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젠더갈등, 정치적 이용 말아야" 바른인권여성연합을 만나다

[기사 전문]

Q. 바른인권여성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전: 저희 단체가 2019년 11월에 설립이 되었어요.
그 당시에 이제 우리나라에 이제 좀 떠들썩한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뭐였냐면 인헌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내에 페미니즘 사상을 강요받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학교와 싸우는 그런 사건이 있었거든요.
이런 것들을 보면서 이것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남녀갈등으로 확산돼 왔을 수 있겠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어떻게 완화시키고 도울 수 있을까’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저희 단체가 설립된 계기예요.

 

Q. 급진적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연 : 우리나라의 가부장제가 사실 다른 해외에 비해서 굉장히 좀 심각하게 문화 깊숙한 곳에 있었던 것이고, 그 문화 깊숙한 곳에 있는 가부장제로 인한 폐해를 모든 여성이 사실은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거를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까 해결하는 구심점이 정부가 되어서 해결해 왔던 것이고, 해결이 잘 됐죠.

이제 그런 것들이 과도하게 가는 문화가 또 다시 깊숙이 들어간 것이죠.



전 : 우리나라가 사실상 여성정책이 가시화되고 구체화 되었던 게 1990년대 들어서거든요.

그때 이미 글로벌한 여성운동에서는 ‘성주류화’라는 정책을 내세워서 UN 산하에 있는 국가들에게 ‘앞으로 여성정책에 있어서 성주류화의 정책을 도입하고 반영해야 된다’라는 그런 기조들이 있었고요.

우리는 거기에 굉장히 빠르게 발맞춰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것들이 우리나라 여성정책에서는 잠정적인 여성우대정책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게 지금 벌써 30년을 왔거든요.

근데 이제 이 잠정적 우대조치를 과연 우리가 언제까지 어디까지 가져가야 되는가. 우리 사회가 그런 것들을 고민해야 되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을 해요.

 

연 : 한쪽 다리가 약한 사람이 있으면 목발을 주잖아요.

다리가 부러졌다, 회복기에도 목발을 주죠. 목발을 주고 목발을 짚고 걷습니다.

목발을 짚고 걷다가 아직 완전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의사는 목발을 놓고 걷기를 권합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다리에 균형이 맞아지니까. 
사실 약한 다리는 원치 않아요. 힘들겠죠.

그런데 우리 사회가 저는 목발을 놓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고…


전 : ‘그 보조장치가 전면적인 보조장치여야 하는가, 아니면 부족한 어떤 일부에 대한 보조장치여야 하는가’

이런 부분들을 우리 사회가 얘기를 해야 되는 시점인 거죠.

 

Q. 이번 대선의 키워드는 왜 ‘페미니즘’인가?
연: 5년 전과 지금의 여성의 위상과 우리나라 국가정책에 있어서 여성의 지위가 어느 정도 향상되었는가를 보시면 아실 거예요.

지금 공무원 비율로 보면 거의 남성과 여성이 50:50입니다.

지금 50:50이라면 이대로 똑같은 노력을 경주한다면 몇 년 후가 되면 임금격차도 많이 줄일 거예요.

여성정책에서 추구하는 바는 사기업에 있어서도 50:50의 비율을 맞추어야만 한다는 것이고 임금격차도 완전히 50 대 50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인데...

사기업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인데 국가 주도로 끌고가는 것에 대한 폐해, 부작용, 반발감이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 마침 대선이 맞물려 진 것이고, 그것이 폭발하면서 서로의 요구가 극단적으로 가고 있는 거죠. 

연 : 젠더갈등을 이용하는 것이 아닐까, 표로 이용하는구나.
지금의 젠더갈등의 양상은 너무 극한 전쟁상태에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서 이 싸움을 더 극대화해서는 안 되거든요.

 

Q. 신지예 사퇴에 대하여...
전 : 일단 저희 단체의 입장에서는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다’
왜냐하면 이미 2030 남성들이 너무 실망하고 분노하고, 지지 철회를 하고… 거기에 대한 반발이 너무 거셌거든요.

그것들이 실질적으로 윤 후보에 대한 어떤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뭐 일부에서 후보교체론까지 강력하게 이렇게 들고 나오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그렇게 되기 전에 충분히 신지예씨와 이야기하고 또 2030 청년들과 남성들과도 이야기를 하고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시간들이 있었는데 너무 타이밍적으로 늦었다.

 

Q. 여성가족부에 대하여...
연 : 다른 정부부처는 전부 다 기능을 중심으로 짜여 있습니다.

기재부, 통일부… 어떤 기능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런데) 여가부, 그리고 보훈처 정도만 대상을 중심으로 짜인 부서입니다.

대상을 중심으로 해서 20년간 열심히 끌어왔기 때문에 이 정도의 성과가 났던 거죠.

그래서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어느 정도 왔으니 다시 기능 중심으로 보내야 객관화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죠.

페미니즘 자체가 맨 처음에 시작할 때, 기조가 ‘여성을 가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었어요.


여성의 개별 인권을 중시하면 가족에 대해서는 집중해서 가족을 강화하는 형태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지금 가족해체나 또 저출산 문제 대해서 여가부는 전혀 답을 내놓고 못하고 있죠. 

 

전 : 여성가족부는 가족해체를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 가족해체를 해체된 가족을 지원해야 된다는 식으로 방향을 가족정책을 가져가고 있어요.

저희는 그것에 굉장히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 이거든요.

일종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연 : ‘여성인권은 이제 필요 없는 논의다’ 이런 것이 아니라.

여가부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가족부에서 하고 있는 여성 지원 사업이 완전히 없어져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이 국가주도로 급진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성과가 있었다면, 이제는 속도 조절 차원에서 조금은 완화하고 사회의 변화 추이와 같이 잘 맞춰서 나가야 된다.


Q. 바른인권여성연합이 바라보는 페미니즘은?

연 : 저는 사실 국가 지도자들께서 갈등을 이용하시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젠더갈등 심하니까 여성 표를 얻기 위해서, 페미니즘을 더 지원해주는 형태라면 국민의힘당에서 했던 것처럼 지원해 주는 형태를 하고, 남성들에 대해서는 2030 남성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뭘 더 지원해 주고… 이런 행태는 정말 갈등을 부추기는 형태입니다.

이것을 절대 이용하지 마시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시는 분들을, 사실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여성 남성 가리지 않고 이걸 바라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이 끝을 모르는 싸움을 계속 하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전 : 페미니즘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 자체를 젠더폭력이 일상화된 사회로 보는 거예요.

일종의 확대 해석인 거죠.

그 사람 개인의 일탈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남성들의 잘못이고 이 남성들이 이렇게 하도록 만든 이 사회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구조를 타파해야 되는데, 그것을 타파할 수 있는 길은 급진적인 페미니즘 밖에 없다’ 이런 거죠.

저는 페미니즘, 급진적인 페미니즘이 낳은 최대의 그림자, 어두운 점은 여성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거라고 봐요.

지금 30년 동안 여성의 지위나 이런 것들이 많이 향상이 되면서 여성들에게 기회로써의 공정은 이미 주어졌다고 생각을 해요.

물론 그게 완벽하진 않죠.

사회 전체, 국가 전체로 봤을 때 완벽하진 않지만 여성들이라고 해서 어떤 직업에 진출하는데 제한이 있다든가 승진에 제약이 있다든가 이런 부분들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계속해서 뭔가를 달라고, 내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내가 약자이기 때문에 뭔가를 달라고 계속 떼를 쓰는 형태로 가게 되면요.

그렇게 되면 여성들은 거기서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죠. 내가 부족한 것을 그 혜택으로 채우고자 할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여성 스스로 발전을 막는, 스스로 발전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페미니즘을 우리가 이제 벗어나야 된다.

내가 이 사회와 더 나아가서 인류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페미니즘 밖에서 생각해야 돼요, 이제는.

총괄: 배승환
취재: 장지선
촬영: 배승환/김미나/박성원(사진)
기획&구성&편집: 강운지/김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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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