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두 가지 시선’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기대보다 걱정 앞선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던 포르투갈전. 아직도 그 여운을 느끼고 있는 국민이 많다. 또 다른 드라마를 만들어갈 한국 축구의 새 사령탑 선발이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유다. 그런데 적어도 당장은 물음표 투성이다. 선수가 아닌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을 택했던 팀이 웃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사위는 던져졌다. 클린스만은 전임자를 향한 그리움을 지우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증명하라는 과제를 받아들었다.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는 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계약기간은 이달부터 2026년 열리는 북중미월드컵까지 총 3년5개월이다. 연봉은 양측의 합의에 따라 밝히지 않기로 했지만, 전임자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을 넘어서는 수준(18억원 이상)으로 전해진다. 감독을 보좌할 코치진 명단 등은 조만간 클린스만 감독과 축협이 논의해 확정한다. 

전술능력
의문부호

계약 후 클린스만 감독은 축협에 보내온 인사말을 통해 “한국 대표팀의 감독이 돼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인사말에서 “한국 대표팀이 오랜 기간에 걸쳐 끊임없이 발전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에 이르기까지 역대 한국대표팀을 지휘한 훌륭한 감독들의 뒤를 잇게 된 것을 영예롭게 생각한다. 다가오는 아시안컵과 2026년 월드컵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취임 각오를 밝혔다.

마이클 뮐러 축협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이튿날인 28일, 서울 종로구 소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클린스만 감독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뮐러 위원장은 “전체적인 과정을 통해 5명의 후보군을 추렸다. 우선순위를 두고 협상을 시작했는데, 클린스만이 첫 협상 대상이었고, 최종적으로 선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과 한국 축구에 대한 좋은 인상을 느끼고 있다는 점, 협상에 긍정적인 자세로 임했다는 점 등을 역설했다.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은)한국에 살고 싶어 하고 한국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독일 해설가로 한국을 방문했고, 2017년에는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한 아들을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이 1994년 미국월드컵 조별리그 경기(3-2 독일 승)서 한국을 상대로 득점한 것을 언급하면서 “당시 치열한 접전 속에서 한국의 ‘파이팅 정신’과 투지에 감명받았다고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이때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독일 대표팀을 이끌던 2004년 한국과의 평가전서 지고 한국 감독을 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역대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중 개인 명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선수 시절 ‘전차 군단’ 독일의 간판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수많은 독일 축구 ‘레전드’ 사이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수준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는 독일 국가대표로 108경기에 출전해 47골을 터뜨렸고, 특히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3골을 넣으며 독일(당시 서독)의 대회 우승을 견인했다. 이어 1994년 미국, 1998년 프랑스월드컵까지 독일이 유럽지역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는 데 일조했다.

1996년 독일이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를 때도 주전으로 활약했다.

아울러 바이에른 뮌헨·슈투트가르트(분데스리가), 토트넘(EPL), 인터 밀란·삼프도리아(세리에A), AS 모나코(리그앙) 등 유럽 최상위권 리그 명문 팀에서 클럽 생활을 이어가며 통산 620경기 284골을 기록했다.

신임 사령탑 선임…3년5개월 계약 
벤투 이어 9번째 외국인 감독으로

선수 은퇴 직후에는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 클린스만 감독은 당시 ‘녹슨 전차’라는 혹평을 받던 독일 대표팀을 맡아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그 결과 독일은 200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3위에 올랐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간 클린스만 감독은 2008년 친정팀 바이에른 뮌헨 감독을 맡으며 약 2년 만에 복귀했다. 하지만 팀이 부진을 거듭한 끝에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경질됐다. 다시 2년간 공백기를 가진 그는 2011년 7월 미국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는 미국의 2013년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독일·포르투갈·가나와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음에도 16강 진출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8 러시아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연패를 거듭하다 또다시 불명예 퇴진했다. 이후 부임한 헤르타 BSC에서는 약 두 달 만에 물러나는 수모를 겪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첫 등장이 연착륙으로 평가받기는 어렵다. 우선 선발 과정부터 잡음이 나왔다.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다른 한국인 위원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질문이 여럿 나왔다.

이와 관련해 뮐러 위원장은 “어제 광화문에서 2차 회의를 진행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위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고, 충분히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슈틸리케
따라가나

이어 “후보군을 선정하고 접촉하고 선임하는 과정은 축구협회의 정책적인 사안으로 민감한 부분이 많아 (위원들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 이에 대한 (위원들의) 동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축구팬 사이에선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재소환됐다. 두 감독이 국적부터 지도 스타일 등 여러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슈틸리케 감독처럼 한국 축구의 실패 사례로 남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

우선 두 감독은 모두 독일 출신이다. 나이는 10살 차이여서 전성기가 겹치진 않지만, 선수 시절 출중한 기량으로 빅클럽과 국가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슈틸리케는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레알 마드리드 CF 등에서 뛰었다. 

하지만 이들의 화려한 선수 시절 경력과는 달리, 감독으로서의 역량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축구 변방을 전전했고, 클린스만 감독은 일부 호성적을 거뒀음에도 평가가 엇갈린다. 특히 클럽 감독을 맡을 때마다 시즌 도중 경질, 조기 사퇴 등을 거듭한 이력이 있다.

물론 이들이 매번 실패만 반복한 감독은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 대표팀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 진출, 클린스만 감독의 2006 독일월드컵 3위 기록 등은 당시 해당 국가 내부 여론에서 ‘명장’으로 인정받은 성과다.

다만 이 성과가 온전히 이들이 해낸 몫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들은 모두 ‘감독으로서의 전술 세부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데, 성과를 보였을 때만큼은 이를 메워줄 유능한 수석코치의 보좌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시 거둔 성과가 사실은 이들이 아닌, 수석코치의 몫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

전설적인 선수 맞는데…
감독 역량에 의문 가득
각종 기행에 구설수까지

실제로 해당 수석코치들은 이들이 물러난 뒤 감독 자리를 이어받아 더 큰 성과를 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당시 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을, 클린스만 감독은 요하힘 뢰브 전 감독을 수석코치로 거느리고 있었다. 둘 모두 각 나라에서 탁월한 전술가로 꼽히는 지도자다.

신 전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 경질 이후 급하게 소방수 역할을 도맡아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일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당시 세계랭킹 1위인 독일을 2:0으로 잡아내는 이변을 연출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에 월드컵이 끝난 뒤엔 4-2-3-1 포메이션만 고집했던 전임 감독들과 달리 4-4-2·3-5-2 등 다양한 전술 도입을 고려했다는 점, 신인 김민재를 발굴해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점 등이 재평가되기도 했다. 

뢰브 전 감독은 약 15년간 독일 축구대표팀을 맡아 이들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대표적인 성과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당시 준결승전에서 개최국 브라질을 전술적으로 완벽히 압도하며 7:1 승리를 거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외에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준우승 1회·3위 2회, 2017 러시아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등의 성과를 남겼다. 그는 2014 발롱도르 올해의 남자팀 감독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당대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받았다.

이런 탓에 국내 축구 팬 사이에선 클린스만 감독에 관한 회의론이 벌써 제기되고 있다. 감독 역량 자체에 대한 의문에 클린스만 감독이 각종 기행으로 구설에 올랐던 과거 사례가 얹어지면서 ‘클린스만호’의 성공 가능성 자체가 의심받고 있는 것. 

독일 매체 <11프로인데>는 지난달 24일 ‘세계 축구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프로젝트! 한국 축구 팬들이 위르겐 클린스만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기행을 열거했다. 

매체는 먼저 “팬들은 페이스북 앱을 빠르게 설치하는 게 좋다. 훈련 계획, 67분(후반 22분)에 이뤄지는 선수 교체, 구단과의 결별 등 새로운 감독이 무엇을 하든 페이스북에서 먼저 알아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데뷔전
어떨까?

클린스만 감독은 헤르타 BSC에서 사임을 발표할 때 개인 SNS을 통해 사임을 발표해 구설에 올랐다. 이 발표가 구단과 일절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돌출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이 데뷔전에서 휴대폰을 꺼내 경기장을 촬영해도 놀라지 마라”고 덧붙였다. 이는 클린스만 감독이 헤르타 시절 사진촬영을 하느라 ‘아디다스’ 로고가 새겨진 휴대폰 케이스를 내보인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당시 헤르타는 아디다스의 경쟁 기업인 나이키에게 유니폼 후원을 받고 있었다.

또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대신 열심히 일하는 보조 코치를 미리 보내는 데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으니 그를 주시하라”고 조언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 때 다른 코칭스태프에게 선수 점검이나 대표팀 스케줄 조정을 상당 부분 떠넘기면서 자질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때 수석코치로 근무하다 지휘봉을 넘겨받은 이가 바로 뢰브 전 감독이었다.

이외에도 “클린스만은 헬기를 타고 훈련장에 가는 걸 좋아하기에 헬기장을 설치하라”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일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기에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일기에 작성한다” 등 비꼬는 주장도 이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이 헤르타 시절 자신의 일기에 소속팀 선수에 대한 비난을 적었다가 들통난 바 있었기 때문이다.

또 미국으로 이주한 클린스만 감독은 과거 독일서 감독 생활을 하면서도 미국 생활을 고집해 ‘재택 감독’ 논란을 자초했다. 심지어 자국서 열린 월드컵 워크숍에도 참석하지 않아 독일 내에서 거센 비난 여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차기 감독 후보군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여론 역시 이 문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클린스만 감독이 몇 년 전에도 한국행을 추진하다 국내 거주 여부에서 이견을 보이며 협상이 결렬된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전임자’ 벤투 전 감독은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와 가까운 경기 고양시에 재임기간 내내 머물렀다.

일단 이번에는 계약 내용에 ‘국내 거주’가 포함되면서 관련 문제는 일단락된 모양새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의 충동·독선적인 과거 태도를 고려했을 때,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정적인 여론 
경기로 뒤집나

클린스만 감독의 데뷔전은 오는 24일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열리는 평가전이다. 이날 대표팀은 남미의 강호로 평가받는 콜롬비아와 맞붙는다. 관건은 ‘실전감각’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2020년 2월 헤르타 BSC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로 3년간 야인으로 지냈다. 그가 한국 축구가 외국인 감독에게 원하는 ‘최신 트렌드에 맞는 선진 축구’를 전파할 수 있을지, 곧바로 지도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쉽게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술 지시 없었다” 클린스만 폭로한 독일 레전드

축구 팬들 사이에서 역대 최고의 ‘축구 지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필립 람.

‘독일 레전드’인 그가 자신의 자서전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비판한 구절이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 축구 사령탑 부임에 발맞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람은 2021년 출간한 자신의 자서전에서 “클린스만의 전술 지시는 없었다. 선수들의 체력만 단련했을 뿐”이라며 “결국 선수들이 경기 전 따로 모여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할지 토론했다”고 폭로했다. 

람은 2004년부터 독일 대표팀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FC 바이에른 뮌헨의 ‘원클럽맨’이다.

클린스만 감독과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독일 대표팀에서, 2008년부터 2009년 사이에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함께했다.

대표팀 감독과 클럽팀 감독으로서의 클린스만을 모두 겪어본 셈이다.

더군다나 람은 현역 시절 좌우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했고, 감독 임기응변에 따라 때로는 공격수로도 출전하는 등 최상급의 전술 소화력을 보여주며 많은 찬사를 받은 선수다.

“클린스만은 전술이 없었다”는 람의 비판이 한국 축구 팬들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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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