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⑲뱀눈 교주의 모호한 이력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2.08 00:00:00
  • 호수 1413호
  • 댓글 0개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겉 소문과 진리궁의 중요 회의를 혼동하면 안 되지.”

“물론 그렇겠죠. 그런데 진리궁이라니… 역사 사이비 냄새가 나네요.”

“허 참, 오해 육해하는 것도 민주주의식 자유인가? 그냥 뭐 가장 중요한 안건을 처리하는 핵심이란 뜻일 뿐인데… 여자와 남자의 아주 중요한 심볼이 합치는 것도 합궁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 말씀야. 옥탑방 구석에 무슨 궁전이 있으리오.” 

화려한 궁전

“세상의 모든 화려한 궁전은 고대의 땅굴 움막으로부터 비롯됐다잖아요.” 


“허헛, 그런 건 무식해서 잘 모르겠고 대개 1층에 사는 사람들은 2층 이상이나 지층 이하에 사는 사람들보다 평범하면서도 더 잘난 체한다는 속설도 있더라만…. 누가 어찌 인간의 본성을 알겠어. 나도 내가 누군지 과연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걸. 흐흐….” 

“얼마 전에 서울역 앞에서 그 빨강 귀신 노인네를 만난 적이 있어요. 완전 허수아비 삐에로 같던데요.” 

“뭔 소리요? 그래 봬도 그분이 우리 회의 총수격이여.” 

“네, 뭐라구요?”

“아니 뭐….” 

피에로씨는 갑자기 얼굴이 불그죽죽해지며 더듬거렸다.

“그럼 그분이 교주예요?” 


“쓸데없는 소릴! 그냥 한 멤버일 뿐인걸. 원 참, 꼬치꼬치도 캐묻는구만.”

“교주는 아니라지만, 혹시 흑막 뒤에서 조종하는 손일 수도 있겠네요.”

“허헛, 과대망상이 나보다 더 심하구먼. 전에 날 두고 비판한 걸 잘 기억하고 있어. 남을 비판하기 전에 스스로 반성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반성이 필요 없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반성하면 죄인이 되고 말아요.” 

“아따, 그딴 헛소린 집어치우고… 출사표를 써 줄 거여 말 거여?”

“글쎄, 뭘 확실히 몰라서는….” 

“환장하겠네 그려. 흠, 꼭 그럼 귀를 잠깐 이쪽으로… 그 괴노인은 귀신도 꼭두각시도 아니고 그냥 사람이야. 꽤 독특한 자기를 표현하고픈 욕망이 강하지만, 세상에서 인정해 주지 않으니까 뭐 살짝 미쳤을 수도 있겠지. 이해할 수밖에…. 더구나 우리 신통일회를 위해 협찬금을 적잖이 내주시거든.” 

“아하, 그랬군. 자, 이제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으며 애써 속삭이지 않아도 되니 입 좀 떼세요.”

“깨물 뻔했군. 어쨌든 이건 비밀이니 만큼 엄수해 줘야 해.”

“알았어요. 이젠 저리 좀 가요.”

“흠, 그럼 22세기의 명문 출사표를 기대하며 난 이만 물러가네.”

“예, 굿바이….” 


출사표보다 더 수상한 전단지
눈앞 구멍가게 괴인의 사악성 

그 이후 강령 쪽지가 어찌 되었는지 난 잘 모른다. 남은 맥주 캔을 하나 더 따서 마시다가 취한 김에 찢어 버렸는지 바람결에 날려 보내 버렸는지…. 

하지만 더 이상 궁금해 할 일도 없었다. 얼마 뒤 하숙집 화장실뿐만 아니라 대문 앞에 붙여 놓은 전단지엔 훨씬 더 노골적이고 공상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 허황스러운 삐라를 직접 소개하기보다는 실제적인 진행 상황을 관찰해서 알려 드리는 게 더 좋을 성싶다. 단 하나만 예를 들면 이렇다. 

‘인간(일반 국민)은 스스로 자율하지 못하므로 자유를 지나치게 주면 안 되며, 뛰어난 인물이 나서서 적당히 조절한다면 훨씬 더 행복해진다’. 

그딴 식이었다. 더 궁금하신 분들은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해 직접 한번 짐작해 보시길….


신통일교의 교주 격인 뱀눈 약장수 영감에 대해선 앞에서 말했듯 계속 관찰했지만 너무나 능구렁이 같아 선악을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신천지교의 이만희 교주보다 오히려 더 음흉스러워 보였다.

간혹 열변을 토하다가 틀니가 튀어나와도 이만희 교주만큼 짐짓 놀란 척하지 않고 태연스레 매만져 본 후 미소 지으며 집어넣었다.

약간 우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느낌이었다. 우스움과 무서움의 이상야릇한 섞임 같은…

여기서 갑자기 자칭 신인 허경영 총재의 풍성한 검은 머리가 가발인지 뭔지 궁금한 건 왤까?

사실상 난 이만희 교주나 허본좌 등등 이미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자칭 ‘초월자’들의 행태와 괴기 심리를 탐색하고 싶었으나, 바로 눈앞에 있는 괴인의 사악성부터 헤아려 보는 것도 긴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성공한 종교 갑부들 또한 시초엔 구멍가게 간판을 내걸고 있었을 테니까. 

뱀눈 교주의 이력은 그의 흐린 눈처럼 모호했다. 일부러 미스터리하게 봉쇄해 놓는 경우도 있겠지만, 요즘 같은 자기 PR 전성시대엔 굳이 드러내 자랑하지 않고 슬쩍 얼버무려 숨기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다.

환경만 좋았다면 얌전히 서울대학교를 졸업해 더 바람직한 사업을 펼쳤을지 모를 허경영씨도 방통대 출신임을 밝혔다.

이만희 교주는 초등생보다 못한 개발새발 글씨로 무학(無學)일지 모른다는 세간의 의혹이 무성했건만 허허실실로 돌파했는데, 뱀눈 교주는 꼭 학력뿐만 아니라 자신의 다른 이력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요즘 같은 시대엔 뱀장수를 했든 강간 살인을 했든 재주만 있으면 이력으로 광휘처럼 승화시킬 수 있는데 말이다.

하긴 굳이 따질 건 없으니 그냥 겸허의 표시로 여기자. 요즘 같은 시절엔 겸허는 실천하기 힘든 미덕이 아니겠는가? 사실상 제 잘난 척하는 연놈 치고 진짜 잘난 건 별로 없는 현실이니까. 

문제는 앞으로 무슨 짓거리를 벌이느냐였다.

그들은 일단 하숙생들을 상대로 포교를 시험(임상실험)해 보기로 한 모양이었다. 돈을 몇 푼 주고 예쁘장한 아르바이트 아가씨를 사서 바람잡이로 활용하기도 했다(자금의 출처가 어딘가에 있긴 있는 성싶었다).

하지만 별 효과 없이 일시적일 뿐이라서 다른 좋은 방법을 모색하느라 고심 중이었다.

언젠가부터 옥탑방에서 기묘한 삐라가 흘러나왔다. 바람결에 날려 왔는지도 몰랐다. 그들도 하숙집 허공에 대량으로 살포할 얌체 짓은 않는 듯싶었다.

어쨌든 간헐적으로 괴상스러운 내용의 전단지가 한두장씩 낙엽처럼 내려와 식당 앞 도로나 홀 바닥을 굴러다녔다. 그걸 주워 읽어 보는 사람도 전혀 없진 않았다. 몇 구절만 인용해 보자. 

기묘한 삐라

북조선 인민 여러분! 

그 중요한 공화국 창건 행사장에 ‘21세기 태양’이 왜 없을까요~?! 너무 잘 먹어서 생기는 당뇨병, 동맥경화, 뇌경색 등 병 때문이죠. 인민들은 토끼풀 뜯어 먹으며 겨우 살아가는데….

뚱땡이 공화국의 태양이 질 날도 멀지 않아요~^^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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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