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⑰진실제와 세속제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1.17 10:41:29
  • 호수 14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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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아저씨들, 잠깐만요…. 뭘 갖고 아웅다웅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성철 스님께서 하신 말씀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냥 산이 아니라 늘 변모하는 산, 그냥 물이 아니라 육체적 눈꺼풀을 벗고 청정심으로 보는 물이라고요.” 

“아따, 알겄네. 참견 말고 어서 학원에 가서 영어 수학 공부나 열심껏 하라구.” 
“어따, 인생 공부나 제대로 해야지.”

또 논쟁

“이 양반들, 따순 밥 먹고 또 논쟁이구먼. 그래, 오늘은 또 뭔고?”

“아, 네…. 뭐 통일대박론에 대한 얘깁니다.”


“아니죠.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치면서 반대 방향으로 나가는 짓에 대한 비판이에요.” 

“흠, 그래…. 어쨌든 이 시대의 빅 이슈이긴 한데…. 우리가 미국과 중국의 한가운데 딱 끼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 정부가 막 처리하긴 힘들어. 이리 하려면 저놈이 지랄하고 요렇게 해 보려면 조놈이 으르렁거리구…. 참 좆같은 신세라고나 할까.” 

“에이, 그런 상스러운 말씀은 좀 자제하시죠.”

“흐흐흣, 좆이 보지 속에 들어간다면 훈훈한 합궁이 되겠지만, 만일 바위 속에 끼인다면 얼마나 괴…. 아아, 말을 못 하겠네. 직접 한번 상상해 보시게들.” 

“우리 한국 사람들이 그런 신세란 말인가요?”

“비슷하지 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신각축장이랄까. 우리 마음속에서도….”

“후훗, 늘 중도를 강조하시면서…. 후후훗, 이런 경우엔 왠지 좀 좌빨 편향이시더라.” 


“흠, 아니지. 중도란 중간에 끼어 이익을 탐내거나 핍박당하는 게 아니라, 두 놈들의 장단점을 꿰뚫어 본 후 그런 질곡을 벗어나 새롭고 멋진 세상을 창조해 내는 것이지.” 

“진제와 속제가 있다고 하셨잖아요.” 

“아, 이 문제에선 나도 뭐가 진실제이고 세속제인지 잘 모르겠구먼. 하지만 적어도, 입바른 소리나 관념적인 생각만으론 결코 쉽지가 않겠지. 우리가 좀 잘 살아보려고 하면 꼭 대국 놈들이 나서서 방해하니까 말야. 자기네 이익 추구에 맞지 않으니 그들이야 당연히 그러는 게 옳겠지. 우리가 아무리 민족 나라 통일을 하려 발버둥쳐도 첩첩산중이야. 북한 녀석들도 상당히 간악스러운 면이 있지만 보통 인민들보다는 특별 상류계급의 자구지책 짓거리겠지. 쌍년놈들!” 

“어이쿠, 너무 흥분하지 마시고 중생들에게 지혜로운 통찰을 알려 주시죠.” 

“흠, 허경영인지 허본좐지 자칭 아이큐 480이라고 떠벌리는 코미디 같은 정치 탤런트는, 자기가 우주적 대통령이 돼 우선 아시아 통일을 이루기 전에 자꾸 남북한 통일을 획책한다면 피박 쓸 위험이 높으니 만큼…. 아예 통일부 자체를 없애 버리고 무관심주의로 나가는 게 좋다고 개그를 하던데, 사실상 전혀 일리가 없진 않아. 비유가 적절친 않으나, 밥 먹기 싫다는 아이에게 자꾸 뭘 먹이려고 들면 반발만 심해질 뿐이야. 그땐 그냥 모른 척 몇 끼니 굶겨 놓는 게 상책이라구. 나중엔 스스로 기어나와 엄마에게 밥 달라고 아양 떨며 고마워하겠지. 아무튼 꼭 북한 정권이 그런다는 얘긴 아니구…. 일단 우리 주변 강대국들이 볼 땐 남북한 민족끼리 아웅다웅 아귀다툼을 벌이는 척하면서도, 물밑으론 미래 한반도를 건설키 위해 끊임없이 교류해야겠지.”

“위장전술이군요.” 

통일대박론 뒤 놓인 첩첩산중
정치권 사리사욕에 맞춰 분열

“글쎄 뭐…. 정치권만으로는 힘들고, 국민들의 단합된 힘을 통해 출구를 모색할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분열은 어부지리…. 여보게들, 너무 반목하지 말고 서로 한번 잘 토론해 봐. 난 바빠서 이만 굿바이….” 

“네, 다녀오세요. 그런데…. 너나없이 참 어려운 현실이야.” 

“흥! 아무리 어려워도, 국민 수백만명이 고난에 허덕이다 못해 자살해도…. 우리가 뽑아 놓은 국회의원 놈들이나 가진 자들은 오히려 은근히 속으로 흐뭇해 하겠지. 상대적 우월감이랄까. 장르 드라마 같은 데 나오는 악마 캐릭터를 멀리 가서 찾을 건 없어. 바로 그런 놈년들이 진짜 악마니 말야.” 

“누구나 마음속에 악마를 지니고 있는걸 뭐.” 

“그 말 들으니 문득 떠오르는데, 여통령 맘속에도 모종의 마귀가 들어 있는 것 같아. 본래는 엄마를 닮아 착했는데 아버질 따라 정치 권력에 가까이 가다 보니 심성이 오염된 성싶어.” 


“설마.” 

“그래도 자기가 천명한 뜻을 휙 뒤집어 버린 건 정신이 똑바르지 않다는 증거겠지. 여자라서 혹시 그런 건지, 아니면 주위에 포진한 권력 좀비들에게서 바이러스라도 감염된 건지….” 

“시국이 하두 어수선해서 누가 수령이 되더라두 꽤 어려울걸. 그냥 두고 보며 넘어가자구. 옛날 우리 할머니 부모님들이 보릿고개 넘듯….” 

“이제 그런 패배자적인 마인드는 버려도 할아버지가 칭찬할 만큼 풍부해졌잖아. 다만 물질적 육체적 풍요를 얻은 대신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문제지 뭘.” 

“풍요로우면 됐지, 그게 육신인지 정신인지 따져서 뭘해.” 

“언밸런스인 경우엔 심신이 서로 파먹으며 삶 자체까지 갉아 먹으니까.” 


“쓰잘머리 없는 소리! 밑바닥에서 폐지를 주우며 배곯아 보면 뻔히 결론이 날 텐데 뭔 관념적인 헛소리야.” 

“이젠 그런 시대는 아닌걸 뭐. 국회의원들이 회기 시작 전에 이기적으로 줄 싸움하기보다, 여의도 광장에 무릎 꿇은 채 10m 정도만 걸어 보면 진실이 느껴지지 않을까. 국민들이 나서서 시켜야 해.”

“국민들도 여러 가지니까. 정치꾼 파벌들은 자기네 사리사욕에 맞춰 분열시키는 판인걸. 솔직히 말해 난 당신 같은 인간의 골통을 한번 때려 주고 싶어.”

“친다면 난 가래침을 속사포로 뱉어 줄 수도 있지. 마침 저절로 장착된 상태니까.”

“후후, 그러지 말자구. 그러고 싶다고 했지. 누가 그런다고 했나.”

“정신 좀 차려! 지금 보니 광화문 시위에 나가려나 본데…. 너무 과격하게 해서 자기 본정신까진 파괴하지 말라구. 그러면 바로 좀비 인간이 될 테니까.” 

“걱정 말고 자기 마음이나 잘 챙기라구. 설령 깨끗한 척할지언정, 이미 누구나 다 좀비 바이러스에 조금쯤은 감염돼 있으니 말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등 모든 분야에서….” 

“그건 나도 인정해. 하지만 군중 심리 속에 섞여 하숙생보다 못한 마인드로 성조기를 흔들며 지랄치진 말라구.” 

깨끗한 척

“몰라. 군중 속에 섞이면 흔들 수도 있겠지.” 

“흔들더라도 제발 좀 태극기만 흔들어. 왜 미국 성조기를 섞어 흔들고, 때론 태극기 위에서 흔들어대다가 찍어 누르는지 몰라.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 

“흥분하지 말라구. 무슨 이유가 있겠지. 그래도 일장기는 안 흔들잖아.”

“맘속으로 일장기를 흔들어대며 희희덕거리는 연놈들도 아마 많을걸.”

“글쎄….”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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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