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메이드 살리기 장현국 대표

‘성공과 위기’ 극적인 반전 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성공과 위기 모두 가장 극적이다. 게임사 위메이드와 장현국 대표가 불과 1년 사이 정반대의 겨울을 맞고 있다. 지난해 위메이드는 신작 게임과 자체 개발 암호화폐의 성공으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장 대표 역시 밝게 웃으며 더 큰 성공을 자신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자체 암호화폐가 국내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사업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서둘러 대안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7일 위믹스 유한책임회사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 소속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을 상대로 낸 거래 지원 종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가처분 기각
거래소 퇴출

재판부는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 생태계를 침해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해 시장 투명성을 확보하고 잠재적 투자자의 손해와 위험을 미리 방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위믹스는 게임사 위메이드가 만든 암호화폐다. 위메이드는 게임 내 재화를 암호화폐로 바꿀 수 있도록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해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닥사 소속 암호화폐 거래소 4곳이 지난 8일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위믹스 상장폐지를 결의했다. 위믹스의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이 크게 차이 난다는 이유에서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유통량은 주요 투자 기준 중 하나다. 


닥사 소속 거래소들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5곳 중 4곳이 위믹스 상장폐지를 선언한 것은 위믹스에게 사실상 국내 암호화폐 시장 퇴출 선고가 내려진 것과 같다. 남은 한 곳인 고팍스는 애초에 위믹스를 상장하지 않았다.

위믹스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개념인 가상자산 유통량을 문제 삼아 상장폐지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또 위믹스 측은 실제로 상장폐지가 이뤄질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점도 거듭 호소했다.

반면 거래소들은 “위믹스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결정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거래소들은 가처분이 인용돼 위믹스가 계속 거래되면, 가상자산 거래 질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했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 끝에 결국 법원은 거래소들의 손을 들어줬다.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정반대로 뒤집혔다. 작년 이맘때 위메이드와 위믹스는 “국내 게임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이를 이끈 것이 바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다. 

1974년생인 장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6년 넥슨에서 첫 게임업계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0년 네오위즈게임즈에 재무그룹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2008년 최고재무책임자를 거쳐 2011년 네오위즈 모바일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장 대표는 2013년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듬해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장 대표와 위메이드가 블록체인에 집중한 것은 2018년부터다. 당시 위메이드는 자회사 위메이드트리와 위믹스를 만들었다.


이들의 목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에 접목하는 것이었다. 위메이드는 3년 동안 게임 재화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 

‘위메이드 코인’ 위믹스, 결국 상장폐지
24달러에서 200원까지 수직하락 ‘수모’

지난해 글로벌 출시된 게임 ‘미르4’는 그동안 위메이드가 쏟은 노력의 결실이었다. 미르4는 공개되자마자 성공가도를 달렸다. 출시 나흘 만에 서버를 3배 증설했고, 동시 접속자 수는 최소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됐다. 

미르4는 동양 무협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전작인 ‘미르의전설2’는 과거 중국에서 5억명 이상의 회원을 모은 바 있는 인기 지식재산권(IP)이다. 소재와 IP가 동양 친화적인 만큼, 미르4의 아시아권 흥행은 상수로 여겨졌다.

실제 위메이드는 출시 직후 아시아 서버를 당초 8개에서 18개까지 늘렸다.

그런데 미르4는 서구권에서도 예상 밖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당일 3개로 시작한 유럽·북미 서버는 이날 16개까지 증설됐다. 특히 러시아·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에서 신규 이용자 유입이 두드러졌다. 업계는 서구권 이용자들이 미르4의 소재나 IP에 생경함을 느끼면서도 게임 내 블록체인 기술에 이끌렸을 것으로 추측한다. 

미르4에는 그동안 위메이드가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이 집약돼있다. 유틸리티 코인 ‘드레이코’와 대체불가능토큰(NFT)이 도입됐다. 드레이코는 게임 내 주요 재화인 ‘흑철’을 토큰화한 것으로, 드레이코는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로 거래할 수 있다. 

또 유저들은 캐릭터를 NFT화해 위믹스 월렛 내 NFT 마켓에서 거래할 수도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4에서 코인을 채굴하고, 캐릭터를 NFT화해 상품으로 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 같은 체계는 서구권 이용자들에게 오히려 익숙하다. 각종 제도적 한계가 산적한 동양권과 다르게, 서구권에서는 이미 블록체인 게임이 대중화된 지 오래다.

미르4가 흥행하면서 위메이드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해 8월 2만원 남짓이었던 주가는 출시 이후 23만7000원(종가 기준)까지 급등했다. 

실적 잔치도 이어졌다. 지난해 위메이드는 미르4의 성과와 위믹스 유동화 매출 반영 등을 앞세워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위메이드는 약 5610억원의 연간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44% 증가한 수치로 영업이익은 약 3260억원에 달했다.

대부분의 매출이 미르4가 공개된 4분기에 집중됐다. 위메이드의 지난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524억원과 약 2540억원으로 집계됐다.

뒤바뀐 상황
빛바랜 영광


미르4는 지난해 한국 게임대상에서 게임비즈니스혁신상을 수상했다. 미르4에서 활용하는 위믹스 토큰은 거래소 상장 5개월 만에 1만%가 급등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한때 위믹스는 개당 24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만8000원)에 거래됐다. 

위메이드는 올해도 블록체인 사업 확장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난 2월 말에는 위믹스에 기반을 둔 게임들을 연달아 추가 공개했다. 라이트컨에서 개발한 ‘라이즈 오브 스타즈’와 조이시티의 ‘건쉽배틀: 크립토 컨플릭트’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장 대표가 지스타(국제 게임 전시회) 현장에서 “위믹스에 기반을 둔 게임을 100개 이상 만들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위메이드는 오픈 블록체인 플랫폼을 목표로 하는 독자 메인넷인 위믹스3.0을 출시했다. 스테이블 코인 ‘위믹스달러’와 탈중앙금융 서비스 ‘위믹스파이’ 등을 잇달아 선보이기도 했다.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를 보강한 위메이드는 지난달 NFT와 탈중앙화 자율조직(DAO)을 결합한 경제 플랫폼 ‘나일(NILE)’을 공개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신한자산운용, 키움증권 등으로부터 660억원(약 4천6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약진을 거듭하던 위메이드가 순식간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다. 위믹스는 지난 10월 말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투자 유의 종목은 상장폐지에 앞선 예비조치다. 실제 유통량이 계획보다 29.4% 초과됐다는 게 이유였다.


위믹스는 약 4주간 투자 유의 종목 꼬리표를 떼지 못했고, 결국 거래소들은 지난달 24일 상장폐지를 예고했다.

이 기간 재발방지와 소통 강화를 약속했던 위메이드는 상장폐지 예고에 강하게 반발했다. 장 대표는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위믹스 상장폐지는 업비트의 갑질이자 사회악적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두나무 임원이 상장폐지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듯 올렸다”고도 지적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지난달 24일 온라인 공간에 ‘사필귀정’이라는 글귀와 함께 위믹스 상장 폐지 관련 보도 내용을 게시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양측의 갈등이 단순한 진실공방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순간이었다.

“갑질이다” 
“적반하장”

이에 두나무도 성명문을 냈다. 두나무는 장 대표 지적에 대해 “이유를 불문하고 논란을 일으킨 점 사죄드린다”면서도 “아는 이들과 속보 내용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었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소회를 밝혔을 뿐 이해관계를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두나무는 성명문에서 위메이드가 위믹스 거래 지원 종료 전까지 이뤄진 소명 과정에서 신뢰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두나무 측 주장에 따르면 위믹스가 상장폐지된 이유는 ▲위믹스 초과 유통 사유에 대한 해명의 부적절성 ▲소명 자료 내 위믹스 유통량의 지속적인 변동 ▲임직원 비위 의혹 등에 있다. 이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당연한 조치를 취했는데, 위메이드가 이를 ‘갑질’이라고 비방했다는 것이다.

두나무는 위믹스가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되기 며칠 전인 지난 10월22일과 25일 위메이드로부터 받은 메일 일부를 공개했다.

위메이드는 두나무에 유통량 초과 유통 사유를 ‘유통량 변경 시마다 공시가 필요한지 몰랐던 것’ ‘담당자의 무지’ 등을 제시했다. 두나무는 성명문에서 이를 언급하며 “직원 실수라곤 해도 유통량을 허위 공시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위메이드가 16회에 걸쳐 소명을 진행하는 동안 위믹스 유통량이 각기 다르게 기재된 자료를 수차례 제출한 사실도 알려졌다. 심지어 최종 소명 자료 제출 후에도 계속해서 소명 내용을 수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두나무는 위메이드 임직원들이 위믹스에 관련해 범한 ‘복수의 중대한 문제’를 확인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두나무는 “위메이드 계열사 간 자금 동원에 위믹스 이용, 정기 보고서상 투자내역 허위 기재 등을 확인했다”며 “최종 검토가 마무리되면 이를 재판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력 쏟은 장 대표…모회사도 덩달아 휘청 
신작 ‘미르M 글로벌’ 흥행에 사활 걸 듯

기각 소식이 알려진 후 위믹스 가격은 급전직하했다. 가처분 신청 이후 1000원 안팎을 유지하던 위믹스는 초단타 매매의 영향으로 1500원때까지 반짝 상승했지만, 발표 직후 순식간에 500원대로 곤두박질쳤다. 거래 중단 직전인 지난 8일 오후에는 210원대까지 하락했다.

기각 직후 위메이드는 즉각 본안 소송과 공정거래위 제소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가처분 신청 기각 판결을 받았고,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닥사가 내린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결정의 부당함을 밝히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위믹스 거래 정상화와 위믹스 생태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위메이드는 가처분 기각으로 당분간 국내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됐다. 본안 소송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 위메이드는 적어도 결과를 뒤집을 때까지는 해외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

다만 그간 위믹스 거래 물량의 90% 이상이 국내 거래소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믹스의 입지와 가치가 대폭 하락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업계는 위메이드가 향후 해외 거래소를 중심으로 위믹스 유통망을 개척하고, 해외 파트너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한다. 장 대표는 상장폐지 예고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상장을 논의 중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위믹스 측도 “이번에 거래 지원을 종료하는 국내 4개 거래소 이외의 국내 거래소에서 위믹스 거래를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동시에 새로운 해외 거래소의 상장도 추진 중이다. 더 많은 거래소에서 위믹스의 거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부연했다.

장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사내 메시지로 “우리가 가야 할 길에 이번 일이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그는 “위메이드와 우리 생태계 위믹스는 건재하니, 여러분들도 너무 깊이 심려하지 말고 맡은 바 일을 그대로 진행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없었어야 하는 일이지만 벌어진 일이니 현명하게 극복하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겨내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라고 했다.

최후의 보루
모두 걸었다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레 위메이드의 신작으로 쏠린다. 글로벌 론칭을 앞둔 ‘미르M’ 프로젝트의 중압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르M 글로벌은 올해 국내 출시된 미르M에 블록체인 요소를 더한 게임이다. 지난해 미르4 글로벌의 성공을 맛본 위메이드는 미르M에서 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휘청이는 위메이드에게, 미르M 글로벌의 흥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회삿돈으로 ‘시그니엘’ 산다? 장현국 120억 전셋집 논란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로 막대한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회삿돈으로 120억원 전셋집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JTBC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장 대표는 현재 서울 잠실에 위치한 최고급 오피스텔 ‘시그니엘’에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이곳에 전세권을 설정한 주체가 장 대표가 아니라 ‘전기아이피’인 것이다.

전기아이피는 위메이드의 지식재산권(IP)를 관리하는 자회사다.

장 대표는 위메이드뿐만 아니라 전기아이피에서도 대표직을 맡고 있다.

전기아이피는 지난해 1187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의 10%가 넘는 자금이 대표의 전셋집 마련에 들어간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배임과 법인세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위메이드와 전기아이피 측은 “임원 복리후생 규정에 따라 사택이 제공됐다”며 “납부할 세금이 있다면 자문을 통해 기한 내 납부하겠다”고 해명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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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