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⑳대한민국 언론의 현실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2.13 14:00:36
  • 호수 1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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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긴급 새소식!!

김정은 수령의 애첩 리설주 여사님께서 비밀궁에서 홀딱 벗고 로동당 미청년 간부들과 추잡하게 놀아났다!
그 사실을 발설했다고 은하수 악극단의 여성 배우 9명을 공개 총살함!!! @.@”

괴상스러운 제호

삐라는 현재 한국의 인쇄 수준에 비해 상당히 조악한 편이었다. 종이도 싸구려였다.

아마 문제는 그 속에 든 내용이리라. 요즘 전단지는 대개 상업화되어 옛 한반도에 뿌려진 삐라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지속적으로 자극이 남발되면 우스운 장난질도 상쟁의 원인이 된다.


서로 욕질하는 건 하다못해 기분풀이나마 될지언정 굳이 비화시켜 뺨 때리고 맞는 짓을 왜 애써 하는지…. 

그런데 살펴본 바 삐라를 피에로씨 등이 옥탑에서 직접 만들지는 않는 성싶었다.

중간 유통 지점망쯤으로 짐작되었다. 그곳엔 전단지뿐 아니라 대충 만든 괴상스러운 제호의 신문지 뭉치 따위도 구석에 쌓여 있었다.

그건 언젠가 유튜브나 공중파 방송의 고발 프로에서 본 이른바 ‘가짜뉴스 신문’이 아닌가 짐작되었다.

요즘 일반 언론사들도 자기네의 입맛에 맞춰 편집한 허무맹랑 황당무계한 뉴스를 늘상 생산 유포하는 판인데 과연 진짜 가짜뉴스 신문의 실상은 어떤지 궁금해 피에로씨에게 부탁해서 한 부를 얻어 왔다. 

어느 만큼 신기로움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건만, 하숙방에서 신문지를 펼친 난 도무지 읽어 나갈 수가 없었다.

노인네들이 주독자층인지 활자가 무척 큰 건 그냥 뭐 이해하겠는데, 내용만큼은 더 목불인견이라 한 순간 구역질이 일 지경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언론은 광고다!’라고 어느 현인이 갈파했다지만, 그 신문지 속의 기사는 막돼먹은 찌라시 광고보다 한층 더 흉측스러웠다.

사실상 모든 언론(신문 방송 등등)은 세상 현실을 주관적으로 편집할 수밖에 없다. 언론 자체가 원래 그런 목적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한때 지조 있는 기자와 편집인들이 목숨까지 걸고 사실과 진실을 밝히려 애쓴 자취를 발견하지만 이미 대세는 바뀌어 버렸다(이건 작가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사실 따위보다 재료를 잘 요리해서 먹기 좋도록 그릇에 담아 줘야 하며, 사람들이 맛본 다음 흡족스레 “따봉!”이라 외치면서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워야만 비로소 진실이 되고 뒤이어 사실로 변한다.

그 속에 든 감미료 독소가 몸을 망치고 정신을 혼몽하게 변질시켜도 이미 중독된 상태라 오히려 희희낙락 좋아한다.

더구나 언론 사주들은 소유한 매체를 사실의 장이 아니라 자신의 무기로 생각하기 때문에, 겉으론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사리사욕을 위해 특정 파당(보수 혹은 진보)을 지지할뿐더러 직접 나서서 여론을 조작 왜곡하기도 한다.

이제야 우리는 ‘한국 역사상 모든 언론은 광고이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언할 수 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우리 쪽 언로[言路]는 진실이라고 외치는 자들의 천국 세상….

그들은 독일이나 프랑스 등의 유서 깊은 언론과 자기네를 비교해 성찰하기보다 북조선의 일당 독재 매체인 <로동신문>을 은근스레 깔보면서 자유의 메신저인 양 행세하며 희희낙락거린다.

자율하지 못하는 방만 방종… 국민들마저 분열돼 항생제 섞인 그 분유를 매일 빨아먹으면서 모유의 존재를 잊어버렸는지 모른다.

참 중도의 마당은 없는 가짜 피에로들의 무대… 광견병 걸린 하이에나들의 잔치….

황당무계한 뉴스 늘상 생산 유포
여론 조작 사주하는 사주들 실상


자, 각설하고 이제 찌라시 신문지로 돌아가 보자.

세상의 모든 존재는 가치가 있다고 하니 제 아무리 괴상망측하더라도 함부로 폄하‧재단해선 안 되리라.

내가 옳은 만큼 남은 나쁘니 말살해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적어도 38선으로 분단된 대한민국에서는…

해괴한 생각조차 이해해야 한다. 나의 올바른 생각은 상대방의 관점에선 해괴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떤 사소한 문제든 상쟁의 불씨로 변한다.

일단 맘을 열고서 시작하자. 구역질을 느낀다면 상대방은 나에 대해 더 토악질을 느낄 수도 있다.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특히 요즘 같은 시류의 한반도에서 내가 옳고 너는 그르다는 독선주의에 빠질 경우(즉, 상대방이 멸망하면 탄탄대로 꽃길이 열리리란 망상에 빠질 경우)…


그런 사태는 결코 실현되지 않겠지만…

결국 어리석은 동반 자살의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이 상황은 두 편이 악수하고 대충 반성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서로 상대방의 욕망과 고충을 자기 욕구만큼 이해한 뒤 더 나아가 아집과 아견(고지식)의 프레임 자체를 해체해야만 할 텐데….

그리고 자기 자신의 얼굴을 한강 물에 비춰보며 진실하게 웃을 수 있어야 서로 싸워 피 흘리더라도 아름다울 텐데…. 검푸른 강물은 말 없이 울며 절규하고 있는지 모른다.

부디 화합해 흘러가라고…. 하지만 언제 그런 날이 오려나.

강물이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굽이굽이 흐르는 것처럼, 다리가 좌우의 힘을 합쳐 걷는 듯, 서로 반대하면서도 중심에서 이해하면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한발짝 한발짝 나아가련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엔 아직 중심축이 없다는 사실을 어찌하랴. 이제 부디 진보니 보수니 종북 좌빨이니 수구 꼴통이니 침 튀기며 동족 상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분, 우리 한국인의 뇌는 과연 좌빨인가 우빨인가, 응? 여러분의 심장과 폐와 위장과 간은 우익인지 좌익인지 한번 잘 살펴보시기 바란다. 당신의 건강을 위하여! 

사설이 너무 길어졌다. 이제 진짜 각설하고 찌라시 신문으로 돌아가자.

난 정말 있는 그대로 보려 했다. 아까보다는 좀 더 발행자와 기자의 심정이 이해됐다. 심정에 따라서는 객관적인 현실을 충분히 주관적으로 왜곡할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아니, 대체 언론 속에 객관적 현실이 있기라도 한가? 진보지든 보수지든 모두 현실 세상을 자기네 입맛과 이익에 맞춰 편집해주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도저히 구역질 없이는 그 뉴스 페이퍼를 계속 볼 수가 없었다. 그건 신문이라기보다 과장과 증오와 거짓을 뒤섞어 옛 양은냄비에서 펄펄 끓여 낸 약장수의 가짜 특효 엑기스 같은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여대통령과 북조선 인민공화국의 수령이 합궁을 했는데 음양흡기술로 김정은을 녹다운시킨 다음 흡수 통일을 이룬다는 식이었다.

그건 약과였다. 내 주관보다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기 위해 직접 몇 구절 따 옮겨본다. 

“우리의 진골 여왕님께서는 무불통지하시고 대자대비하시어 이미 미‧일‧중‧소 등 주변 강국의 흑막을 초능력 투시력으로 꿰뚫어 보시고 대한민국 국민과 민족의 광영을 위하여 불철주야 노심초사하고 계시다. 박정희 대통령 각하와 육영수 여사님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스스로 오랜 단학 수련을 통해 이미 인간의 반열을 넘어 신의 따님으로 등극하셨다. 우리 여왕 각하님은 4대 국어에 능통하여 직접 세계를 순방하며 글로벌 리더로서 가는 곳마다 각국의 언어로 유창스레 일장연설하사 미래를 족집게처럼 예언하시어 찬탄을 받으셨다.”

뉴스페이퍼

“우리 영명하신 여황님은 중국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나 눈빛만으로 단박 제압하셨고, 미국 워싱턴 백악관과 러시아 붉은 광장 크렘린 궁전에도 특수 에너지를 발사해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국익을 착실히 도모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한층 더 엄격하시어 아베 수상의 하체 기운을 단 한마디로 쫙 빼어 버리시고 우리 국익에 순종하도록 만들어버리셨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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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