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리스크’ 뭉치는 민주당, 왜?

비 온 뒤 땅 굳어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졌다. ‘당 대표 측근의 사망’이라는 악재 속에도 더불어민주당이 하나로 똘똘 뭉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중립을 지키던 의원들은 물론 비명계 의원들까지 힘을 합치고 있다. 친명계도 TF 구성을 통해 이들이 내민 손을 맞잡아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 또 세상을 등졌다. 지난 9일 이 대표의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직을 역임했던 전형수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씨의 배우자는 오후 6시쯤 현관문이 열리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소방대원과 함께 사망한 전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전화위복

이로써 이 대표 수사와 관련된 주요 참고인이 다섯명째 사망했다. 당 안팎에서는 서로의 책임을 주장하며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사망 현장에는 전씨가 남긴 노트 6쪽 분량의 유서도 함께 발견됐다. 이 중 ‘이재명 대표님께’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유서엔 “측근들을 진정성 있게, 인간성 좀 길러주십시오”라는 문장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본인의 무고 및 “검찰 수사가 조작됐다”는 취지의 글들도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보도된 유서의 내용들을 종합해봤을 때, 전씨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수사에 대한 불만과 책임을 미루는 이 대표 및 그의 측근들을 향한 불만이 상당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유서 말미에는 “(검찰 수사로 인해)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지고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대표의 측근이 사망한 것은 이로써 다섯번째로 지난 2021년 12월부터 시작됐다. 대장동 관련 일을 소상히 알고 있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같은 달 21일에는 김문기 전 개발 1처장이 유명을 달리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이 대표 수사와 관련된 사망사건은 계속 발생했다. 김 전 처장의 죽음 한 달 뒤인 지난해 1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밝힌 한 시민단체 대표가 서울 모처에서 세상을 등졌다. 지난해 7월에는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인 40대 남성도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이들은 모두 제각각 다른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주요 증인이었던 인물들로, 이들 사망으로 검찰 수사에 큰 차질을 빚게 했다.

5번째 측근 사망…악화되는 여론
국힘 “이 대표 탓” 민주 “수사 탓”

해당 죽음을 두고 여당과 야당은 치열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왜 유독 이 대표의 주변에서만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것이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서 열린 정책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를 둘러싸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가 연속되고 있어서 섬뜩한 느낌을 금할 수 없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대표가 그동안 걸어왔던 과정에서 관계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계속해서 유명을 달리한다는 건 국민께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 모든 것이 ‘이재명을 잡기 위한’ 검찰의 압박 수사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이 대표는 같은 날 경기도의회서 열린 최고위회의서 “믿을 수 없는 부고를 접했다. 제가 만난 공직자 중에 가장 청렴하고, 가장 성실하고, 가장 헌신적이고, 가장 유능했던 한 공직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자랑스러운 공직생활의 성과들이 검찰의 조작 앞에 부정당하고, 지속적인 압박 수사로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이 대표 탓, 이 대표는 검찰 수사 탓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분위기에서 민주당 내부 의견은 이 대표의 팔을 들어주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의 밑으로 똘똘 뭉치고 있는 것이다. 

중립으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검찰이)제대로 된 증거를 갖고 이 대표를 몰지 않는 한 민주당은 더 똘똘 뭉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재 당내 지지율이 80%가 나오는 당 대표를 저런 식으로 건드려 놓으면 당은 하나가 될 구실만 더 생기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비명계 “어설픈 흔들기…오히려 하나로”
이 대표, 공천TF 출범으로 비명계 달래기

이 관계자는 “올해 말쯤에 한 친명(친 이재명) 의원이 주장한 ‘질서 있는 퇴진’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당장 공천권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친명계에 반기를 드는 모험은 모두 지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요시사>가 취재 도중 만난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일단은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부터 막아내자는 것이다. 측근의 죽음이 검찰 때문인지, 이 대표 때문인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에 대한 비판론을 쉽게 제기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친명계도 최근 출범한 민주당 공천 TF에 비명(비 이재명)계를 다수 포함시키는 등 이들의 반응에 화답하는 분위기다. 

지난 14일 첫 회의서 공천 태스크포스(TF)에는 9명의 비명계 인사가 포진돼있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 참석해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데 있어 민주당 내에서 누구나 수긍하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공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합리와 투명에는 TF에 ‘균형 있는’ 인사 배치도 포함돼있는 모양새다. TF 단장에는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의원으로 알려진 이개호 의원이, 부단장에는 정태호 민주연구위원장이 임명됐다.

그뿐만 아니라 TF에는 맹성규·문진석·송옥주·조승래·고영인·김영배·이해식·이소영 의원과 배재정 부산사상구지역 위원장 등 비명계로 불리는 인사가 다수 포진돼있다.

비명 TF

정계 관계자들은 이번 TF 구성을 두고 다음 공천을 걱정하는 일부 비명계의 원성을 이 대표가 직접 불식시키려 한다고 해석한다.


<일요시사>와 만난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비명계를 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해석한다”며 “현재 비명계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공천 문제다. 차기 총선서 본인의 자리를 걱정하는 것인데, TF 구성 면면을 보면 그런 이들의 걱정을 한시름 덜어주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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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