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 - 억울한 사람들> 채팅 환전 사기 피해자 사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1.30 09:32:16
  • 호수 14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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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다, 그렇게 속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습니다. 이번에는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사람에게 ‘채팅 환전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사연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사회적 만남이 어려워 최근 2년간 데이팅 앱 이용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 팬데믹으로 소개팅이나 일상에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SK그룹의 디지털 광고 전문기업 인크로스는 국내 주요 데이팅 앱 이용 추이를 분석한 ‘미디어 데이터 클리핑’ 리포트를 발표했다.

교묘한 수법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상위 10개 데이팅 앱의 월간 순 이용자 수는 78만718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2019년 4월과 비교하면 34.8% 증가한 수치다.

앱 이용자의 성별 비중은 남성이 압도적이었다. 상위 10개 앱의 평균 성비는 남성 79.7%, 여성 20.3%로 집계됐다. 데이팅 앱 이용자 수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로 사회활동과 일상이 비대면으로 바뀐 영향이 크다. 그리고 함께 따라온 것이 있다. 바로 데이팅 앱을 통한 ‘채팅 환전 사기’의 성행이다.

SNS를 통한 채팅 환전 사기 수법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35세 여성 김지은(가명)씨도 데이팅 앱을 통한 채팅 환전 사기를 당했다. 김씨는 지난 1일 오후 3시54분에 데이팅 앱을 설치한 후 한 회원과 대화를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정지훈(가명)으로, 대화는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편하게 대화하기 위해 카카오톡 아이디를 교환했다.

김씨는 데이팅 앱을 통해 편하게 대화할 사람을 찾고 있던 만큼 정씨를 알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여겼다. 두 사람은 카카오톡 아이디를 교환한 뒤 데이팅 앱을 삭제했다. 이때부터 정씨는 자신에 대해 설명했다. 

정씨는 “16살 때 가족과 중국으로 유학을 갔다. 그때는 지금처럼 스마트폰 보급이 많이 됐던 때가 아니다. 싸이월드를 하던 때고, 그때 알았던 친구들과 다 연락이 끊겼다. 외국인 친구는 많다. 그런데 지금은 다들 결혼해서 자주 못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데이트 앱 이용자 증가 
“한국에 친구 없다”며 접근해 이용

정씨는 김씨에게 한국에 친한 사람이 생겨 기쁘다는 등 소소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혼자 집에서 자취 중이며, 강아지를 중국에 두고 왔고, 5년째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 등이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정씨는 중국에서 일할 때 현대 기업에서 5년간 일했고, 지금은 무역회사 사업을 3년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애도 하지 않고 열심히 해서 성공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씨와 정씨는 사소한 일상을 공유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카톡으로 인사를 나눴다. 급한 일이 생겨서 연락을 못 하면, 상황이 해결된 뒤 바로 연락하는 식이었다. 카톡이 끊이지 않았다. 바쁜 일이 있으면 1~2시간의 공백이 있을 뿐, 아침 인사와 밤 인사할 때까지 연락이 이어졌다. 만난 적은 없었지만 누가 봐도 연인 같은 대화였다.


이들의 대화가 3일째 이어지던 중, 정씨는 김씨에게 “머리 아픈 일이 생겼다”며 중국 거주 당시 한 채팅 사이트에 가입과 함께 돈을 충전시켜놨는데, 이 돈이 3일 뒤에 소멸한다는 것이었다. 충전 금액은 3500만원이라고 했다.

정씨는 “문제는 계좌랑 통장이 없어서 환급받을 수가 없다. 네가 그 채팅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면, 내가 너한테 돈을 전부 보낼 수 있는데 나 대신 돈을 받아달라”며 “나도 너에게 부탁하는 것이니 환급금 중 500만원은 사례비로 주겠다. 나머지 돈은 내가 통장을 만든 뒤 줘도 되고 만났을 때 줘도 된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당시 정씨는 코로나에 확진돼 통장을 만들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김씨는 정씨에게 채팅 사이트 주소를 받았고 김씨의 부탁대로 채팅 사이트에 가입했다.

문제는 채팅 사이트에 가입한 뒤 불거졌다. 김씨가 정씨 돈을 받으려면 채팅 사이트 내에서 등급을 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즉 김씨는 채팅 사이트에 가입한 직후이기 때문에 정씨의 돈을 받을 수 없었고 ‘VIP’나 ‘다이아’ 등급이 돼야 무제한으로 돈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가 VIP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채팅 사이트의 아이템 숍에서 97만원을 사용하는 방법뿐이었다. 당시 정씨는 통장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말에, 결국 김씨는 97만원을 결제했다.

3~4일 연인처럼 대화하다 어느 날…
“사이트에 돈 찾는데 좀 도와줄래?”

그러나 정씨의 돈이 김씨에게 넘어오지 않았다. 채팅 사이트에 오류가 생겼다며 재입금을 요구했다. 이런 방식으로 김씨는 채팅 사이트에 1차 97만원, 2차 364만원, 3차 461만원, 4차 500만원을 입금했다. 김씨는 채팅 사이트에 총 1442만원을 입금한 것이다.

이 과정에 정씨는 김씨에게 “미안하다. 그래도 내가 내 돈 3500만원이 채팅 사이트에 묶여 있으니 도망칠 일 없다” “제발 진정하고 상황을 좀 기다려달라”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렇다” 등 김씨를 안심시켰지만, 곧 태도가 바뀌었다.

정씨는 김씨에게 욕설과 함께 적반하장으로 자신의 돈을 가로채려는 것 아니냐고 따지기 시작했고, 결국 연락마저 끊겼다. 해당 사이트의 상담센터에 문의해도 방법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사이버 사기 수법에 당한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탓에 검거나 처벌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 사이버 수사대 관계자는 “수사당 거의 70, 80건을 담당할 정도로 사건이 너무 많다. 지금은 외국 업체의 협조를 얻기가 힘들고 압수수색 영장도 제한이 있다. 특히 해외 가상화폐 사이트들이 사이버 범죄에 많이 악용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비대면 범죄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사이버 수사요원 특채 등 전문 수사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사 어려워

김중곤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SNS를 통한 비대면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경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한정적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입법 보완과 금융당국의 수사 협조가 필요하다. 로맨스 스캠 등 신종 수법에 대해서는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을 중점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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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