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만난 노동운동의 한계

‘단결 투쟁’은 이제 옛말?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단결’ ‘투쟁’으로 대표되는 한국 노동운동사가 큰 변곡점을 맞았다. 바로 사회 주류로 발돋움하는 MZ세대와의 조우다. 기성세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MZ세대의 성향이 강성 노조의 활동 전략마저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다. 노동계 안팎에선 최근 민주노총의 ‘총력투쟁’이 별 소득 없이 일단락된 원인 중 일부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야말로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노동계의 수난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그렸던 ‘총파업 시나리오’는 시작도 전에 막을 내린 반면 정부의 반격은 멈출 기미가 없다. 아울러 노동계 안팎에서는 “더 이상 단일대오는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MZ세대를 필두로 노동계 분화가 본격화됐다는 의미다. 

노동계 
지각변동

민주노총이 총파업 첫 단추로 삼았던 화물연대는 집단 운송거부를 결행했다가 빈손으로 물러났다. 이들은 지난 9일 전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파업을 전격 철회했다. 지난달 24일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한 지 16일 만이었다.

정부는 시종일관 법과 원칙을 내세웠다. 정부는 “불법 파업과는 타협할 수 없다”며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민주노총은 파업 막바지 물밑협상을 타진했지만, 정부의 ‘선복귀·후대화’ 기조를 깰 수는 없었다.

결국 우려했던 장기전은 없었다.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국민 여론 악화 ▲내부 분화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언급된 두 요인의 중심에는 모두 MZ세대가 있다. MZ세대는 국민 여론에서도, 노동계 안에서도 이번 파업을 등졌다. 

우선 여론은 전반적으로 화물연대 파업에 부정적이었다. 지난 9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물연대가 우선 복귀한 뒤 협상해야 한다’는 응답이 71%에 달했다. 반면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 파업이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화물연대가 국민들 지지를 얻을 마땅한 명분을 찾지 못한 게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에도 14일간 총파업을 벌인 바 있다. 화물연대가 한 해 두 번 이상 파업을 벌인 건 올해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MZ세대 여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응답자 중 20대의 67%가, 30대의 72%가 우선 복귀 협상을 골랐다. 이는 노년층(60대 82%·70대 이상 84%)보다는 낮지만 기성세대(40대 59%·50대 69%)를 상회하는 수치다.

하지만 MZ세대가 노동운동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파업 대응에 관한 다른 항목에서 20대와 30대의 ‘잘하고 있다’ 응답 비율은 각각 17%, 19%에 불과했다. 이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였다.

반면 ‘안전운임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52%와 57%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 평균(48%)을 가뿐히 넘긴 비율이다.

민주노총과 ‘궤 안 맞는’ 세대?
투쟁 일선서 이탈…새 노조 조직

결국 MZ세대는 파업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파업 강행에는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 셈이다. 학계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를 놓고 “MZ세대는 파업 여부보다도 투쟁 방식에 불만을 가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동사회학 전공의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통계자료를 보면 MZ세대는 파업 명분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럼에도 복귀를 원하는 여론이 높은 이유는 총파업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MZ세대는 그 누구보다도 노동 이슈에 관심이 많은 세대다. 다만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세대 특성상 집단주의적 투쟁을 강조하는 민주노총 방식은 수용하기 꺼리는 것”이라며 “단순히 젊은 세대의 정치 성향 우경화를 파업 반대의 원인으로 꼽는 건 설득력 없는 갈라치기”라고 덧붙였다.

B 교수는 MZ세대식 사고가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봤다. 그는 <일요시사>에 “MZ세대에게 맹목적인 지지란 없다. 같은 대상에게도 사안별로 지지 여부가 달라진다. 이게 기성세대와의 차이점”이라며 “이 때문에 명분에는 공감하면서도 파업을 지지하지 않는 입장이 더 명확히 드러난다. 같은 입장의 기성세대였다면 결국 지지·합류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MZ세대의 특징은 사회적으로 익히 알려진 대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수평적인 소통을 추구한다. 필요성이 확실히 입증되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는 실용성과 합리성도 엿보인다. 이 같은 특징들은 기존 노조 문화와 여러 지점에서 충돌한다.

민주노총의 연대·총파업은 주된 투쟁 전략 중 하나다. 이들은 다른 사업장·산업의 이슈에도 함께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민주노총’이라는 단위 아래에서 서로를 ‘동지’로 여기는 인식도 강하다.

빈손 복귀
더 큰 위기?

하지만 MZ세대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다른 사업장·산업 이슈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때문에 확실한 동기 부여 없이는 연대·총파업 참여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일단 파업에 참여했더라도, 그 동력이 유지되지 않으면 중도 이탈하는 사례도 목격된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서도 젊은 조합원 다수가 조기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직후 일부 화물 기사는 국토부에 먼저 연락해 “명령서를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 중 상당수가 20~30대의 젊은 기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맥락에서 MZ세대는 기존 노조의 경직된 분위기를 기피한다. 조직 내 복잡한 조직관계와 강한 위계질서에 불만을 느끼는 젊은 조합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주된 활동층인 기성세대와의 세대 차이·갈등도 불만의 한 축이다. MZ세대 조합원은 의견 개진·간부 선발 등에서 기성세대에 밀려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된 문제 제기가 나왔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은 지난해 2월 ‘청년 조합원의 경험과 노동조합의 대응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노동연구원 역시 보고서에서 청년층 조합원의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로 ▲세대 차이 ▲노조의 빈약한 동기 부여 ▲투쟁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 등을 꼽았다.

노동연구원은 특히 투쟁 방식에 대한 세대별 의견 차이에 관해 “면접 내용에 따르면 젊은 조합원일수록 예전과 달리 언론을 이용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투쟁하는 온건한 전략을 선호한다”며 “(젊은 조합원 사이에서)‘사회 분위기가 변화하면서 노조가 과거와 같은 투쟁을 하면 큰일 날 수 있다’거나 ‘과격한 투쟁으로 문제가 생기면 아무도 책임져 줄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고 짚었다.

또 “MZ세대 조합원들이 집회 일변도를 벗어나 유튜브 활용 등 새로운 투쟁 방식을 제시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 많다”는 분석도 언급됐다.

쌓인 불만
떠나는 MZ

민주노총을 비롯한 기존 노조를 향한 불만은 MZ세대가 직접 새로운 노조를 조직하려는 시도로 귀결됐다. 이 중 일부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의 ‘대안세력’으로 떠오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올바른노조’가 대표적인 예다. 올바른노조는 지하철 1~8호선 및 9호선 일부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제3노조다. 지난해 8월 결성됐으며, 조합원의 약 90%가 MZ세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의 제1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의 공사 노조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서울교통공사 양대 노조가 6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하자 이를 ‘명분 없는 정치파업’으로 규정하며 불참했다. 그런데 교섭 기간 중 젊은 직원 상당수가 공사 노조에서 올바른노조로 옮겨왔다. 노사 교섭이 진행되던 한 달 사이 조합원 수가 1250여 명에서 1900여 명으로 52%가량 증가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파업에 불참하고도 조합원이 급증한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와 관련해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공사 노조가 주도하는 불합리한 정치투쟁에 염증을 느낀다며 올바른노조로 넘어오는 직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올바른노조는 독자적인 활동 방향을 구축했다. 이들은 ▲상급단체 없는 직원만을 위한 노동조합 ▲합리적인 조합비 ▲다양한 소통 채널과 빠른 피드백 ▲수평적 문화 구축 등을 내세우고 있다. 

때로는 공사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한다. 2018년 서울교통공사가 무기계약직 노동자 1300명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갈등을 빚은 문제는 올바른노조의 설립 계기가 됐다.

송 위원장은 “당시 정규직 전환에 주도적으로 나선 것이 공사 노조다. 정규직 증가로 기존 직원의 피해는 없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충분한 소통 없이 이뤄진 불공정한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답답했다. 앞으로 직장생활을 오래 이어가야 하는 젊은 직원 중심으로 새로운 노조를 결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강성 대신 온건 교섭 선호 성향 
정부 압박 커지면 복귀할 수도 

실제로 2019년 감사원은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서 “서울교통공사가 관련 법령에 따른 능력 실증 절차 없이 2018년 3월 무기계약직 1285명 전원을 일반직으로 신규 채용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감사원 감사로 이 중 192명이 기존 재직자의 친인척으로 드러나 논란이 인 바 있다.

다만 ‘MZ노조’가 마주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단체교섭권 확보, 기존 노조와의 관계 설정 등 난제가 산적했다. 

2011년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사업장별로 복수 노조를 설립할 길이 열린 건 맞지만,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노조는 여전히 1곳으로 제한된다. ‘기존 노조 소속 근로자와 근로 조건 등이 크게 다른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에 교섭 단위 분리를 신청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긴 해도 제대로 인정되지 않는 실정이다.

기존 노조의 견제도 견뎌야 한다. 코레일네트웍스 일반직 노동조합은 지난해 4월 기존 노조와 별개로 단체교섭권을 획득했다. 이 노조 역시 조합원 90% 이상이 MZ세대 직원이다. 

그런데 지난해 7월 민주노총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코레일네트웍스 일반직 노조 교섭단위 분리결정을 취소하기 위해서였다.

일반직 노조 측에서는 “노조에 의한 노동3권 침해”라며 “복수 노조 시대에 다른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회사와 교섭창구를 독점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당시 법원은 일반직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지난 6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철도노조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노동현장 속 MZ세대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만큼 ‘노동계 대격변’은 앞으로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남아 있다. 정부의 노동정책에 따라 MZ세대의 노동운동 방향이 변화할 여지는 상존한다. 

독자 활동
과제 산적

현 정부는 강도 높은 노동개혁과 함께 반(反)노조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2차례의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후에야 이 파업이 끝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파업기간 중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해서 과정 중에 있었던 각종 불법·폭력행위에 대해 그냥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후 정부의 노조 압박강도가 임계점을 넘어가면, MZ세대의 강성 투쟁 합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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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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