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마 스캔들’ 배우 유아인

명연기 눈빛이 달랐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배우 유아인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에 휩싸였다. 설상가상으로 경찰 조사 중 대마초 흡연 의혹이 더해졌다. 곧 나올 것으로 보이는 약물 검사 결과에 영화계를 넘어 유통업계의 이목까지 집중되고 있다. 유아인은 평소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런 만큼, 마약 스캔들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회 각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유아인(본명 엄홍식)의 마약 스캔들이 처음 터져 나온 건 지난 8일이다. 이날 TV조선은 “국내 정상급 남자 영화배우가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 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해당 배우를 소환 조사했다. 이는 항정신성의약품 유통 현황을 감시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사 의뢰에 따른 것이다.

엎친 데 
덮쳤다

보도 직후 유아인의 소속사인 UAA는 입장문을 내고 해당 배우가 유아인임을 밝혔다. 의혹이 널리 퍼지기 전에 사실상 ‘자진 납세’한 모양새다. UAA는 입장문에서 “유아인이 최근 프로포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모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소명할 예정이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진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유아인은 여러 병원을 돌면서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프로포폴은 정맥에 투여하는 전신마취제의 일종이다. 하얀색 액체 형태여서 이른바 ‘우유주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른 마취제들과 달리 마취 회복이 빠르고 부작용이 적어 의료계에서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프로포폴 투약 후 깨면 개운하고 잘 잤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사용 후기가 퍼지면서 오남용 위험성이 제기됐다. 특히 수면 시간이 불규칙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연예인의 직업 특성상, 이들의 상습 투약 혐의가 꾸준히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찰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유아인이 드나든 서울 소재 병·의원 여러 곳을 압수수색해 의료기록을 살폈다. 아울러 지난 10일에는 유아인이 프로포폴 이외에 다른 마약을 추가 투약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은 유아인이 지난 5일 미국 LA에서 입국한 직후, 인천공항에서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속행했다. 사전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동원됐다. 당시 경찰은 유아인의 체모, 소변 등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약물 관련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이때 건네받은 소변에서 일반 대마 양성 반응을 발견했다. 다만 당초 경찰이 수사 중이었던 프로포폴에 대해서는 음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포폴은 투약 후 며칠 이내로 체내에서 배출되므로, 소변 검사로 확인이 어렵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각종 마약류 투약 여부를 비교적 확실히 알 수 있는 모발 감정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경찰은 대마 흡입 혐의점이 발견된 만큼, 이날을 기점으로 수사 범위를 마약류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
소변 검사서 대마초 흡연 의혹 더해져

다만 유아인의 소속사 관계자는 같은 날 “아직 경찰이나 국과수로부터 대마 양성 관련 내용을 확인받은 바 없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수사 과정으로 미뤄볼 때, 경찰이 이미 유아인의 추가 혐의 발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의 ‘사전작업’은 치밀했다. 귀국 현장서 잠복하다 즉각 영장을 집행했다. 이는 유아인이 해외 도피·증거인멸 등을 저지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실제로 경찰은 유아인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유아인을 재차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아인의 신병 처리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혐의 정도로는 신병 처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피의자 1차 조사는 했고, 감정 결과가 나오면 추가로 조사하겠다”며 “이를 종합해 대상자에게 출석을 요구하고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찰 측 설명에 따르면 국과수의 구체적인 감정 결과는 이달 말쯤 나올 예정이다. 

예정된 경찰 조사에서 마약 관련 혐의가 더욱 뚜렷해진다면 사회 각계에 큰 파장이 일 수 있다. 우선 유아인의 경찰 조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로 가장 비상이 걸린 곳은 방송·영화계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유아인의 출연작이 상당한 탓이다. 

유아인은 2003년 농심 ‘쫄쫄면’ 광고로 데뷔한 뒤 20여년간 배우로 활동해왔다. 2010년대 초반 주목받는 충무로 유망주로 거듭난 뒤, 2010년대 중반에는 명실상부한 정상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유아인은 2004년 성장 드라마 <반올림>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다. 이어 2006년 독립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출연으로 스크린 데뷔도 마쳤다. 이후 그는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인지도를 쌓다가 2010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과 이듬해 개봉한 영화 <완득이>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미공개
출연작은?

데뷔 이래로 미소년 이미지가 강했던 유아인이 거친 이미지의 배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2014년 <밀회>, 2015년 <베테랑> <사도> <육룡이 나르샤> 등에서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목받았다. 이때부터 유아인은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각광받는 주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출연작들의 연이은 흥행과 각종 개인 수상은 덤이었다.

2010년대 후반에는 드라마, 오락 영화뿐만 아니라 <버닝> <소리도 없이> 등 예술성 짙은 영화에도 출연했다. 유아인은 <버닝>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당시 <버닝>을 본 해외 평단은 그의 연기력을 극찬하기도 했다.

<더 가디언>의 저명한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유아인은 (자신이 맡은)종수 역을 굉장한 연기로 선보인다”고 언급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넷플릭스와 인연이 깊었다. 유아인은 <#살아있다> <지옥> <서울대작전> 등에 출연하면서 2020년 이후 매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이렇다 보니 넷플릭스는 이번 사태의 업계 최대 피해자로 꼽힌다. 넷플릭스는 유아인의 차기작들을 공개 라인업에 대거 넣어뒀었다. 최소한 사건의 진상이 파악될 때까지는 유아인이 출연한 작품 공개가 어렵다. 대부분 유아인이 주연급 배역으로 출연해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관측된다. 

영화계에 따르면 유아인은 올해 넷플릭스에서 영화 <승부>와 시리즈 <종말의 바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승부>와 <종말의 바보>는 이미 촬영이 끝난 후 공개 시점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사실상 경찰의 수사 결과가 작품의 공개 시점을 결정하게 된 셈이다. 

기존 작품의 후속편 촬영 여부 역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대표적으로 유아인이 시즌1에 출연해 흥행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 제작이 암초를 만났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중 촬영이 시작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수사 결과에 따라 계획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로 
드러나면…

결국 넷플릭스는 라인업이 당초 계획보다 다소 부실해지면서, 당분간 구독자 동원력 약화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하이파이브> 역시 개봉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강형철 감독의 복귀작인 이 영화는 유아인을 비롯해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이재인 등이 초능력자로 출연한다. 올해 극장 개봉을 목표로 현재 후반 작업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은 2021년 11월부로 끝냈다.

파장은 유통업계로도 향했다. 유아인을 메인 광고모델로 내세운 브랜드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아인과 단순한 모델-광고주 관계를 넘어 협업구조를 구축한 일부 브랜드는 사업 계획마저 수정해야 할 위기에 내몰렸다. 

브랜드들은 계약해지에 대해선 아직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노출되고 있던 광고들은 모두 내려둔 상황이다. 일례로 유아인을 메인 모델로 내세웠던 제약회사는 재빨리 흔적을 없앴다. 업계 특성상 약물 오남용이나 마약 문제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중국 상거래 플랫폼 및 브랜드 또한 황급히 ‘유아인 지우기’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마약 관련 범죄에 유독 엄격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유아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온 중국 의류업체는 관련 홍보물과 이미지 등을 당분간 사용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해당 브랜드는 유아인이 출연한 광고를 각종 상거래 플랫폼에서 모두 내렸다.

일각에선 업계가 한발 빠른 ‘손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미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그 이유다. 실제 계약해지가 이뤄지면 이후 위약금 분쟁이 본격화될 공산이 크다. 

마약 수사로 확대 불가피?
촉각 세우는 영화·광고계

통상 광고 계약서에는 모델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행위를 저지를 경우 광고료의 2~3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간다. 이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계속해서 연예인 마약 논란이 불거지는 점을 고려하면, 유아인의 계약서에도 마약 관련 기준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유아인 본인이 침묵을 이어가면서,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평소 사회 주요 이슈들에 관해 활발히 의견을 밝혀온 유아인이 자신의 의혹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유아인 갤러리’는 유아인의 해명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글에서 “그간 각종 소신발언을 통해 사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많은 대중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왜 본인의 의혹에 대해서는 이다지도 침묵하는가”라며 “자신의 직업과 삶에 대한 남다른 소신과 철학을 보여줬던 ‘인간 엄홍식’은 어디로 자취를 감췄느냐”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아인은 본인의 병역 의혹이 불거졌던 2017년 소속사를 통해 ‘일부 특권층과 유명인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생한 병역기피 사례를 지켜본 대한민국 국민들의 환멸을 저 역시 잘 알고 있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더 많은 권리와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면서도 국민으로서 가지는 의무를 저버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힌 바 있다”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유아인은 지금 스스로의 말을 지키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즉시 공식 입장을 통해 이를 소상히 해명하고 논란을 종식시켜주기 바란다. 그것이 본인이 주장했던 ‘유명인으로서의 의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침묵하는
소신 배우

이들은 ‘무죄추정의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유아인 갤러리는 “유아인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사는 유명인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수사 과정이 일거수일투족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경찰은 ‘피의사실공표죄’라는 기본적인 형법도 지키지 않는 것인가”라며 “이미 ‘무죄추정의원칙’은 사라져버린 지 오래며 유아인을 향한 수사기관과 언론, 그리고 대중의 융단폭격은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아인 ‘약’ 발언 뭐길래…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의혹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의 과거 발언 중 ‘약’과 관련된 내용들이 하나씩 재조명되고 있다.

우선 유아인이 2015년 영화 <베테랑> 기자간담회에서 “광기 어린 연기의 비결은 약인 것 같다”며 농담한 것이 최근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이는 현장에서 유아인이 “긴장하며 봐서 그런지 해롱해롱한 기분”이라고 말하자, 동료 배우 황정민이 “약 하셨냐”고 농담한 것을 맞받는 발언이었다.

유아인은 <베테랑>에서 악역 재벌3세 ‘조태오’를 연기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극 중 조태오 역시 마약 투약 혐의를 받았다.

또 유아인이 2017년 한서희와 설전을 벌이던 중 사용한 이모티콘에도 다시 눈길이 쏠리고 있다.

당시 그는 한서희와 페미니즘 관련 논쟁을 하면서 자신의 SNS에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말라고, 그냥 이거 드시라고 떡밥. 내일 또 삭제해드린다고, 그 분노 마음껏 태우시라고 다시 전해드리는 선물”이라는 글을 올렸다.

글 말미에는 ‘알약’ 이모티콘이 붙었다.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인 한씨는 빅뱅 멤버 탑과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누리꾼들은 유아인이 한서희의 전과를 비꼬기 위해 마약이 연상되는 해당 이모티콘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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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