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요시사 대기획> 법의학으로 본 죽음의 격차 ⑬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르포

국가가 일생을 정리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스님의 거침없는 독경과 달리 제단으로 향하는 이들의 걸음은 주춤거렸다. 국화꽃을 놓고 물 한 잔을 올리는 손길도 조심스러웠다. 재배를 올리고 돌아서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제단을 바라보는 눈시울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부디 편안히 영면하시라는 청아한 소리 너머로 나비가 날아들었다.

죽다, 숨지다, 사망하다, 운명하다, 별세하다, 서거하다, 타계하다, 작고하다, 그리고 처리되다. 무연고 사망자는 처리의 대상이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 제12조는 ‘무연고 시신 등의 처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연고 시신 등을 처리한 때에는’ ‘처리 방법 등에 관해’ ‘처리하는 경우’ 등의 표현이 눈에 띈다. 

늘어나는
무연고자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은 애도할 권리와 애도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다.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지원한다. 공영장례는 사체의 안치부터 염습·입관, 화장 후 봉안까지의 절차뿐 아니라 고인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유족과 지인 등이 고인을 애도할 수 있도록 공공이 빈소를 마련하고 장례의식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2018년 3월22일 서울시에서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를 공포하면서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무연고 사망자와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의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저소득 시민을 위한 공영장례 지원은 서울시가 전국 최초다. 이전까지 무연고 사망자는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바로 이동하는 무빈소 직장 형태의 장례를 치러왔다.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사체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사람을 말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3603명으로 2020년(2947명)과 비교해 656명 늘었다. 2018년 2447명, 2019년 2656명 등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중 70%는 연고자가 사체 인수를 거부한 이른바 ‘만들어진’ 무연고 사망자다. 


나눔과나눔은 올해 1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243일 동안 722명의 무연고 사망자를 위해 354번의 공영장례를 지원했다. 175명의 공영장례에서 무연고 사망자 가족, 친구, 이웃이 함께 했고 112명의 영정 사진을 올렸다.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76.2%(550명)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확인됐다.

10월17일은 UN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다. 이날 오후 1시부터 경기 파주의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추모의집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이하 사노위)의 진행으로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제’가 열렸다.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함을 모아놓은 무연고추모의집은 1년에 딱 한 번 추모제 날에만 개방된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무연고 추모의집
추모객 찾아 유골함 보고 인사 올려

지난달 17일은 평균기온이 4도 이상 떨어져 쌀쌀한 날씨였다. 3호선 구파발역 버스정류장에는 두툼한 코트를 입은 두 여성이 팔짱을 낀 채 나란히 앉아 있었다. ‘용미리 묘지 입구’ 정류장으로 가는 간선버스 774번에 두 여성과 함께 올라탔다. 다음 정류장에서 모자를 쓰고 파란 점퍼를 입은 남성이 버스에 탔다.

버스는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이 계속 나아갔다. 40분 정도 흘렀을까. 용미리 묘지 입구를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구파발역에서 본 두 여성과 파란 점퍼의 남성, 손에 뭔가를 잔뜩 든 한 여성 등 7~8명이 한꺼번에 내렸다. 파란 점퍼의 남성의 말을 걸어왔다. “1시에 뭘 한다는데… 무연고… 아내가…” 

지난 4월 아내를 잃은 남성은 5분 남짓 함께 걷는 내내 아들들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 아들이 잘 먹고 잘사는 데도 불구하고 엄마를 모시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통이 터지는 듯했다. 그는 조계종 사노위 관계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안내판도 표식도 없이 덩그러니 놓인 건물만 멍하니 바라봤다. 무연고추모의집이었다. 


30여명쯤 모인 추모객은 맨 바닥에 앉아 스님의 독경 소리를 들었다. 서로 팔짱을 끼고 있던 두 여성도 제단 근처에 앉아 있었다. ‘한 분씩 나와서 인사를 드려도 된다’는 사회자의 말에 금세 줄이 길게 생겼다. 버스에서부터 손에 잔뜩 비닐봉지를 들고 있던 여성은 막걸리를 꺼내 제단 옆에 놨다. 

양한웅 사노위 집행위원장은 “무연고추모의집은 상시 개방이 아니라 1년에 한 번만 열립니다. 왜 닫아놓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추모객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도록 계속 열어둬야지, 1년에 한 번이 말이 됩니까? 그리고 표지판도 없습니다”라며 “여기에 모실 수 있는 분이 2000분밖에 안 돼요. 2000분이 넘으면 유골함을 처리해 버립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처리되는
사체들

추모객은 고인과 살아생전 함께 정을 나눈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유골함을 모신 무연고추모의집으로 들어가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나눔과나눔 관계자가 내부에서 추모객에게 유골함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다. 줄은 길게 늘어섰지만 누구 하나 재촉하지 않았다. 유골함을 보고 나온 추모객의 눈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지난달 21일 경기 고양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두 명의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가 진행됐다. 서울 동대문구에 살던 1963년생 이○○(60세)씨는 지난달 8일 요양병원에서 직장암으로 숨을 거뒀다. 서울 성북구에 살던 1960년생 이○○(63세)씨는 지난 8월11일 내재적 질병으로 거주지에서 사망했다.

고인들은 생전에 일면식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여러 사람의 애도 속에 나란히 떠났다. 

2평 남짓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위한 ‘그리다’ 빈소는 장례의식을 진행하는 나눔과나눔, 장례서비스업체 해피엔딩 관계자, 수녀님과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전 10시 정각에 고인 소개를 시작으로 장례의식이 시작됐다. 묵념 이후 향을 피우고 고인에게 마지막 식사를 올리는 상식의 예를 진행했다. 이어 술을 올린 뒤 상주가 두 번 절했다. 

임정 나눔과나눔 팀장이 축문을 읽었다. “아무리 슬퍼도 헤어져야 하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인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외롭고 힘들었을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영원히 가시는 길이 아쉬워 이렇게 술 한 잔 올려 드렸습니다. 잠시 후면 장지로 떠나도록 돼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 그지 없으나 고이 길 떠나소서.”

모르지만
국화꽃 헌화

빈소에 있는 모두가 고인을 애도하며 헌화했다. 사진 없이 비어있는 영정사진 앞에 놓인 두 고인의 위패 옆으로 국화꽃이 나란히 놓였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이날만큼은 우리 모두가 그들의 조문객이었다. 그들은 살아생전 한 번도 본 적 없었을 사람들에게 분명한 애도를 받았다. 

임정 팀장은 “서울시립승화원에 공영장례를 위한 빈소가 마련된 이후 지나가던 시민이 불쑥 들어와 술을 올리고 절을 하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족이 또 다른 고인을 위해 애도를 전하는 ‘애도의 선순환’ 현장이 된 셈이다. 

고인 예식을 마치고 사체를 운구해 화장장으로 이동했다. 임정 팀장과 수녀님은 둘로 나뉘어 관망실로 향했다. 화장장으로 들어가는 관을 보면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곧이어 두 고인은 불길 속으로 사라졌다. 1시간30분 후 두 고인은 말 그대로 ‘한줌의 재’가 됐다.


60세 이씨는 무연고추모의집에 봉안, 63세 이씨는 서울시립승화원 유택동산에 산골됐다.

3년째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지원하고 있는 임정 팀장은 원래 장례지도사로 일했다. 장례지도사로 활동하던 때 오랫동안 안치실에 놓인 사체를 보게 됐는데 나중에야 무연고 사망자인 사실을 알았다. 수소문 끝에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나눔을 알게 됐고 자원봉사를 하다 정식 직원이 됐다.

무빈소 직장 방식에서
애도 시간과 공간 제공

놀라운 점은 임 팀장이 나눔과나눔에서 처음으로 모신 무연고 사망자가 바로 병원 안치실에 오래 놓여있던 고인이었다는 사실이다.

나눔과나눔은 사회가 무연고 사망자를 보는 시각에 편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나눔과나눔 팀장은 “무연고 사망자라고 하면 굉장히 외롭고 쓸쓸하게, 그리고 빈곤하고 안타까운 슬픈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장례 현장에서 만나보면 그렇지 않다. 사망하기 전까지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었고 분명한 자신의 삶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연고자’라는 제도적인 기준과 경제적인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그 두 가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무연고 사망자가 되고 있다. 이른바 ‘제도가 만들어낸 피해자’다. 이 지점에서 죽음 이후의 격차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영장례는 무연고 사망자에게 생긴 ‘죽음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장례의식에는 고인을 배웅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고인과 관계를 맺었던 이들이 고인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명복을 비는 행위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 이 의식이 없다면 고인과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은 ‘박탈된 애도’를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나눔과나눔은 장례를 가족과 가구의 영역을 넘어 사회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책임질 수 없는 국가로, 그 정도 여력도 없는 국가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물론 가야 할 길은 멀다. 아직 지자체 중에는 공영장례 조례가 없는 곳도 많다. 서울의 시스템으로 서울만큼 하고 있는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 예산의 규모도 다른 지자체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무덤까지
배웅했다

63세, 60세의 짧은 생을 살다간 두 고인은 사망할 때는 외로웠을 수도 있다. 요양병원 병상에서, 집에서 배웅하는 사람 한 명 없이 쓸쓸히 생을 마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승으로 떠나는 길만큼은 외롭고 쓸쓸하지 않았을 듯하다. 그들은 더 이상 무연고자가 아니었다. 국가가 그들의 연고자였고 조문객이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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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