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메이드 살리기 장현국 대표

‘성공과 위기’ 극적인 반전 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성공과 위기 모두 가장 극적이다. 게임사 위메이드와 장현국 대표가 불과 1년 사이 정반대의 겨울을 맞고 있다. 지난해 위메이드는 신작 게임과 자체 개발 암호화폐의 성공으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장 대표 역시 밝게 웃으며 더 큰 성공을 자신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자체 암호화폐가 국내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사업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서둘러 대안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7일 위믹스 유한책임회사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 소속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을 상대로 낸 거래 지원 종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가처분 기각
거래소 퇴출

재판부는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 생태계를 침해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해 시장 투명성을 확보하고 잠재적 투자자의 손해와 위험을 미리 방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위믹스는 게임사 위메이드가 만든 암호화폐다. 위메이드는 게임 내 재화를 암호화폐로 바꿀 수 있도록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해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닥사 소속 암호화폐 거래소 4곳이 지난 8일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위믹스 상장폐지를 결의했다. 위믹스의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이 크게 차이 난다는 이유에서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유통량은 주요 투자 기준 중 하나다. 


닥사 소속 거래소들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5곳 중 4곳이 위믹스 상장폐지를 선언한 것은 위믹스에게 사실상 국내 암호화폐 시장 퇴출 선고가 내려진 것과 같다. 남은 한 곳인 고팍스는 애초에 위믹스를 상장하지 않았다.

위믹스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개념인 가상자산 유통량을 문제 삼아 상장폐지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또 위믹스 측은 실제로 상장폐지가 이뤄질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점도 거듭 호소했다.

반면 거래소들은 “위믹스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결정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거래소들은 가처분이 인용돼 위믹스가 계속 거래되면, 가상자산 거래 질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했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 끝에 결국 법원은 거래소들의 손을 들어줬다.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정반대로 뒤집혔다. 작년 이맘때 위메이드와 위믹스는 “국내 게임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이를 이끈 것이 바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다. 

1974년생인 장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6년 넥슨에서 첫 게임업계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0년 네오위즈게임즈에 재무그룹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2008년 최고재무책임자를 거쳐 2011년 네오위즈 모바일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장 대표는 2013년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듬해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장 대표와 위메이드가 블록체인에 집중한 것은 2018년부터다. 당시 위메이드는 자회사 위메이드트리와 위믹스를 만들었다.


이들의 목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에 접목하는 것이었다. 위메이드는 3년 동안 게임 재화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 

‘위메이드 코인’ 위믹스, 결국 상장폐지
24달러에서 200원까지 수직하락 ‘수모’

지난해 글로벌 출시된 게임 ‘미르4’는 그동안 위메이드가 쏟은 노력의 결실이었다. 미르4는 공개되자마자 성공가도를 달렸다. 출시 나흘 만에 서버를 3배 증설했고, 동시 접속자 수는 최소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됐다. 

미르4는 동양 무협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전작인 ‘미르의전설2’는 과거 중국에서 5억명 이상의 회원을 모은 바 있는 인기 지식재산권(IP)이다. 소재와 IP가 동양 친화적인 만큼, 미르4의 아시아권 흥행은 상수로 여겨졌다.

실제 위메이드는 출시 직후 아시아 서버를 당초 8개에서 18개까지 늘렸다.

그런데 미르4는 서구권에서도 예상 밖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당일 3개로 시작한 유럽·북미 서버는 이날 16개까지 증설됐다. 특히 러시아·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에서 신규 이용자 유입이 두드러졌다. 업계는 서구권 이용자들이 미르4의 소재나 IP에 생경함을 느끼면서도 게임 내 블록체인 기술에 이끌렸을 것으로 추측한다. 

미르4에는 그동안 위메이드가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이 집약돼있다. 유틸리티 코인 ‘드레이코’와 대체불가능토큰(NFT)이 도입됐다. 드레이코는 게임 내 주요 재화인 ‘흑철’을 토큰화한 것으로, 드레이코는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로 거래할 수 있다. 

또 유저들은 캐릭터를 NFT화해 위믹스 월렛 내 NFT 마켓에서 거래할 수도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4에서 코인을 채굴하고, 캐릭터를 NFT화해 상품으로 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 같은 체계는 서구권 이용자들에게 오히려 익숙하다. 각종 제도적 한계가 산적한 동양권과 다르게, 서구권에서는 이미 블록체인 게임이 대중화된 지 오래다.

미르4가 흥행하면서 위메이드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해 8월 2만원 남짓이었던 주가는 출시 이후 23만7000원(종가 기준)까지 급등했다. 

실적 잔치도 이어졌다. 지난해 위메이드는 미르4의 성과와 위믹스 유동화 매출 반영 등을 앞세워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위메이드는 약 5610억원의 연간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44% 증가한 수치로 영업이익은 약 3260억원에 달했다.

대부분의 매출이 미르4가 공개된 4분기에 집중됐다. 위메이드의 지난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524억원과 약 2540억원으로 집계됐다.

뒤바뀐 상황
빛바랜 영광


미르4는 지난해 한국 게임대상에서 게임비즈니스혁신상을 수상했다. 미르4에서 활용하는 위믹스 토큰은 거래소 상장 5개월 만에 1만%가 급등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한때 위믹스는 개당 24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만8000원)에 거래됐다. 

위메이드는 올해도 블록체인 사업 확장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난 2월 말에는 위믹스에 기반을 둔 게임들을 연달아 추가 공개했다. 라이트컨에서 개발한 ‘라이즈 오브 스타즈’와 조이시티의 ‘건쉽배틀: 크립토 컨플릭트’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장 대표가 지스타(국제 게임 전시회) 현장에서 “위믹스에 기반을 둔 게임을 100개 이상 만들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위메이드는 오픈 블록체인 플랫폼을 목표로 하는 독자 메인넷인 위믹스3.0을 출시했다. 스테이블 코인 ‘위믹스달러’와 탈중앙금융 서비스 ‘위믹스파이’ 등을 잇달아 선보이기도 했다.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를 보강한 위메이드는 지난달 NFT와 탈중앙화 자율조직(DAO)을 결합한 경제 플랫폼 ‘나일(NILE)’을 공개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신한자산운용, 키움증권 등으로부터 660억원(약 4천6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약진을 거듭하던 위메이드가 순식간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다. 위믹스는 지난 10월 말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투자 유의 종목은 상장폐지에 앞선 예비조치다. 실제 유통량이 계획보다 29.4% 초과됐다는 게 이유였다.


위믹스는 약 4주간 투자 유의 종목 꼬리표를 떼지 못했고, 결국 거래소들은 지난달 24일 상장폐지를 예고했다.

이 기간 재발방지와 소통 강화를 약속했던 위메이드는 상장폐지 예고에 강하게 반발했다. 장 대표는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위믹스 상장폐지는 업비트의 갑질이자 사회악적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두나무 임원이 상장폐지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듯 올렸다”고도 지적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지난달 24일 온라인 공간에 ‘사필귀정’이라는 글귀와 함께 위믹스 상장 폐지 관련 보도 내용을 게시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양측의 갈등이 단순한 진실공방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순간이었다.

“갑질이다” 
“적반하장”

이에 두나무도 성명문을 냈다. 두나무는 장 대표 지적에 대해 “이유를 불문하고 논란을 일으킨 점 사죄드린다”면서도 “아는 이들과 속보 내용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었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소회를 밝혔을 뿐 이해관계를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두나무는 성명문에서 위메이드가 위믹스 거래 지원 종료 전까지 이뤄진 소명 과정에서 신뢰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두나무 측 주장에 따르면 위믹스가 상장폐지된 이유는 ▲위믹스 초과 유통 사유에 대한 해명의 부적절성 ▲소명 자료 내 위믹스 유통량의 지속적인 변동 ▲임직원 비위 의혹 등에 있다. 이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당연한 조치를 취했는데, 위메이드가 이를 ‘갑질’이라고 비방했다는 것이다.

두나무는 위믹스가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되기 며칠 전인 지난 10월22일과 25일 위메이드로부터 받은 메일 일부를 공개했다.

위메이드는 두나무에 유통량 초과 유통 사유를 ‘유통량 변경 시마다 공시가 필요한지 몰랐던 것’ ‘담당자의 무지’ 등을 제시했다. 두나무는 성명문에서 이를 언급하며 “직원 실수라곤 해도 유통량을 허위 공시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위메이드가 16회에 걸쳐 소명을 진행하는 동안 위믹스 유통량이 각기 다르게 기재된 자료를 수차례 제출한 사실도 알려졌다. 심지어 최종 소명 자료 제출 후에도 계속해서 소명 내용을 수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두나무는 위메이드 임직원들이 위믹스에 관련해 범한 ‘복수의 중대한 문제’를 확인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두나무는 “위메이드 계열사 간 자금 동원에 위믹스 이용, 정기 보고서상 투자내역 허위 기재 등을 확인했다”며 “최종 검토가 마무리되면 이를 재판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력 쏟은 장 대표…모회사도 덩달아 휘청 
신작 ‘미르M 글로벌’ 흥행에 사활 걸 듯

기각 소식이 알려진 후 위믹스 가격은 급전직하했다. 가처분 신청 이후 1000원 안팎을 유지하던 위믹스는 초단타 매매의 영향으로 1500원때까지 반짝 상승했지만, 발표 직후 순식간에 500원대로 곤두박질쳤다. 거래 중단 직전인 지난 8일 오후에는 210원대까지 하락했다.

기각 직후 위메이드는 즉각 본안 소송과 공정거래위 제소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가처분 신청 기각 판결을 받았고,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닥사가 내린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결정의 부당함을 밝히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위믹스 거래 정상화와 위믹스 생태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위메이드는 가처분 기각으로 당분간 국내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됐다. 본안 소송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 위메이드는 적어도 결과를 뒤집을 때까지는 해외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

다만 그간 위믹스 거래 물량의 90% 이상이 국내 거래소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믹스의 입지와 가치가 대폭 하락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업계는 위메이드가 향후 해외 거래소를 중심으로 위믹스 유통망을 개척하고, 해외 파트너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한다. 장 대표는 상장폐지 예고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상장을 논의 중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위믹스 측도 “이번에 거래 지원을 종료하는 국내 4개 거래소 이외의 국내 거래소에서 위믹스 거래를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동시에 새로운 해외 거래소의 상장도 추진 중이다. 더 많은 거래소에서 위믹스의 거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부연했다.

장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사내 메시지로 “우리가 가야 할 길에 이번 일이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그는 “위메이드와 우리 생태계 위믹스는 건재하니, 여러분들도 너무 깊이 심려하지 말고 맡은 바 일을 그대로 진행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없었어야 하는 일이지만 벌어진 일이니 현명하게 극복하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겨내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라고 했다.

최후의 보루
모두 걸었다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레 위메이드의 신작으로 쏠린다. 글로벌 론칭을 앞둔 ‘미르M’ 프로젝트의 중압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르M 글로벌은 올해 국내 출시된 미르M에 블록체인 요소를 더한 게임이다. 지난해 미르4 글로벌의 성공을 맛본 위메이드는 미르M에서 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휘청이는 위메이드에게, 미르M 글로벌의 흥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회삿돈으로 ‘시그니엘’ 산다? 장현국 120억 전셋집 논란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로 막대한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회삿돈으로 120억원 전셋집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JTBC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장 대표는 현재 서울 잠실에 위치한 최고급 오피스텔 ‘시그니엘’에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이곳에 전세권을 설정한 주체가 장 대표가 아니라 ‘전기아이피’인 것이다.

전기아이피는 위메이드의 지식재산권(IP)를 관리하는 자회사다.

장 대표는 위메이드뿐만 아니라 전기아이피에서도 대표직을 맡고 있다.

전기아이피는 지난해 1187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의 10%가 넘는 자금이 대표의 전셋집 마련에 들어간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배임과 법인세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위메이드와 전기아이피 측은 “임원 복리후생 규정에 따라 사택이 제공됐다”며 “납부할 세금이 있다면 자문을 통해 기한 내 납부하겠다”고 해명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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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