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드디어 나온 조민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2.13 16:39:51
  • 호수 1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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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끄럽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딸과 아들의 입시 비리 혐의 8개 중 7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리고 그의 딸 조민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난 3일 조국 전 장관은 법원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의 공모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죄로 인정된 자녀 입시 비리 부분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침묵했다. 자신의 무죄 부분을 강조하는 모습과는 대조된 모습이다. 1심 판결문에는 조 전 장관 부부가 벌인 입시 비리가 담겨있다.

1991년생
화려한 코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조 전 장관의 딸인 조민씨다. 조씨의 논란이 시작된 것은 조 전 장관이 전 청와대 민정수석서 법무부 장관 후보가 됐던 2019년부터다. 조씨는 1991년생으로, 조 전 장관이 ‘하버드-옌칭 연구소’ 방문학자로 미국에 체류하던 2005~2006년 미국 메사추세츠주에 있는 벨몬트고등학교에서 유학했다.

귀국해서 방산중학교 졸업 후 외국 거주자 특례전형으로 한영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생 때는 공주대학교 생명과학연구소 인턴을 했다. 조씨는 한영외고 유학반이었으나, 대학은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에 ‘세계 선도 인재 전형’으로 합격했다. 2010년에 입학해 2014년에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환경관리학 전공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동시에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준비했고,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은 질병 휴학원을 제출했다. 


조씨는 2015년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의 수시모집 전형 중 학부 평점 평균(GPA)과 국가 공인 국어능력시험 일정 성적 이상을 취득한 자로서 의학교육입문검사(MEET)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일반전형에 지원해 입학했다. 입학 첫 학기인 2015년 1학기에는 세 과목을 낙제해 유급됐고, 2018년 2학기에도 1 과목을 낙제해 유급됐다. 

입시를 둘러싼 ‘조민 7대 허위 스펙’은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보조연구원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및 논문 제1 저자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KIST 인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이다.

2019년부터 논란이 된 것은 조씨의 논문 등재 및 장학금 수령이었다. 조씨가 고등학교부터 시험을 보지 않고 진학했다는 사실도 재조명됐다. 2019년 8월20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씨는 한영외고 유학반 재학 중일 때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에 참여했다. 

이후 단국대 의대 교수를 책임저자로 2008년 12월 대학 병리학회에 제출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H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논문은 당시 교수와 조씨 등 6명을 저자로, 2009년 3월 정식으로 국내 학회지에 오른 것이다.

‘조민 7대 허위 스펙’ 모두 유죄 판결
허위 인턴부터 논문 공동 발표자까지

우선 조씨는 대학 입학 과정 중 제출했던 자기소개서에 제1 저자로 논문에 등재된 사실을 기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험 디자인 및 결과 해석 수준이 고등학교 신분이던 조씨가 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씨가 동양대 인근 경북지역 청소년들에게 영어 봉사활동을 했다고 조 전 장관은 주장했지만 이 역시 거짓이었다. 이 활동은 경북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영어 에세이 첨삭 지도 등 어학 봉사활동이었는데, 조씨는 이를 통해 동양대서 표창장을 받았다.


하지만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정 전 교수가 자신이 동양대 교육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점을 이용해 조씨의 봉사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만들어줬다고 판단했다.

정 전 교수는 2013년 3월 동양대서 사용하는 용지에 조씨가 총 116시간 동양대 교육센터서 영재교육 프로그램의 튜터링과 작문 교정 등의 봉사활동을 했다는 내용을 적어 허위 확인서를 만들었다. 

정 전 교수는 이 같은 봉사활동 확인서를 제출해 조씨가 의학전문대학원에 불합격하자, 아들 명의의 동양대 표창장을 이용해 조씨에 대한 동양대 총장상을 위조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해 6월, 아들의 표창장을 스캔한 뒤 이를 워드 문서에 삽입해 그중 동양대 총장 직인 부분을 오려냈다.

이후 컬러 프린터로 준비한 동양대 상장 용지에 총장 직인을 붙여넣는 방법으로 조씨의 허위 표창장을 만들었다.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인턴도 문제였다. 조 전 장관은 조씨가 2009년 3월부터 8월까지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적극적으로 인턴 활동을 했고, 이를 통해 국제조류학회의 공동 발표자로 추천됐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8월24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딸이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조류의 배양과 학회 발표 준비 등 연구실 인턴 활동을 했다. 적극적인 활동이 인정돼 2009년 8월2일부터 8일까지 일정인 일본 도쿄 국제조류학회의 공동 발표자로 추천됐다”고 해명했다.

7개의 스펙
논란 시작은?

인턴십 활동이나 국제조류학회의 발표자로 선정되기 위해 공주대 교수에게 청탁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조씨는 2008년 7월부터 2009년 4월까지 10개월간 집에서 선인장 등 작은 동식물을 키우면서 생육 일기를 쓰거나 독후감을 써 정 전 교수의 대학 동창인 공주대 교수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2009년 5월부터 7월까지 한 달에 1~2번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에 가서 수초 접시의 물을 갈아주는 등 고등학생 수준의 체험활동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관해 공주대 대학원생이 증인으로 나와 증언한 바 있다.

해당 대학원생은 재판에서 “조민을 만난 적이 없던 시기에 그의 이름이 추가됐고, 이름을 갑자기 넣기로 한 사람은 김모 교수다. ‘학생이 학회에 같이 가고 싶어 한다’는 당시 상황 설명을 들었다. 다른 연구원의 연구 기여도가 40~50%에 달하지만, 조민은 1~5%된다”고 증언했다. 

같은 날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공주대 김 교수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조씨의 공주대 체험활동 확인서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 부끄럽다”며 “정 교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김 교수는 정 전 교수의 대학 동창으로 정 전 교수로부터 딸 조씨의 인턴 체험활동을 부탁받은 셈이었다.


2008년 12월 대학 병리학회에 제출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H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 논문도 문제였다. 조 전 장관은 이 논문이 고려대 입시에 활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반면 검찰은 조씨가 2007년 7월23일부터 8월3일까지 약 2주간 단국대 의과대서 체험활동을 했으나 의학 지식이 부족해 대학원생 지도하에 실험실 견학 등을 주로 경험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실험 과정에서 조씨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는 2009년 8월 대학입시 활용 목적으로 체험활동에 대한 확인서 발급을 요청받자, 조씨가 제1 저자로서 능력을 갖추고 실험에도 기여한 것처럼 꾸며 체험활동 확인서를 발급했다.

조씨는 이를 한영외고에 제출해 생활기록부에 기재했다.

고려대에 따르면 조씨는 2010학년도 입시서 고려대 세계 선도 인재전형에 어학 점수·학교생활기록부를 토대로 1단계 서류평가와 면접 등 2단계를 거쳐 합격했다. 결국 고교 생활기록부로 입학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 입학 당시 자기소개서에 “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해 3주간 인턴으로 근무했다”고 기재한 것도 문제가 됐다.


검찰은 조씨가 2011년 7월12일 KIST의 분자인식연구센터장 면접을 본 뒤 연수 허가를 받고, 2011년 7월21일까지 3~4일만 나왔으며, 그 기간에도 실험에 참여하지 않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다 나오지 않아 7월22일자로 연수가 종료됐다고 결론내렸다. 

“또래에
미안해”

KIST 역시 “2011년 7월18일부터 8월19일까지 연수하기로 했으나, 연수 시작 후 5일 만에 학생이 자발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조씨의 입시 비리와 관련해 학부모 참여 인턴십에 관여한 적 없고, 조씨가 재학 중인 고등학교 담당 교사가 만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스펙 품앗이’ 논란이 불거진 장 교수와도 연락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정 전 교수가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조 전 장관의 지위와 인맥을 활용해 딸 조씨로 하여금 일반 고등학생이 접근하기 어려운 논문 저자 등재, 국책 연구기관 인턴 등 허위 스펙을 만들어 상급학교 진학 시 이를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조씨가 고등학교 1학년으로 재학 중이던 2007년 7월 한영외고 동급생 부친인 장 교수에게 체험활동 및 논문 저자 등재를 부탁해 승낙받았다고 봤다.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은 조 전 장관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실 PC서 발견된 조씨의 코넬대 경영학과 추천서에 담긴 내용이다. 아쿠아펠리스 호텔의 시니어 매니저가 조씨를 추천했다는 영문 파일의 작성자는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였다.

해당 파일에는 ‘조씨가 3년 동안 아쿠아펠리스 호텔서 주어진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해당 내용을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호텔서 조민을 본 적도, 그런 추천서를 본 적도 없다”는 아쿠아펠리스 직원들의 법정 진술을 근거로 조씨가 호텔서 인턴을 하지 않았다고 봤다.

아쿠아펠리스 호텔의 식음료 팀장으로 근무했던 직원은 법정서 “조민이 3년간 일했다는 2007~2009년까지 고등학생이 주말에 인턴 또는 실습을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고, 호텔 관리실장으로 근무했던 직원 역시 “조민이 호텔서 인턴을 한 적이 없다. 고등학생이 3년간 호텔에 있었다면 눈에 띄었을 텐데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출연 뒤 SNS 활동 시작
조국 판결 후 당당하게 세상 밖으로

정 전 교수 측은 이 호텔과 업무제휴를 맺은 서울 인터콘티네탈호텔서 조씨가 인턴을 했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입증할 증거 역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쿠아펠리스 직원들은 “인터콘티네탈호텔과 업무제휴도 맺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조 전 장관이 조씨가 서울대 의전원 지원 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등을 허위로 발급·제출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사법부의 판단에도 조씨는 당당했다. 그는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 공장>에 출연해 “검찰이나 언론이나 정치권서 제 가족을 지난 4년 동안 다룬 것들을 보면 정말 가혹했다고 생각한다. 과연 본인들은 스스로에, 아니면 그들의 가족에게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버지가 실형을 선고받으시는 걸 지켜보면서 ‘나는 떳떳하지 못한가?’라고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 조국 딸이 아니라 조민으로 당당하게 숨지 않고 살고 싶다”고 인터뷰에 나선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조씨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표창장으로 의사가 될 순 없다. 입시에 필요한 항목들에서 제 점수는 충분했고 어떤 것들은 넘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선배 의사들이 의사로서의 실력도 이야기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다. 다만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기 전에는 의료 지식을 의료봉사에만 사용하려 한다”고 답변했다.

김씨는 “지난 4년간 세상을 보는 마음의 자세가 달라졌느냐”는 김어준씨의 질문에 “부족하지 않은 저의 환경 자체가 누군가에게 특권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게 된 것 같다. 제 또래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조씨를 연일 비판했다.

정씨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조씨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면서 “내 승마 선수로서의 자질은 뭐가 그렇게 부족했길래 너희 아빠는 나한테 그랬을까. 웃고 간다. 네 욕이 많겠냐, 내 욕이 많겠냐”고 날을 세웠다. 이어 “불공정은 댁이 아직 의사를 하는 것”이라며 “좌파가 뭐라고 해도 내 메달은 위조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갑툭튀 정유라 
“자격 박탈해야”

정씨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 국가대표로 출전해서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정씨는 이후에도 자식의 게시글 댓글을 통해 조씨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자신을 응원하는 네티즌이 “이 정도면 정유라의 학위를 회복시켜줘야 한다”는 댓글에 정씨는 “난 그런 거 필요 없고 조민도 의사 자격 박탈시켜주길 간청한다”고 답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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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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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