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쥐고 있는 대장동급 뇌관 추적

부정하거나 사라지거나 희망살림 그때 그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검찰의 포위망이 시시각각 좁혀지는 모양새다. 그 중심에 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손발’이 잘려나가는 형국. 이 대표가 ‘정치적 동지’라고 표현한 이들은 이미 구속됐다. 

흐릿했던 실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대선 기간 내내 ‘망령’처럼 주변을 떠돌던 의혹들이 점차 분명해지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조이는 검
사면초가

최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잇따라 구속됐다. 두 사람 모두 이 대표의 최측근 인사다. 검찰의 칼날은 빠른 속도로 이 대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에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 대한 언급 대신 민생 메시지를 내놓으며 ‘강대강’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정 실장이 구속되자 “유검무죄, 무검유죄다. 조직의 칼날을 아무리 휘둘러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음을 믿는다”고 검찰을 비난하면서도 “제 유일한 걱정은 ‘이재명 죽이기’와 야당 파괴에 혈안인 정권이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하지만 구속 기간이 만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시작으로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속속 입을 열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대장동 키맨’으로 불리는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도 석방됐다. 이른바 대장동 3인방이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셈이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측’의 숨은 지분이 있고 배당수익 중 700억원(공통비, 세금 등 제외 428억원)을 약속했다고 증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일단 김씨는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하지 않겠다”며 “어디서도 따로 얘기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돌린 상태다.

문제는 이미 번지기 시작한 불이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위례 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여기에 두산건설, 네이버 등 6개 기업이 연루된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뇌관으로 떠올랐다. 

사단법인·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영전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분당 차병원 등 기업으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두산건설은 당시 50억원 상당의 광고후원금을 내고 그 대가로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평을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하는 데 특혜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전 두산건설 대표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두산건설 외에 다른 기업으로도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의 레이더망에 걸린 기업은 네이버. 네이버는 여타 기업과 달리 시민단체를 통해 성남FC에 우회 지원했다. 성남시-네이버-사단법인 희망살림-성남FC는 2015년 5월 4자간 협약을 맺었다.

성남시청에서 진행된 4자 협약식에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김진희 네이버I&S 대표, 곽선우 성남FC 대표, 그리고 제윤경 전 민주당 의원이 희망살림 상임이사 자격으로 참여했다.


4자 협약서에는 ▲네이버가 2015~2016년 2년간 희망살림에 4회에 걸쳐 10억원씩 후원금을 지급하고 ▲희망살림은 성남FC에 1년에 현금 19억5000만원씩 2년간 총 39억원을 메인스폰서 광고료로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남FC는 그 조건으로 희망살림의 ‘롤링주빌리’ 로고를 메인스폰서 광고로 표출한다고 명시했다.

성남시는 행정 지원을 맡았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민단체 희망살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면서 희망살림을 구성했던 인물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불거졌다. 희망살림은 2019년 롤링주빌리로 법인명을 바꿨다. 이후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가 설립됐다. 희망살림과는 별개의 조직으로 세간에는 주빌리은행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두산 이어
다른 기업도?

사단법인 롤링주빌리와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는 모두 부실채권을 매입해 전액 소각하고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이른바 ‘빚 탕감’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두 롤링주빌리에서 핵심으로 언급되는 인물이 제 전 의원이다. 제 전 의원은 2013~2014년 <경향신문>에 ‘제윤경의 희망살림’이라는 제목의 글을 연재하기도 했다.

당시 에듀머니 대표라고 소개된 제 전 의원은 2013년 1월20일 기고한 ‘탐욕에 눈먼 부실채권 시장’에서 “한 번의 실패로 추노꾼과 같은 추심회사의 끝나지 않는 빚 독촉에 직면하면 패자 부활이 불가능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라고 적었다. 한 자영업자가 빚에 허덕이다가 무너진 사례를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제 전 의원은 희망살림에서 이사로 활동했고 4자 협약식에 참석했다. 당시 김재욱 목사가 희망살림 대표를 맡고 있던 때라 제 전 의원의 참석에 의문이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협약식 등에는 대표가 참석하는데 희망살림의 경우는 이사가 참석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 전 의원을 희망살림 대표로 표기할 정도다.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의 ‘서울시 기부금품 모집 등록 내역’에는 제 전 의원이 아예 대표자로 등장한다. 2015년 롤링주빌리가 서울시에 제출한 내역에는 제 전 의원이 대표자로 표기돼있다. 이후 제 전 의원은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2020년에는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로 임명됐다.

제 전 의원은 지난 3월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뒤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정치권에서 제 전 의원의 이름이 언급되는 와중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현재 제 전 의원의 공식 직함은 ‘더불어민주당 경상남도당 사천시남해군하동군 지역위원회 위원장’이다. 

시끄러운데
두문불출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도 희망살림 대표 출신이다. 2015년 4월 김재욱 목사에게 대표 자리를 넘겨주기 전까지 희망살림을 이끌었다. 2018년 성남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민주당 경선에서 은수미 전 성남시장에 밀렸다. 2020년 7월 GH 사장으로 낙점됐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할 시기다.

최근 이 전 사장은 ‘GH 비선캠프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전 사장은 지난 2월 국민의힘으로부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있는 GH 합숙소를 이 대표의 캠프로 제공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당시 GH는 2020년 8월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 1채를 전세금 9억5000만원에 2년간 임대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아파트는 이 대표가 당시 거주하던 자택 바로 옆집이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네이버는 후원금 지급이 완료된 직후인 2016년 말 성남 정자동 신사옥 착공을 시작했다. 당시 성남시장과 성남FC 구단주는 이재명 대표였고, 희망살림 대표는 제윤경 전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 이후 희망살림 관련 인물은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영전했다”며 “제윤경 대표는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로, 이헌욱 대표는 경기주택공사 대표로 임명됐다. 또한 당시 희망살림 의혹에 면죄부를 부여한 서상범 서울시 법률담당관은 이후 문재인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영전했다”고 설명했다.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와 관련해 또 언급되는 인물은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이다. 지난달 14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유 원장에게 주빌리은행과 관련한 질의를 던졌다. 주빌리은행의 공동대표를 맡은 적이 있느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유 원장은 ‘명예은행장’이라고 답했다.

‘손발’ 잘려나간 마당에…
시민단체가 네이버 잡을까

주빌리은행 홈페이지에는 유 원장이 명예은행장으로 소개된다. 유 원장은 명예은행장 인사말에서 “우리는 시민의 후원금으로 부실채권을 사서 적극적으로 채무자를 구제하고 모든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드린다”며 “빚은 갚아야 하는 것이지만 존엄한 삶 모두를 포기해가며 노예와 같은 처지에 내몰릴 때까지 갚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적었다.

인사말에는 ‘사람을 살리는 착한 은행’이라는 문구도 있다.


이 대표는 2015년 12월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유종일 박사님과 주빌리은행 공동은행장인 거 아시죠?”라는 글을 올린 적 있다. 2015년 8월27일 서울시청 시민청 이벤트홀에서 열린 주빌리은행 출범식 현장에도 이 대표와 유 원장이 나란히 등장한다.

유 원장을 소개할 때 ‘이재명의 경제 책사’라는 수식어가 붙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유 원장은 지난달 국감에서 윤 의원이 “원장님은 이 대표의 경제 책사로 알려져 있죠?”라고 묻자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지, 이 대표를 위해 봉사하는지” 거듭 묻는 윤 의원에 질의에도 “이재명 대표하고 저하고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2014년 5월30일 당시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한 이 대표의 트위터에 올라온 글에는 유 원장이 언급된다.

당시 이 대표는 ‘이재명 후보, 메이저급 정책자문단 실체 드러나. 유종일, 조국, 선대인, 한홍구, 이해영, 최태욱 등 으리으리한 정책자문단!’이라고 적었다. 당시 이 대표의 블로그에 게재된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 정책자문단 명단’에도 유 원장(당시 KDI 교수)의 이름이 확인된다.

제 전 의원 역시 ‘에듀머니 대표’라는 직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의 서울시 기부금품 모집 등록 내역에도 2017~2019년 유 원장이 대표자로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롤링주빌리의 대표는 설은주 변호사가 맡고 있다.

“모른다”
“위증이다”

윤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유종일 KDI대학원 원장은 세금으로 월급 받는 국책연구원의 임원이면서 겸직 신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주빌리은행’의 대표를 맡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심지어 이 주빌리은행은 정식 은행도 아니고 불법 후원금의 자금세탁 통로로 의심받고 있는 단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 원장은 대표를 맡은 적도 이 대표와 정치적 관계도 없다고 답했다가 재차 물으니 2016년부터 대표를 맡은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하며 “이는 명백한 위증이다. 이 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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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