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말고’ 위험한 이태원 음모론

156명 떠난 자리 카더라만 들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태원 참사의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났다. 국민적인 애도 물결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무분별한 음모론 제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이 음모론이 애도 현장에도 공공연히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무분별한 추측과 의심은 ‘애도’로 치환될 수 없다.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가 우려되는 상황. <일요시사>는 직접 애도 현장을 찾아 음모론자들의 면면을 살폈다.

단순한 호기심도 때로는 무례한 법이다. 그곳에 누군가의 불행이 엮여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음모론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누군가는 ‘진상규명’이라는 미명 아래 ‘아니면 말고’식 음모론을 던졌다.

막 퍼지는 
유언비어

참사 소식이 빠르게 번져나가는 과정에서 마약 유통설·가스 누출설 등이 제기됐다. 현장에서 사람들이 쓰러진 이유가 마약이나 가스에 중독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경찰은 처음부터 “압사사고로 추정된다. 화재‧마약‧가스누출 등과 관련된 특이사항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못 박았지만, SNS 등지에선 여전히 각종 낭설이 난무했다. 

참사 직후 한 SNS에는 “단순한 압사사고가 아니다. 한 술집에서 난 화재로 가스가 누출돼 사람들이 기절한 것”이라거나 “건물 자재가 무너지면서 거기에 사람들이 깔린 것” 등의 뜬소문이 돌았다. “이태원에 방문했더니 계란 썩는 가스 냄새가 났다. 황화수소 누출이 추정된다”는 등 목격담을 빙자한 허위사실도 유포됐다. 

특히 사고를 촉발한 ‘가해자’를 특정하려는 시도가 줄을 이었다. 토끼 머리띠 등 어떤 인상착의를 가진 이가 군중을 밀면서 참사가 시작됐다는 목격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온라인 일각에선 “각시탈을 쓴 사람들이 참사 발생 전 아보카도 기름을 뿌리고 다녔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동욱 경찰청 특수수사본부 대변인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CCTV상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빔(미국 위스키의 일종)으로 확인했고, 사진 촬영 위치로 보아 일단 혐의점이 없어 보인다”며 “소환조사를 통해 최종 혐의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관련 의혹이 해소되긴 커녕 외려 “경찰이 진상을 덮으려 한다”는 새 음모론이 추가됐다.

이때까지 온라인상에만 존재했던 음모론자는 지난달 31일부터 현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부터 참사 추모 공간이 본격적으로 설치되면서다. 음모론은 대부분 ‘유튜버’를 매개로 추모 공간에 발을 들였다. 분향소를 찾은 유튜버가 라이브 방송을 켜고, 이를 통해 음모론을 전파하는 방식이었다.

국가 애도 기간 중 운영된 분향소 중 가장 큰 규모로 마련됐던 서울광장 분향소에도 어김없이 음모론이 등장했다. <일요시사>는 분향소가 열린 첫날(지난달 31일)부터 다음 날까지 분향소 인근을 살폈다. 분향소 정면에는 추모하는 시민들을 촬영하는 방송 카메라가 가득했다. 

사고 원인부터 책임 주체까지…판치는 루머 
온라인서 시작돼 현장으로…유튜버가 매개

한 남성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고선 끊임없이 말을 이어갔다.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는 잠시뿐, 이윽고 현 정부에 대한 비난에 근거 없는 사실들을 섞어가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나가다 이를 들은 시민들은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쏟아냈다.

점심시간을 틈타 헌화하러 분향소에 방문했다는 A씨는 <일요시사>에 “정말 진절머리 난다”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자기 시청자 수, 조회 수 늘리려고 참사 피해자를 이용하는 짓이다. 뒤에서 해도 욕먹을 짓을 대놓고 나와서 하니 기가 찬다”며 “저러라고 만들어 둔 곳이 아니다. 곳곳에 유족들도 있는 것 같던데 그분들이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하시겠나”고 안타까워했다. 

A씨 말대로 이 남성의 몇 걸음 뒤에는 유가족으로 추정되는 이가 있었다. 그는 소복에 팻말을 든 채로 무릎을 꿇었다. 팻말에는 ‘아들아 미안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참사 원인과 책임을 놓고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면서, 이에 얽힌 음모론도 가중됐다.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선 참사 당일 있었던 정권 퇴진 시위가 사고를 촉발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당초 용산 대통령실 앞에 집결했던 시위대는 사고 현장에서 600m가량 떨어진 녹사평역까지 이동했고, 오후 9시30분에 해산했다.

이때 해산한 시위대 중 일부가 이태원으로 가서 군중을 밀었고, 이로 인해 참사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당일 시위를 주도한 노조의 조합원 2명이 이태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음모론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이 역시 낭설에 불과하다.

직접 가서 
들어보니…

야권을 중심으로는 이른바 ‘경찰 인력 급감설’이 유포됐다. 과거 핼러윈 때는 늘 800명이 넘는 경찰 인력이 투입돼 현장을 통제했지만, 올해는 유독 인원 배치가 적었다는 의혹이다. 의혹과 덩달아 정부 책임론이 일파만파 퍼졌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서울경찰청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투입된 경찰 인력은 137명이다. 과거 5개년(▲2017년 90명 ▲2018년 37명 ▲2019년 39명 ▲2020년 38명 ▲지난해 85명)에 비해 많은 수치다. 마약 단속에 나선 사복경찰 50명을 빼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인데다, 과거 투입 인원도 800명과는 동떨어져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음모론의 주제도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음모론자들은 사고 원인에 대한 주장이 무산되자 사고 책임에 관한 음모론을 퍼트렸다. 일각에서는 이와 동시에 이태원 상권에 관한 의심을 곁들였고, 경찰 수사 결과에 불복할 움직임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국가 공식 애도 기간은 지난 5일 종료됐다. 이날 오전에는 새로운 음모론이 돌았다. 이태원에 위치한 클럽과 라운지 바 등이 5일 자정이 넘어가길 기다렸다가 6일 새벽(0시1분)부터 영업을 재개한다는 주장이었다. 

<일요시사>는 이 의혹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5일 저녁 직접 이태원역을 찾았다. 의혹과는 달리 이태원은 조용했다. 여전히 엄숙하고 무거운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대로변의 몇몇 식당을 제외한 점포 대부분은 문을 열지 않았다.

이른바 ‘야간 개장’을 하려면 그날 저녁에는 영업 준비에 나서야 한다. 더군다나 이태원 상권은 이미 참사 다음 날부터 엿새간 휴무를 이어온 상황이었다. <일요시사>는 여러 차례 골목을 돌았지만, 인기척이 느껴지는 점포는 없었다. 자정을 넘어 새벽에도 마찬가지였다.

직관적으로 보기에도 야간 개장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태원 상권의 라운지 바는 대부분 1번 출구 인근, 즉 사고 현장 주변에 몰려있다. 5일에서 6일로 넘어가는 밤에도 경찰은 여전히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출입구가 경찰 통제선으로 막혀있는 상황에서 영업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트라우마
2차 가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은 이날 이태원에서 유일하게 붐빈 곳이었다. 시민들은 늦은 시간에도 이곳을 찾아 참사 희생자를 애도했다. 지하철이 이미 끊기고, 국가 공식 애도 기간이 끝난 자정 이후로도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시민들은 묵념·헌화·메모 등 각자의 방식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이 사이에서도 음모론은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조용히 묵념하는 시민 뒤에서도 누군가는 ‘라이브 방송’을 켠 채 사실과 다른 의혹들을 꺼내들었다.

<일요시사>는 이날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현장에서 ‘음모론자’ 여럿을 마주했다. <일요시사>는 이들에게 대화를 요청한 끝에 이 중 한 명과 어렵사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A씨는 참사 이후 이태원에 여러 번 방문했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검증해본 결과, 경찰과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는 믿을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156명이라는 희생자가 나오기에는 저 골목이 너무 좁지 않냐.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시신이 산처럼 쌓여야 하더라. 그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단 저 골목뿐 아니라 옆쪽에서도 희생자가 나왔다는 정황이 있다. 그런데 정부와 경찰은 그런 이야긴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사건을 대충 처리하고 넘기려는 심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했다. 주장 곳곳에는 논리적 비약이 숨어있었다. 이 중 일부를 차근차근 반박했다. 예컨대 “희생자 상당수는 선 채로 사망해 공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와 같은 지적이었다.

이에 그는 “과학적 팩트는 아직 부족하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그러니까 기자들이 더 열심히 알아봐 달라는 것이다. 일개 시민이 조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불신으로 양산
입맛 따라 의혹 제기

A씨는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번 유가족은 과거 참사 때에 비해 너무 조용한 것 같다”거나 “유가족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희생자 명단을 확보하고, 희생자가 제대로 집계됐는지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방금 발언들은 2차 가해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을 끊어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국민 알 권리를 위한 것인데, 무엇이 문제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윽고 그는 “계속 취재하다 보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거다. 두고 보면 알 것”이라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언뜻 보인 핸드폰 화면은 여전히 ‘방송 중’이었다.

6일 새벽, 비교적 한적해진 거리에 나타난 한 시민은 경찰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참사 현장을 방치한 결과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경찰에게 ‘개XX’ ‘양XX’ 등의 욕설을 계속 퍼부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고개를 떨군 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음모론이 계속 등장하는 요인으로 ‘정신적 충격’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에서 “이번 참사는 SNS를 통해 참혹한 현장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큰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이가 많을 것”이라며 “이에 더해 사고를 예방하지도, 추가 피해를 잘 막지도 못한 정부의 모습을 보며 불신이 커졌을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음모론이 양산된다고 본다”고 짚었다. 

또한 복잡한 참사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인지적 오류’도 음모론 생산에 기여한다는 의견이다. 복잡한 연관관계 중 간단한 요인 하나만 꼽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움직임이 관측된다는 것이다. 앞서 등장했던 ‘토끼 머리띠’ ‘각시탈’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원인 단순화
인지적 오류

음모론이 잠시나마 자취를 감춘 때,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진심 어린 애도였다. 오전 5시를 살짝 넘긴 시각. 아직 첫 차도 움직이지 않을 때였지만 한 중년 여성이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았다. 그는 품에 있던 흰 국화 여러 송이를 모두 내려놓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자라서 죽었다? 도 넘은 여성단체

일부 페미니스트가 이태원 참사를 ‘여성 학살 사건’으로 규정하고 규탄 시위를 예고했다가 유가족 반대로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페미니즘연대는 지난 6일 SNS 계정을 통해 “이태원 시위는 주최 측이 유가족의 반대 요청을 받아 긴급하게 취소됐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당초 이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들어 규탄 시위를 계획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참사 희생자 중 여성은 101명, 남성은 55명이다. 

의료계는 이 같은 비율 차이가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여성이 호흡·공간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생한 걸로 추정한다.

성별 간 신체 특성 ‘차이’로 벌어진 결과에 여성 ‘차별’을 지적하는 페미니즘이 개입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 속에 여권 인사가 직접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 곽승용 부대변인은 SNS에 집회 주최 측을 겨냥해 연일 글을 올렸다. 

곽 부대변인은 지난 5일 “마치 이러한 참사가 벌어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본인들이 혐오했던 집단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온갖 음모론과 비논리적 음해성 프레이밍을 내던진다”고 쓴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156명의 사람이 명을 달리하고 157명의 사람이 부상당한 끔찍한 참사를 자신들의 혐오장사 불쏘시개로 활용하는 당신들의 반인륜적 세계관”이라고 맹폭했다.

한편 이번 시위 주최자의 신원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주최 측이 후원 모금을 위한 계좌번호를 공개하면서도 예금주명은 반익명(초성) 처리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시위 참석 자격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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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