, 내용은 정치 팸플릿이다. 529페이지 가운데 70페이지를 제외하면 전체가 다 노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인 이야기로 꽉 채워져 있다”고 평했다.

이어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는 제목은 형식상 붙여 놓은 것이고 부제가 진짜 제목이다.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나는 노무현을 안 죽였다’ 그게 부제”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 전 부장이)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는 얘기를 일관되게 한다. 노무현을 죽인 건 누구냐고 물으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비롯한 진보 언론과 문재인 변호사가 죽게 했다. 이런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발언 중 이 전 부장을 학교 폭력을 비판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등장인물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박연진(작중 가해자)이 ‘걔 맞을 만해서 맞은 거야. 내가 죽인 게 아니고 평소에 걔랑 친하게 지내던 애들이 등 돌리고, 걔를 도와줘야 할 엄마가 모른 척하고 해서 걔가 죽은 거야’라고 말하는 거랑 비슷하다”며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억울하지 않을 텐데 내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몹시 억울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이 전 부장이)부당하게 빼앗긴 나의 글로리를 되찾으려는 의지를 가졌으리라 본다”며 “이제 검사 왕국이 됐지 않나. 검사 왕국의 완성을 향해 가고 있지 않나. 지금이야말로 나는 도도한 대세, 역사의 흐름에 동참할 때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겠나”라고 짚었다.

유 전 이사장은 재단의 향후 법적 대응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책 내용 대부분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다툴만한 가치조차 없다. 형사 고소를 하게 되면 윤석열·한동훈 검찰에 사건을 줘야 하기 때문에 고소는 없을 것”이라며 “이인규씨가 권력을 휘둘렀고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글로리를 지키기 위해 그런 방식으로 마감하셨다. 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자신의 길을 간 것이고, 이인규씨는 자기 인생을 산 것”이라고 말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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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