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말고’ 위험한 이태원 음모론

156명 떠난 자리 카더라만 들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태원 참사의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났다. 국민적인 애도 물결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무분별한 음모론 제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이 음모론이 애도 현장에도 공공연히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무분별한 추측과 의심은 ‘애도’로 치환될 수 없다.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가 우려되는 상황. <일요시사>는 직접 애도 현장을 찾아 음모론자들의 면면을 살폈다.

단순한 호기심도 때로는 무례한 법이다. 그곳에 누군가의 불행이 엮여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음모론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누군가는 ‘진상규명’이라는 미명 아래 ‘아니면 말고’식 음모론을 던졌다.

막 퍼지는 
유언비어

참사 소식이 빠르게 번져나가는 과정에서 마약 유통설·가스 누출설 등이 제기됐다. 현장에서 사람들이 쓰러진 이유가 마약이나 가스에 중독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경찰은 처음부터 “압사사고로 추정된다. 화재‧마약‧가스누출 등과 관련된 특이사항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못 박았지만, SNS 등지에선 여전히 각종 낭설이 난무했다. 

참사 직후 한 SNS에는 “단순한 압사사고가 아니다. 한 술집에서 난 화재로 가스가 누출돼 사람들이 기절한 것”이라거나 “건물 자재가 무너지면서 거기에 사람들이 깔린 것” 등의 뜬소문이 돌았다. “이태원에 방문했더니 계란 썩는 가스 냄새가 났다. 황화수소 누출이 추정된다”는 등 목격담을 빙자한 허위사실도 유포됐다. 

특히 사고를 촉발한 ‘가해자’를 특정하려는 시도가 줄을 이었다. 토끼 머리띠 등 어떤 인상착의를 가진 이가 군중을 밀면서 참사가 시작됐다는 목격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온라인 일각에선 “각시탈을 쓴 사람들이 참사 발생 전 아보카도 기름을 뿌리고 다녔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동욱 경찰청 특수수사본부 대변인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CCTV상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빔(미국 위스키의 일종)으로 확인했고, 사진 촬영 위치로 보아 일단 혐의점이 없어 보인다”며 “소환조사를 통해 최종 혐의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관련 의혹이 해소되긴 커녕 외려 “경찰이 진상을 덮으려 한다”는 새 음모론이 추가됐다.

이때까지 온라인상에만 존재했던 음모론자는 지난달 31일부터 현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부터 참사 추모 공간이 본격적으로 설치되면서다. 음모론은 대부분 ‘유튜버’를 매개로 추모 공간에 발을 들였다. 분향소를 찾은 유튜버가 라이브 방송을 켜고, 이를 통해 음모론을 전파하는 방식이었다.

국가 애도 기간 중 운영된 분향소 중 가장 큰 규모로 마련됐던 서울광장 분향소에도 어김없이 음모론이 등장했다. <일요시사>는 분향소가 열린 첫날(지난달 31일)부터 다음 날까지 분향소 인근을 살폈다. 분향소 정면에는 추모하는 시민들을 촬영하는 방송 카메라가 가득했다. 

사고 원인부터 책임 주체까지…판치는 루머 
온라인서 시작돼 현장으로…유튜버가 매개

한 남성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고선 끊임없이 말을 이어갔다.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는 잠시뿐, 이윽고 현 정부에 대한 비난에 근거 없는 사실들을 섞어가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나가다 이를 들은 시민들은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쏟아냈다.

점심시간을 틈타 헌화하러 분향소에 방문했다는 A씨는 <일요시사>에 “정말 진절머리 난다”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자기 시청자 수, 조회 수 늘리려고 참사 피해자를 이용하는 짓이다. 뒤에서 해도 욕먹을 짓을 대놓고 나와서 하니 기가 찬다”며 “저러라고 만들어 둔 곳이 아니다. 곳곳에 유족들도 있는 것 같던데 그분들이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하시겠나”고 안타까워했다. 


A씨 말대로 이 남성의 몇 걸음 뒤에는 유가족으로 추정되는 이가 있었다. 그는 소복에 팻말을 든 채로 무릎을 꿇었다. 팻말에는 ‘아들아 미안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참사 원인과 책임을 놓고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면서, 이에 얽힌 음모론도 가중됐다.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선 참사 당일 있었던 정권 퇴진 시위가 사고를 촉발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당초 용산 대통령실 앞에 집결했던 시위대는 사고 현장에서 600m가량 떨어진 녹사평역까지 이동했고, 오후 9시30분에 해산했다.

이때 해산한 시위대 중 일부가 이태원으로 가서 군중을 밀었고, 이로 인해 참사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당일 시위를 주도한 노조의 조합원 2명이 이태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음모론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이 역시 낭설에 불과하다.

직접 가서 
들어보니…

야권을 중심으로는 이른바 ‘경찰 인력 급감설’이 유포됐다. 과거 핼러윈 때는 늘 800명이 넘는 경찰 인력이 투입돼 현장을 통제했지만, 올해는 유독 인원 배치가 적었다는 의혹이다. 의혹과 덩달아 정부 책임론이 일파만파 퍼졌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서울경찰청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투입된 경찰 인력은 137명이다. 과거 5개년(▲2017년 90명 ▲2018년 37명 ▲2019년 39명 ▲2020년 38명 ▲지난해 85명)에 비해 많은 수치다. 마약 단속에 나선 사복경찰 50명을 빼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인데다, 과거 투입 인원도 800명과는 동떨어져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음모론의 주제도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음모론자들은 사고 원인에 대한 주장이 무산되자 사고 책임에 관한 음모론을 퍼트렸다. 일각에서는 이와 동시에 이태원 상권에 관한 의심을 곁들였고, 경찰 수사 결과에 불복할 움직임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국가 공식 애도 기간은 지난 5일 종료됐다. 이날 오전에는 새로운 음모론이 돌았다. 이태원에 위치한 클럽과 라운지 바 등이 5일 자정이 넘어가길 기다렸다가 6일 새벽(0시1분)부터 영업을 재개한다는 주장이었다. 

<일요시사>는 이 의혹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5일 저녁 직접 이태원역을 찾았다. 의혹과는 달리 이태원은 조용했다. 여전히 엄숙하고 무거운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대로변의 몇몇 식당을 제외한 점포 대부분은 문을 열지 않았다.

이른바 ‘야간 개장’을 하려면 그날 저녁에는 영업 준비에 나서야 한다. 더군다나 이태원 상권은 이미 참사 다음 날부터 엿새간 휴무를 이어온 상황이었다. <일요시사>는 여러 차례 골목을 돌았지만, 인기척이 느껴지는 점포는 없었다. 자정을 넘어 새벽에도 마찬가지였다.

직관적으로 보기에도 야간 개장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태원 상권의 라운지 바는 대부분 1번 출구 인근, 즉 사고 현장 주변에 몰려있다. 5일에서 6일로 넘어가는 밤에도 경찰은 여전히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출입구가 경찰 통제선으로 막혀있는 상황에서 영업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트라우마
2차 가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은 이날 이태원에서 유일하게 붐빈 곳이었다. 시민들은 늦은 시간에도 이곳을 찾아 참사 희생자를 애도했다. 지하철이 이미 끊기고, 국가 공식 애도 기간이 끝난 자정 이후로도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시민들은 묵념·헌화·메모 등 각자의 방식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이 사이에서도 음모론은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조용히 묵념하는 시민 뒤에서도 누군가는 ‘라이브 방송’을 켠 채 사실과 다른 의혹들을 꺼내들었다.

<일요시사>는 이날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현장에서 ‘음모론자’ 여럿을 마주했다. <일요시사>는 이들에게 대화를 요청한 끝에 이 중 한 명과 어렵사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A씨는 참사 이후 이태원에 여러 번 방문했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검증해본 결과, 경찰과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는 믿을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156명이라는 희생자가 나오기에는 저 골목이 너무 좁지 않냐.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시신이 산처럼 쌓여야 하더라. 그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단 저 골목뿐 아니라 옆쪽에서도 희생자가 나왔다는 정황이 있다. 그런데 정부와 경찰은 그런 이야긴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사건을 대충 처리하고 넘기려는 심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했다. 주장 곳곳에는 논리적 비약이 숨어있었다. 이 중 일부를 차근차근 반박했다. 예컨대 “희생자 상당수는 선 채로 사망해 공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와 같은 지적이었다.

이에 그는 “과학적 팩트는 아직 부족하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그러니까 기자들이 더 열심히 알아봐 달라는 것이다. 일개 시민이 조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불신으로 양산
입맛 따라 의혹 제기

A씨는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번 유가족은 과거 참사 때에 비해 너무 조용한 것 같다”거나 “유가족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희생자 명단을 확보하고, 희생자가 제대로 집계됐는지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방금 발언들은 2차 가해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을 끊어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국민 알 권리를 위한 것인데, 무엇이 문제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윽고 그는 “계속 취재하다 보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거다. 두고 보면 알 것”이라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언뜻 보인 핸드폰 화면은 여전히 ‘방송 중’이었다.

6일 새벽, 비교적 한적해진 거리에 나타난 한 시민은 경찰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참사 현장을 방치한 결과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경찰에게 ‘개XX’ ‘양XX’ 등의 욕설을 계속 퍼부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고개를 떨군 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음모론이 계속 등장하는 요인으로 ‘정신적 충격’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에서 “이번 참사는 SNS를 통해 참혹한 현장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큰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이가 많을 것”이라며 “이에 더해 사고를 예방하지도, 추가 피해를 잘 막지도 못한 정부의 모습을 보며 불신이 커졌을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음모론이 양산된다고 본다”고 짚었다. 

또한 복잡한 참사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인지적 오류’도 음모론 생산에 기여한다는 의견이다. 복잡한 연관관계 중 간단한 요인 하나만 꼽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움직임이 관측된다는 것이다. 앞서 등장했던 ‘토끼 머리띠’ ‘각시탈’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원인 단순화
인지적 오류

음모론이 잠시나마 자취를 감춘 때,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진심 어린 애도였다. 오전 5시를 살짝 넘긴 시각. 아직 첫 차도 움직이지 않을 때였지만 한 중년 여성이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았다. 그는 품에 있던 흰 국화 여러 송이를 모두 내려놓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자라서 죽었다? 도 넘은 여성단체

일부 페미니스트가 이태원 참사를 ‘여성 학살 사건’으로 규정하고 규탄 시위를 예고했다가 유가족 반대로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페미니즘연대는 지난 6일 SNS 계정을 통해 “이태원 시위는 주최 측이 유가족의 반대 요청을 받아 긴급하게 취소됐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당초 이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들어 규탄 시위를 계획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참사 희생자 중 여성은 101명, 남성은 55명이다. 

의료계는 이 같은 비율 차이가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여성이 호흡·공간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생한 걸로 추정한다.

성별 간 신체 특성 ‘차이’로 벌어진 결과에 여성 ‘차별’을 지적하는 페미니즘이 개입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 속에 여권 인사가 직접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 곽승용 부대변인은 SNS에 집회 주최 측을 겨냥해 연일 글을 올렸다. 

곽 부대변인은 지난 5일 “마치 이러한 참사가 벌어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본인들이 혐오했던 집단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온갖 음모론과 비논리적 음해성 프레이밍을 내던진다”고 쓴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156명의 사람이 명을 달리하고 157명의 사람이 부상당한 끔찍한 참사를 자신들의 혐오장사 불쏘시개로 활용하는 당신들의 반인륜적 세계관”이라고 맹폭했다.

한편 이번 시위 주최자의 신원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주최 측이 후원 모금을 위한 계좌번호를 공개하면서도 예금주명은 반익명(초성) 처리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시위 참석 자격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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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