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버스비 인상론 막전막후

여긴 올리고 저긴 공짜로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젠 ‘서민의 발’마저 무거워지는 것일까. 물가가 계속 올라가면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 사이 ‘불협화음’이 수차례 관측된다. 이들은 인상 시기와 정부 지원 여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인다. 이 가운데 세종시는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 계획을 꺼내 들었다. 300원 인상 방침을 고수하던 서울시와는 정반대 행보라 눈길을 끈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을 꺼내 들었다가 사회 각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강행 돌파 의지를 내비쳤던 서울시는 결국 계획을 하반기로 미뤘다. 일단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이달 들어 “오는 4월 말을 목표로 서울 대중교통 요금을 300원 인상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8년 만에
추진하다…

계획대로라면 8년 만에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지하철과 간·지선 버스 300~400원 ▲순환차등버스 400~500원 ▲광역버스 700원 ▲심야버스 350원 ▲마을버스 300원이다.

서울시가 내건 명분은 ‘적자 심화’다. 누적적자가 심화되면서 대중교통 안전 서비스 제공이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지난 7년간 물가와 인건비가 꾸준히 상승하는 동안에도 요금을 동결한 데다, 코로나 유행까지 겹치며 적자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것.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8일 “8년 동안 요금을 올리지 못해 적자 폭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며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서울시의 지하철 적자 규모는 연간 1조원 남짓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시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교통공사의 누적적자는 2021년 기준 17조원을 넘어섰다. 준공영제로 운영 중인 서울시 시내버스도 누적 부채가 같은 시점 86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요금 인상 계획을 유보해왔다.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을 통해 적자를 줄일 구상이었지만, 끝내 좌절됐다. 

기획재정부는 국회의 2023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 지원 예산 반영 등을 반대했다. 특정 지자체에 한정돼 운영되는 만큼,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 들어 마지막 수단인 요금 인상안을 꺼내들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을 300원 인상하면 평균 적자 규모가 지하철 3162억원·버스 2481억원, 400원 인상하면 지하철 4217억원·버스 3308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같은 서울시 사정에도 정부, 시민단체 등은 계속해서 요금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의 주된 논리는 ‘서민 부담 가중’이다. 특히 문제 당사자인 시민의 반대가 거세다.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인상 추진하다 일단 연기
서민 부담 가중 VS 적자 해결 불가 ‘진퇴양난’

지난 10일, 서울시는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및 재정난 해소방안 논의를 위한 시민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때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기습시위를 감행하면서 공청회는 개최 무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공청회 내에서도 서울시 결정을 겨냥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김상철 공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대중교통 요금의 원가 보전율을 높이기 위해 요금 인상이 아니라 대중교통 이용자를 늘려야 한다”며 “서울시가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것으로 (인해)부담을 왜 시민들이 져야 하는 것인가”라고 발언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상임위원장은 “소비자는 (요금인상안에 대해)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대중교통 요금의 인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정부와 서울시, 버스 운송업체가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큰 부담을 느낀다는 설문 결과도 나왔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는 지난 15일, 대학생과 직장인 등 자사 회원 1335명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기본요금 부담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폭이 현 물가 대비 적절한지 묻자, 응답자의 95.3%가 ‘많이 올랐다’고 답변했다. 서울시 인상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요금이 단번에 기존 대비 25%가량 상승한다. 

또 이들 중 81.3%는 추가 질문에서 ‘그래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부담되면서도, 별다른 대안이 없어 이를 감수해야 하는 이가 대다수인 셈이다.

중앙정부도 서울시 말리기에 나섰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물가가 급등할 조짐이 보이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자체에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동결을 수차례 당부해왔다. 지난 7일에도 ‘지방공공요금 안정관리 점검회의’를 열어 각 지자체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 시기를 늦추고 인상폭을 최소화할 것을 요청했다.

불협화음
계속 엇박자

행안부는 전기·가스를 비롯한 공공요금의 인상폭이 전년 동기 대비 30%에 육박하고, 최근 택시요금까지 오르는 등 서민 부담이 단기간에 가중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인상 계획 중 일부였던 ‘시내버스 거리 비례제’ 도입을 철회했을 뿐, 주된 인상 계획은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거리 비례제 도입을 철회한 것은 행안부 요청을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부가 제도 도입 철회를 넘어서는, 인상안 보류·인상 폭 조정 등의 조치는 어렵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가운데 오 시장이 최근 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중앙정부 지원을 다시 건의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14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행안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오 시장이 지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대통령께 건의했다”며 “대중교통 요금을 400원 올릴 수밖에 없는데 기획재정부가 도와주면 200원만 올릴 수 있다고 대통령께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윤 대통령이 전북 전주에서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했다. 이 도지사가 밝힌 대화는 시기상 이 자리에서 이뤄졌을 공산이 크다. 다만 윤 대통령은 오 시장 건의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서울시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며칠간 난항을 겪은 서울시는 요금 인상을 올해 하반기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결국엔
미뤘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시는 “지속되는 고물가로 인해 가중되는 서민 가계부담을 완화하고, 정부의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기조에 호응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 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시는 시의회 의견청취 등 요금 인상을 위한 행정절차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나간다.

하반기 들어 곧바로 요금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인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하반기 일정은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면서도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까지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반기에는 (반드시)인상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시가 뜻을 접은 배경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강조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민의 대중교통 이용 부담을 완화할 각종 대책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중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겠다”며 “지방정부도 민생 안정의 한 축으로서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서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안팎을 기록해 정점을 찍고, 다음 달부터는 서서히 내림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버스·택시 등 지자체 공공요금 인상이 안정세에 접어들 물가를 밀어 올리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서민 교통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알뜰교통카드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 이용 때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최대 20% 마일리지를 지급하는 교통카드다. 여기에 카드사가 10% 내외의 추가 할인을 제공한다. 

말린 정부, 교통비 완화 정책
세종시는 ‘전면 무료화’ 선언

지금은 마일리지를 월 44회까지 쌓을 수 있는데, 정부가 나서 한도를 60회까지 늘려주겠다는 것. 저소득층 한정으로 적립단가를 건당 200원 올리는 조치도 더해졌다.

아울러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폭도 넓힌다. 공제율을 올해 내내 40%에서 80%로 올려 적용한다. 당초 올해 상반기까지만 적용 예정이었던 게 하반기까지 늘어난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심사소위원회는 올해 대중교통 소득공제율을 80%로 늘리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잠정 의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종시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를 추진하고 있다. 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서울시와는 정반대의 행보다. 세종시는 지난 13일 “시내버스 요금 무료화를 위해 추진한 ‘대중교통 효율화를 위한 연구 용역’을 이달 말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세종시 시내버스 요금 무료화는 지난해 당선된 최민호 시장의 핵심 공약이다. 유세 당시 최 시장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해 시내버스 무료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다른 예산을 절감해 시내버스 운영에 투입하면 요금 무료화가 가능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시내버스 무료화 정책을 펴는 건 세종시가 처음이다. 충남과 대구 등 일부 광역지자체가 어린이와 노인 등을 대상으로 요금 무료 정책을 시행하는 선례는 있다.

세종시는 이번에 마무리되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6월까지 요금 무료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대중교통 기본조례 개정도 하반기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종시가 예상하는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시점은 2025년 1월로 알려졌다.

관건은
적자 보충

관건은 재원 확보다. 현재 세종시 시내버스 요금은 1400원(현금 1500원)이다. 무료화가 시행되면 매년 500억∼10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추산된다. 세종시가 막대한 적자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 적자를 어떻게 보충할지는 연구용역과 재정 여건을 고려해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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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