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르는 ‘연예인 병’ 대해부

그들도 우리처럼…그들도 인간입니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얼마 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패션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우종완이 사업실패와 뺑소니 혐의에 따른 우울증 등으로 자살을 택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지난 2005년 고 이은주의 자살을 시작으로 매년 연예인들의 자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원인 중에는 우울증을 비롯한 수많은 정신적 고통에 있는데, 잇단 연예인들의 자살은 일명 ‘베르테르효과’인 타인의 모방자살을 부추김으로써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5일 우종완 패션크리에이티브디렉터가 사업실패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결국 자살로 삶을 마무리했다. 우씨는 MBC <무한도전>과 케이블 방송 <프로젝트 런웨이코리아> 등 활발한 방송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불렸다. 그의 주위에는 수많은 톱스타들이 줄을 이었고 국내외 안팎에서도 그는 꽤 인정받은 패션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남모를 고통과 스트레스가 숨겨져 있었다.

우울증, 통상적인
‘연예인 병’ 

지난해 12월 우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여울역 사거리 앞 도로에서 앞에 있던 택시와 추돌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좋은 이미지로만 포장됐던 우씨의 이미지는 벼랑 끝으로 추락했고 누리꾼들의 비난세례 또한 끊이지 않았다. 뺑소니 사건 이후 그는 자연스럽게 방송 중이었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주위에서는 그가 운영하던 쇼핑몰 사업도 매출 부진으로 4월에 폐업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자 스트레스가 극도로 치닫게 됐다고 전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종완의 자살이 사업부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뺑소니 사건 후 누리꾼들의 악성댓글이 주요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우종완은 ?소니 사건을 겪은 후 SNS를 통한 누리꾼들의 원색적 비난을 감수해야 했고 이 때문에 많이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종완과 같이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을 결심한 스타들은 많이 있다. 오죽하면 우울증은 속칭 ‘연예인 병’이라고 회자될 정도다. 고 최진실이 대표적 사례다.


최진실은 지난 2004년 조성민과의 이혼 후 지속적인 우울증을 겪었다. 이후 신경안정제의 도움을 받았고, 정선희 전 남편인 고 안재환과 관련 루머에 한동안 시달리며 우울증을 키워왔다. 사망 전날에 그는 손현주와 모 제약회사의 CF를 촬영하다 ‘힘이 부친다’며 촬영을 중단했다. 촬영을 조기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온 최진실은 어머니와 이모 등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섭섭하다” “난 사채와 아무 상관이 없다”며 울먹이다 욕실로 향했고 목을 매 생을 마감했다. 

넘치게 화려한 만큼 고독한 직업 “남몰래 끙끙”
불면증·우울증·공황장애 등 정신적 고통 심해

화려한 싱글로 돌아온 고현정도 다르지 않다. 그는 지난 2003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이혼한 뒤 자식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픔을 겪으면서 우울증에 걸렸다. 자식과의 생이별도 버거운데 대중들도 그를 반갑게 여기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그녀의 컴백소식에 “돈과 권력이 탐나 연예계를 은퇴할 때는 언제고 이제야 배우랍시고 화면에 들이대느냐”며 잔인한 악성댓글을 퍼부었다.

게다가 연하 남자연예인들과의 끊임없는 스캔들 의혹과 전 남편인 정용진 부회장의 결혼소식에 따른 ‘음독자살기도’ 루머에 시달리며 우울증은 극한으로 치닫았다. 결국 음독자살기도는 근거 없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의 마음에 남겨진 상처는 아물지 못한 채 마음의 병으로 안고 가야했다.     

21세기에 들어 연예인 자살 첫 시동을 건 고 이은주의 사망원인은 불면증으로 드러났다. 이은주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상영 중일 때 KBS 2TV 건강프로그램인 <비타민>에 출연해 스튜디오에서 건강진단을 받았다.

잠 못 이루는 밤
불면증의 고통

이때 이은주는 의사로부터 우울증을 동반한 불면에 시달려 조속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또 이은주에게 수면부족을 언급하며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 강화를 위해 숙면을 취할 것을 권유했다. 당시 이은주는 의사의 조언에 대해 단지 “바빠서 그런 것 같다”고 황급히 둘러댔다. 이은주 측근에 따르면 당시 가족으로부터 결혼에 대한 압박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불면증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연예인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가수 손호영은 자신의 트위터에 “일할 땐 일하느라 못 쉬고 막상 쉬려니 마음이 불안해서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언급해 주위 팬들의 우려를 샀고 최근 수면 마취제 프로포폴 상습 투여 의혹을 받고 있는 방송인 에이미도 눈 성형 후 지나친 악플에 못 이겨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았다. 톱스타 김혜수도 한 언론을 통해 “불면증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매일 밤 괴롭다. 너무 힘든 병이다”라며 불면증으로 인한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공황장애를 겪는 연예인도 적지 않았다. 공황장애는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여 심적 장애를 앓는 것을 말한다. 가슴이 심하게 뛰어 호흡곤란이 오거나 어지러움을 느껴 심하면 발작까지 일으키는 무서운 질환이다.

왕따의 후유증
대인기피증까지  

예능의 대부라 불리는 코미디언 이경규와 친근감이 느껴지는 배우 차태현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경규는 이미 몇 몇 쇼프로그램을 통해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누누이 말해온 바 있다. 그는 무려 3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예능계의 정상을 지켜오면서 각종 슬럼프에 시달려야만 했다.

시청률 부진에 따른 프로그램 조기종영이나 적자로 내몰린 영화사업, 세대교체를 종용하는 제작진의 압박감 등으로 인해 공황장애는 점점 더 심해졌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그는 녹화를 중단하고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으며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해 10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야 했던 사연을 말하며 덤덤하게 공황장애를 인정했다.

배우 차태현은 지난 7월 KBS 2TV 토크쇼 <승승장구>와 SBS <힐링캠프> 등에서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공황장애에 시달려 응급실을 제집 드나들듯 다녔고 약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장거리 비행은 물론 MC를 보는 일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도 극심한 공황장애에 시달렸다. 소속 연예인인 5인조 남성그룹 ‘빅뱅’이 지드래곤에 이어 대성, 승리까지 줄이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급발작을 일으켰다고 고백했다.  

‘히키코모리(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들)’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인기피증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거부하는 정신질환이다. 이 질환을 겪는 사람은 대인관계를 멀리함으로써 사회적 기능이 급격히 감소돼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갖게 된다. 또한 이들은 혼자 있는 것에 극도로 안정감을 느끼며 외부 출입으로 사람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호흡곤란과 경련, 구토증세 등 막중한 심적 부담을 느낀다.

병 키우다 마약에 손대거나 극단적인 선택하기도
겉으론 웃고 속으론 우는 스타들 주위 관심 필요

대인기피증을 겪는 연예인으로는 배우 김하늘과 박지윤이 등이 있다. 김하늘은 최근 <힐링캠프>에 출연해 학창시절에 당했던 왕따 경험을 비롯해 수년 전 모 남자선배와의 스캔들 루머로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왕따를 당했다. 내가 말을 걸면 친구들이 웃어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항상 먼저 말을 거는 사람과 친구가 됐다”며 “친해지고 싶어 쳐다보면 되레 상대방은 ‘왜 째려보냐’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었던 나는 이 일로 인해 더 의기소침해졌다”고 덧붙였다.

김하늘은 왕따 이후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 그곳에서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당시의 트라우마가 마음 속 깊게 자리 잡아 아직도 연예인 친구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 선배와의 불륜 스캔들은 더했다. 당시 유부남이었던 모 남자선배와 불륜을 저지른다는 루머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그는 자신을 더 깊숙한 울타리 안으로 가뒀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점점 더 사람들을 피하게 됐고 이에 따른 대인기피증은 날로 심해졌다는 후문이다.

박지윤의 경우는 더 심하다. 그는 모 고위 간부와의 섹스스캔들과 그에 따른 황당한 루머에 휘말려 말 못할 고통을 오랜 시간 감내해야만 했다. 박지윤은 “나이 지긋한 고위 간부와 성관계를 하다 변을 봤다는 얼토당토 않는 루머에 시달려 치욕스러웠고 이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며 당시 기억을 회상했다. 이어 그는 “루머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만 했던 나완 달리 손 놓고 방관만 했던 당시 소속사에 대한 미움이 가중돼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고 전했다.

화려한 겉모습 뒤
가슴시린 아픔


화려하게 포장되어야만 하는 연예인의 생활은 일반인과는 조금 다르다. 자신의 부족하고 약한 부분까지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늘 긴장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행여나 힘든 일이 생겨도 소문이 날까봐 자신의 얘기를 마땅히 털어 놓을 곳도 없이 외롭게 지내기도 한다.

최진실의 경우 사망하기 전날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사람이 친구나 가족이 아닌 단지 친분 있던 기자라고 전해지기도 했다. 한 심리 전문가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홀로 속앓이를 하면서 정신적인 상처를 키워가는 경우가 많다”며 “겉으론 웃고 있어도 신경안정제나 수면제에 중독돼 마약까지 손을 뻗는 경우도 종종 있어 주위 사람들의 깊은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누리꾼들의 지나친 악성댓글 자제와 연예인에 대한 도 넘은 사생활 침해를 막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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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