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⑩일단 당선되면 맘대로 욕심대로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2.11.29 17:13:54
  • 호수 1403호
  • 댓글 0개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흥, 전직 대통령들이 가장 문제야. 권력을 독점한 채 옛 왕조시대보다 더 제멋대로 굴잖아. 아마 옥황상제님보다 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게 한국 대통령일 거야. 더군다나 옥황상제님은 하지 않는 깡패 조폭 같은 짓도 마음만 먹으면 은근슬쩍 자행해 버리곤 미소 지을 수 있는 괴상스러운 옥좌야. 

무소불위

아, 국민들이여! 무지한 인간들아!… 좌파든 우파든 일단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기 파당의 이익을 위해 노력·봉사하지 않을 수 없어. 나보다 더 잘 알면서 왜 모르는 척만 하구 그래? 우파든 좌파든 국민 뜻을 빙자하면서 지들 멋대로 70, 80% 이상 선뜻 가져가 버리니까. 우리네 불쌍한 국민들은 그들의 똥찌끄러기나 빨아 먹어야 하는 거지.”

그는 상대방의 대꾸를 기다리는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독백을 늘어놓았다. 

“그럼 어찌 해야 할까? 우선 낡아빠질 대로 빠진 헌법을 오늘날에 맞게 고쳐야 해. 헌법은 영원하겠지만 낡은 헌 법[法]은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게 순리야. 그런데 우리는 2020년대에 살고 있으면서, 헌법은 군사독재 시대인 1980년대 말에 대충 날조 개정한 과도기적 사꾸라 틀 아래 억눌리고 있다잖아.


흥, 국회의원 개새끼 나리들의 양복은 최고급 울트라 맞춤식이라 아무리 똥배가 튀어나온 뚱보라도 제 맘대로 늘어나건만…. 나 같은 일반 보통 국민들은 낡아빠지고 좁아터진 1980년 독재표 헌 잠바 속에 갇혀 끙끙거리는 상태인걸.

우리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이 시대에 알맞은 우리 옷을 만들어 입어야 해! 옛 옷 속엔 바늘이나 칼날 그리구 가위도 들어 있어. 뭔가를 위해 슬쩍 남겨둔 거겠지. 흐흘, 실수라기보다 속셈…

깡패나 조폭보다 더 비열한 정치꾼 모리배 년놈들! 국민들은 바늘 끝에 찔리고 칼에 토막나고 가위 날에 매일매일 삶이 생째로 잘리는데도, 그들은 껄껄 웃어대며 자기네의 이익을 챙기는 데 혈안이 돼 있어. 흥, 그들은 세월호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참사를 인재가 아니라 자연재해라고 우기지만 저 참새 녀석마저 깔깔 웃겠구만.

아니, 인간이 신을 이기고 있는 판국인데 뭔 자연재해니 자연의 보복이니 뭐니 지껄여댈 필요가 있냐, 응? 참 개같은 인간들이라니깐! 인간들의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을 위한 사실 왜곡은 이미 도를 확 넘어 하늘까지 죄다 더럽혀져 버렸어.

그래서 역설적으로 외로워진 인간들은 영웅호걸 따위 좀 꽤나 특출하면서 독재적인 위인을 인신이니 신인이니 추앙하다가 결국엔 진짜 신처럼 만들어 버리는 거지. 아니할 말로 저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각종 신들, 기독교의 예수, 일본의 천황 등도 인간이 인간에게 신성을 투여한 게 아니냔 말야.

흠, 한국으로 오면 훨씬 저급스러워지지. 원래는 고급스러웠는데, 온갖 세월 동안 외세에 시달리다보니… 지금은 맥아더 이하 미군 사령관들과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노무현 이승만 등이 각종 당파에 따라 거의 뭐 신과 비스무리하게 대접받는 실정이랄까.

무당 집을 한번 둘러보면 알 수 있어. 진짜 신의 입장에서 보면 가관이겠지. 대체 왜 좌빨이니 우빨이니, 개미 똥구멍 빠는 진딧물 같은 좀비 인간이 많을까? 차라리 좌측 이빨로 오징어 무침을 씹고 우측 이빨로 두부조림을 꼭꼭 씹는다면 풍부한 영양분을 섭취해 건강에 좋을 텐데…


왼쪽 이빨과 오른쪽 이빨이 짝을 불신하며 서로 잘났네 싸우다가 혀를 물어 뜯고 편식한 결과 우리 몸 전체가 건강을 잃은 채 골골거리고 있지 않냔 말야. 윗니 아랫니가 서로 이해하는 건 당연지사고… 건강이란 상하 좌우의 뇌, 눈, 귀, 코, 손발, 음양, 남녀 합궁, 천지 자연의 도리…

흥, 난 잘 몰라. 다만 이건 좀 짐작이 돼. 자기쪽 편에 의치[義齒]를 해 넣으면 입 안이 어찌 되든 상대를 막 씹어 뱉을 수 있거든. 진실과 허위의 혓바닥까지도…

옛 왕조시대보다 더 제멋대로
옥살이 전직 대통령도 우상화

흠, 조선 왕조가 끝난 이후 여러 명의 대통령이 나왔지만 대부분 불행했지. 지금도 감옥 속에 전직 각하가 갇혀 있잖아. 왜 이유를 몰라? 과욕. 국민들이 그들에게 떠넘겼지 뭘. 민주주의 선거라는 미명하에… 자기 욕망을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해 권리와 권력을 살쾡이 거머리들에게 맡겨 놓은 채 자유방임하는 거지 뭘.

설령 아무리 악독한 놈이라 하더라도 일단 선거에 의해 뽑혀 대통령 옥좌에 오르면 화장술사(메이크업 전문가)들과 마인드 마스터들이 붙어 깜짝 놀랄 만큼 선량하고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겉보기엔 성현 군자 같지만 속은 야수와 강도 심보가 더 날뛰게 된단 말야. 흥, 가면을 쓴 채 한순간 만인지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그 허연 손아귀에 장악하게 되잖아, 응?

그렇잖아요, 국민 여러분! 일단 그런 다음엔 최소한 대한민국 땅에선 신마저 고유의 진리와 진실과 자연의 순수한 빛을 펼칠 수가 없어. 왜냐? 대통령과 그의 하수인들이 5년간 신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며 국민의 삶과 삼천리 ‘금수[禽獸]강산’을 제맘대로 변조 개작할 수 있으니까. 국민의 이름으로…

에잇 씨팔! 나 같은 놈이 뭘 알겠어. 하지만 대통령이란 이름부터 좀 바뀌면 좋겠어. 흐흐, 대통령, 흐흐흐… 그건 국민이 지은 이름이 아니야. 지들이 멋대로 지어 붙인 것일 뿐…

흠, 우리가 북한의 수령이란 명칭을 도둑놈 두목 같다고 비웃지만 뭐 피장파장이야. 같은 피를 나눈 놈들이 뭐 크게 다르겠어. 이 쪼그만 땅에 뭘 그리 다스릴 게 있답시고 대(大) 자를 붙이고 지랄이야. 그냥 통령이라고만 해도 될 텐데…

야, 개새끼들아! 너희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미국도 그저 한 구역 책임자라는 의미의 프레지던트라는 단어를 쓰는데, 너희 허위 인간들은 책임은 무시하고 국민 유권자의 가슴속에 맺힌 홍시만 따서 홀랑 삼키곤 얌얌 짭짭 더 입맛을 다시잖아. 응?” 

피에로씨는 달아오른 얼굴의 열기를 좀 배출하듯 콧방귀를 몇 번 뀐 후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입속에 넣고 굴리며 사설을 이었다. 나는 그가 혹시 미치지 않았는지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아무튼, 대통령 선거든 국회의원 뽑기든… 일단 당선된 놈은 너무 잘난 척 지랄치고 낙선한 자는 허접스러워져 버려. 웃기는 얘기야. 사실상 득표율은 몇 프로 차이나지도 않으면서… 그럼 낙선자를 찍은 유권자는 뭐가 되냔 말야.

하긴 당선된 후엔 대개 안하무인 번지레한 낯짝으로 찍어 준 사람을 무시하고 제 욕망 채우기에 급급하니까. 후훗… 사꾸라 민주주의는 말만 그럴듯할 뿐 사실상에 있어서는 정통 독재보다 못하고, 전통적인 왕조 시대의 시스템보다 더 후진 게 아닐까?


흠, 여보시우, 내가 횡설수설한다고 넘겨짚진 마슈. 난 그놈들보다 멀쩡하니까… 음, 그럼 이제 애초의 본론으로 돌아가쥬. 죽은 자와 과거의 죄악을 용서해야 하느냐, 혹은 어떤 식으로든 처벌하는 게 더 좋으냐? 

특히 일반인이 아닌 전직 대통령 국회의원 나리 같은 스스로 위대하다고 망상 착각하는 분들… 화장술과 가면을 벗기면 우리보다 훨씬 더 저열할 수도 있는 가짜 인간… 그럼 대체 누가 그 화장술과 가면을 쓰게 해주었는가?

바로 나, 그리고 국민 여러분이 아닌가 쫌 궁금하우. 히힛…

전직 대통령의 죄를 사면해주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미 벗겨져 사라진 왕관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가진 고집통들일 거야. 죽은 왕들의 머리에 씌워졌던 왕관과 미신 종교의 후광을 사실보다 더 중요시하는 거겠지. 정치와 종교는 바른 길을 벗어나는 순간 다 미쳐버리니까 말야. 

광인에게 정언은 통하지 않지. 죽은 대통령을 우상화하고 감옥에 갇힌 전직 대통령을 추종해 그 똥구멍이라도 빨아 주려는 이른바 ‘똥빨’들의 심리 심보는 과연 무엇일까? 흥, 적어도 내가 볼 때는… 그들이 퍽 너그러워서라기보다 오히려 자기들의 죄악과 과오 때문이 아닐까 싶어.

즉, 그 영웅들의 죄를 통해 자신의 악을 대속하고, 대리만족하려는 거지. 자기들이 만든 영웅에게 영광과 함께 죄악을 덮어씌워 버리곤 외면하는 비겁자들… 자기가 직접 투우장에 나서기보다 관중석에서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을라나.” 


비겁자

피에로 씨는 중얼거림을 멈추자 옆을 슬쩍 바라보았다. 청중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는 듯.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는 허허 웃으며 절룩절룩 계단을 걸어 내렸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