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 1년의 기록

걸리고 걸려도…효과는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지난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주년을 맞았다. 현장은 악평 일색이다. 기업이건 노동자건 모두 법의 실효성을 지적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속에는 여야 기싸움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린 흔적이 가득하다. 선명성을 잃은 법은 누구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대대적인 법안 개편을 천명했다.

지난 14일, 경기 화성시의 한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철근 구조물이 무너져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조립한 틀비계(이동형 발판·계단)를 이동식 크레인으로 옮기다 틀비계와 철근 더미가 부딪히면서 사고가 났다. 신호 업무를 보던 박모씨가 길이 40m의 철근 더미에 깔려 숨졌다.

낙제점
성적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도 어느덧 1년째지만, 산업 현장 속 사고는 여전히 끊이질 않는다. 종종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대상으로 지목된 기업의 또 다른 현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재현되는 사례도 발견된다. 지난 14일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요진건설산업이 시공을 맡은 공사장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요진건설산업은 지난해 2월8일 경기 성남의 한 건설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2명의 추락사고를 방지하지 못했던 전력이 있다. 당시 사건 역시 공사금액이 50억원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당시 요진건설산업은 ‘제1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건설사’라는 오명을 썼다. 이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때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4일 사고 직후부터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다.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등의 위반 여부 역시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망사고가 두 차례나 발생한 만큼,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요진건설산업은 업력이 47년에 달하는 중견건설업체다. 시공 능력 역시 70위권에 위치해 있다. 이로 미뤄봤을 때 사고 원인을 시공사의 영세함, 기술 부족 등으로 일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더구나 5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은 내년부터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현장 사고 발생 억제 효과가 전무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건설현장 등 중대재해 주요 발생 산업재해 관련 지표는 법안 시행 전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483건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492건 대비 1.83% 감소하는 데 그친 수치다. 사망자는 510명으로 전년 502명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늘어나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사건의 처벌이 늦어지는 점 역시 문제다. 시행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처벌 수위가 확정된 관련 사건이 없다. 

시행 1년째인데…산업재해사고는 ‘그대로’ 
부실 입법 탓에 모호한 조항…실효성 논란


이달 중순을 기준으로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로 판단한 사고는 200건이 넘는다. 이 중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33건이며, 검찰은 11건에 연관된 22명을 기소한 상황이다. 법원은 아직 선고를 내리지 않았다. 

중대재해 발생 1호 사건으로 알려진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사고나 최초 기소 사건인 두성산업 집단 독성 감염사건 등은 지난해 초 발생했음에도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았다. 삼표산업 사건은 수사대상이 기업 오너까지 확대되면서 아직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두성산업 사건 재판은 위헌법률심판을 진행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이전부터 법 자체가 너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구체적인 법 적용 실태를 파악하려면 시행 초반 처벌 사례를 이정표 삼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반면 처벌 수위는 과잉처벌 논란이 일 정도로 높은 편이다.

현행법상 중대 재해에 책임이 있는 사업주는 징역 1~10년, 벌금 10억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상당한 처벌 수위를 가진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야 할 법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도 알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노동계와 기업들은 삼표산업·두성산업 사건 처벌 결과가 가늠자가 돼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답보 상태가 지속되면서 현장은 점차 혼란에 빠지는 모양새다. 기업들과 노동계는 각기 반대쪽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한계를 비판하고 있음에도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입을 모은다.

기업들은 “불명확한 법이 불필요한 규제만 늘린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처벌수위 강화가 핵심인데 사건 처리(조사·수사·재판)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 법 시행이 유명무실하다”는 주장이다. 

조악한
완성도

현장의 볼멘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가늠자의 등장 시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 때문이다. 현재 두성산업 사건에서 진행 중인 위헌법률심판 결과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을 전제로 한 모든 재판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법원이 두성산업 측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관련 재판은 모두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중단된다.

설령 법원이 이를 기각한다고 해도,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은 헌법재판소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두성산업이 기각 시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낮은 실효성과 모호한 규정을 담아 시행된 것은 입법 과정에서의 정치권 갈등 탓이다. 찬반 공방이 이어지면서 자행된 ‘누더기 입법’이 법안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트렸다.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논의가 본격화된 시기는 2020년 말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법안 심의 자체를 거부했다. 과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을 단독 통과시킬 수 있었음에도 소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 산재 사망사고 유족들의 분노를 샀다. 

입법 논의는 수차례 공전을 거치다 해를 넘겨서야 진전을 보였다. 하지만 겨우 통과된 법안은 이미 원안에서 크게 후퇴·수정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법안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3년의 유예기간을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5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제외’ 등의 여야 합의 내용도 그대로 들어갔다.

아울러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 부과’ 조항은 징역 하한선이 당초 정부안보다도 낮아졌다. 벌금 하한선은 아예 사라졌다. 노동계가 “처벌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반발한 배경이다.

개편 시사
노조 폭발?

또 정치권은 정작 심도 있는 논의가 요구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홀했다. 이를 테면 법 제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사업주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조항으로 꼽히는데도 그 모호성을 해결하지 못한 채 통과되면서 여론의 공분을 샀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사업주들은 각 호에 명시된 조치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추상적인 내용만 가득한 해당 조항에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세울 수 없었다. 이에 이들은 법 준수보다도 형사처벌을 최대한 면하는 것을 목적으로 관련 예산을 편성·집행하기 시작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지속되면서 출범 이전부터 관련 제도 개선을 시사했던 정부의 움직임에 점차 탄력이 붙는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이던 지난해 4월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이라며 “(하위 대통령령을) 촘촘하게 합리적으로 설계해 기업 경영에 큰 걱정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출범 직후에는 구체적인 개정 로드맵도 밝혔다. 우선 정부 시행령부터 손본 뒤, 2024년 총선을 기점으로 법률안 개정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시행령 개정으로 급한 불을 끈 뒤, 정부 입장을 반영한 법률 개정안을 추후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 논의는 올해 상반기 안에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발족했다. 이들은 오는 6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 개편방안을 논의한다.

노사, 정반대 해결책 제시…정부는 기업 편? 
총력 투쟁 결의한 노동계, 폭발 뇌관 될 수도

노동계와 기업이 법안의 개선 방향을 서로 정반대로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기업 요구에 맞춘 법 개정을 시사하고 있다. 김남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정책과 사무관은 지난 18일 열린 관련 포럼에 참여해 정부가 구상한 법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김 사무관에 따르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위를 낮추는 대신 기업의 자율예방 체계 형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2026년까지 ‘자기규율’ 단계에 진입하는 것이다. 안전수칙을 ‘지켜야 해서’ 준수하는 것이 아닌, ‘지키고 싶기 때문에’ 준수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노동계의 반발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한 목소리로 반대해왔다. 민주노총에 비해 온건하고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국노총조차도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손질’ 예고에는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더군다나 현재 한국노총 지도부는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을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한국노총은 지난 대선 당시 김동명 위원장 체제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당시 후보)와 정책 협약을 맺고 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연임에 성공했다. 김 위원장의 임기가 3년 더 늘어나면서 정부가 계획한 중대재해처벌법 개편 시기가 모두 김 위원장 임기 안에 들어오게 됐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서 한국노총을 ‘상시적 투쟁기구’로 즉각 개편하겠다”는 핵심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양측의 갈등 봉합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정부의 본격적인 중대재해처벌법 개편 시도가 시작되면 갈등이 더욱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선거 유세 중 “윤석열정권의 노동탄압, 노동 말살 폭주가 거세지고 있다. 탄압에는 강한 투쟁으로, 억압에는 더 큰 저항으로 투쟁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결은
언제쯤…

한국노총은 일단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정부의 독단이 지나칠 경우 참여를 철회하겠다는 전제를 깔아둔 상태다. 이대로라면 양측이 법률 개정안 위에서 진퇴를 거듭할 공산이 크다. 이때 ‘누더기 입법’이 재현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순탄치 않은 길 위에서 첫돌을 맞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앞날이 더욱 비관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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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